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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Leviathan Chapter 1 수정

무능(Useles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7.19 11: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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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어던(Leviathan)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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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기움(Regium) 행성, 

삼니움 지역(Samnium Province),

자으락스(Zarax)의 요새 도시



정보 종합 상황실인 택티카리움(Tacticarium)은 뱀처럼 구불구불한 지하 묘지의 한켠, 

묘실(墓室)의 깊숙한 안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벽 대부분은 빼곡히 들어차 있는 종합 탐지 장비와 판독용 연산 장비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아직 일부 구역에서는 성스러운 예술작품을 마주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작품은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표면에서 내려온 나무뿌리들이 주재료였다.

촉수처럼 길게 뻗어 내린 뿌리들을 뭉쳐 몸통으로 삼고, 

그 주변으로 가지를 치듯 뻗어나간 뿌리를 배치함으로써 의미 있어 보이는 예술품이 태어났다.

인간의 확증 편향을 이용한 이 작품들의 최신작은 황제 폐하를 묘사하고 있었다.

타오르는 화염 대신 나뭇잎이 주렁주렁 매달린 칼과 

가시면류관처럼 튀어나온 뿌리로 만들어진 왕관을 자랑스레 쓰고 있었지만,

분명 황제 폐하를 기리는 예술품이었다.


한때, 떠들썩한 기도와 희생의 장이었던 이곳은 이제, 

조용한 기계들과 차갑게 명멸하는 감시창만이 가득했다.

그 안에서 헐렁한 사제복이 아니라, 

맵시 있고 날렵한 제복을 차려입은 군무원(Helot)들과 통신 장교들이

등을 구부린 채 조작판(Runeboard) 앞에 앉아 씨름하고 있었다.

팔다리는 모두 업무용 기계 장비로 교체당하고 정신을 소거 당한 회색 피부의 서비터들은 

이빨도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거미처럼 몸을 굽히고 논리 기관 위를 바쁘게 돌아다녔다.


울트라마린(Ultramarine) 1 중대(First Company) 장교인 바루스 캐스타몬(Varus Castamon)은

이 상황실의 역사를 속속들이 기억하는 산증인이라 할 수 있었지만,

그의 관심은 오직 바로 지금, 즉 현재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는 한 서비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양피지를 주목하다가, 

조심스럽게 일부분을 떼어내 초인적인 속도로 정보를 가공했다.

양피지에 새겨진 문양들은 그의 머릿속에서 이미지로 변환되어 대형을 짠 전함들로 변했다.

거대한 괴수처럼 생긴 외계인들이 성계(Star System) 외곽 부분을 찢고 들어오자, 전함들의 포문이 열렸다.

그는 자신의 장갑복에 붙어있는 양피지 조각들을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그와 함께 피의 맹세를 암송하던 형제들을 떠올렸다.

그들을 떠올리자, 그의 심장은 자신도 모르게 점점 더 빠르게 맥동했다.

그는 무엇보다 바로 지금, 그들과 함께 어깨를 마주하고 임무에 나서고 싶었다.


그의 바로 맞은편엔 사서 주디스 아바림(Librarian Zuthis Abarim) 형제가 방 한가운데에 자리한 채,

구형(球形) 홀로그램 전술 정보 화면 표시기에 투영되는 정보들을 주시하고 있었고,

상황실 내, 세 번째 울트라마린인 브라더 서전트 타나로(Tanaro)는 캐스타몬 바로 곁에 서 있었다.

전술 정보 상황실 내에는 세 명의 울트라마린 말고도,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이는 제국 측 인물 십여 명이 머물러 있었다.

주로 제국군 고위 간부(Militarum officer)들과 그 보좌관들이었는데,

이들의 제복은 하나같이 방금 풀을 먹인 듯이 표면이 고르고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그들 뒤 어두운 그늘 속에서, 

붉은 로브를 걸친 아뎁투스 메카니쿠스 숙련공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전략 정보를 관리하는 여러 논리 엔진들이 문제없이 작동하도록 쉬지 않고 어루만지는 중이었다.


"얼마나 걸리지?"


캐스타몬이 양피지 조각을 바닥에 떨구며 물었다.


"지금, 타격 부대가 성계 외곽에 접근 중입니다, 각하."


