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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3차창작] 라이오넬 헤러시) 카디아의 마녀 - 2편

워베5중대원(220.76) 2023.10.02 22:01:48
조회 1060 추천 12 댓글 6
														



[시리즈] 이 녀석들은 뭐하는 녀석들인가?
· [3차창작] 라이오넬 헤러시) 레이븐 가드 - 가루다 교육 비행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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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우리가 전투기에서 내린 다음 로가의 목을 따오는 게 더 쉽겠군, 가루다 비행 교육대의 AWACS 봉황은 레이더를 보다가 탄식했다.


레이븐 가드와 워드 베어러의 함대전이 시작되었다. 전력차는 워드 베어러가 4, 레이븐 가드가 1이었고 레이븐 가드는 순순히 죽어줄 수는 없으니 당연히 이 전력차를 극복하기 위하여 도박수를 던졌다. 그리고 호기롭게 도박수를 던진 자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레이븐 가드는 작전에 실패하여 치명적인 상황에 처했다.


봉황은 머리를 감싸 쥐고 사이킥을 사용하여 감각의 촉수를 전장에 뻗었다. 머릿속에서 수천, 수만의 영상이 빠르게 흘러들어왔고, 찰나의 순간 이후 그는 이 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머리를 감싸 쥔 손을 떼고 침착하게 전황 분석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래야 죽어도 덜 억울하게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먼저 레이븐 가드는 제일 큰 고비는 넘겼다. 워프에서 항공기들이 출격 준비를 하면서 갤러필드가 사라지는 그 순간 출격한다는 위험천만한 작전을 무탈히 성공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 워드 베어러 중앙 함대 근처로 워프 항해를 한, 덫에 뛰어든 사냥감 꼴이 된 레이븐 가드 분견대를 지원하기 위하여 본 함대가 지원 포격을 쏴야 했다. 하지만 본 함대는 전투 공역에서 너무나 먼 곳에 있었다.


물론 레이븐 가드 본 함대가 쏘는 지원 포격의 규모라고 해봐야 하찮기 그지없었다. 여기저기서 긁어모아 상태가 나쁜 레이븐 가드의 전함들은 제대로 항해하는 것이 기적이었고, 그마저도 제대로 된 전함이 아니라 상당수가 로그 트레이더들에게서 나포한 무장상선과 개조한 화물선이었다. 그렇기에 봉황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고 최소한 눈먼 탄이나마 쏴서 적 전함들이 회피 기동을 하게 만들거나 함재기들의 출격을 잠시라도 늦추기를 기대했으나 그들은 그마저도 실패했다.


빌어먹을, 뒤에 처박힌 녀석들은 저게 무서웠다는 건가. 봉황은 워드 베어러 함대의 중앙에서 불과 빛을 토해내는 괴물을 노려봤다. 삼지창 꼴 선체, 대도시를 연상시키는 빽빽한 상부 구조물, 그리고 수백 개의 빛줄기를 뿜어내는 레이저 배터리. 글로리아나급 전함보다 몇 배는 더 큰 그 거함의 이름은 헤러시를 겪은 반역파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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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마의 악몽, 어비스급 전함 [분노의 심연(Furious Abyss)].


로가는 우둔한 프라이마크였고 전투건 전략이건 특출난 것이 하나도 없었다. 허나 그의 몇 없는 장점 중 하나는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과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었다.


임페리얼 피스트가 적극적으로 달과 명왕성을 공격하는 현재의 정국에서 로가는 태양계 함대의 주력 전함중 하나인 분노의 심연을 동원한다는 과감한 투자를 했고 그 투자는 성공으로 돌아왔다. 레이븐 가드 주력 함대는 분노의 전함이 두려워 가까이 접근하지 못했고, 결국 분견대와 주력 함대가 각개격파될 처지에 몰린 것이다.


이 멍청한 새끼들아, 어짜피 분노의 심연이 있건 없건 포격전 들어가면 절반쯤 뒈지는 건 똑같으니 적극적으로 붙었어야지. 봉황이 속으로 멍청한 동료들에게 욕설을 퍼붓자 곧이어 본 함대로부터 통신이 시작되었다. 그는 분노를 삭히며 묵묵히 무전을 들었다.


“여기는 HQ, AWACS 봉황에게 알린다. 순항속도 계산에 착오가 있었다. 포격은 1시간 후에 시작될 예정, 함재기들은 1시간 30분 후에 전투 공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미안하다. 이 죄는 죽음으로도 갚을 수 없는 것을 안다. 하지만 버텨다오, 그림자의 군주와 너희들에게 레이븐 가드의 존폐가 달려있다.”


“...여기는 AWACS 봉황, 확인 완료.”


그리고 현재 레이븐 가드 분견대가 처한 상황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봉황이 통신을 끝내고 재차 레이더를 확인하기가 무섭게 무전 채널에서 절망적인 보고가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여기는 가고일! 로미오 11, 7, 6이 격추됨! 저 미친놈들, 자기편을 더 많이 죽이고 있는데도 멈추지를 않는군.]


[여기는 그리핀, 위스키 12, 10, 8이 격추됨! 썅, 눈먼 탄이 너무 많아!]


