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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사우전드 선 31장 (1) - [마그누스 vs 리만 러스]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5.08 15: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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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장


[프로스페로의 만가]



 자주색 번개가 하늘을 가르고, 천상에 돌연 밤이 드리우며 어두워졌다. 검은 핏방울이 폭우가 되어 쏟아지며, 순식간에 모든 것을 적시고 공기 중을 재가 젖은 쓴맛으로 가득 채웠다. 아흐리만은 충격 받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타오르는 거인이 포텝의 피라미드 꼭대기에서부터 내려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크룩스 안사타 위로 투명한 녹색 불꽃이 일렁이고, 변화무쌍한 번개 줄기들이 지상을 후려칠 때마다 저주받은 울펜들이 수십씩 불타 소멸했다.


 대지에 금이 가며 갈라지고, 피라미드를 둘러싸고 있던 해자가 성내듯 끓어올랐다. 검은 파도가 해자 기슭에 부딪히고, 지각을 지닌 회오리바람이 피라미드에서 떨어져 내리던 유리 조각들을 붙들더니, 투창처럼 내던져 적 전사들을 지면에 꿰어 버렸다.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을 느낀 아흐리만은 전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육신을 통제했다. 육신 안의 변이가 구속하는 그의 형상을 벗어 던지고, 그 안에 갇혀 있던 새롭고 끔찍한 존재를 풀어 놓으려 할 터였기 때문이었다. 허나 고통스러운 돌연변이 종양의 급증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흐리만은 고개를 들어, 불꽃과 빛에 휩싸인 눈부신 존재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황금 갑옷을 입고 붉은 머리칼이 에테르 에너지로 타오르고 있는 마그누스 더 레드의 모습은 영광 그 자체였다. 칼날 달린 지팡이에서 눈 먼 번개 호선이 쏘아져 나와, 대폭발을 일으키며 장갑 차량들을 파괴했다. 마그누스가 겁에 질린 스페이스 울프 전사들을 외눈으로 훑자, 그 시선을 마주친 이들마다 즉시 그 눈동자 속에서 무한한 혼돈의 칠흑 같은 심연을 엿보고는 광기에 빠져 죽어 나갔다.


 티즈카시 상공 위로 대양의 권능이 침입해 들어오며 광기가 휘몰아치고, 하늘은 곧 저 너머의 세계를 비추는 투명한 창으로 변했다. 산만한 크기의 불룩한 눈동자들과, 오직 광인들의 꿈에서나 나올 부정형 괴물들이 저 아래의 멸망한 세계 위를 음흉하게 바라봐 왔다. 그 모독적인 공포의 광경에 수백 명이나 되는 이들이 즉시 절명했다.


 제정신인 자라면 누구라도 그 끔찍한 광경을 보고 움츠러들지 않을 수 없었다. 침략군 역시 아래의 세계를 굶주린 듯 노려보는 공포스러운 것들의 광경에 충격을 받아 학살을 멈췄다. 울펜들조차도 그 끔찍한 괴물들의 모습에 위축되어, 돌연 스스로의 존재의 무의미함에 압도되는 것을 느꼈다.


 오직 리만 러스와 그의 늑대 동반자들만이 마그누스가 보여 주는 환상 앞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서 있었다. 아흐리만은 늑대왕의 눈빛에서 기대감이 번뜩이는 것을 보았다. 곧 있을 싸움을 생각하며 즐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마그누스의 발이 둑길 위를 밟고, 정상적으로 흐르던 시간의 속도가 느려졌다. 내리는 빗방울 하나하나가 슬로우 모션처럼 떨어지고, 지그재그로 번쩍이는 번개의 자취 또한 무한히 느리게 움직였다. 마그누스의 발 아래서 둑길을 이루는 화산암이 변화의 에너지로 파문을 일으키고, 아흐리만은 프라이마크의 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수 세기에 걸쳐 각인된 순종이 무의식 중에 그 동작을 취하게 했다.


