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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헬스리치] 2부 19장: 운명 (1)

트루-카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8.15 17: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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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운명



거인이 침묵 속에서 숭배자들 위에 섰다.

그 가죽과 뼈대는 충돌한 난파선에게서 수확한 것이었다. 출생에 기여한 각 기둥, 톱니바퀴, 철탑, 대들보, 장갑판은 다른 것들에게서 빼앗은 것이었다. 거인은 생명이 있는 존재가 아니었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들이 피와 장기를 대신해 그것을 섬겼다. 그들은 신의 형상 속을 타고 다니며, 장갑판을 벽으로 삼고, 강철 뼈대에 매달리고, 둔한 동맥 속 적혈구처럼 움직였다.

거인을 만드는 데 한 달 이상의 시간과 2천 명 이상의 노동자가 들었다. 그것은 삼일 전 하이브 스티지아의 장벽 바깥에서 마침내 깨어났다. 그 헌신적인 신자들은 찬양하며 우렁차게 포효했다.

그 다음, 생애 첫 몇 시간 동안 그것은 하이브 도시를 행성의 얼굴에서 지워버렸다. 스티지아는 중소 규모의 산업 도시로,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나 메카니쿠스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강철 군단과 민병대로 방어되고 있었다. 거인이 깨어난 순간부터 조직화된 제국의 저항의 마지막 자취가 박살나기까지, 도시는 총 5시간 32분을 버텼다.

그리고 이제, 거인은 침묵 속에서 한가하게 서서 남쪽으로의 여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얼굴은 돼지 같았고, 둥근 눈을 지녔다. 턱은 들쭉날쭉했고, 적철로 된 엄니가 달렸다. 눈 역할을 하는 부서진 창문 뒤에선 곱사등이 성큼성큼 움직이며 제국 타이탄 사령부의 야수 같은 모조품을 돌봤다.

거인의 이름은 추한, 뚱뚱한 배를 지닌 동체에 외계인의 조잡한 상형문자로 새겨져 있었다. 신 파괴자였다.

주변의 대지를 흔드는 느릿한 걸음으로, 신 파괴자는 남쪽으로, 해안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헬스리치로.

만약 그것이 박살나지 않고 계속 움직일 수 있다면―그 창조자들의 기술을 고려하면 어려운 위업이었다―, 다음날 여명이 밝을 때 도착할 터였다.




신 파괴자에 대항하는 개체로서의 운명적 느낌 속에서, 또 하나의 강력한 전쟁 기계가 헬스리치로 접근했다. 그 여정은 훨씬 더 길었고, 그 전진은 더 나았던 시절의 우울한 파편에 불과했다.

덜컹거리는 뱀 같은 차량 아래의 땅에 중력 억제장이 힘을 가하자 지상 열차의 여파 속에서 회색 흙의 파도가 옆으로 밀려났다. 주리시안은 조종하면서 이루어지는 모든 접촉에서 저항을 느꼈다. 기계의 영혼은 지금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자기 자신이 무시당하고 있고 그 책임이 산 자에게 있다고 비난하기 직전이었다.

“레클루시아크.” 그가 복스로 다시 말했으나, 또 다시 답을 받지 못했다.

그의 정신 속 오베론의 존재감은 숲속에 홀로 선 야수 같았다. 야생에서 늑대를 만난 여행자가 야수를 계속 응시하며 횃불을 들어 몸을 지키듯, 주리시안은 그 존재감에 집중하는 한 그것을 계속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었다. 집중력 싸움이었다. 대장간의 주인은 피로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집중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매 과업마다 사냥감을 쫓는 포식자처럼 헌신해온 성실하고 끈기 있는 영혼이었다. 이 태도와 헌신은 그의 능력과 명예로운 업적에 맞물려 19년 전 그가 영원한 성전사에서 진급하도록 해주었다.

주리시안은 그리말두스가 중추회로 들어오던 날을 잊지 않았다. 그 자신과 전쟁 기계의 잠복한 영혼에게만 속으로라도 인정하기는 부끄럽지만 그는 그 채플린이 모드레드의 레클루시아크로서의 역할로 진급하는 것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주리시안이 투사 바야드의 말에 목소리를 더하며 말했다. “그는 소규모 교전의 달인이고 동배를 뛰어넘는 전사입니다. 하지만 챕터의 지도자 감은 아닙니다.”

