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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메카니쿰: 2.01 (1) - [침범]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7.05 11: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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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테마이 메카니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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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템페스트선이 침범당했다. 화성에서 가장 고결한 레기오 중 한 곳의 통치령이 침입당했다. 무장 타이탄들이 자기네 요새에서 뻔뻔스레 걸어 나와, 다른 레기오의 영토에 호전적인 의도를 가지고 들어왔다. 눈앞에 뻔히 놓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카발레리오 프린켑스는 모르티스에서 정말로 사격전을 바란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왜 이런 위험을 감수한단 말인가? 호루스 루퍼칼을 지지하고 도발에 나서려는 것이겠지만, 다른 레기오가 자신들의 타이탄을 쏘도록 부추긴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짓이었다. 보다 음흉하고, 원대한 계획이 실행 중인 것이 아니고서야.


 만약 여기서 전투가 벌어진다면, 생존자는 거의 없을 터였다. 임페라토르 타이탄이 있다 하더라도, 모르티스 측 또한 피해 없이 빠져나갈 수는 없을 터였다.


 카발레리오는 늘 카뮬로스가 지휘관으로서는 부적격인 사내라 생각해 왔지만, 이번 대치 사건으로 그 의심이 증명된 것만 같았다. 이건 미친 짓이었다. 그리고 카발레리오는 그 미친 짓에 말려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기계교 내의 파벌들이 서로 전쟁을 벌이는 것이야 그럴 수 있는 일일지라도, 타이탄 군단들은 그런 일을 벌여선 안 됐다. 서로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화성과 테라의 연합이라는 이상을 지켜야 했으니.


 "프린켑스." 카이퍼 모데라티가 말했다. "템페스트선이."


 "나도 안다." 카발레리오가 말했다.


 "사격을 개시해야 할까요?"


 "사격 해법은 가지고 있나?"


 "이만한 거리에선 해법도 필요 없습니다." 카이퍼는 단언했다. "저 괴물은 워낙에 커서, 빗맞출래야 빗맞출 수가 없습니다."


 카발레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마에서 땀이 비처럼 흘러 내리고, 입안은 바짝바짝 말라 왔다. 심장은 빅토릭스 마그나의 불타는 심장과 함께 거칠게 두근거렸다. 타이탄의 노심에서 요동치는 초신성의 힘이 본디 설계된 바보다도 더 뜨겁고 더 빠르게 타오르고 있었다. 아르귀레 마고스가 다급히 반응로의 영에게 간청의 기도를 올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막강한 타이탄이 느끼는 비통함이 사지를 따라 저릿하게 퍼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임페라토르 타이탄의 이미지가 화면을 통해, 그리고 매니폴드를 통해 오감을 가득 채워 왔다. 정신 속으로 데이터들이 액체성 빛처럼 펼쳐지고, 카발레리오는 임페라토르 타이탄의 구조에 도입된 가공할 만한 공학적 위업들과, 그것의 존재 자체가 지닌 치명적 위협을 머릿속에 흡수해 들였다.


 임페라토르 타이탄의 팔다리는 죽음의 화신 그 자체였다. 씨익 웃고 있는 해골 얼굴은 혐오스러운 파괴의 예고였다. 잔뜩 곤두선 병기 탑과 보루들은 고대 신의 등 위에 짊어진 군사 요새 도시였다. 단지 그 무거운 짐은 처벌이 아니요, 자의적으로 짊어진 것일 뿐.


 저런 괴물과 맞서 싸운다는 것은 프린켑스에게 있어 최고의 업적이 되리라. 물론 동시에 최후의 업적이 되기도 하겠지만.


 괴물이 한 걸음을 더 내딛고, 그 걸음을 통해 템페스트선의 월경(越境)이 결코 우연한 사고가 아니었음이 명백해졌다.


 "샤라크 프린켑스께서 지시를 요청하십니다." 카이퍼가 말했다. "아르카디아 포르티스에서도 사격 허가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불푸스 렉스아스트루스 룩스가 측면 사격 위치로 이동합니다." 팔루스도 말했다.


 "그 둘에게 현재 위치를 지키라고 전해라, 빌어먹을 녀석들!" 카발레리오가 고함을 질렀다. 심장이 개틀링 캐논이 울부짖듯 날뛰었다. "내가 명령하기 전까진 누구도 사격을 개시해선 안 된다. 이 마지막 지시를 특히 더 강조해서 전해라, 카이퍼."