 사우전드 선 군단의 프라이마크는 어둠 속에 나타난 빛처럼 황홀경을 불러 일으키는 거룩한 존재였다. 마그누스의 황금 갑옷은 이전의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밝은 빛을 발했고, 풍성한 머리칼은 전에 없이 선명한 붉은색을 띄었다. 그 육신은 이전까지 한 번도 담아 본 적이 없었던 엄청난 힘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마그누스의 외눈이 아흐리만에게로 고정되었다. 홀린 듯이 이글거리는 눈동자 속에서 보인 절망의 심연에, 아흐리만은 혈관 속 피가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아흐리만은 과거에 마그누스가 아들들이 괴물로 변이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느꼈던 두려움과, 그로부터 수 세기가 지난 지금, 형제의 광기 어린 야심 때문에 아들들이 학살 당하는 모습을 지켜 보며 느끼는 비통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제서야 아흐리만은 프라이마크가 지금까지 전장에서 손을 떼고 있었던 이유를,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가 아니라 그저 그 자체로서 깨달음으로써 그 고결한 이상을 이해하게 되었다. 자신을 의심한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용서가 느껴졌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 왔다.


 [이 운명은 언제나 너희가 아닌 나를 위한 것이었단다.] 마그누스는 말했다. 아흐리만은 사우전드 선 군단의 모든 전사들이 똑같은 음성을 듣고 있음을 깨달았다. [너희는 내 아들이다. 그리고 나는 너희들을 실망시키고 말았구나.]


 프라이마크의 말에 아흐리만은 울고 싶어졌다. 모든 창조물을 굽어 보았으되, 스스로의 미흡함으로 그것을 붙잡을 순 없었던 자의 슬픔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그누스가 다시 말을 했을 때, 이번에 프라이마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그 한 명뿐이었다.


 [아젝아. 내 아들들을 이끌고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가거라.]


 "안 됩니다!" 아흐리만은 외쳤다. 비통한 눈물이 끝없이 쏟아지는 억수 같은 빗방울에 섞여 들었다.


 [해야만 한단다.] 단호히 말하며, 마그누스는 붉은 팔을 들어, 이제는 열려 있는 피라미드의 청동 관문을 가리켜 보였다. 관문 안쪽에서부터 새하얀 빛이 유혹하듯 비쳐 나오고 있었다. [아몬이 안에서 너희가 이곳에서 가지고 떠나야 할 귀중한 선물을 가지고 너희를 기다리고 있다. 네가 형제들을 이끌지 않는다면, 우리가 여기서 해 온 모든 일들이 다 허사가 되고 말 것이다.]


 "전하는요?" 아흐리만이 물었다. "전하께서는 어쩌시고 말입니까?"


 [나는 내가 해야만 할 일을 할 것이다.] 얼어붙은 듯 느리게 둑길 위를 돌진해 오는 리만 러스의 성난 모습을 바라보며 마그누스는 말했다. 그리고 프라이마크는 손을 뻗어, 아흐리만의 흉갑 한가운데 달린 녹옥 스카라베 장식 위를 만졌다. 녹옥이 창백한 빛을 발하고, 아흐리만은 거대한 힘이 그 속에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반사 동굴에서 깎아낸 것이란다.] 마그누스가 말했다. [내 군단의 모든 전사들이 갑옷에 하나씩 달고 있지. 때가 오면 그 때가 언제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네 모든 에너지를 이 수정과 네 모든 형제들의 수정에 집중시키거라.]


 "이해가 안 됩니다." 아흐리만이 애원하듯 말했다. "제가 뭘 어째야 하는 겁니까?"


 [네가 태어났을 때부터 네게 운명 지어졌던 바대로 행하게 될 것이란다.] 마그누스는 말했다. [이제 가거라!]


 "전하와 함께 싸우겠습니다!" 아흐리만이 단호히 말했다.