[여기는 야타가라스, 요크 편대는 전원 무사함. 이번에도 시폰을 타고 나오길 잘했어, 썬더호크를 탔다면 나도 좀 위험했을 것 같네.]


수천년 동안 비행을 해온 파일럿들이 제대로 조준도 하지 않고 쏘는 눈먼 화망에 걸려 하나씩 격추되고 있었고, 이번 전투를 위해 공들여 준비한 레이븐 가드의 전함들은 집중타를 맞고 허무하게 침몰했다.


봉황은 허탈하게 웃었다. 그는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홀스터에서 볼트 피스톨을 뽑아 관자놀이에 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레이븐 가드에겐 아직 두 가닥의 생명줄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AWACS 봉황에게 알린다. 내가 그림자를 풀었다.]


노이즈가 잔뜩 낀 목소리가 무전 채널에서 들려왔다. 첫 번째 생명줄은 그림자의 군주, 코락스. 그가 그림자로 전함들을 가렸기에 레이븐 가드의 전함들은 직격탄을 피하며 빠르게 적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곧 있으면 서로 어뢰를 날리고 충각으로 선체를 부수는 전함들의 초근접전이 시작될 것이었다.


[여기는 가루다, 리더가 회피 기동 중이라 윙맨이 대신 통신한다. 탱고 편대는 전원 무사함.]


레이븐 가드의 라운델을 그린 푸른색 썬더볼트 전투기가 최전방에서 날고 있었다. 급히 출격한 임페리얼 네이비의 퓨리 요격기들이 썬더볼트를 힘겹게 쫓아갔지만 그 누구도 썬더볼트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전함의 대공포탑에서 발사되는 라스캐논의 녹색 빛줄기가 씨실이, 오토캐논의 포격이 낱실이 되어 짜여진 그물이 수도 없이 썬더볼트를 덮쳤지만 그물은 매번 허탕을 쳤다.


두 번째 생명줄은 선회전의 마녀, 탱고 1, 썬더버드. 그녀가 맨 앞에서 미끼가 되어 전함과 요격기들의 이목을 끌고, 사방에서 쏟아지는 포화를 피한 덕분에 레이븐 가드는 간신히 버틸 수 있었다.


봉황은 격해지는 감정을 추스르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니 죽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제 선택지가 얼마 없다. 레이븐 가드 분견대의 전함들은 전속력으로 내달려 워드 베어러의 함선들을 들이받으며 승선 전투를 시작해야 하고, 뇌격기와 전투기들은 포격 지원이 시작되는 타이밍까지 살아남아 분노의 심연에 뇌격을 성공시켜야 했다.


여기서 그림자의 군주가 그 어느 때 보다 영웅적인 활약을 하는 것은 변수가 아닌 상수다. 아니, 상수여야 한다. 코락스가 여기서도 실패한다면 레이븐 가드라는 이름은 이제 역사서에서나 찾아볼 수 있으리라.


젠장, 한 번만, 딱 한 번만 새대가리를 믿어보자. 봉황이 마음을 다잡자 전투기들의 캐노피가 녹색으로 빛났다. 봉황의 바이오맨시 사이킥이 파일럿들의 신체를 강화했고 이는 레이븐 가드의 파일럿들에게 도주 대신 전투를 이어가라 명령했다는 뜻이었다.


“지금부터 프라이마크와 돌격조가 분견대 전함들과 함께 충각돌격 이후 승선 전투를 시작한다. 로미오 편대, 위스키 편대. 워드 베어러 함대의 아래로 강하해서 분노의 심연을 괴롭혀줘라, 부드러운 아랫배 말이다. 다만 탄약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모기처럼 짜증 나게 저 망할 거함이 계속 너희를 조준할 정도로만 볼텍스 미사일을 쏴라.”


[여기는 가고일, 확인 완료.]


[여기는 그리핀, 확인 완료.]


“요크 편대, 적 전함들을 뇌격하는 척하면서 비행해라, 대공포 회피에 집중하고 채프와 플레어를 아끼지 말되 탄약은 최대한 아껴라.”


[여기는 야타가라스, 확인 완료. 시체황제 앞에서 했던 에어쇼보다 더 긴장되는군.]


분노의 심연은 로미오, 위스키 편대에게 맡긴다. 나머지 전함들은 야타가라스가 이끄는 요크 편대가 최대한 묶어둬야 한다. 이제 남은 것은 요격기들이다.


“탱고 편대, 들리는가?”


[여기는 탱고 2, 대신 편대 리더에게 전하겠다.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지에서 아찔한 회피기동을 하는 썬더버드와는 대조적으로 그림자와 스텔스로 기체를 숨긴 채 후방에서 상황을 관망하는 가루다가 대신 대답했다.


“현재 전투 공역에 적기는 258기, 아직 이륙하지 못한 적기는 240기로 추측된다. 탱고 편대, 적극적으로 교전을 걸어라, 죽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적기의 이목을 끌도록.”


[여기는 가루다, 확인 완료, 봉황, 좀 더 까불거리지 그러나? 평소랑 너무 다르니 어색하다.]