“포지마스터의 말이 맞습니다, 대원수님.” 바야드가 덧붙였다. “그리말두스에겐 망설임이라는 흠이 있습니다. 그가 하는 일마다 약간의 지연이 일어나고, 누구도 그 이유를 모르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을 자기 주인의 기준에 맞추는 겁니다. 의심이 그에게 들러붙어 챕터에서의 그의 자리에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모드레드의 죽음에 흔들린 겁니다.” 주리시안은 밀어붙였다. “영원한 성전군에서 자기 자리를 찾고 있는 거죠.”

헬브레히트는 옥좌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의 차가운 눈은 방의 온도를 낮췄다.

“다가오는 전쟁에서, 나는 그에게 자신의 자리를 찾을 기회를 줄 것이다.”

주리시안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복종의 의미로 고개를 숙였다. 황제의 투사는 그렇게 차분해지지 않았다. 그리말두스 대신 모드레드의 뒤를 이을 다른 전사들을 추천했다.

대원수는 자신의 협의를 계속했으나, 헬브레히트의 연단 주변에 선 검의 형제단의 목소리는 주먹으로 방패를 두들기는 꼴이라는 조롱으로 들렸다. 그리말두스는 복수하는 자 모드레드에게 선택받은 자였고, 분명 개인 전투에 능했다. 두 세기 동안의 무용과 영광, 200년 동안의 꾸준한 용기와 수많은 세계에서 쌓아올린 죽인 적들의 무리, 챕터 역사상 최연소 검의 형제로서 보낸 짧은 시간. 그런 진실은 논의할 여지가 없었다.

주리시안과 바야드는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다음날 밤, 그들은 그리말두스가 모드레드의 책무를 받아들이는 것을 지켜보았다.

오베론이 잿빛 모래 언덕을 오르며 기울어졌다. 반중력장이 자신의 어조를 더 긴장된 흐느낌으로 바꾸었다.

“레클루시아크,” 그가 복스로 말했다. 자신이 지금 지닌 직위를 가질 자격이 없는 전사와 다시 한 번 대화하려고 시도했다.



타이탄을 떠나는 것은 아사반이 걱정했던 것보다는 덜 어려운 시련이라고 증명되었다.

그는 이틀 전 그것을 해냈다. 그날 이후로는 도시의 거리에 있었다. 여러 갑판을 천천히 내려가는 게 전부였다. 나선형 층계 800만 개가 있고 각각의 계단은 고밀도 황동으로 만들어져 벽에 묵직한 리벳으로 고정된 것처럼 느껴졌다.

글쎄. 실제로는 네 층계에 더 가까웠다. 그러나 아사반은 지상 층에 접근할 쯤엔 땀 때문에 눈을 깜빡이지 않을 수 없었고 자신의 체력 부족을 저주했다. 타이탄의 하부 층에서는 모든 것이 붉은 긴급 조명에 빛의 감싸여 있었다. 복도는 좁았다. 탁한 공기는 기계-신께 바치는 신성한 향의 냄새로 가득했다. 그분의 신자들은 성가를 부르며 그분의 이름을 축복했다. 그들의 헌신으로 폭풍의 전령은 힘을 얻었다. 찬양하라.

“멈춰라.” 기계-목소리가 짖었다. 아사반은 배운 대로 정확히 행동했다. 그는 불필요한 항복을 따라하며 허공으로 두 손을 들어올리기까지 했다. “여기서 무엇을 하는가?” 목소리가 요구했다.

여기는 타이탄의 골반 토대에 있었다. 접근 가능한 최하부 층 중 하나였다. 광원은 깜빡이는 황색 사이렌 빛이었다. 증강된 스키타리 여섯이 바닥의 격벽 주변에 서 있었다. 방 그 자체가 타이탄의 걸음에 따라 앞뒤로 기울어지며 흔들렸다.

“타이탄을 떠나고 있습니다.” 사제가 말했다.

스키타리들은 눈 대신 초점 렌즈로 서로를 힐끗 쳐다보았다. 내부 복스-소통으로 공기가 시끄러웠다. 그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이것은… 이것은 말도 안 됐다.

