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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메카니쿰: 3.04 (4) - [기계여 치유될지어다]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8.17 11: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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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아는 살인 병기가 자신들을 향해 굴러 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 육중한 무게로 바위를 깔아 뭉개 부수며, 포완들은 사격할 준비를 갖추고 목표를 포착 중에 있었다. 커다란 회전 포대의 총신이 윙윙거리며, 다시 한 번 사격하기 위해 회전했다. 쉭쉭거리는 가스가 어깨 부분에 달린 플라즈마 캐논에서 뿜어져 나왔다.


 달리아는 노란색으로 빛나는 센서 전구들로부터 자신을 향한 기계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정신을 빠르게 돌려 보는 것만으로, 달리아는 저것을 두 번 속일 수는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저놈이 우릴 어떻게 찾아낸 거지?!" 자우체가 외쳤다.


 "터널 속에서 우리의 생체 정보들을 읽어 낸 걸 거예요!" 달리아도 외쳤다. "결국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여기까지 저흴 쫓아온 거죠!"


 "우릴 어떻게 찾았는지가 무슨 상관인가?!" 로-뮤 31이 고함을 쳤다. 그리고는 무기-장대를 들어 사격하며, 자신들이 걸어온 방향으로 달리아를 도로 내던졌다. "도망쳐! 동굴 안으로 되돌아가라! 동굴 안까지 쫓아오진 못할 거야!"


 달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우체의 손을 잡고 동굴 입구로 달려갔다.


 "이전에 했던 것처럼 해봐!" 자우체가 외쳤다. "녀석이 우리가 여기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라고!"


 "못 해요." 달리아가 달음박질하며 헐떡였다. "장치가 제가 한 일을 학습하고, 제가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 못하도록 정신 구조를 진화시켰어요."


 그리고 달리아는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려, 카반 장치의 등 뒤에서 금속 촉수들이 홱 솟아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엎드려!" 로-뮤 31이 달리아와 자우체를 바닥으로 끌어당기며 외쳤다.


 세 사람은 바닥에 세게 넘어져 뒹굴었고, 그대로 고대의 시냇물에 의해 갈라진 얕은 도랑 안으로 떨어졌다. 레이저 포화가 나지막히 포효하며, 골짜기 바닥에 번들거리는 고랑들을 파냈다.


 날카로운 바위 파편 하나가 뺨을 스치고 날아가자, 자우체는 비명을 질렀다.


 달리아는 구슬피 눈물을 흘리며, 다시 한 번 쏟아진 포격이 순식간에 자신들을 끝장내기를 기다렸다.


 귀가 먹먹하도록 울린 소사(掃射) 소리가 협곡 벽을 타고 메아리치자, 달리아는 겁에 질려 몸을 둥글게 움츠렸다. 이내 다시 한 번 우레 같은 사격 소리가 폭포 소리처럼 이어지고, 달리아는 그 사격이 자신들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


 "믿을 수가 없군." 로-뮤 31이 탄성을 내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달리아는 고개를 들어, 청동 가면 뒤에서 녹색으로 빛나는 로-뮤 31의 눈이 놀라움으로 밝게 번쩍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달리아는 한쪽 팔꿈치로 바닥을 짚고 일어서,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들의 연약한 엄폐물 가장자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너머를 바라봤다.


 카반 장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 형체는 타오르는 에너지 불꽃에 휩싸여 있었다. 놈의 보이드 실드들이 비명을 지르며 그 형태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리고 카반 장치를 향해, 코발트 블루 색의 갑옷을 입고 바퀴와 번갯줄기 문장을 견갑에 새긴 영광스러운 전쟁 병기 2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타라니스의 기사들이다!" 로-뮤 31이 외쳤다.


.

.

.

.