“가루다,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다. 그리고 유언이 있다면 지금 얘기해라. 전투가 끝나면 세상에서 제일 편한 곳에서 전투 같지도 않은 전투하고 앉아있는 망할 새대가리한테 꼭 전해줄 테니까!”


[그만해라, 우리는 공중전이 재밌으니까 온 거잖아.]


가루다는 그 말을 끝으로 속도를 높여 전투 공역으로 날았다. 그의 기체는 스텔스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다크윙 패턴 스톰이글이기에 아무도 그를 눈치챌 수 없었다. 조용히 접근을 끝낸 가루다의 스톰버드는 사방에 미사일을 흩뿌렸다.


그 순간 레이더가 깨끗해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아오는 피할 수 없는 미사일에 적기들이 혼비백산하다 대거 격추되는 광경을 보며 가루다는 희열을 느꼈다. 그래, 이런 재미로 공중전 하는 거지. 은하에서 제일 비열한 파일럿은 크게 웃으며 전장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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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 도착한 가루다는 절대 무리하지 않았다. 첫 사격으로 적기를 수십기 가량 격추하였다는 것은 그가 적들의 이목을 끌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가루다는 자신의 리더인 썬더버드를 지원할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며 적기의 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비행하고 있었다.


“탱고 2가 리더에게 알린다. 최대한 적극적으로 싸움을 걸어서 이목을 끌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썬더버드는 동료와 통신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파일럿이었다. 그녀가 즐겨듣는 빠른 템포의 테크노 음악을 배경음으로 성질을 주체하지 못해 짜증 내는 목소리가 가루다에게 대답했다.


[-여긴 탱고 1, 그럼 윙맨은 뒤에서 입 닥치고 리더 지원이나 해.]


“확인 완료, 후방에서 지원하겠다.”


통신을 끝낸 가루다는 한숨을 쉬었다.


“...썅년이, 말 좀 곱게할 것이지.”


평소에도 썬더버드의 성격은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콕핏에 앉으면 그녀의 성격은 더 나빠졌다. 그저 통신만 해도 성질을 내며 언제나 동료를 화나게 만드는 그녀의 말투는 혈육인 가루다마저 질리게 했다, 그렇기에 뛰어난 실력과 더불어 그녀의 성격을 참아줄 수 있는 가루다가 아니라면 그녀의 윙맨을 할 파일럿은 없었다.


[여긴 AWACS 봉황, 탱고 1을 향해 정면으로 적기 6기 접근 중!]


깨끗해진 레이더의 화면은 물고기 먹이를 뿌린 연못 수면처럼 어지러워졌다. 썬더버드는 충실히 위에서 내려온 지시를 따라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며 적기들을 도발했고, 로미오와 위스키 편대를 쫓던 요격기들은 썬더버드로 표적을 바꿨다.


지금 접근한 적기들은 퓨리 요격기들이었다. 라스캐논 몇 발 정도는 충분히 견디는 튼튼한 장갑을 믿고 썬더버드를 헤드온으로 잡을 생각이었다. 적기를 확인하고 가루다는 자신의 스톰이글의 노즈 램프를 열었고, 거대한 쌍열 포신이 기체 내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폭이 좁고 긴 직사각형 꼴의 그 포신은 제국군과 반역파에서 쓰이는 그 어떤 무기와도 닮지 않았다. 그리고 포신 끝에서 하늘빛 섬광이 터져 나오며, 레이저 같은 곧은 빛살이 하늘을 갈랐다.


[오르간 1, 2 격추됨!]


빛살이 퓨리 요격기의 보이드 쉴드를 꿰뚫고 콕핏을 직격했다. 빔병기보다 더 먼 사거리에서 실탄병기보다 더 빠른 탄속,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격에 퓨리 요격기 편대는 패닉에 빠졌다.


[여긴 AWACS 로자리오, 오르간 편대, 대체 뭐에 격추당한 거냐?!]


[확인할 수 없습니다!]


“타우 스승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미사일 많이 아낍니다.”


가루다가 발사한 것은 타우가 발명한 무기, 레일건이었다. 그는 부대원들과 함께 지난 수십 년 동안 길리먼의 명을 따라 마크라그에서 타우의 에이스 파일럿들과 여러 번 전투했다. 인류제국, 카오스의 에이스들보다 더 뛰어난 타우 에이스들은 지금까지 그가 만났던 그 어떤 적들보다 뛰어난 적이었으며 동시에 자신을 강하게 만든 스승이기도 했다.


가루다가 그들에게서 배워온 것 중 제일 큰 것은 공중전에서의 레일건 사격이었다. 탄을 흩뿌려서 명중하기를 기도하는 오토캐논, 위력은 좋으나 사거리가 짧은 라스캐논과는 달리 긴 사거리와 단 한 발로 적기를 격추할 수 있는 파괴력을 동시에 가진 레일건은 공중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가루다의 저격이 시작된 순간, 카디아의 공중전은 똑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썬더버드가 전함의 탄막을 피하면서 요격기들에게 접근하여 도발하고, 그들을 꼬리에 문채 곡예비행을 하면 뒤에 숨어있는 가루다가 레일건과 미사일로 적기들을 저격했다. 격추할 수 없는 썬더버드와 피할 수 없는 가루다. 두 파일럿의 편대 비행은 제국군 파일럿들을 계속해서 똑같은 행동을 하도록 만들어 똑같은 죽음을 맞이하게 하였다.


