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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숲의 아들 라이온] 2부 : 지배 (8)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5.17 15:34:32
조회 3993 추천 58 댓글 9
														




희미해진 채 뒤흔들리는 현실을 뚫고, 함대는 별들 사이의 암흑을 미끄러지듯 빠져나왔다. 아발루스 성계로 향하는 함대는 흡사 바다에 거하는 포식자들의 무리처럼 움직였다.


균일한 제식을 꾸린 함대는 아니었다. 퓨리어스급 대순양함 지배의 군주가 그 중심에 섰고, 나머지 함선들이 고대 테라에서 궤도를 따라 공전하던 거대한 별들처럼 그 주위를 감쌌다. 하나같이 피에 흠뻑 젖은 어둠의 거수들이었고, 그 육신 곳곳에 포문이 박혀 있었다. 하데스급 중순양함 세 척-공포의 빛, 고대의 사원, 몰락-, 두 척의 스틱스급 중순양함-피의 맹세, 까마귀의 파멸-, 두 척의 데바스테이션급 순양함-압도, 장막-, 최소 네 척의 슬로터급 순양함-애쉬‘카톤, 음울, 그리고 같은 날 셀레탄의 조선소에서 건조되어 같은 날 반역자로 돌아선 쌍둥이 함선인 무자비대담-, 헬브링어급 경순양함 두 척-맹렬한 폭풍부정한 시선-에다 고딕급 중순양함 장검, 엔젤 오브 비질런스 챕터의 타격 순양함이던 공포의 파수꾼, 그리고 수많은 더 작은 경순양함들과 호위함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후방에, 카니지급 순양함 사악한 눈이 버티고 있었다.


사악한 눈의 함교에 설치된 홀로 프로젝터가 윙윙대는 소리를 냈다. 바엘로르가 활성화 룬을 건드리자 빛이 타닥거리며 생명을 얻어 진홍의 바르칸의 형상을 빚어냈다. 코른의 대전사는 사나운 눈빛을 한 채, 함대 전체를 대상으로 연설하고 있었다. 뚝뚝 떨어지는 침을 세라마이트 건틀렛으로 닦아내며 말이다.


- 아발루스는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다.


바르칸이 으르렁거렸다. 피에 굶주린 목소리였다.


- 더 유혹적인 목표들이 있었기에 잠시 살아남게 뒀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아발루스는 값을 치르지 않고도 워프에 저항을 외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놈들이 틀렸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여기 왔다. 주행성은 모조리 풀태우고, 방해하는 모든 건 파괴해라! 딱 하나 예외가 있다. 만약 제국의 머저리들이 외치는 대로, 사자가 함께 있다면, 세라팍스 경께서는 놈만큼은 살려놓으시길 바라신다. 그가 함선에 있다면, 그 함선을 파괴하지 마라. 오직 승함해서 제압해라. 그가 행성 내 어딘가에 있다면, 폭격을 퍼부을 게 아니라 착륙해라. 그렇지 않았다간…


바르칸은 날카로운 금속제 치아를 드러내는 미소를 지었다. 산성 침 때문에 검게 부식된 채였다.


- 이제 피를 흘릴 시간이다.


바르칸의 형상을 포착해 빛나는 형체로 내보내던 영상 생성기 너머에서, 바르칸이 무언가를 건드리자 화상이 깜박거렸다. 하지만 바르칸의 형상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코른의 전사가 고개를 든 순간, 그의 눈은 오직 바엘로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 바엘로르.

“바르칸.”


바엘로르가 회신했다. 피에 굶주린 주인의 전투 호출에 따라, 함선들이 응답하며 플라스마 엔진에 동력을 공급하자 화염이 뿜어졌다.


“꽤 인상적인 연설이더군. 구멍난 문장 하나 없이.”


바르칸이 다시 이를 드러냈다. 이번에는 미소가 없었다.


- 세라팍스께선 네놈을 아직도 용인하고 계시지, 사기꾼 자식. 하지만 네놈의 시간은 이제 얼마 안 남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네놈에게 고작 후위대 역할을 맡기는데도 마법사 군주께서 침묵만 지키셨겠나? 그분도 네놈이 약하고 믿을 수 없는 존재임을 아시는 게다. 네놈에게 마법사 군주께서 품은 형제애조차, 네놈을 더 오래 지탱할 수는 없을 거다.

진실의 검에서 세라팍스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쪼개지는 것은 내 해골이 아니었을 텐데.”


바엘로르가 답한 순간 바르칸의 뺨이 떠오른 기억 속에서 경련했다.


“게다가, 그렇게 서두르면 아마 놈들이 우릴 포위할 때 이 교전할 기회가 넘쳐나겠어.”

- 그럼 네놈의 함선이 싸우는 법을 기억하고 있기를 기원하지.


바르칸이 으르렁대며 교신을 끊었다. 바엘로르는 한숨을 쉬며 칸티칼락스 디모라에게 고개를 돌렸다.


“플라스마 엔진을 작동시키고 함대와 보조를 맞춰라. 센서 가동은 최대한으로. 바르칸은 정면 공격에서는 아직 쓸만하지. 전술적 인식과 비열한 교활함을 고루 품고 있으니까. 하지만 함대의 추진을 회피하고 닥쳐드는 적의 구성 요소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어. 대형을 깨는 적에게라면 분노하며 달려들겠지. 생각보다 더 바빠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당신에 대한 그 친구의 평가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인데.”


디모라는 항상 지켜보고 있었다. 주 엔진에 동력이 공급되자, 바엘로릐 아래의 갑판이 고동치기 시작했다. 희미하게, 저 멀리 보이는 아발루스의 구체를 향해 함선이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당신 같은 아스타르테스들은 보통 명예 같은 개념에 지나치게 큰 가치를 부여하더군. 통계적으로나 전술적으로나, 집단 전체의 번영을 위해 아주 중요한 위치인데도, 후위대에 배치되는 걸 종종 수치스럽게 여기더라고.”


바엘로르는 코웃음을 쳤다.


“나에 대한 바르칸의 의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세라팍스가 원했기 때문에 우리가 후위대에 있는 거야. 바르칸에게 지휘권을 맡기면 우리를 후위대에 배치할 것을 뻔히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다가오는 전투의 승패가 아니다. 사자가 정말 이곳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아발루스는 함락될 테고, 바르칸은 그 피를 만끽하겠지.”

“만약 그가 정말 여기 있다면?”


바엘로르는 그의 오스펙스에 표시된 산개중인 함대를 바라보았다. 참 강대한 힘이었다. 아발루스는 오랫동안 고립된 채, 점점 자원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습격에 맞서며 잘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바르칸이 이끌고 온 전단의 규모는 남아 있는 아발루스의 군세를 압도하기에 충분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만약…


“만약 그가 여기 있다면.


바엘로르가 중얼거렸다. 그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비틀리는 느낌이었다.





함대전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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