 적성 병기가 자신의 사격에 맞아 비틀거리는 모습을 본 마벤의 심장은 야만적이고도 원시적인 기쁨으로 두근거렸다. 크로누스 역시 적을 명중시켰고, 자신들이 마침내 사냥감을 찾아냈음을 안 에퀴토스 벨룸의 매니폴드가 밝게 빛났다. 자동 장전 장치들이 덜컹거리며 팔에 장착된 대포에 더 많은 탄환을 장전시켰다. 오른손으로는 4미터 길이의 전쟁 검을 뽑아들며 열기가 증가하는 것을 느꼈다.


 적성 기계는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 땅딸막하고 흉물스러운 모습이었다. 죽음과 파괴를 일으키는 둥그런 병기가, 일렁이는 보이드 실드 뒤에 숨어 있었다. 어슴푸레 빛나는 어스펙스 필드를 통해 마벤은 놈의 에너지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놈의 센서 장치의 누런 전구 뒷편에 도사리고 있는 차갑고 이질적인 지성과 눈이 마주쳤다. 놈이 사격을 멈추고, 그에게로 방향을 돌렸다.


 작은 무리의 사람들이 갈라진 도랑 안에 들어가 적성 병기의 사격으로부터 숨어 있었다. 붉은 망토를 걸친 수호자와 세 명의 사람들이었다. 누군지는 알지 못했지만, 이 병기가 그들의 죽음을 바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벤이 그들을 지킬 이유로는 충분했다.


 "오른쪽으로 돌게." 마벤이 복스를 통해 크로누스에게 말했다. "사전에 계획한 대로 잡자고."


 크로누스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팍스 모르티스가 층계같이 울퉁불퉁한 바위 골짜기 안을 껑충껑충 뛰며 외피를 바닥에 낮게 숙이고, 두 포완은 앞으로 내밀었다. 마벤은 기체의 고삐를 왼쪽으로 당긴 뒤, 다시 한 번 연달은 포격을 적성 병기에게 쏟아부었다.


 다시 한 번 적의 보이드 실드가 충격음을 연주하고, 마벤은 자신의 기체가 기뻐 날뛰는 감각이 아드레날린 주사를 맞은 것처럼 전신을 맴도는 것을 느꼈다. 에퀴토스 벨룸은 본래부터 싸움을 즐기는 편이었지만, 숙적에게 반격을 가하는 그 감각이란 마벤이 지금껏 경험해 본 그 어떤 것보다도 더 끝내주는 기분이었다.


 기체를 지면 가까이 몰며, 마벤은 적성 병기가 자신에게 가한 사격이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열기를 느꼈다. 마벤은 골짜기 저 멀찍이서부터 보였던, 지면 위로 노출된 단단한 바위로 향하고 있었다. 본능적인 전투 감각이 주변 인식을 마치고, 전술적 상황에 대한 직감이 흠없이 흘러 들어왔다. 그리고 마벤은 갑작스럽게 조종대를 뒤로 당기며, 미끄러지듯 기체를 정지시켰다. 한쪽 다리가 갑작스러운 경로 변경으로 옆쪽으로 쭉 밀려났다.


 쏟아진 일제 사격이 노출된 바위를 두들기고, 이내는 무너뜨려, 우렁찬 폭발의 여파로 연기 나는 크레이터만을 남겼다. 마벤은 옆걸음질해 회피한 뒤, 그대로 다시 앞으로 뛰쳐나갔다. 바닥 위를 무작위로 지그재그를 그어 달리며, 일반적인 패턴과 유사한 회피 기술은 의도적으로 피했다.


 적성 병기는 마벤의 위치를 예측하려 했지만, 허공을 찢으며 날아드는 레이저 포화와 소사하듯 쏘아진 탄환들은 허공을 갈랐다.


 마벤은 웃음을 터트렸다. 에퀴토스 벨룸이 그의 손길에 응답하면서 거친 기쁨의 포효성이 터져 나왔다. 에퀴토스 벨룸의 회복된 사지와 상처 입은 심장이, 그와 함께 적과 맞서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마벤은 무작위로 방향을 바꾸며, 자신의 기체가 적성 병기의 이빨 속으로 파고들도록 재촉했다.