“당신은 타이탄을 떠나고 있다.” 그들 중 한 명, 아마 그들의 지도자가 말했다. 그의 눈 렌즈는 회전하며, 증강되지 않은 인간을 스캔했다.

“그렇습니다.”

더 많은 복스-수다. 다른 이들보다 두드러지게 더 얼굴에 인공신체가 많은 지도자는 기계 코드를 불쑥 내뿜었다. 아사반은 그것을 듣고 오류/중단 불평임을 알았다.

폭풍의 전령은 이동하며 교전하고 있다.”

아사반은 그것을 알았다. 어쨌든 방 전체가 움직이고 있었다. “타이탄은 걷고 있죠. 압니다. 그래도 떠나고 싶습니다. 이 유지보수용 사다리가 저를 왼다리 지주를 따라 정강이-요새로 데려다주겠죠. 아닌지요?”

“그렇다.” 스키타리 지도자가 인정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가봐야 해서요.”

“멈춰라.” 아사반은 다시 멈췄지만 슬슬 지겨워지고 있었다. “당신은 타이탄을 떠나길 바란다.” 스키타리는 반복했다. “하지만… 왜?”

이것은 신앙의 위기와, 도시의 사람들 사이를 걸으며 자신의 손으로 그들을 돕겠다는 갑작스러운 계시를 논하기에 이상적인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아사반은 목에 건 메달에 손을 뻗어, 테라의 에클레시아키의 명예로운 일원이자 화성의 기계-신으로서의 면모를 지니신 황제 폐하의 말씀을 전하라고 정해진 성직자로서의 자신을 나타냈다.

스키타리들은 잠시 그 아이콘을 바라보았다. 쌍두 독수리와 그 배경인 분할된 해골. 그들은 무기를 낮췄다.

“감사합니다.” 땀 흘리는 사제는 말했다. “이제 괜찮으시다면 저를 위해 격벽을 열어주실 수 있으신지요?”

열린 들창 너머의 광경을 보자 그의 위장이 흔들렸다. 25미터 아래에서 헬의 대로의 부서진 락크리트가 지나갔다. 그가 타이탄의 허벅지에 매달려 바람을 뚫고 가로대를 하나씩 내려가자 땅딸막한 손이 검은 강철 사다리를 잡았다. 그의 위에서 격벽이 종국을 맞았다는 듯 거세게 닫혔다.

그리됐다. 그는 내려갔다.

신-기계의 무릎 뒤에서 또 다른 격벽 하나가 거대한 하부 다리 구역으로의 그의 하강을 막았다. 아사반은 아래에서 정강이-벽에 달린 포탑들의 서보가 목표물을 찾으며 앞뒤로 회전하는 소리를 들었다.

격벽의 바퀴 잠금 장치를 작동시키는 데 거의 1분이 걸렸다. 그는 이제 목표에 가까워지면서 활기를 얻었다. 한 번 더, 붉은 빛 속으로 내려와, 스키타리의 대열이 무덤 같은 침묵 속에 서 있는 보병 보관실을 피하며, 나선형 계단을 내려갔다.

이제 타이탄의 움직임은 견디기 힘들었다. 그는 이따금 벽에 부딪치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이렇게 낮은 곳에서는 중력 스태빌라이저가 각 다리가 움직이는 데 필요한 움직임 탓에 거의 쓸모가 없었다. 발이 아래의 길을 밟을 때마다 사방이 11초마다 메스껍고 맹렬하게 진동했다. 아사반은 벽에 대고 구토했고, 웃음을 터트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활보하는 기계 거인의 발목에서 강철 뼈대 사이를 걸으며 균형을 잡으려고 시도했다. 결국 이 일은 그렇게 멋진 생각이 아니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찾아왔다.

이 마지막 격벽은 타이탄의 계단형 발톱-발가락을 향해 열렸다. 다리-요새에 있던 스키타리 부대가 폭풍의 전령이 휴식할 때 드나들 수 있도록 형성된 계단이었다.

움직이는 타이탄에서 내리는 건 아주… 자극적일 터였다.