 "예, 프린켑스."


카발레리오는 상황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는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충실한 타이탄의 심장이 흡사 동맥에서 핏물이 터져 나오는 것처럼 그 불길을 전신의 가상 골수 속으로 쏟아 붓는 것을 느끼며, 호흡을 가다듬고자 애를 썼다.


 시야가 흐릿해지고, 매니폴드 화면의 가장자리가 잘못 조율한 픽터처럼 뿌얘졌다.


 빅토릭스 마그나가 다쳐 가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카발레리오는 이 추악한 대치 상황을 빠르게 일단락 지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모두가 전멸할 게 뻔한 사격전을 회피해 일단락을 지으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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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랍토리아는 카심 프린켑스의 통제 아래 발버둥치고 있었다. 야성적이고도 짐승 같은 이 타이탄은 피를 갈구하며, 카심의 의식에 폭력적인 생각들을 들이붓고 있었다. 살기 어린 심장이 적의 존재를 느끼고, 그 금속 거죽의 열기를 느꼈다. 랍토리아는 살육을 원하고 있었다.


 목에 걸린 황금 톱니바퀴 메달을 내려다보며, 카심은 이번 진군 직전에 레기오의 마고스들이 자신의 사고에 암호화 입력해 준 규율에 정신을 집중했다. 지난번 교전들에서 얻은 데이터 뭉치들은 각 승조원의 뇌 전두엽에 이식된 말초 장치들로부터 씻겨져 있었다. 교전이 일어날 때마다 지난번 교전에서 남은 정신적 앙금을 털어 버리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전투에 대한 강렬한 욕구만은 완전히 씻어 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전장의 뜨거운 금속내를, 그 어떤 타이탄도 진정으로 잊어버릴 순 없었다.


 카심은 랍토리아의 움직임에서 공격성을 억누르려는 운전사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쿵쿵하고 북처럼 울리는 반응로의 포효에서 전투에 대한 랍토리아의 갈망을 느낄 수 있었다.


 랍토리아는 싸움을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빌어먹게도, 카심 또한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카발레리오 프린켑스가 사격하지 않고 있었으니, 그들 또한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모르티스의 타이탄들이 템페스투스의 명예를 저토록 뻔뻔히 모욕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기란 부아가 치미는 일이었다. 이런 도전 행위를 아무런 보복 없이 내버려두다니, 어쩔 수 없다곤 하지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미 머릿속에서 랍토리아의 역정이 쌓이며, 이후에 분리될 때에 느끼게 해 줄 고통에 대해 심술궂게 약속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병기들에 동력을 넣어라." 랍토리아의 살의를 누그러뜨리려 애를 쓰며, 카심은 명령했다. "안전 장치를 해제한 뒤, 모든 사격 통제권을 내게 넘기도록."


 모든 사격 통제권을 넘겨 받음으로써, 카심은 랍토리아의 야성적 심장이 타이탄에 배치된 포대-서비터들의 저급한 두뇌 코딩을 압도해 제멋대로 사격하지 못하도록 했다.


 타이탄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은 원하지 않았지만, 만약 사격전이 시작된다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는 해 둘 요량이었다.


 "왜 폭풍의 군주께선 사격을 개시하지 않으시는 걸까요?" 보리치 모데라티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너는 그리도 죽고 싶어 안달이 났느냐?" 카심은 오히려 되물었다. "이 일이 통제를 벗어나면 우리 모두 다 죽게 될 테니 그런 것 아니겠느냐."


 하지만 스스로가 꾸짖으며 내뱉은 말에도 불구하고, 카심 역시도 같은 것을 의아해하고 있었다. 모르티스가 템페스트선을 침범했음은 명백했고, 카발레리오에게는 놈들을 사격할 권리가 충분히 있었다. 비록 심정적으로는 싸우기를 바라고 있을지라도, 자신들이 이길 확률이 적다는 것쯤은 카심 또한 알고 있었다.


 매니폴드를 지켜보며, 카심은 임페라토르 타이탄의 거대하고도 무시무시한 형체 앞을 굳건히 가로막고 서 있는 빅토릭스 마그나의 용감무쌍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마그나의 옆에는 아르카디아 포르티스메탈루스 케브레니아가 서 있었다. 세 기체 모두, 적의 기체에 비하면 난쟁이처럼 작아 보였다.