감시 장비 화면을 주시하던 군무원 한 명이 대답했다.


"심우주(Deep-void)라 신호가 매우 약합니다만, 정시에 함대를 배치할 수 있습니다."


그는 홀로그램 화면에 표시된 희미한 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보고를 계속했다.


"놈들은 곧 크랏수스(Krassus)의 달들을 지나칠 겁니다."


캐스타몬은 손을 들어 제국군 간부들에게 가까이 다가오라 손짓했다.

간부들은 순순히 그의 손짓에 따라 앞으로 나왔다.

일부는 어떻게든 그와 눈을 맞추려 노력했지만, 대부분은 슬그머니 그의 눈길을 피했다.


캐스타몬은 자신이 저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상상해 보려 했다.


아마도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괴물로 보이겠지.


다른 스페이스 마린들이 그렇듯이 

캐스타몬도 그들보다 머리 셋 정도는 큰, 덩치였다.

말끔하게 면도 되어 바짝 말라 단단해진 흑단 나무처럼 보이는 검은 피부가 드러난 그의 머리 위에는

날카로운 갈퀴로 긁어낸 듯한 세 줄의 은빛 상처가 대비되듯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캐스타몬의 두개골까지 파고들었던 흉폭한 포식자의 손톱은 

그의 머리뼈에 결코 지워지지 않을 굵고 깊은 은빛의 선명한 둥근 홈을 남겨두었다.

그의 뭉툭한 턱 위에는 짧은 은색 수염이 자리하고 있었고,

눈은 대장간의 모루처럼 단단한 이마 아래 깊숙이 위치하고 있었다.


캐스타몬은 겁을 주거나 위협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오히려 속 편한 일이었다.

일반인 중에 그와 눈을 오랫동안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캐스타몬은 상황실 내의 모든 장교들을 손바닥 보듯 훤히 알고 있었다.

그들은 그가 자신들의 군 경력은 물론이고 세부 인적 사항까지, 

개개인의 개인정보를 얼마나 자세하게 꿰고 있는지를 알면 기절초풍할 터였다.


사실 캐스타몬은 순수한 전사였기에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해서는 소 닭 보듯, 더욱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레기움에서 현재의 직책을 맡게 되면서,

로드 커맨더께서 늘 말씀하셨던 격언을 마음에 되새기며,

이런 관련 인적 정보에 대해서도 다른 문제들과 똑같이 합리적이고 성실하게 접근하기로 마음먹었다.


견문을 넓히는 걸 게을리하지 말고,

부단히 노력해 견고한 요새처럼 내실을 다짐으로써,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캐스타몬은 무관심한 척 그들의 얼굴을 하나씩 훑어보며,

머릿속에서 기억을 되돌려 크리스털 정보 저장장치(Data crystal)에 기록된 정보와 

공식, 비공식 가계도에서 얻은 정보를 순식간에 전부 맞춰보았다.


충성과 경쟁에 목을 매단 채, 

다양한 결점을 달고, 소심한 집착에 빠져있는 데다가,

구차하게 남들에게 적잖은 신세를 지며, 헛된 희망을 품고 사는 등,

평범한 인간이 가진 인간적 결점을 최소 하나 이상씩 품고 사는 이들 모두는,

그의 기준에 맞춰봤을 때, 고결한 군인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캐스타몬의 존재가 자신들을 얼마나 초조하고 불안하게 하는 지를 숨기기 위해,

짐짓 높은 긍지를 지닌 결단성 있는 인물인 것처럼 행동했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좋은 사람들이었다.

인생에서 좌절이 좀 있었겠지만, 어떻게든 견뎌내고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었고, 

수염이 희끗희끗해지는 걸 보고 관절통으로 고생할 정도로 오래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말 그대로 선택받은 소수였다.


+앞으로 며칠 동안 저들은 시험에 들게 되겠군요.+


텔레파시를 통해 정신 감응된 단어들이 캐스타몬)의 정신에 직접 전해졌다.

처음에 그는 이런 의사소통이 맞갖잖은 데다가 심지어 혐오감마저 들었지만,

이제는 익숙한 소통 방법이었다.


캐스타몬의 머릿속에 말을 걸어온 것은 친구의 목소리였다.