 [아니.] 마그누스가 끝없는 무저갱 같은 후회를 담아 말했다. [넌 그러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운명의 실이 지금 이 순간에도 풀리고 있으니, 이곳에서 일어나야 할 일은 반드시 일어나야만 한단다. 날 위해서라도 아비의 이 마지막 부탁을 들어다오, 아젝아.]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지만, 아흐리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그누스의 도착과 함께 왜곡되었던 시간의 흐름이 다시 온전하게 돌아가며 주변에서 세계가 팽창되었다. 타오르는 불길의 노호성과, 비물질적 천둥 소리가 다시 한 번 세계의 표면 위로 울려 퍼지고, 귀가 멀어 버릴 듯한 병기들의 포화 소리는 이전보다도 더 시끄러워진 듯만 했다.


 그리고 늑대왕의 울부짖음이 그 모든 소음을 다 날려 버렸다. 아흐리만과 사우전드 선 군단은 몸을 돌려, 포텝의 피라미드를 향해 달려갔다.


.

.

.

.


 피라미드 안은 겁에 질린 민간인들과 녹초가 된 스파이어가드 병사들 등,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안으로, 저 너머의 세상을 잠기게 하고 있는 악몽의 폭우로 갑옷이 검게 젖은 사우전드 선 전사들까지 쏟아져 들어왔다. 아흐리만이 세어 보기로, 울펜들의 공격에서 도망쳐 나온 전사들의 수는 적게 잡아 일천 명을 조금 넘는 것 같았다.


 "군단이 10분의 1로 줄었군." 아흐리만은 말했다.


 그 끔찍한 규모의 손실에 절로 망연자실해졌다.


 사랑하는 군단이 영락했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받아들이려 애를 쓰는 동안, 하토르 마아트와 소벡이 곁으로 다가왔다. 이토록 적은 수의 생존자들만이 남아 있는 모습에 여전히 아연해 하면서도, 아흐리만은 넓은 실내 한가운데에 서 있는 아몬을 발견했다.


 아몬 역시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아몬의 갑옷은 흠없이 말끔한 모습이었다. 아몬의 무기는 칼집과 총집에 들어 있었고, 손에는 싸늘한 쇠 자물쇠로 봉인되어 있는, 튼튼하게 보강된 함이 하나 들려 있었다.


 "그분께서 자네는 살아남을 거라고 말씀하셨지." 아몬이 말했다.


 "프라이마크께서 말이오?"


 "그렇네. 수 년 전 자네가 육체 변이로 죽어 가던 와중에도, 그분께서는 자네가 살아서 이 순간을 볼 것임을 알고 계셨다네."


 "옛날이야기는 됐소!" 아흐리만이 거칠게 호통을 쳤다. "프라이마크께서 당신이 내게 뭔가 줄 것이 있다 말씀하시던데?"


 "그렇네." 아몬은 그리 말하며, 아흐리만에게 함을 열라고 내밀었다.


 "잠겨 있잖소."


 "다른 이들에게라면 그렇겠지만, 자네에게는 아니라네."


 "지금 이럴 시간 없소." 아흐리만이 씩씩대며, 두 전신이 세계를 무너뜨리는 굉음과 함께 격돌하는 모습을 어깨 너머로 돌아보았다. 번쩍 터져 나온 빛이 피라미드 안을 가득 채우고, 리만 러스가 울부짖는 소리가 마그누스가 일으키는 번개의 천둥소리와 겨루었다.


 "자네가 시간을 만드는 걸세." 아몬이 응수했다. "아니면 이 모든 일이 다 허사가 될 테니까."


 아흐리만은 손을 뻗어 자물쇠를 붙잡았다. 자물쇠는 아흐리만의 손이 닿자마자 찰칵 하는 금속성과 함께 열렸다. 함의 뚜껑을 연 아흐리만은, 그 안에 들어 있는 책을 보고는 숨을 들이켰다. 붉은 정장이 세월의 흐름을 받아 갈라져 있는 것이, 여전히 집필 중인 마도서가 아니라 고고학적 발굴품을 보는 것만 같았다.