 "대체 어쩔 작정이십니까, 폭풍의 군주시여?" 카심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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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페라토르 타이탄의 모습이 매니폴드 상에 불쑥 나타났다. 얼굴을 일그러뜨린 전장의 신은 그들 모두를 파괴해 버릴 수도 있었다. 앞으로 몇 발짝만 더 걷는다면 그대로 자신들의 머리 위까지 서게 되리라.


 메탈루스 케브레니아의 조종실 안에서, 샤라크 프린켑스도 카심과 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바난 모데라티가 레기오 템페스투스의 영토 내로 활보해 들어오는 아퀼라 이그니스와의, 계속해서 증가해 가는 거리를 세어 주고 있었다.


 매니폴드를 통해 시야각을 넓힌 샤라크는, 자신의 곁에 당당히 서 있는 빅토릭스 마그나의 모습을 보았다. 마그나의 배관을 통해 뜨거운 배기 가스와 윤활유가 땀처럼 흘러 나오고 있었다. 치솟는 데이터 수치를 굳이 보지 않더라도, 저 유서 깊은 타이탄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음은 알 수 있었다.


 "제발, 인디아스." 샤라크가 중얼거렸다. "조금만 더 버텨 주게."


 그리고 샤라크는 시야를 바깥쪽으로 옮겨, 날렵하게 움직이는 불푸스 렉스아스트루스 룩스, 그리고 랍토리아의 모습을 보았다. 세 타이탄은 접근 중인 임페라토르 타이탄의 주위와 후방을 맴돌며, 흡사 수사슴을 사냥하는 늑대 무리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늘 호전적인 세 타이탄의 병기들은 동력이 주입되어 사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지면이 흔들렸다. 샤라크는 타이탄의 모든 관절을 따라 그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관성 완충기들이 타이탄의 주변 환경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흔들림은 보정해 줄 수 있었지만, 저 거대한 적이 내딛는 강력한 걸음은 완충기들로도 완전히 상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샤라크는 저 멀리 지면을 내려다보았다. 타이탄의 갈퀴발 아래 모인 스키타리 군대의 모습에 저릿하게 동정심이 느껴졌다. 임페라토르 타이탄 같은 괴물과 마주 서야 한다니, 워로드 타이탄의 조종석에 탄 채로도 두려운 일이건만. 보이드 실드와 장갑판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벌거벗은 채로 서 있는 저들은 어떻겠는가...


 실로 대단한 용맹이었다.


 "표적과의 거리는?" 샤라크가 애써 침착한 어조를 유지하며 물었다.


 사실 물을 필요도 없는 질문이었다. 매니폴드를 통해 임페라토르 타이탄이 벌써 300미터 안쪽으로 들어와 있는 걸 볼 수 있었으니. 일반적인 척도에 따르면 지근 사거리였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였다. 두 보이드 실드가 가까워지며 날카로운 소리로 재잘대는 소리가 이미 귓가에 들리고 있을 지경이었다.


 "250미터입니다, 프린켑스." 바난이 말했다.


 샤라크는 힐끗 왼쪽을 바라봤다.


 빅토릭스 마그나는 전진해 오는 임페라토르 타이탄의 앞에서 부동의 자세로 완강히 버티고 서 있었다. 샤라크는 폭풍의 군주의 그 결의를 흠모하긴 했지만, 동시에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는 모습에 실망감을 느꼈다. 메탈루스 케브레니아의 조종실 내부의 긴장감은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그 순간, 복스 주파수들을 따라 귀따갑게 울부짖는 소리가 흘렀다. 오염된 코드가 지속적으로 울부짖는 추악한 소음이, 흡사 쉰 목으로 껄껄대는 웃음소리 같았다. 청각을 찢는 날카로운 울음소리에 샤라크가 몸을 움츠리고, 전탐관은 비명을 질렀다.


 "옴니시아의 이름으로,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바난이 황급히 머리에서 복스셋을 벗어 던지며 외쳤다.


 샤라크도 오디오를 꺼 버렸다. 복스에서는 지직대는 코드가 광소를 터트리고, 모르티스 타이탄들이 부는 뿔나팔 소리도 아스크라이우스산의 높은 절벽들에 메아리쳐 울렸다.