그는 아바림을 바라보았다.


사서관(Librarian)의 장갑복은 캐스타몬의 그것보다 훨씬 크고 육중했다.


마치 두건처럼, 두터운 세라마이트 장갑이 사서의 머리 주변을 감싸고 있었고,

양각으로 조각된 뿔난 해골 장식이 도드라진 그의 장갑복 표면에는  

다양한 룬 문자와 명문이 여기저기 새겨져 있었다.


사서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상황실에 서 있기만 할 뿐이었으나,

커다란 동상이 우뚝 솟아있는 듯한 그의 모습은 주변의 인간들을 전부 압도했다.


아바림의 얼굴 아래쪽 반은 리브레써에 완전히 가려져 있었지만,

얼굴 윗부분은 여전히 밖으로 드러나 있었고,

사서가 그에게 주의를 돌리자, 찌르는 듯한 안광이 캐스타몬에게 번뜩였다. 


아바림은 한 손으로, 사람의 키를 훌쩍 넘기는 도끼인 포스 액스를 붙잡고 있었다.

거대한 전투용 도끼에는 사서의 장갑복과 똑같은 룬 문자 장식이 새겨져 있었고,

역장에 둘러싸인 표면은 사서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안광과 같은 빛으로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일반인이 스페이스 마린 앞에서 주눅이 드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모습이지만,

나름 방귀깨나 뀐다는 제국군 장교들 중 누구도, 

사서 주변으로 다가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서성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본다는 건,

캐스타몬에게 소소한 기쁨을 선사했다.


며칠이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캐스타몬은 입을 열지 않고 생각으로 사서에게 답변했다.


함대는 크랏수스에 거의 근접했습니다.


+타이러스(Tyrus)는 아직 사냥감을 특정하지 못했지요.

게다가 그가 사냥하는 동안에도 사람들 사이에 불만은 계속 퍼져나갈 겁니다.

귀관도 저 밖의 군중들을 보았겠죠.

저들은 두려워하고 있어요.

공포에 질린 인간들은 위험한 결정을 서슴지 않고 내리기도 한답니다.

세록(Seroc) 총독은 너무… 관대하고요.+


이 문제에 대해 총독에 대한 제 생각은 익히 아시겠죠.

세록은 좋은 사람입니다.

이들은 자기 집과 재산을 능히 지켜낼 수 있습니다.


+귀관은 양과 늑대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나 보군요.

세록은 이런 비상 상황에 어울리는 지도자가 아닙니다.

그의 부하 중에서도 이런 큰 짐을 짊어질 만한 일꾼은 없어요.+


저들은 그저 해답을 구하는 것뿐입니다, 그게 전부에요.


+해답은 더 많은 질문을 낳을 뿐입니다.+


아바림은 보통 이렇게 퉁명스러운 어조로 

자신의 의지를 강경하게 표현하는 몰상식한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

허나 생경하게도 지금 사서의 말투에선, 씁쓸한 여운이 느껴졌다.


사서는 벌써 일주일이 넘게 통증에 시달리는 것처럼 보였고,

아바림은 절대 그렇다고 털어놓거나 인정하지 않겠지만,

캐스타몬이 보기에도 그의 통증은 점차 심해지는 게 확실했다.


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에게 있어 통증이란,

딱히 배려해 주어야 할만한 특별한 고려 사항이 전혀 아니었지만, 

캐스타몬의 눈에도 사서가 겪는 통증은 일반적인 육체적 통증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건 아바림같은 자들이 가진 독특한 주특기와 연관된 것이었기에,

그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의 통증이 아니었다.

물론 언젠가 사서가 겪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반드시 이야기를 나눠봐야 하겠지만,

지금은 적절한 때가 아니었다.


캐스타몬이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은 

스스로를 군인이라 일컫는 이자들이 최대한 빨리 지휘통제실에서 나가주는 거였다.

그는 사서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상황실 안을 둘러보고는 운을 떼었다.


"세록 총독께서 내게, 

자네들에게 현 상황에 관해 설명해달라고 부탁하셨다.

하지만 시간이 없으니 간략하게 말하지.

제군들은 왜 우리가 여기 있는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레기움 전역에서 공황과 병적 흥분이 발생하는 바람에

일부 지역이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백주 대낮에 시내 한복판에 악몽이 넘쳐나는 꼴이지.