[탱고 2, 1시 30분 방향에서 적기 8기 포착됨, 4기는 라이트닝, 4기는 썬더호크. 라이트닝은 고고도, 썬더호크는 저고도로 비행중! 너를 노리고 있다!]


임페리얼 네이비의 퓨리 요격기들이 절반 가까이 격추되자 드디어 새로운 적들이 나타났다. 시스터 오브 배틀과 스페이스 마린 파일럿들이었고, 이쪽은 지금까지 만난 적들보다 조금 더 까다로운 적이었다. 판단도 나쁘지 않았다. 가루다에게 1시 30분 방향은 썬더버드가 싸우는 7시 방향과 정반대였고 이는 가루다가 저 적기들과 싸우면 리더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확인 완료, 편대 이름은?”


[성가대 편대, 저번 블랙 크루세이드에서 울트라마린 탈라사르 편대를 절반 격추한 녀석들이다.]


가루다의 기억에 탈라사르 편대라면 다크 엔젤의 레이븐 윙, 화이트 스카나 스페이스 울프의 에이스 파일럿들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하지만 울트라마린 순혈 파일럿들 치고는 꽤 훌륭한 녀석들이었다. 이거 조금 힘들겠군, 가루다는 인상을 찌푸리며 봉황에게 응답했다.


“확인 완료.”


응답하기 무섭게 적기의 접근을 알리는 알림음이 시끄럽게 울려왔고, 레이더로 보아 앞으로 전투까지는 1분이 채 남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가루다는 리더의 판단을 묻기로 했다.


“탱고 2, 리더에게 알린다. 지금 이쪽을 공격하러 적기 8기 출현, 어떻게 하겠는가?”


“여긴 탱고 1, 알아서 거기서 끊어.”


“리더, 지원은 없나?”


“이쪽으로는 적기 34기 접근 중, 별거 아닌 거 가지고 징징거리지 마.”


“...알겠다.”


썬더버드와의 통신을 끝내기가 무섭게 갈 보르박의 문장이 그려진 썬더호크와, 장미를 휘감은 창이 그려진 라이트닝이 레이더에 포착되었다. 동시에 가루다의 헬멧에서 적의 무전이 들려왔다.


[불신자, 나는 성전군 제 3 혼성 비행대 산타페 대장, 루크레티아다. 가루다, 네 별명답게 손녀 치마폭 뒤에 숨어서 쥐새끼처럼 싸우고 앉아있군. 혹시 네 애미가 널 임신했을 때 양수에 부동액이라도 탔나?]


마치 오페라의 프리마돈나같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말하는 천박한 도발에 가루다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하긴, 공중전은 이런 도발이 있어야 재미있지. 가루다는 낄낄거리며 이 루크레티아라는 당돌한 수녀의 도발을 되받아쳤다.


“어우, 여사님. 너무 기가 세신데요. 혹시 남편분은 안녕하십니까? 제가 여사님 남편이었다면 신혼 첫날밤에 쥐어짜이고 난 다음 무서워서 목메고 황천으로 튀었을 거 같은데 말입니다.”


[늙어빠진 주제에 혓바닥 놀리는 솜씨 하나는 일품이군, 네 머리를 따서 그 팔팔한 혓바닥을 뽑아 실컷 자위해주마. 성가대 편대, 에워싸!]


썬더호크와 라이트닝으로 구성된 편대는 두터운 장갑과 강력한 화력으로 헤드온에서 강력한 썬더호크를 중심에 세워두고, 선회력이 좋은 라이트닝이 근접전으로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 양 측면으로 빠졌다. 이는 라이오넬 헤러시 시기 정립된 낡은 전술이지만 여전히 효과적이었다.


“자, 성가대 편대, 여기서 문제. 내가 쏘는 미사일은 뭘까? 비례항법? 근접신관?”


하지만 가루다는 이 전술을 파훼하는 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정면에서 다가오는 썬더호크 4기를 향해 가루다는 미사일을 4발 쏜 뒤 기수를 급격히 치켜올리며 고도를 높였다. 찰나와 같은 시간, 미사일의 궤적을 보고 종류를 확인한 루크레티아는 편대원들에게 소리쳤다.


[비례항법이다! 피할 수 있는 미사일이 아니니까 모두 플레어 터트려!]


[여긴 성가대 2, 성가대 5, 6, 7, 8 격추됨!]


썬더호크들은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일제히 플레어를 터트렸으나 미사일들은 플레어에 속지 않고 정확히 썬더호크의 콕핏을 뚫고 폭발했다. 처음 보는 미사일에 경악한 루크레티아에게 가루다는 무전을 날렸다.


“전부 오답이다. 고관통탄, 락온 없이. 이게 정답이다.”