아사반이 문을 열자 경첩이 비명을 질렀다. 그는 근처의 핸드레일을 잡고, 벌레를 본 것처럼 공포에 질린 눈으로 땅을 바라보며 발이 완전히 땅에 닫기를 기다렸다. 뼈를 뒤흔드는 천둥 같은 충격과 함께 그 동작이 실현되자, 뚱뚱한 사제는 숨을 헐떡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다른 발이 내려와 대지를 뒤흔들고 아사반을 마지막 계단에서 떨어뜨려 과체중 육신과 더러운 로브 차림으로 대로의 더러운 표면에 착륙하게 만들었다.

거대한 전쟁 기계가 발을 들어 또 다른 걸음을 내디디려 하자 1미터 뒤에서 계단이 다시 올라갔다. 아사반 토르텔리우스는 자신도 깨닫지 못한 채 비명을 지르고 아래턱을 흔들며 달려서 다리의 상승과 필연적인 하강으로부터 멀어졌다. 마지막 몇 미터를 남겨두고 자신을 내던져 거세게 착지했다.

타이탄이 계속 걸으며 괴물 같은 발로 여전히 대지를 짓밟자, 사제는 바닥에 누워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리하여 제국 역사상 가장 품위 없는 임페라토르 타이탄에서 내리기가 완수되었다.

그것이 이틀 전 일이었다.

그때 이후로 아사반은 상황을 크게 개선하지 못했지만, 옥좌의 이름으로 황제의 대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헬의 대로를 따라가는 그의 여정(그는 자신의 여정을 단호하게 ‘순례’라고 불렀다)은 그다지 고무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떨어질 때 잃어버린 신발을 되찾고 불안정한 걸음으로 자신을 이끌며, 그는 건조식품과 전해질 액체 팩이 든 가방을 움켜쥐고 너른 길을 따라 자신의 여정을 시작했다.

타이탄에서 멀리 떨어져 지금 저 멀리서 들려오는 폭풍의 전령의 발소리를 들으며, 그는 어떻게 죽은 도시가 완전히 침묵에 잠길 수 있는지 깨달았다. 무기와 전쟁 기계의 굉음은 세계 그 자체가 멀리 떨어진 듯 잦아든 속삭임이 되었다. 그의 바로 주변은 거의 무시무시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대로를 떠나, 몇 주 전 무거운 형벌을 받고 버려진 상업 지구로 걸음을 옮겼다. 중앙 시장에 살해된 전차들이, 외계인과 제국 소속 양측 전부, 흩어져 있었다. 각각은 근처의 시체 더미를 지휘했다. 서부 밀림에서 역병처럼 들끓는 살쪄서 비대해진 열대 해충, 붉은 파리들은 여기서 무리를 지었고, 죽은 자들을 뒤덮어 그들에게서 먹이를 뜯어냈다.

그는 전쟁 중인 도시의 냄새에 대비되어 있지 않았다. 거상처럼 전장을 활보하던 타이탄의 등에서는 프린켑스가 언급하던, 그녀에게 축복이 있길, ‘불쾌한 생물학적 대학살’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처리되지 않은 오물과 썩은 음식물 사이 어딘가의 냄새였다. 그는 대광장을 반쯤 가로지르다가 다시 토하며, 이 사이에 끈처럼 매달린 침을 뱉었다. 액체 팩과 건조식품은 소화에 좋지 않았다.

그날 밤 그는 리만 러스 전차의 부서진 껍데기에서 야영했다. 전차는 분명히 자신이 충돌해 무너뜨린 벽에 반쯤 파묻혀 있었다. 승무원들이 어떻게 됐는지 아사반은 알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들이 거기서 다른 이들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몸을 수그리고 썩어가고 있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뻤다.

그는 마침내 잠에 들자 오늘 자신이 보았던 것들을 전부 꿈꾸었다. 자신이 지나쳤던 모든 시체들이 그를 응시하는 꿈을 세 시간 동안 꾸고는, 휴식하려는 시도를 그만두고 대신 도시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갔다.

둘째 날, 그는 첫 번째 생존자를 찾았다. 무너진 거주 블록의 지상층에서 움직임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자신이 침략자에게 말을 걸었을지도 모른다고 깨닫기도 전에 떨리는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재빠르게 도망치는 발소리가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외계인 짐승들은 외로운 인간의 외침에 달아나지 않을 터였다.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그는 외쳤다.