 "스타토르 옹이 이 모습을 본다면 내 내장을 꺼내다 갑주 위로 널어 놨겠지." 마벤은 중얼거리며, 자신을 지금처럼 가공할 전사로 만들어 준 수십 년 간의 훈련을 활용하지 않도록, 스스로의 단련된 본능과 맞서 싸웠다.


 적성 병기가 포문을 열었지만, 마벤은 다시 한 번 놈의 사격을 따돌렸다.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과 무작위적인 회피 동작들이 적이 사용하는 모종의 조준 시스템을 혼동시키고 있었다. 마벤은 적이 자신으로부터 물러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놈의 주포가 짐벌형 동체 위에서 회전하며, 마벤이 움직일 방향을 예측하려 하고 있었다.


 두꺼운 촉수에 매달린 포대들이 회전하더니, 타오르는 카고-5 트럭의 잔해를 향해 사격했다. 크로누스는 자신의 나이트를 껑충껑충 몰면서, 급정지와 급출발을 반복하는 패턴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마벤은 형제의 방어막에서 돌아오는 신호의 강도를 통해, 형제의 기체가 이미 여러 발 피격당했음을 알 수 있었다.


 "좀 더 패턴을 뒤섞어, 크로누스!" 마벤이 외쳤다. "놈이 예측할 수 있을 만한 수는 쓰지 마!"


 "입 좀 다물어!" 크로누스가 응수했다. "자넨 항상 규칙을 어기면서 살아왔지만, 내겐 그리 쉽지가 않단 말이야!"


 마벤은 씨익 웃으며, 적성 병기가 자신으로부터 물러나는 모습을 보았다. 놈이 무한궤도 아래로 바위 조각과 자갈을 튀기며, 미친 듯이 협곡 벽 쪽으로 후진하고 있었다.


 마벤은 다시 한 번 사격을 퍼부었다. 절벽에서부터 부서진 바위 파편들이 떨어졌지만, 적성 병기가 한쪽 궤도를 타고 회전하면서 사격은 빗나가고 말았다.


 "빌어먹을." 마벤은 말했다. "놈이 학습하고 있잖아."


 그리고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뒷걸음질치는 순간, 마벤은 자신의 실수를 너무 늦게 깨달아 버렸다.


 타오르는 레이저 탄막이 전방의 방어막을 두들기고, 상체의 방어막 방출기가 폭발하며 비명과 함께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방출된 에너지가 돌풍 같이 역류하며 자신을 채찍질해와, 마벤은 울부짖었다.


 에퀴토스 벨룸이 비틀거리고, 마벤은 그대로 기체의 한쪽 무릎이 굽어지며 주저앉아 버렸다. 다시 한 번 날아든 포화가 외피 장갑의 위쪽 가장자리를 후려치고, 타오르는 통증이 달군 창날처럼 어깨를 관통해 들어왔다. 기체의 몸통을 돌려 아직 방어막이 남아 있는 부분을 적성 병기에게로 향하게 하려 했지만, 그 와중에도 더 많은 포격이 쏟아져 그를 두들겨 댔고, 마벤은 기체의 갑주가 집중 사격 아래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통증을 함께 느꼈다.


 조종석의 강화 유리창이 깨지고,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파편들이 안쪽으로 날아들어 마벤의 얼굴을 찢었다.


 "크로누스!" 또 한 번 피격당해 격렬한 통증이 번개처럼 전신을 내달리자, 마벤은 고함을 질렀다.


 팍스 모르티스가 타오르는 카고-5 트럭의 잔해를 뚫고 뛰쳐 나왔다. 양팔의 병기는 불꽃에 휩싸여 있었다. 눈이 멀듯 눈부신 보이드 불꽃의 폭포와 함께 적성 병기의 모습이 사라지고, 놈의 보이드 실드들이 충격으로 삐걱였다.