애초에 레이더로 유도되는 것이 아니라서 피할 방법은 없었다. 가루다는 적기가 어떻게 움직일지 정확히 예측해서 미사일의 비행 궤도를 직접 짜서 채프와 플레어로 속일 수 없는 미사일을 쐈다.


남은 적기는 4기, 썬더호크가 공격을 받아내며 벌어준 시간을 편대원들은 낭비하지 않았다. 라이트닝들은 2기씩 조를 짜 한쪽은 아래로, 한쪽은 위로 튀어 나갔다. 선회전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가루다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자신의 꼬리를 무는 적들을 흘끗 바라보았다.


멍청하게 장갑을 믿고 헤드온에 집중하는 아스타르테스들보다 저 시스터 오브 배틀들의 기동이 더 나았다. 피지컬도, 경험도 조금 부족하지만 적극적으로 회피를 하며 싸우려는 자세는 가루다를 크게 압박하고 있었다. 그리고 낮은 고도에서 요격기와 전함의 잔해 사이로 숨어다니며 가루다에게 미사일을 쏘려는 라이트닝들은 무턱대고 가루다가 속도를 낮출 수 없게 만들었다.


가루다는 일단 아래쪽 라이트닝부터 잡기로 결정했다. 그는 속도를 높이며 강하하고 퓨리 요격기의 잔해 뒤에 숨어있는 라이트닝들에게 미사일을 쏘았다. 타겟이 된 라이트닝들은 호를 그리며 엄폐물을 넘어오려는 기세의 미사일들을 상대로 급상승 하여 미사일을 피하려 하였으나, 그 순간 곡선적인 비행에서 직선적인 비행으로 궤도를 바꾼 미사일에 정확히 명중하여 격추당했다.


[황제 폐하의 이름으로, 이제 뒈져라!]


[가루다! 적기가 데드 식스를 잡았다! 빨리 떨궈!]


루크레티아와 봉황의 외침이 동시에 들려왔다. 드디어 가루다를 쫓아오던 루크레티아와 그녀의 윙맨이 6시를 잡는데 성공한 것이다. 가루다의 스톰이글은 속도가 붙어서 바로 선회하기 어렵고 루크레티아와 그녀의 윙맨은 한 뼘만 더 날면 라스캐논을 그에게 퍼부을 수 있었다.


“루크레티아, 데드 식스 잡고 안심했나?”


[여긴 AWACS 로자리오, 적기가 후방으로 미사일을 쐈다!]


그 한 뼘이 좁혀지기 직전 가루다의 무전이 루크레티아에게 들려오며 동시에 그가 등 뒤로 쏜 미사일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루크레티아와 그녀의 윙맨은 급히 회피 기동을 시도했지만 미사일을 피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먼저 죽은 것은 그녀의 윙맨이었다. 공포에 질린 비명소리가 무전으로 들려오다 폭발음과 함께 멎어들었고, 이제 자신에게 미사일이 명중할 차례였다. 도저히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루크레티아는 분을 삼키고 탈출 버튼을 눌러 텔레포트로 탈출했다.


성가대 편대가 모두 격추되자 가루다를 쫓아오는 적은 아무도 없었다. 그제서야 한숨을 돌린 가루다는 시계를 확인했다.


“저 굼벵이 새끼들, 그래도 쏘긴 쏘는군.”


마침내 레이븐 가드 주력 함대의 포격이 시작되었다. 악마가 들린 재밍 포탄이 공역의 레이더를 차례로 먹통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이제 썬더버드가 본격적으로 격추에 집중할 때가 되었다.


[여긴 AWACS 봉황, 탱고 편대, 공역에 지원 포격이 시작되었다. 지금부터는 교전 규모를 키우지 말고, 교전 중인 적기 격추에 집중해라!]


“여긴 탱고 2, 확인 완료. 리더, 들었나? 지금부턴 따라오는 적기들을 격추해라!”


드디어 썬더버드에게 가해지는 숨 막히는 압박이 약해졌다. 이에 그녀는 격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먼저 썬더버드는 노즈에 장착된 멀티 레이저를 조사하며 코브라가 머리를 치켜들 듯 급상승했다. 마치 검을 휘둘러 날아오는 표적을 베어내듯, 빛의 참격이 된 멀티 레이저가 그녀에게 날아오는 미사일들을 전부 절단하여 폭파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썬더버드의 기동은 마치 모기와 여치를 섞어놓은 것 같았다. 모기처럼 레이저와 미사일이 닿을 듯하면서도 결국 닿지 않고, 공중에서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길을 찾아 기괴한 각도로 진로를 꺾어가며 기동한다. 그러다가 속도를 높여야 할 때는 마치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 먹이를 물어뜯는 여치처럼 전조 없이 급격히 속도를 높이며 적기의 6시를 잡았다.


기본적으로 썬더버드는 그 어떤 파일럿보다 예측력이 뛰어났다. 아스타르테스의 뉴런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정확한 예측을 사이커들의 예언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하여 자신과 싸우는 모든 적기들의 움직임을 몇 수 앞서서 계산한다.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단 하나, 아스타르테스처럼 높은 G를 견디기 위한 육체뿐이었고 그 문제는 그녀에게 걸린 바이오맨시 사이킥으로 해결되었다.