 임페라토르 타이탄이 두 포완(砲腕)을 내렸다. 놈의 거대한 첨탑과 보루들에 달린 모든 뿔나팔과 종과 오그미터 송신기(augmitter)들이 거만하게 울음소리를 토했다. 그 소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요란해, 귀로 들을 수 있는 모든 파동과 코드 주파수를 통해 방송되었다.


 천박하고 추잡한 코드라인을 통해 악성 알고리즘들이 실려 오고, 샤라크는 악성 알고리즘들이 마치 바이러스 코드처럼 자신의 뇌의 말초 장치들을 침식해 드는 것을 느꼈다. 설치된 이지스 프로토콜이 알고리즘들이 메탈루스 케브레니아의 서브 시스템 깊숙이까지 침입하지 못하도록 막아 내고 있었다.


 "프린켑스!" 바난이 외쳤다. "적이 경로를 변경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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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라크는 숨을 헐떡였다. 몸에 이식된 의체 장치들이 임페라토르 타이탄의 전투 함성에 실려 온 지저분한 코드 파편들에 신경 경로들이 오염되지 않도록 막아 내고 있는 탓에, 머리가 빙빙 돌 듯 어지러웠다. 시야를 흐릿하게 가리는, 검게 번져 오는 정보 데이터 패킷 덩어리들 사이로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과연 바난의 말대로였다.


 임페라토르 타이탄이 방향을 바꿔, 동쪽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돌리고 있었다.


 커다란 원양 여객선이 급히 뱃머리를 돌릴 때와 마찬가지로, 저 정도로 커다란 병기도 그 경로를 신속하게 전환할 수는 없었다. 거대 병기의 새로운 방향은 이제 겨우 아스크라이우스산 남동쪽 언저리를 지나고 있었다.


 "돌런? 놈의 경로도를 감청해라." 샤라크가 씨근거리며 지시했다. 타는 듯한 두통이 두 눈동자 뒤편으로 쌓여 오기 시작했다. "놈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이냐?"


 전탐관은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를 돌린 샤라크의 눈에, 돌런이 뒤로 기울어진 좌석 위에 힘없이 늘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돌런의 눈은 하얗게 뒤집어져 있었고, 입가에는 거품이 물려 있었다.


 샤라크는 재빨리 자신의 감각을 돌런의 전탐소에 연결시켰다. 바이러스 코드의 해쉬가 입출력 포트 내에서 마치 역병처럼 스스로를 복제해 불어나며, 타이탄의 뱃속까지 흘러넘치려 하고 있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샤라크는 돌런의 인터페이스 링크를 타이탄의 나머지 시스템으로부터 즉시 차단시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크랩코드가 다른 침입 경로를 찾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바난 모데라티!" 샤라크는 외쳤다. "돌런 전탐관을 위치에서 이탈시켜라. 지금 당장!"


 바난이 돌런을 돌아보니, 돌런은 오염된 사이버네틱 강화 장치가 크게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한 탓에 몸이 경련하고 있었다. 바난은 최대한 서둘러 자신의 몸에 꽂힌 플러그들을 뽑은 뒤, 전탐소로 곧장 가로질러 달려갔다. MIU에서 너무 거칠게 분리된 탓에 걸음이 불안정하게 비틀거리고 있었다.


 샤라크는 맛이 가 버린 전탐관으로부터 시선을 돌려, 본인이 직접 적성 타이탄의 경로를 쫓았다. 여러 겹으로 겹쳐진 타르시스 화산군의 지도가 시야에 떠올랐다. 악성 코드 파편들 때문에 표면이 거칠고 얼룩져 있었다. 현재의 위치로부터 붉은 선 하나가 뻗어 나가 북동쪽으로 선회하더니, 이내 타르시스 언덕의 항구 시설로 뻗었다. 제조장관 대리의 몬두스 오큘럼 공장에서 생산되는 아스타르테스 보급품들의 주요 선적 지점이었다.


 보이드 실드들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에 샤라크는 지도를 꺼 버렸다. 조종실 안은 피드백 데이터들이 재잘대며 날카롭게 울부짖는 소리로 가득했다. 백만 개의 못을 칠판에 대고 일제히 내리긋는 것처럼, 거대한 에너지가 서로를 밀어 내며, 보이지 않는 역장을 서로 긁어 댔다. 그 탓에 형형색색의 번개 줄기들이 훅 하고 일며 공기 중으로 뿜어져 나갔다.