게다가 봄부터 계속되어 온 우리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분리주의자들이 활동을 재재했고, 이는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 신규 분리주의자 놈들은 새로운 신조로 무장하고 있는데,

대재앙과 미신이 레기움을 휩쓸 거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가지 분명히 해두자면, 

그 어떤 대재앙도 이곳을 덮치지 않을 것이다.

현 상황은 미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저 썩을 분리주의자 놈들은 한낱 기회주의자들에 지나지 않지.

예전에 융성했던 자신들의 권력을 다시 얻고자 혈안이 되어있는 간나위들이다.

지금 우리 사회를 망치고 있는 악몽들은 영적인 게 아니라, 

생물학적인 요인에서 기인한 것이다.

우리는 이 사태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으며, 

난장판이 된 근원과 싸워 이김으로써 사태의 추이를 원래대로 뒤집을 수 있다.

왜냐하면 행성 전역에서 들끓고 있는 이 광기의 근본 원인은 

나와 내 전우(Battle-brother)들이 예전에 싸워봤던 적에게서 기인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공민들은 울트라마린들이 

어찌하여 레기움을 떠나고 있는지가 궁금해합니다."


한 장교가 당장이라도 훅 불면 날아갈 듯, 자신 없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 그게 이 아수라장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유를 사전에 미리 고지라도 해주셨다면, 저희가 알아서 잘 전달했을 것이고,

그러면 지금처럼 민중이 공포에 질려 혼란에 빠지지 않았을 겁니다."


캐스타몬은 감히 깝죽거리지 말라는 듯이 발언한 장교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대중에게 전파하고 있잖나, 지금."


그는 아바림 근처의 홀로그램 화면에 떠 있는 행성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제 장교들과 부관들의 주의는 온통 전술 화면에서 이동 중인 붉은 점에 쏠렸다.


"크랏수스 근처에서 보이는 이 이상 현상은 자연 현상이 아니다.

워프 스톰도 아니야. 이건 외계인 함대의 흔적이다."


스페이스 마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교들 중 일부는 얼굴을 찌푸리고 화면에 표시된 적의 모습을 상세히 살폈고,

몇몇은 재빠르게 옆에 서 있는 부관에게 뭔가를 빠르게 속삭였다.


"이는 하이브 플릿(Hive Fleet) 리바이어던(Leviathan)의 한 갈래로 추정된다."


캐스타몬이 묵묵히 설명을 계속했다.


"몇 달 전, 은하계 북쪽 하이드랖허(Hydraphur) 궤도 조선소를 뒤로 하고,

퇴각하는 놈들의 흔적이 포착되었다.

소탕 작전에 나섰던 제국 해군이 놈들을 패주 시켰지만,

빠져나간 일부 패잔병들이 세력을 규합해 남쪽으로 도주했다.

이후 놈들을 왜 이렇게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는지,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어쩌면 다른 야만적인 외계인 함대에게 처참하게 당해 다시 달아나는 중일지도 모르지.

아니면 공허 속에 자리한 포식자들에게 쫓겨난 걸지도 모르고.

아무튼, 수년 전, 대균열(Great Rift)의 출현으로 인해 본대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놈들이다.

뭐, 놈들의 정확한 발자취 따위는 영원히 알 수 없겠지.

중요한 건, 살아남은 놈들이 우리 성계의 최외각을 넘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 장교들은 불편한 듯 자세를 바꿨고, 

다른 자들은 질문이 있다는 표정으로 주의를 끌기 위해 헛기침을 했지만,

캐스타몬은 모두를 묵살하고 조용히 하라는 듯, 한 손을 들고는 발언을 이어갔다.


"놈들의 정체는 이미 분류가 되어 식별 부호를 지닌 외계 종족이다.

거대한 포식자라는 뜻의 그레이트 디바워러(Great Devourer).

바로 타이라니드(Tyranids)다.

놈들의 근원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 지부(Chapter)는 우리의 모(母) 성계를 비롯해, 

수많은 성계에서 놈들과 전투를 치러본 경험이 있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 분명하게 말해두자면,

놈들은 황제 폐하를 전복시키려는 자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그럴 의도조차 없다.