침묵이 유일한 답이었다.

“식량을 가지고 있어요.” 그는 시도했다.

돌무더기 뒤에서 더러운 얼굴이 솟아올랐다. 가늘게 뜬 눈은 결코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스캐빈저의 시선처럼 밝고 빨랐다.

“식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사반은 이번에는 목소리를 낮추어 다시 말했다. 천천히 움직여 등에 멘 가방을 풀고 은빛 포장에 담긴 건조식품 파우치를 건넸다. “건조된 비상식량입니다. 그래도 식량이죠.”

그녀가 은신처를 떠나 더 가까이 다가오자 얼굴은 중년 여성인 사람이 되었다. 거친 눈을 지니고 수척해진 그녀는 영원히 두려움에 빠진 듯 움직였다. 그녀가 말하는 데 세 번의 시도가 필요했다. 그녀는 거친 속삭임을 입 밖으로 내기 전에 여러 번 목을 가다듬어야 했다.

“사제이신가요?” 그녀는 여전히 팔이 닿지 않는 곳에서 머무르며 물었다. 그의 하얀색과 보라색 로브를 가리켰다. 그녀의 동작은 약하고 부정적이었다.

“그렇습니다. 신-황제 폐하께서 저를 당신께 보내셨지요.”

그 순간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곧이어 그들은 폐허가 된 그녀의 거주-방에서 조그마한 식량을 나누었다. 그는 그녀의 삶과 그녀가 겪어야 했던 손실을 물었다. 한 시간 후 떠나기 전, 그녀에게 며칠 분량의 식량과 물이 있는지 확인하고, 신-황제의 이름으로 그녀를 축복했다. 진정으로 필요한 자에게, 살점으로만 이루어진 자에게 성직자 노릇을 하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그의 설교는 대개 동료 성직자들과 기계-대체된 스키타리들에게 이루어져서, 여자가 눈물을 흘리며 황제 폐하를 찬양하는 건 경험해보지 못했다.

이상했지만, 좋았다. 가치가 있었다.

아사반 토르텔리우스의 생존자와의 첫 만남은 좋게 끝났다. 그는 계속 걸었고 비슷한 마주침을 다음날 낮과 밤에 여러 차례 반복했다. 고작 세 번째 날에 문제에 부딪쳤다.

헬의 대로를 따라 이어지는 또 다른 전차 묘지에 밤이 깔리자 남루한 소규모 생존자 무리가 쓰레기-불 주변에 모여서 손을 녹이고 있었다. 아사반은 접근하며 목을 가다듬고 반갑게 손을 들었다.

생존자들은 급히 일어나 라스건을 들었다. 몇 명은 피가 묻고 떼로 더러워진 노동자의 작업복 차림이었다. 한 명은 제국군 제복을 입고 있었다. 큼직한 파워 팩이 그의 등에 매달려 있었다. 전선이 연결된 라스라이플이 아사반의 얼굴을 겨누었다.

“더 놀랄 것도 없네, 응?” 군인은 땅에 침을 뱉었다. 그의 수척한 얼굴에는 의심이 역력했다. “나는 지쳤고 춥고 약탈자들 골통을 쏘는 일에 완전히 싫증이 났는데.”

“저는 약탈자가 아닙니다.”

“거 참 놀랍군. 난 방금 약탈자들만 쏜다고 말했으니까.”

“전 사제입니다.”

“로브가 있지 않습니까.” 노동자 한 명이 킬킬 웃었다.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안드레이.”

“사제라.” 스톰 트루퍼가 반복했다.

“사제입니다.” 아사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스톰 트루퍼는 소총을 낮추었다. “이건 진짜 놀랍군. 난 강철 군단의 안드레이야. 이들은 방어할 가치가 있는 도시 대신 헬스리치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는 내 친구들이지.”

노동자들은 숨죽여 웃었다.

“저는 아사반 토르텔리우스, 폭풍의 전령 소속입니다.”

“신-기계?” 안드레이는 한 번 웃음을 터트렸다. “걸어 다니는 옥좌에서 멀리도 오셨구만, 뚱뚱한 사제 씨. 떨어져서 따라잡지 못했나봐?”