그 다음은 이론에서나 가능한 기동을 실전에서 가져오는 것이었다. 썬더볼트 전투기의 꼬리에 달린 추력편향엔진의 방향을 미친 듯이 틀고, 양 날개에 달린 터보팬 엔진의 출력을 죽였다 살리며 적의 6시를 잡아 격추했다.


일방적인 학살, 어설픈 반역자들을 격추하고 나서 스스로가 에이스라 자신감에 가득 찼던 로가의 아들들은 공포에 빠졌다. 어느 고도에 있건 어느 방향에 있건, 그녀가 죽이기로 마음먹은 자들은 순식간에 죽었기 때문이다.


[여긴 AWACS 로자리오, 칸타타 편대는 선회전으로, 오라토리오 편대는 고고도에서 일격이탈로 적 에이스를 격추해라!]


[여긴 칸타타 1, 확인 완료. 두려워 마라, 형제들이여! 황제 폐하께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다!]


[여긴 오라토리오 1, 확인 완료. 먼저 떠난 형제들의 영전에 저 마녀의 목을 바치겠다.]


칸타타 편대는 그녀가 탄 썬더버드를 선회전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스톰호크 인터셉터로 구성되었으며, 오라토리오 편대는 튼튼한 장갑과 많은 무장이 장착된 썬더호크 건쉽이었다. 8기로 구성된 칸타타 편대가 호기롭게 그녀를 향해 사방에서 날아들었고 4기로 구성된 오라토리오 편대는 고고도에서 그녀에게 집중 사격을 가하기 위한 위치로 움직였다.


썬더버드는 사방에서 날아드는 칸타타 편대에게 4발의 미사일을 흩뿌렸다. 칸타타 편대는 플레어와 채프를 흩뿌리며 회피 기동을 하였으나 그것이 그녀가 노린 것이었다. 회피 기동을 하다가 일직선으로 기체들이 모이는 그 순간, 썬더버드는 레일건을 쏘았고 단 한 발의 탄두가 4기의 기체를 꿰뚫었다.


그 사이 6시를 잡은 살아남은 칸타타 편대가 일제히 미사일을 발사했다. 정확히 락온을 걸고 쏜 비례항법 미사일, 절대 빗나가지 않으리라. 하지만 썬더버드는 가소롭다는 듯 콧웃음치듯 노즈를 흔들고 멀티 레이저를 발사하며 제자리에서 종방향으로 360도 회전했다. 날아오는 미사일들은 붉은 레이저에 닿아 전부 폭파당했고, 포연 사이로 하늘색 섬광이 번뜩이자 후방을 잡은 적기들은 레일건에 적중당해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격추되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오라토리오 편대의 편대장은 형제들을 위해 반드시 복수하리라 다짐하였으나, 360도 회전을 하며 엔진의 속도를 높이며 에너지를 모았던 썬더버드는, 마치 여치가 뛰어오르듯 제자리에서 빠르게 튀어 나갔다. 전조 없는 그 급상승은 오라토리오 편대의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첫 번째 타겟은 편대장으로 그는 경악한 표정을 지은 채로 썬더버드의 레일건에 콕핏이 직격당해 죽었다.


이렇게 리더가 적 편대를 휘저었으니 혼비백산한 잔당들은 윙맨의 사냥감이었다. 가루다는 씨익 웃으며 적기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피할 수 없는 미사일들을 쏘았다. 오라토리오 편대는 썬더버드를 향해 사격할 새도 없이 가루다에게 전부 격추당했다.


썬더버드와 가루다를 지켜보던 제국의 파일럿들은 이제 죽음을 받아들였다.


--


한 워드 베어러 전함의 함교 내부, 이 곳은 짙은 어둠으로 뒤덮여 그 어떤 형체도 볼 수 없었다. 평소라면 소음을 토해내며 작동하는 기계들도 작동을 멈춰 적막이 맴돌았다. 빛도, 소음도 없는 공간. 오직 이 곳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은 후각, 무겁게 깔린 짙은 혈향뿐이었다.


시간의 흐름조차 느끼기 어려워 언제까지고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어둠 속, 희미한 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들리는가?... 생존자는...응...답...]


“로가 아우렐리안.”


어둠 속에서 노이즈 낀 목소리가 응답했다.


[...코락스인가?...]


“그렇다.”


[...악마여, 이번 전쟁에서 네가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악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손톱을 뻗어 현실의 장막을 찢고 워프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어둠이 걷혀 전함의 함교를 조명들이 비췄고, 사방에 널브러진 아스타르테스와 수녀의 시체가 빛을 받아 드러났다.


--


[-AWACS에게 알린다. 내가 동지들과 함께 대다수의 함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확인을 요한다.]


“여기는 AWACS 봉황, 확인 완료.”


노이즈가 낀 목소리의 무전이 들려오고, 전함들을 가린 그림자가 걷히자 봉황은 전황을 확인하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코락스, 저 쳐죽일 새대가리가 정말로 이걸 해낼 줄이야.