 "마그누스의 서잖아." 하토르 마아트도 헛숨을 들이켜고는 말했다.


 "어째서 이걸 내게?" 아흐리만이 물었다.


 "자네가 이 책의 새로운 운반자니까." 아몬은 말했다. "이 책을 안전하게 지키고, 그 페이지들 속에 담긴 지식이 잘못된 이의 손에 떨어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자네의 몫일세."


 아흐리만은 쇠 함에서 책을 꺼내 들어, 그 텅 빈 페이지들 안에 담겨 있는 힘과 가능성의 무게를 느껴 보았다. 책 속에 담겨 있는 주문들과 마법식들이 품은 힘이 그를 부르고 있었다. 책의 페이지들 위에 쓰려진 비밀들을 통달하였을 때 그가 이룰 수 있을 위대한 일들을 약속하며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거부하고, 다시 함 안에 책을 넣은 뒤 누구도 그 페이지를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그 누구도 그 책이 줄 수 있는 힘을 탐내지 못하도록 봉인하길 바랐다. 마그누스가 돌아와 자신의 마도서를 되찾기를 바랐다. 하지만 갑작스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는 깨달음이 명확하게 찾아왔다.


 마그누스는 리만 러스와의 대결에서 살아 돌아올 생각이 없었으니까.


 아흐리만은 마그누스의 서를 품고, 다시 피라미드의 청동 관문으로 달려갔다. 절박한 마음에 달음박질은 빨라졌다. 필멸자의 이해를 벗어난 거대한 힘들이 해방되며, 눈부신 섬광과 천둥 같은 충격음이 관문 반대편에서부터 들어오고 있었다.


 거대한 관문 앞에 도달한 아흐리만은, 그 흉포함과 지닌 힘, 그리고 어리석음에서 견줄 데가 없는 두 형제의 싸움을 보았다. 마그누스와 늑대왕이 한 세계의 운명을 추에 걸고 싸우고 있었다. 갈라진 번개 줄기가 땅에서부터 솟아오르며, 스페이스 울프와 쿠스토데스 군대를 그 싸움에서부터 떨어트려 놓고 있었다.


 러스가 마그누스에게 억수 같은 공격을 연달아 퍼부으며 뿔 달린 흉갑을 부수자, 마그누스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싸늘한 불꽃으로 형제를 후려쳐 그 갑옷에 금을 일으키고 땋인 머리에 불을 붙였다.


 엄청난 비율로 부풀어오른 듯 보이는 두 투사들은, 마치 신화와 전설 속 거인들을 연상케 했다. 늑대왕의 서리검이 마그누스를 향해 날아들었지만, 마그누스의 황금 도끼가 그 공격을 비껴냈다. 번개와 천둥이 내리치는 광기 어린 폭풍 아래서, 두 전사는 서로를 빙 돌며 장엄한 전투를 벌였다. 그것은 육체와 정신, 그리고 영혼까지, 모든 차원에서 벌어지는 전투였다. 두 프라이마크는 거의 메마름이 없는 힘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기울여 서로를 파괴하려 하고 있었다.


 피라미드 주위의 해자에서 기름처럼 검은 물이 둑 위로 부딪히며, 마치 수면 아래서 보이지 않는 폭풍으로 끓어오르는 것처럼 요동을 쳤다. 스페이스 울프와 쿠스토데스 전사들이 리만 러스의 일기토를 돕는 대신, 피라미드로 향하기 위해 부서지는 물보라를 뚫고 해자를 헤쳐 건너오고 있었다. 마그누스가 양손을 옆으로 휘젓자, 해자의 물이 부식성 산으로 변하면서 해자 속에 들어간 전사들이 고통스레 울부짖었다. 산으로 변한 물이 세라마이트 갑옷을 태우고 뼈와 살을 젤리처럼 녹여 내렸다.


