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카가 돌계단을 내려와 다시 자기 짐을 들고 여성 막사로 가는 길에, 프라잔의 친구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끔찍한 기분을 느끼며, 뺨을 부풀렸다. 어쩌면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로 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 웃음소리가 싫었고, 그 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그때 누군가가 뒤에서 민카의 발걸음에 맞춰 걷고 있었다.

그녀가 멈춰서서 프라잔에게 다시 한번 말해주려고 입을 열었다.

'좀 들어보라고-'

하지만 그것은 디도였다.

'좀 어때?'

'안 좋습니다.' 민카가 말했다.

'넌 최선을 다한거야'

'그랬죠.'

'사람은 모두 죽어. 언젠가, 어디선가에서 말이지.'

'그거야 그렇죠' 민카가 말했다.

민카가 폭발 사고에서 끌어낸 한 소년이 죽었던 것이다.

그녀는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이제 긴장감이 줄어든 목소리로 말했다.

'제 남동생이 딱 그 나이였습니다'

디도는 잠시 훌쩍였다.

디도도, 먼 곳을 잠시 응시했다. 과거를 돌아보려는 것처럼.

'남동생이...죽었나?'

민카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 그럴겁니다.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그를 본건 전쟁이 시작했을 때였죠.'

디도는 어느 전쟁이었는지 굳이 묻진 않았다.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들의 고향, 카디아를 잃은 그 전쟁이니까.

민카는 디도의 손을 보았다. 여전히 먼지와 말라붙은 피로 얼룩진 그녀의 손을.

'그 폭발은 우연이 아니었어.' 디도가 말했다. '그 멍청한 인포서가 뭐라 지껄였든 간에, 누가 우리를 노리는건 분명해'

디도와 민카는 서로를 응시했다.

민카는 여전히 그 소년의 팔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비명을 지르려는 듯 벌린 입과, 석판에 뚝뚝 흘리는 피를 보며 민카는 그 소년의 상처를 어떻게든 막으려고 하며 말해주었다. '계속 숨을 쉬어!' 하지만 그 소년이 듣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고, 몇분만에 그 몸은 축 늘어졌다.

민카가 할 수 있는 것은 눈을 꼭 감고, 다른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죽음을 뒤로 하는 것뿐이었다.

민카는 손실에 대해 생각할 필요 없는, 그저 가드우먼(원문 Guardsman)이었으니까.

마치 아침에는 아침식사를, 저녁에는 저녁식사를 하는 것처럼. 그것이 전부였으니까.

디도는 민카의 어깨에 팔을 얹고 말했다.

'미안하구나' 그녀가 말했다.' 자, 이제 들어가자고'

민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되었든 아스트라 밀리타룸의 삶은 그저 죽어가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숙소로 내려가서 원하는 침대에 자신들의 배낭을 걸어두었다.

-

연대의 남은 장비를 실은 마지막 수송차량이 도착했고, M중대가 휘파람으로 '전원 투입All hands' 신호를 보내자, 민카의 소대원들은 자신에게 할당된 화물 8호를 운반하기 시작했다.

프라잔은 리치스타의 엠블럼과 숫자 47이 쓰인 낡은 센티널 리프터 한대를 가동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센티널 리프터의 가동 의식은 배터리때문에 한참이나 시간이 걸렸고, 겨우 왼쪽 다리를 끌며 가동된 리프터는 화물 8호의 격실에서 팔레트를 꺼내어 땅에 내려놓았다.

'너 완전 거하게 퍼마신것 같구만~' 디도가 칼로 팔레트를 감싼 그물을 끊으며 프라잔에게 한마디 했다.

병참장교들의 확인 하에, 소대원들은 짐을 꺼내기 위해 정렬했다.

여분의 배터리 팩, 식량, 조준경, 방탄복, 부츠, 방진 고글, 연막탄 등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서전트께서 운전 하시지 말입니다' 낑낑대며 겨우 조종하고 있던 프라잔이 짜증을 냈다.

짐을 운반한지 한시간 후, 프라잔은 마지막 상자를 내려놓고 리프터를 화물 컨테이너의 입구에 겨우 주차시켰다.

'운동에는 익숙하시지 않은것 같은데 말임다Not used to the exercise?' 흐르는 땀을 닦는 디도에게 프라잔이 말했다.

'니가 직접 날라봐, 쉽지 않을걸?(Not as fresh as you, that’s for sure를 대충 의역)

민카는 마지막 상자를, 키가 큰 연대 병참장교의 루핀Rufin 상사에게 건넸다.

필기판을 보며 항목을 체크하던 그는 민카가 상자를 들고 있는 것을 알아챈 것 같았다.

'레스크, 그 소식 들었어?'

'아뇨'

'아직 못들은거야?' 루핀이 연필로 코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방금 연대 게시판에 공지 붙여놨어, 견장stripes 불출할테니 받으라고 말이야, 너의 이름이 거기에 있었어'

'아니 미친Frekk you....' 그녀가 발끈했다. 장교를 부르는 굉장히 부적절한 언사로.

'지금 장난 하십니까?'

'장난 아니라니까' 그가 말했다.

루핀이 산더미처럼 쌓인 상자를 확인하기 위해 돌아서며 말했다.

'이 물자를 좀 보라고, 내가 농담할 시간이 있어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