가루다 교육 비행대의 파일럿들이 이를 악물고 분전하던 사이 코락스와 레이븐 가드의 베테랑들은 그 어느 때 보다 영웅적인 활약을 했다. 그들은 워프를 타고 계속해서 전함 내부로 파고들어 수천에서 수만에 달하는 적을 도륙하고 전함들을 침묵시켰다.


워드 베어러측도 승선 전투에서 레이븐 가드가 압도적으로 강한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승선 전투에서 총 5대 1의 극단적인 교환비가 나올 것을 예측하고 병력을 배치하였으나 그것마저 지나친 낙관이었음이 이번 전투의 결과로 나타났다.


수십대의 전함이 승선 전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침묵에 빠졌다. 로가의 아들들과 신실한 수녀들의 그 어떤 저항도 그림자 속의 까마귀들을 멈출 수는 없었다. 이제 워드 베어러 중앙 함대에는 제일 강력한 보이드 쉴드와 황제교의 성물들로 보호받아 텔레포트로 침입할 수 없는 소수의 대형함만 남아있었다.


그럼에도 아직 방심하기는 일렀다. 중앙 함대의 기함인 분노의 심연은 과장을 조금 보탠다면 혼자서도 레이븐 가드의 전함 전체와 싸울 수도 있는 괴물이었고, 거기에 워드 베어러의 좌익과 우익 함대에 더해 후방의 예비 함대까지 가세한다면 레이븐 가드는 영웅적인 활약에도 불구하고 패배할 상황이다.


다행히 항상 불운만 있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봉황은 지원군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레이더를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여기는 슈발베, 시에라 편대가 전투 공역에 도착했다. 여기서 살아남을 줄 몰랐다. 너희가 최고다!]


[여기는 강철이, 킬로 편대가 전투 공역에 도착했다. 내 동생, 오랜만이다!]


“젠장, 형, 더럽게 늦었어!”


슈발베와 강철이, 대성전과 헤러시 시절 레이븐 가드 최고의 에이스인 야타가라스, 가루다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레이븐 가드의 에이스들이 편대를 이끌고 전투 공역에 도착한 것이다. 봉황은 수천년 만에 만난 그의 형, 강철이의 목소리를 듣고 눈물을 살짝 흘렸다.


하지만 그는 눈물은 다 끝나고 나서 닦기로 했다. 봉황은 남아있는 파일럿들에게 이번 전투의 승패를 결정지을 지시를 내렸다.


“로미오 편대, 위스키 편대, 시에라 편대, 킬로 편대. 모두 분노의 심연 아래로 파고들어서, 보이드 쉴드 가까이 간 다음 볼텍스 미사일을 쏴! 보이드 쉴드 발전기를 과열시켜야한다!”


로미오 편대, 위스키 편대는 절반 가까이 죽었다. 이들로는 역부족이지만 시에라 편대, 킬로 편대가 합세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봉황은 그의 형이 장난끼 넘치는 성격만큼이나 그 실력이 확실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지시를 따라 레이븐 가드의 뇌격기들은 분노의 심연 아래로 비행을 시작했다. 이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분노의 심연의 약점은 철저히 함대함 전투를 중시하고 설계되어 뇌격, 특히 하단의 뇌격에 취약하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것은 다음이었다.


“상부 함교 뇌격은 요크 편대에게 맡긴다. 요크 편대, 보이드 쉴드가 꺼지면 볼텍스 미사일을 정확히 지휘소에 쏴! 야타가라스, 믿는다!”


하부을 공격해서 보이드 쉴드 발전기를 과열시킨 다음 정확히 전함 상부의 함교에 볼텍스 미사일을 쏴서 더 이상 전투를 지속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결정타를 맡는 것은 야타가라스였다.


그는 놀랍게도 전함들의 대공포화를 받아내는 미끼 역할을 맡았음에도 8명의 편대원 중 단 한 명도 잃지 않았다. 그가 이끄는 편대라면 충분히 믿고 맡길 수 있다.


[여기는 야타가라스, 확인 완료. 지시를 따르겠다.]


봉황의 지령이 떨어지자 흑색의 시폰 요격기에 탄 야타가라스는 편대원들과 통신을 시작했다.


“여긴 요크 1, 요크 편대원들에게 지시한다. 지금부터 나를 따라 분노의 심연을 뇌격한다.”


[요크 2부터 요크 8까지, 모두 지시를 확인했다.]


야타가라스의 시폰을 향해 7대의 헬 탈론이 날아왔다. 그들이 뇌격을 위한 진형을 갖추는 사이 야타가라스는 목을 가다듬고 편대원들에게 말했다.


“여긴 요크 1, 편대원들에게 말한다. 다들 나를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


요크 편대가 진형을 갖추었다. 그들이 분노의 심연을 향해 날아가는 사이 야타가라스는 편대원들에게 말했다.


“실패해도 좋다. 긴장하지 말고 조금만 더 나를 따라와라, 그렇다면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


요크 편대원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야타가라스는 그들의 침묵에서 그 어떤 말보다 깊은 진심을 느꼈다.


[여긴 AWACS 봉황, 보이드 쉴드 발전기가 정지했다!]