놈들은 올봄에 태양계(Sol System)를 침범할 목적으로 

생크터스 선(Sanctus Line)을 뚫으려 우릴 공격해왔던 이단자 놈들과는 결이 다르다.

이단자 놈들은 지구(Terra)로 향할 진입로를 간절히 원하지만,

타이라니드는 그렇지 않다.

오직 끝없는 공복을 해결하겠다는 무분별한 식욕만이 놈들을 움직이는 유일한 동기다.

때문에 굶주린 짐승이나 다름없는 놈들에게

전략적 방위 거점으로서 생크터스 선이 가지는 중요성을 이해시키는 건,

쇠귀에 경 읽기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를 토대로 추정해 보면,

놈들은 그저 허기를 채우려고 허덕이는 순수한 야수와도 같은 포식자들의 무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놈들은 행성들이 가지는 전술적 중요성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캐스타몬은 잠시 말을 멈췄다.


"우리 성계 끝자락에 출몰한 놈들은 크랏수스에 이끌릴 것이 자명하다."


캐스타몬은 고갯짓으로 성계 끄트머리에 있는 행성을 가리켰다.


"거대한 행성이지, 생물량도 풍부하고.

놈들이 양껏 포식하고, 다음 세대를 생식하기 충분한 곳이다.

비밀스러운 외계인 생명공학의 대가라 할 수 있는 

우리 군의 아포써캐리 바이오로지스(Apothecary Biologis) 역시, 

놈들이 이런 유혹을 거부할 리가 없을 거라 예측하고 있다."


캐스타몬은 다시 한번 방안을 돌아보며, 

그에게 사람들이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만족했다.


"이건 우리에게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이 혐오스러운 외계인들이 우리의 변방을 오염시키고,

감히 은하계의 중심인 솔라 분절(Segmentum Solar)을 넘보게 할 수는 없다.

크랏수스 덕에 우리에게 놈들을 제지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우리는 놈들이 은하계 서쪽에서 더 안쪽으로 진격하지 못하도록 막아설 수 있다.

주린 배를 움켜쥔 놈들에게 

크랏수스는 화려한 전광판을 번쩍이는 무료 음식점처럼 보일 터.

놈들의 관심은 온전히 크랏수스에만 쏠릴 것이기에,

이걸 눈치챌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캐스타몬은 홀로그램 전술 정보 화면 표시기에 투영되는 다른 형태를 가리켰다.

그의 손끝에는 하얀 화살표 하나가 크랏수스 쪽으로 번쩍이며 이동 중이었다.


"바로 지금, 

내 전우인 타이러스가 지대장을 맡아 

이 병폐를 우주의 공허 속에서 처분하기 위해, 타격 부대를 이끌고 나가 있다.

외람되지만 난, 상부에 당당하게 

이 패잔병들이 성스러운 지구로 더는 다가서지 못하게 될 거라 호언장담했다.

타이러스는 용맹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유명한 전사이며,

레기움에 주둔 중인 울트라마린의 삼분지 이가 그와 함께한다."


나이 지긋한 장교 하나가 갑자기 캐스타몬의 말을 끊고 들어왔다.


"그게 바로 저희 시민들이 공포에 질린 이유입니다, 합하.

울트라마린 병력 대부분을 외곽으로 돌린 건 상당히 무모한 짓처럼 보입니다.

이단자 놈들이 공허 속에서 다시금 세력을 규합해 저흴 공격하면 어쩌시렵니까?

생크터스 선은 늘 적의 표적이 되어왔습니다.

그리고 그게 경들께서 여기에 주둔하는 이유이구요.

만에 하나라도 이단자 놈들에게 울트라마린 병력 공백이 알려진다면,

놈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해올 겁니다."


캐스타몬은 원로의 말에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록 총독께서도 동일한 걱정을 하셨지.

내 원래 계획은 삼분지 이가 아니라 전원이 크랏수스로 향하는 거였다.

하지만 영감께서 지적하셨듯이 

레기움은 늘, 이단자 놈들의 잠재적인 공격 목표였다는 것도 사실이다.

고로, 숙고를 거듭한 끝에 난 삼분지 일의 병력과 함께 주둔지에 남기로 결정했다.

