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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he Emperor's Gift, 백마 탄 회색 기사 -3-

리만러스(222.110) 2023.05.26 17:12:42
조회 578 추천 1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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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섭정은 아니카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는 거의 손에 잡힐 듯 하였다. 언제나 그랬다. 이들은 우리가 없다고 판단될 때면 저런 태도를 취했다. 뻔하기도 하지. 지금 그에게는 아니카와 그녀의 수행원들만 보일 것이고, 저들만이라면 만약의 경우 손쉽게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 수행원들은 연단 끝에 조용히 서 있을 뿐이었다.


가장 처음에 보이는 이는 달포드였다. 멋지게 그을린 피부에 잘 다듬은 콧수염을 입 끝까지 기른 그는 어두운 색 유니폼을 가슴에서 어깨까지 뻗어나가는 아퀼라 문양이 수놓아진 은빛 로브로 가렸다. 그는 무기를 손에 쥐고 있지 않을 때면 신기할 정도로 불안해 보였으나 지금과 같은 자리에 그의 무기를 가져오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나는 문득 그 무기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달포드 본인도 지금 자신의 표정만큼 불안함을 느끼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조금만 집중하여 그의 마음을 읽어내면 될 일이었으나 지금은 그런 일에 신경을 빼앗기면 안됐다.


다음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카탄이었다. 그녀의 적갈색 눈동자가 가늘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필시 기분이 언짢은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동물에 가죽을 푹 눌러쓴 채 언제나 가지고 다니는 창을 그녀의 어깨에 메고 있었다. 그녀는 건물 내부에 들어설 때면 언제나 궁지에 몰린 맹수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그녀의 그런 태도가 공포에 질렸다기 보다는 짜증나서 그렇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굳이 마음을 읽을 필요도 없이 그녀는 탁 트인 공간과 푸른 하늘을 사랑하는 여자였다. 결코 스스로 말한 적은 없지만 카탄은 종종 우주 여행에 대한 악몽을 꾸고는 했다. 그 악몽 속에서 그녀는 몸을 움직일 수도 없고 숨을 쉴 수도 없었고 그건 나에게도 달가운 내용은 아니었다.


바실라는 의전용 검은색 로브를 입었다. 그녀는 왼쪽 눈 밑에 백합 문신을 새겼다. 멀리서 보면 마치 붉은 눈물을 흘리는 것 같이 보였다. 짧게 쳐진 그녀의 머리색은 마호가니를 연상케 했다. 아무리 높게 잡아도 그녀의 나이는 17세를 넘지 못할 것이고 심지어는 17세도 안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난 사람의 나이를 추측하는데 재주가 없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단언할 수 있는데, 바실라는 아직 성인 여성이 되지 못했다. 소녀에서 여인으로 가는 중간 과정에 있다고 하면 될 것이다. 다포드처럼 그녀 역시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모디아 출신의 고상한 다포드와는 달리 그녀는 별로 그 점을 개의치 않는 듯 했다. 그녀는 항상 프로메슘 탱크를 등에 메고 다녔고 저 작은 손으로 플레이머를 능숙하게 조작하였으나, 지금은 마치 기도하듯 조용히 두 손을 앞으로 맞잡고 있었다.


가벤 메릭은 그의 헤비 샷건을 등에 메고 있었다. 그 누구도 저 샷건을 그의 품에서 떼어놓을 수 없으리라. 아니카가 명령했을 때도 가벤은 따르지 않았다. 그는 흠이 많이 나있는 인포서 아머를 입고 있었는데, 이는 계급을 박탈당했다는 뜻으로 가슴팍에 구리로 수놓아진 아퀼라 문장만이 유일하게 남아있었다. 다포드가 예전 유니폼을 계속 입으면서 자신이 예전에 소속된 부대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 메릭은 그 정반대였다.


그가 인포서 아머를 입는 이유는 소속감이나 자부심을 느끼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편하고 믿을만한 내구성을 가지고 있고, 익숙하기 때문이었다. 법률집행자로 살아왔던 그의 과거는 그 아머 위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의 곁에는 엉덩이까지 올라오는 거대한 사이버 마스티프가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장갑을 낀 인포서의 손이 사이버네틱으로 강화된 마스티프의 귀 역할을 담당하는 센서를 천천히 긁었다.