아사반은 불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노동자들은 그를 위해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토마즈 마거너스입니다.” 한 명이 사제와 악수했다. “안드레이는 신경 쓰지 마시지요.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내 모든 것은 정확히 필요한 대로 있다고.” 스톰 트루퍼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검고 교활한 눈이 불빛을 반사하며 빛났다. “옥좌시여, 이렇게 추웠던 적이 없는데. 불알이 얼어서 터지지 않은 게 기적이야.”

“만나서 반갑습니다.” 다른 한 명이 사제에게 중얼거렸다.

“예,”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이와 눈을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아사반은 이 모든 일들 도중에 사제를 만난 그들의 부끄러움에-가까운 감사함에 감동했다.

“약탈자라 하셨는지요?” 아사반이 물었다.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습니까?”

“맞습니다.” 마거너스는 손에 입김을 내뿜고 불을 쬐었다. “부두노동자들. 민병대와 제국군 탈영병들. 여기는 추한 곳입니다. 놈들은 거주지를 쏘다니면서 돈과 그밖에 찾을 수 있는 것들을 다 훔치고 있어요.”

“실례지만, 왜 여기 계신 겁니까?”

안드레이는 무리에 참여하며 고개를 저었다. “의심스럽다는 듯이 말하지 말라고, 성직자 씨. 우리는 의무로부터 도망친 게 아니야. 그저 잊혀서, 죽은 도시에서 길을 잃은 것뿐이지. 돌아가고 있어… 가장 가까운 전선이 있을 곳으로.”

“나머지 제국군과는 연락이 안 되는지요?”

“하! 좋아. 당신 생각이 맘에 드네. 타이탄에서 떨어진 게 분명하구만, 뚱뚱한 형씨. 메카니쿠스 주인에게 조언을 청할 복스-연결이 있어? 아니. 절대 없겠지. 당신은 부두에 없었지. 도시 절반이 지난주에 죽었어. 제국군은 박살났고 복스는 이제 잡음밖에 안 나오는 주파수일 뿐이야. 내가 맞다면,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어떤 제국 병력도 도시의 나머지 절반에서 다른 이들과 접촉할 수 없어.”

“무엇을 하시려는 건지요?”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템플러들이 서쪽으로 갔으니까 우리도 가야지. 당신은 왜 여기 있는 거야?”

아사반은 어깨를 으쓱했다.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없었다. “거리를 걸으면서 도울 수 있는 곳에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타이탄의 등에서는 누구에게도 봉사할 수 없었어요.”

몇 명이 아퀼라 사인을 만들고 감탄사를 중얼거렸다.

“우리랑 갈래, 뚱뚱한 사제 씨? 서쪽에 있는 쪽이 좋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서쪽에는 무엇이 있죠?” 아사반은 물었다.

“수많은 산업 구역이 불타오르고 있지. 지금 이 순간 내 순수한 마음에게는 너무 많다고 느껴지는 약탈자들도 있고, 물론 황제 승천의 사원도 있지.”

“무슨 사원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수도원? 성당?”

마거너스는 고개를 저었다. “둘 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최초로 아마겟돈에 온 개척자들이 세운 성소지요.”

놀라움에 빠져, 아사반은 서보-스컬에게 구술을 명령할 뻔했다. “헬스리치에 세워진 첫 번째 교회가 아직도 서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게 악마 군대와 맞서 싸운 1차 전쟁을 이겨냈다고요? 대적이 이 세계에 처음 온 2차 전쟁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남았다고요?”

“뭐… 맞습니다.” 마거너스는 답했다.

이것이 신의 뜻이었다. 그래서 그는 타이탄을 떠났고, 그래서 신-황제가 도시를 통해 그를 이들에게로 이끈 것이었다.

안드레이는 그의 질문에 코웃음을 쳤다. “그냥 헬스리치에 세워진 첫 번째 교회가 아니야, 뚱뚱한 친구. 이 세계 전체에서 첫 번째로 세워진 교회지. 첫 번째 이민자들은 황제 승천의 사원에서 폐하께 기도를 올렸어.”

아사반의 손이 떨렸다. “어떻게 가죠?”

안드레이는 멀리 떨어진 널찍한 고가도로를 가리켰다. “헬의 대로를 따라가야지. 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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