분노의 심연을 에워싼 옅은 청색의 아우라가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군데군데 깨져나간 유리처럼 균열이 나타났고, 균열이 쉴드 전체로 퍼져나가자 검푸른 섬광이 번뜩이고 쉴드가 사라졌다. 야타가라스는 큰 소리로 외쳤다.


“확인 완료. 요크 편대, 수평 뇌격으로 간다!”


급강하 뇌격으로 빠르게 미사일을 쏘고 이탈하는 뇌격으로는 지휘부를 둘러쳐서 설치한 대공포탑에 걸려서 죽을 수 밖에 없다. 단 한 번의 뇌격으로 정확히 목표를 타격하기 위해서는 분노의 심연의 상부 구조물 사이를 비행하며 대공포화를 피해 지휘부까지 가야 했다.


야타가라스는 대도시같은 구조물들 사이로 뛰어들었고 요크 편대도 주저하지 않고 편대장을 따라 비행했다. 지휘부 주변에 설치된 라스캐논 배터리들이 이리저리 회전하며 야타가라스와 그의 편대원들을 노려서 쏘려고 했으나 절묘하게 구조물 사이로 숨는 그들을 격추하기는커녕 구조물만 부술 뿐이었다.


야타가라스는 절대 조급하게 비행하지 않았다. 그는 마치 대공포탑들을 놀리듯 사각에 들어갔다가 사격이 시작되면 숨는 것을 반복했다. 도대체 무엇을 노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그의 비행에 의아함을 느끼고 대공포탑은 사격을 중지하였으나, 이미 그때는 늦었다.


“지금이다. 미사일 쏴!”


야타가라스가 그동안 노린 것은 대공포탑이 구조물을 꿰뚫은 그 틈 사이로 미사일을 쏜다는 것이었다. 대공포탑의 사격에 관통된 구조물 사이로 볼텍스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이 날아와 함교를 직격 하였고, 첫 번째 미사일이 명중하자 곧이어 수많은 볼텍스 미사일이 날아들었다.


우주에서도 들을 수 있는 섬뜩한 귀곡성이 울려 퍼지며, 미사일이 폭발한 곳에서 자줏빛 워프가 현실의 벽을 찢고 흘러나와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덜 마른 물감 위에 물을 뿌려버린 것과 흡사하게 워프에 닿은 것들은 지워지고, 덜 지워진 것들은 이리저리 뒤섞였다.


“여기는 요크 1, 작전은 성공했다. 복귀한다.”


야타가라스와 그의 편대원들은 현실과 워프가 어지러이 뒤섞인 소용돌이를 뒤로 하고 그들의 둥지로 날았다. 편대원은 모두 여덟, 한 명도 죽지 않았다. 야타가라스는 그들에게 약속을 지켰다.


--


아무래도 가루다 교육 비행대가 공식 스펙이랑 캐릭터들 탑승기 무장이 많이 다른데 (레일건만 봐도...) 애들이 기체 개조를 자기 맘대로 막 한 편임. 대충 요약하면 이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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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썬더버드의 썬더볼트 : 지상공격용 폭탄 무장창 싹 제거함, 미사일은 8개 장착. 동체 중심선 라스캐논과 오토캐논을 죄다 떼어내고 소구경 레일건 2개와 멀티 레이저 2개 장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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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루다의 스톰이글 : 레이븐 가드 전용 병종인 다크윙 패턴 스톰이글, 원래 지상공격 중심으로 운영된 기체고, 건쉽이라서 병력 수송칸도 있음. 이걸 다 빼버리고 철저히 공중전용으로 세팅했음. 수송용 장비를 싹 철거해서 동체 내부에 대구경 레일건 2개를 설치하고 램프와 노즈를 적당히 개조해서 원래는 노즈부분 헤비볼터가 나갈 부분에서 램프를 열고 레일건이 나가게 만듬. + 라스캐논 전부 철거하고, 미사일 런처 추가 증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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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 탈론 : 원래는 3명이나 타는 전투기인데, 얘네가 쓰는 건 단좌형으로 개조한 헬 탈론이라고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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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타가라스의 시폰 인터셉터 : 이건 별다른 개수가 없음, 그냥 오리지날판 그대로 쓴다고 보면 될 듯.


- 봉황의 썬더호크 : 조기경보기로 쓸 목적으로 개조했으니 수송쪽 파츠는 다 철거하고 레이더, 스텔스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림.


오랜만에 글 쓰다보니 잘 쓰일까, 재밌게 쓸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일단 잘 써진건 딱히 아닌거 같은데 불만은 없음.


생각보다 여기 나온 장면들 생각하고 쓰는게 엄청 재밌었음 ㅋㅋㅋ... 4만식 공중전에 뛰어난 파일럿들 있으면 아마 이런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아이디어들 많이 생각했고, 뭐 잘 쓴건 아닌거 같은데 아이디어는 꽤 재밌어가지고 쓰면서 재미 없던적이 없었던거 같다


썬더버드랑 가루다 콤비도 쓰면서도 되게 재밌게 느꼈던 애들이었음. 이런 콤비 있으면 항상 재밌을거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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