이 정도 병력이라면, 

해적 행위나 궤도 습격 같은 적대적 상황에 아무 문제 없이 대응할 수 있다.

크랏수스로 향한 타격 부대는 며칠 뒤에 귀환할 예정이다.

타이라니드는 금세 일소될 것이고, 

레기움에 주둔한 울트라마린 병력은 즉각 복구될 것이다.

난 직접 세록 총독께 

성계 변두리에서 장기간 교전을 벌이는 일은 없을 거라는 확실한 답변을 드렸다."


연배가 상당해 보이는 장교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경들은 이곳, 레기움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분견대입니다.

게다가 크랏수스 인근을 위협하는 외계인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하께서 이미 직접 언급지 않았습니까. 

그리 많은 용사들을 빼돌린 이유가 무엇입니까?"


"다른 군사들을 보낼 수도 있었잖소?"


다른 장교가 따지고 나왔다.


"중앙에 보고해서 다른 누군가가 이를 해결하도록 할 수도 있었지 않았겠소?

방금 그 입으로 떠벌린 것처럼 이런 하찮은 외계인의 위협은 사소한 것일 텐데."


"사소하다고?"


캐스타몬의 성난 목소리를 들은 몇몇 병사들은 놀라 얼굴에 사색을 띄웠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잊고 싶은 피가 낭자했던 기억이 캐스타몬의 뇌리를 스쳤다. 


"난 소규모 타이라니드 무리가 집어삼킨 행성을 직접 봤다.

놈들은 공허한 위협 따윈 하지 않는다.

놈들은 절대로 협상 따윈 하지 않는다.

놈들은 부나 권력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 있어 우리는, 그저 걸어 다니는 신선한 고깃덩이일 뿐이야.

내가 만약 놈들의 처리를 미루고, 

이 성계에서 놈들이 잔치를 벌이도록 방관한다면,

놈들은 새끼를 까고 제멋대로 번창하겠지.

그리고 모두를 집어삼킬 것이다."


캐스타몬의 말이 끝나자 괴롭고 어색한 침묵이 상황실을 채웠다.


그때 갑자기 장교 하나가 무거운 침묵을 깨고 나섰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감히 캐스타몬의 노기에 찬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맞섰다.


"세록 총독께서는 폭동과 반란 사태뿐만이 아니라, 

악몽과 광기에 대해서도 논의하라고 우리를 이곳에 친히 파견하셨습니다.

근데 변두리에서 깔짝거리는 외계인들이 어쩌고 하는 게, 

대관절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겁니까?"


캐스타몬은 그 장교의 담대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이번 모임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아니라, 

현 상황에 대한 일방적인 현황 보고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내 아포써캐리 바이오로지스의 추정에 따르면, 

지금 레기움에서 창궐하는 모든 정신병적인 증상은 

타이라니드가 그 직접적인 원인일 거라고 한다.

그의 가설에는 아직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기본적인 논리는 타당해 보인다.

나도 전에 이와 비슷한 현상을 목격한 적이 있다.

놈들이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성계 내로 타이라니드가 진입하면 인접한 행성에 히스테리가 유발된다."


대범한 장교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회의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반발했다.


"뭔가가 저 멀리 성계 끄트머리에서 깝죽대는 바람에 

사람들이 제조소를 불태운다는 겁니까?"


"여기서도,

그리고 수십 광년 떨어진 곳에서도,

사람들이 공장을 파괴하고 방화하는 이유는

그레이트 디바워러의 채워지지 않는 공복감을 

미약하게라도 인식한 사람들이 그와 공명하여 자신도 모르게 자행하는 것이다."


캐스타몬은 고개를 돌려,

홀로그램 전술 정보 화면 표시기 위에서 간헐적으로 번쩍이는 피처럼 붉은 점을 바라보았다.


"놈들은 불가사의한 존재다.

놈들은 제군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춰둔 최악의 악몽이 현실화한 존재이기도 하지."


그는 전술 정보 화면 표시기 위에서 브이(V)자 형태로 이동 중인 흰색 화살표를 손짓했다.


"그리고 우리는 놈들이 목적을 이루기 전에, 군홧발로 짓밟아 말살해버릴 거다."


Leviathan Chapter 2-1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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