 적의 심장에 대체 어떤 종류의 반응로가 달려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놈은 방금의 엄청난 화력을 흡수하면서도 버티고 있었다. 적의 포대가 팍스 모르티스를 향해 돌아가고, 포효성과 함께 포격이 쏟아져 크로누스의 방어막과 허리쪽 갑주를 찢어 버렸다.


 피격당한 나이트가 비틀거리고, 크로누스는 쏜살같이 카고-5 트럭으로부터 뿜어져 나오고 있는 연기의 가림막으로 도피했다. 하지만 적성 병기는 그렇게 뻔한 반응쯤은 이미 예측하고 있었고, 타오르는 플라즈마 탄이 팍스 모르티스의 상부 외피를 때리며 거의 무릎 꿇리기 직전까지 밀어붙였다.


 형제의 나이트가 비틀거리는 모습을 본 마벤은 비명을 질렀지만, 크로누스는 적성 병기가 자신을 끝장내기 전에 앞으로 뛰쳐나가 연기 속으로 숨어 들었다.


 "놈의 보이드 실드가 너무 단단해!" 크로누스가 외쳤다. 복스-링크 너머로도 목소리에 담긴 고통이 뻔하게 전해졌다. "우리가 가진 무기로는 과부하시킬 수 없어!"


 마벤을 돕느라 전우가 위험에 노출되는 결과를 낳기는 했지만, 두 사람의 양면 공격 덕분에 적은 속절없이 두 사람의 장단에 놀아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놈을 쓰러트리려면,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으리라.


 "준비하게!" 마벤이 대꾸했다. "이제 놈을 우리가 원하던 위치까지 몰아세웠어!"


 2기의 적과 마주한 적성 병기는 골짜기 벽면에 등을 대고, 공격받을 수 있는 방향을 최소화하려 했다.


 딱 마벤이 예측한 대로.


 교과서처럼 표준적인 기동이었다.


 마벤은 자동 조준 장치를 끄고는 말했다. "훈련 내용은 줄줄이 꿰고 있겠지만, 네 스스로의 기량은 없겠지." 그리고 다시 한 번 포문을 열었다.


 마벤의 사격은 적성 병기를 조준하는 대신, 그 위쪽의 바위 벽면을 쏘아 부쉈다. 커다란 바위들이 해일을 이루며, 절벽면을 타고 우레 같은 산사태가 되어 떨어져 내려, 적성 병기의 방어막 위쪽 벡터들을 두들겼다. 터지듯 피어나는 빛들이 적성 병기의 위로 물결들을 일으키고, 놈의 보이드 실드는 삐걱이며 비명을 지르면서도, 놀랍게도 버티고 있었다.


 "지금일세, 크로누스!" 큰 소리로 외치며, 마벤은 상처입은 기체를 일으켜, 전투의 살의에 찬 야만적 함성과 함께 적에게로 돌진했다. 그리고 그대로 포문을 열며, 적성 병기의 위쪽 방어막을 두들겼다. 우르릉 포효하며 쏟아져 내리는 바위 산사태 속에서도, 적성 병기는 마벤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는 에퀴토스 벨룸에게로 포신을 돌렸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팍스 모르티스가 연기 속에서부터 나타나, 마벤의 기체가 쏟아내는 포화에 동참했다.


 절벽에서부터 비오듯 쏟아져 내리는 바윗덩이들만으로도 이미 삐걱이고 있던 적성 병기의 방어막 방출기들은, 두 나이트의 집중 사격에 결국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적의 보이드 실드들이 바깥쪽으로 터져나가며 눈부신 충격파를 일으키고, 놈의 등 뒤에서 꿈틀거리던 금속 병기 촉수들이 찢겨져 나가며, 왼쪽 팔도 우렁찬 폭발과 함께 증발해 버렸다. 연기와 에너지 불똥이 부서진 옆구리에서부터 뿜어져 나오고, 센서 전구들은 미친 듯이 깜빡였다. 놈은 자신이 대체 어떻게 다친 것인지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적은 아연실색해 몸을 뒤로 덜컹거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이진수 비명을 내질렀다. 그 비명 소리가 매니폴드를 통해 가르고 들어오며, 마벤의 조종석 안에 설치된 오그미터 여럿을 터트려 버렸다.