마지막은 입에 담고 싶지도 않은 개자식이었다. 클로본이라는 이름의 이 남자는 얼굴에 가득한 흉터를 아퀼라 문신으로 가리고 있었고 엉덩이에 달린 권총이나 가슴에 꽂혀 있는 나이프를 다루는 것보다 카드 놀이를 더 잘하는 녀석이었다. 어째서 아니카가 저 녀석을 데리고 다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역겨운 흉물 같으니라고.


그때 아니카가 고개를 살짝 뒤로 튕겼다. 가끔 드는 생각인데, 그녀는 저럴 때마다 갈기를 휘날리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아마도 그녀 자신은 모르겠지. 그녀의 인공적인 푸른 눈동자가 상대방을 노려보았다. 사실, 이단심문관 아니카 야를스도티르는 언제나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날 때면 저렇게 고압적으로 쏘아보고는 했다. 그런 뒤에 처리된 작자들을 이미 몇 명이나 보아왔던 것이다.


섭정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가 반지가 끼워진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우리 궁전에 온 것을 환영하오."


그러나 아니카는 움직이지 않았다. 키 크고 자부심 넘치는 펜리스의 딸은 황제폐하의 이단심문소가 자랑하는 요원이었다. 나는 그녀가 섭정과 눈을 마주치자 속에서 짜증과 분노가 증가하는 것을 느꼈다. 섭정은 그녀에게 잘못 접근했다. 물론 잠시 뒤엔 아무 의미도 없는 문제가 되겠지만. 아니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혹시 나 이전에 이곳을 방문했던 인퀴지터도 이렇게 환대 해주었습니까?"


그러자 섭정의 수행원들 몇 명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방금 그녀가 대단한 농담을 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와 동시에 그녀의 내면에서 분노와 짜증이 더욱 뜨겁게 끓어 올랐다. 나는 그녀가 얼마나 볼터를 꺼내서 이 접견실을 피바다로 만들고 싶어하는지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우리는 외부인이고, 아직 어떠한 변수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섭정의 접견실은 너무도 호화스러웠다. 행성 총독의 궁전임을 감안해도 말이다. 어찌나 휘황찬란했던지 우스꽝스러울 정도였다. 사이버네틱 케루빔들이 접견실 총독실을 날라 다니며 섭정의 성스러움과 Cheth 임페리얼 가드 연대가 거둔 승리들이 기록된 배너를 흔들었다. 인큐베이터에서 생성되어 자라난 이 아기 형상의 복제인간들은 등에 흰 날개 모양의 반중력 장치를 달고 하늘을 떠다녔다. 합창을 하지 않을 때는 자기들끼리 낄낄 거리며 무언가 정보를 교환하고는 했다.


물론 저들은 나름대로 쓰임새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사열식이나 열병식을 할 때 저들의 도움이 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저들은 흉물스러우며, 저렇게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신성모독에 가깝다고 느꼈다. 인류에게 과연 자신들과 닮았지만 영혼이 없는 존재를 만들 자격이 있는가? 분명히 그럴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전임 총독의 동상이 중앙의 붉은 카페트를 중심으로 이열로 늘어서 있었다. 저마다 무기와 갑옷을 걸치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행성의 방위를 포기했던 작자였다. 그는 자신이 다스리던 행성을 방어하기 위한 그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었다. 동상들은 근엄한 표정으로 접견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섭정의 집무석은 내가 언젠가 보았던 황금옥좌에 앉으신 황제폐하의 그림과 비슷했다.


사치스러운 팔걸이는 휘어진 등받이로 이어졌고, 그 모든 파츠가 12개의 두꺼운 그루터기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나는 대체 어떠한 정신 상태를 가지면 저게 아름답다고 생각할지 궁금해졌다. 내 눈에는 반쯤 소화되다 만 무언가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저 집무석을 얼마나 황금으로 치장한다고 한들, 저 흉물스러운 모습은 되살릴 수가 없을 터였다.


저 집무석을 만드는 데 얼마나 들었을까? 아마도 이보다 급이 떨어지는 행성이 1년에 거두는 수입이 전부 투입되었을 것이다. 섭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두툼한 살을 감추는 비단 옷이 흔들거렸다. 난 저 돼지인지 사람인지 모를 녀석이 죽었을 때 영안실로 시신을 옮길 사람들을 평생토록 존중할 것이다.







퍼헤만 하다보니 질려서 프롤로그만 건드리고 남겨뒀던 엠페러스 기프트 다시 시작.


당분간은 퍼헤랑 병행하면서 번역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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