 "전탐관, 이탈시켰습니다." 바난이 말했다. 샤라크는 고개를 돌려, 바닥 위에서 꿈틀대고 있는 돌런의 모습을 보았다. 머리의 플러그들로부터 윤활유와 곤죽이 된 뇌 물질들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잘했다, 바난." 샤라크가 말했다. "이제 내버려 두고 다시 자기 위치로 돌아가도록."


 그리고 샤라크는 다시 매니폴드로 집중을 돌렸다. 막강한 임페라토르 타이탄이 더 멀찍이 방향을 돌리는 모습에 부끄럽게도 안도감이 들었다. 척수를 깎아 내리는 듯한 보이드 실드 간섭 현상의 소음도 멎어 들었다.


 "전 템페스투스 기체." 샤라크가 채널의 소음을 뚫으려 애를 쓰며 말했다. 공중파에는 여전히 울부짖는 잡음이 매달려 있었다. "무기를 내려라. 반복한다. 무기를 내려라. 모르티스가 돌아간다! 수신 확인하라!"


 하나둘씩, 템페스투스 타이탄들이 보내는 수신 확인 신호들이 매니폴드 상에 떠오르고, 샤라크는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화성의 대지 위에서 사격전이 벌어지기까지 얼마나 가까웠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임페라토르 타이탄을 호위하는 워로드 타이탄들도 그 뒤를 따라 이동하고, 레기오 모르티스의 전쟁 병기들은 터덜터덜 물러나기 시작했다.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놈들은 템페스투스의 영토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 갔다.


 모르티스는 떠나고 있었다. 하지만 샤라크는 놈들이 행여나 다시 방향을 돌려 도발을 걸어 오지는 않을지 확실히 하고 싶었다.


 "랍토리아. 불푸스 렉스. 모르티스 놈들을 뒤쫓아, 놈들이 계속 지금 방향으로 향하는지 확인하라." 지시를 내리면서도, 샤라크는 왜 폭풍의 군주께서 직접 명령을 내리지 않는 것일지 의아해했다. "안전 거리를 벌리되, 놈들이 가는지 확실히 확인하도록."


 두 워하운드 타이탄은 지시에 대한 응답도 없이 그대로 출발했다. 샤라크는 인조 가죽 의자에 더 깊이 몸을 파묻었다. 이마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머리카락도 흠뻑 젖어 있었다. 잠시 눈을 감고, 샤라크는 매니폴드의 데이터음을 차단시킨 뒤, 정신의 인간적 부분에서 재앙에 가까웠던 몇 분 전의 사건에 대해 처리하게끔 했다.


 교전이라기엔 너무 짧지 않았나?


 샤라크는 눈을 떴다. 복스에는 여전히 성가신 잡음이 남아 있었고, 빅토릭스 마그나로부터는 그 어떤 지시도, 정보 요청도, 또 어떤 형태로던지의 지휘도 없었다.


 샤라크는 폭풍의 군주의 타이탄을 바라봤다. 끔찍한 두려움이 뱃속에 쌓여 갔다. 빅토릭스 마그나는 임페라토르 타이탄 앞에 버티고 섰던 때 이후로 계속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마그나의 상체에서 검은 액체가 빗물처럼 흘러 떨어지고 있는 모습에 두려움은 더욱 커졌다. 어깨 외피 아래에 있는 배기구에서부터 숨결처럼 쉬이익 뿜어져 나와야 할 과열된 증기 기둥들도 멈춰 있었다.


 마그나의 고개는 푹 떨구어져 있었고, 두 팔은 허리 위로 축 늘어져 있었다.


 "빅토릭스 마그나." 샤라크가 매니폴드를 통해 말을 걸었다. 두려움 때문에 목소리가 의도했던 것보다도 더 날카롭게 나오고 말았다. "카발레리오 프린켑스, 수신 확인 부탁드립니다."


 응답은 없었다.


 "폭풍의 군주시여, 지금 즉시 응답해 주십시오!"


 매니폴드 화면에 움직임이 보이고, 폭풍의 군주의 막강한 타이탄으로부터 입력되어 들어온 어스펙스 수치에 샤라크의 고개는 가슴팍으로 푹 잠겼다.


 빅토릭스 마그나는 죽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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