 마벤은 피어오르는 바위 먼지 사이를 내달리며, 오랫동안 뒤쫓아온 적의 구형 몸뚱아리가 눈앞에 있는 모습을 바라봤다. 놈은 치명상을 입었지만, 여전히 투지가 남아 있었다. 마벤은 놈에게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전장 4미터에 달하는 전쟁용 검에 에너지를 가득 실어 놈의 전면부를 찔렀다.


 적성 병기가 고통에 찬 이진수로 된 측은한 단말마를 울부짖었지만, 마벤은 놈의 울음소리가 마침내 멎을 때까지 검을 비틀어 쑤셔 넣었다. 결국 놈의 센서 장치에서 불이 꺼졌다.


 격렬한 전투와 고통으로 헐떡이는 숨을 내뱉으며, 마벤은 파괴된 병기로부터 물러섰다. 패배한 적의 껍데기 앞에 서 있으려니, 자신의 사냥에 마무리를 지었다는 압도적인 만족감이 밀려들었다. 정신상흔적 흉터들로부터 느껴지던 통증이 잦아들고, 에퀴토스 벨룸이 느끼는 만족감이 마치 인정을 받은 것처럼 물밀듯 밀려오는 느낌에 마벤은 미소를 지었다.


 나이트를 지금처럼 무시무시한 전쟁 병기로 만들어 준 무언가의 정수가 지친 육신 속을 맴돌며 통증을 덜어 주고, 온몸을 채우며 욱신거리는 팔다리를 따라 밀려들었다.


 너무 뒤늦게, 마벤은 자신의 기체의 영혼이 전면으로 나서는 것을 느꼈다. 고통을 덜어 주던 진통제 연고가, 마치 그가 기체이고 기체가 기수인 것처럼 그를 휘둘러 댔다. 기체의 거칠고도 난폭한 심장이 느껴지고, 매니폴드의 심장부 안에 도사리는 무시무시한 힘이 자신의 팔다리로부터 통제권을 앗아가, 적성 병기의 목표물들이 숨었던 바닥의 균열을 향해 에퀴토스 벨룸의 고개를 돌렸다.


 터져 나간 조종석 유리창 너머로, 마벤은 기계교의 수호자 한 명이 눈이 황금색으로 빛나는 가냘픈 체구의 여인을 이끌고 나아오는 것을 보았다. 수호자의 어깨에 걸쳐진 붉은 망토가 펄럭이고, 손에 들린 무기-장대에는 코리엘 제스의 마방진 문장이 걸려 있었다. 수호자와 여인 뒤에는 바닥에 엎어진 삭발한 수도승 같은 외모의 사내와, 그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로브 차림의 키 작은 남성이 있었다.


 마벤은 팍스 모르티스가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는 묵직한 발소리를 듣고는, 크로누스에게 말을 걸려 했다. 하지만 매니폴드에 담긴 절대적인 힘이 그를 꽉 붙잡고 있었다.


 여인은 상처 입은 나이트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마벤이 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에퀴토스 벨룸이 한쪽 무릎을 꿇고, 그 여인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굳이 보지 않더라도, 전우의 나이트 또한 같은 자세를 취했음을 알 수 있었다.


 여인이 손을 뻗자, 마벤은 따스한 온기가 육신과 강철이 어우러진 자신의 혼성적 존재를 이루는 모든 분자들에 스며들며, 새로운 목적감과 활력으로 자신을 채워 오는 것을 느꼈다. 여인의 손길에 담긴 온기가 기체의 외피를 통해 스며드는 것이 느껴지고, 떨리는 진동이 플라스틸과 세라마이트로 된 장갑 프레임을 따라 퍼져 나가는 감각에 마벤은 헛숨을 들이켰다.


 "기계여, 치유될지어다." 여인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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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상관 구조 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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