 세계가 잠길 만큼 두꺼운 호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발 아래의 땅은 악취 나는 진창으로 변하며, 꿈틀거리는 지면으로부터 발목을 붙잡는 손들이 나타났다. 부상당한 전사들은 진창 속으로 끌려 들어가며 보이지 않는 습격자들에 맞서 몸부림을 쳤지만, 결국 저항할 도리도 없이 그대로 진창 아래로 끌려 들어가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프로스페로는 붕괴되고 있었다. 두 세계 사이의 장막이 깨지고, 대양의 주민들이 지르는 비명 소리와 광기 어린 횡설수설 소리가 사람들을 두려움에 질려 주저앉게 했다. 이성에 대한 전면 공격이 쏟아지는 가운데, 아흐리만은 피라미드를 두들기는 허리케인 같은 바람 속에서 간신히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다. 건물에서 유리창들이 깨지고, 금과 은으로 된 탑들이 피라미드 모서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한밤중의 하늘에 천둥이 울려 퍼지고, 지진이 들썩이며 지면을 찢어 발겼다. 지진으로 생긴 틈새들은 계속해서 넓어지며, 아직까지도 티즈카에 남아 있던 몇 안 되는 건물들마저 무너트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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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 파괴의 진원지에, 마그누스와 러스가 있었다. 아흐리만은 두 거신이 격렬한 증오심으로 서로 씨름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것은 오직 한때 서로를 친구라 불렀던 이들만이 품을 수 있는 그런 원한이었다. 아흐리만은 지금껏 그처럼 필사적인 싸움을 본 적이 없었다. 앞으로 달려나가 두 사람에게 그들이 한때 지녔던 유대에 대해 상기시켜 주고 싶었지만, 행성을 뒤흔드는 이 싸움에 끼어든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아흐리만은 육체 변이를 경계해 부하 전사들에게 권능을 사용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 바 있었지만, 마그누스는 전혀 거리끼는 기색 없이 불꽃과 번개에 휩싸인 주먹으로 리만 러스를 두들겨 댔다. 그러나 러스는 프라이마크였고, 군대를 무너트릴 만한 힘이라도 러스에게는 화를 더 돋우는 것 외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마그누스가 러스의 가슴팍에 주먹을 꽂아 넣자, 두 행성이 충돌하는 듯한 굉음과 함께 얼음장 같은 흉갑이 부서지고, 세라마이트 파편들이 늑대왕의 심장을 찔렀다. 그에 대한 답례로 러스는 마그누스의 팔을 붙잡아 꺾어 버렸다. 아흐리만의 귀에 마그누스의 팔뼈가 천 조각으로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순수한 생각으로 만들어진 칼날이 마그누스의 반대쪽 팔에서부터 뽑혀져 나오고, 마그누스는 그 칼날을 부서진 갑옷 사이로 러스의 가슴에 깊게 박아 넣었다.


 칼날이 러스의 등을 뚫고 나오고, 늑대왕은 귀가 먹먹해지는 고통의 포효를 질렀다. 늑대 아닌 늑대들의 합창이 주인의 울부짖음에 더해졌다. 러스와 함께 다니는 두 마리의 거대한 늑대 괴물들이 마그누스를 향해 덮쳐 들어, 마그누스의 두 다리 위로 아가리를 조였다. 마그누스는 검은 늑대의 머리에 주먹을 꽂아 넣었고, 검은 늑대는 숨막힌 비명 소리와 함께 땅 속에 쳐박혔다. 분명 두개골이 산산조각 났으리라. 분노의 포효와 함께, 마그누스는 하얀 늑대도 다리에서 떼어 내, 생각만으로 러스의 뒤쪽에 몰려 있는 군대의 머리 위로 던져 버렸다.


 울부짖는 광풍과 빗줄기가 관문을 통해 들어오고, 아흐리만은 누군가의 손들이 자신을 끌어당기는 것을 느꼈다. 손아귀를 떨쳐 내려 했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토르 마아트와 아몬이 그를 피라미드 입구로부터 끌어 당기고 있었다. 커다란 기계 장치들이 거대한 문짝을 천천히 닫고 있었다.


 "안 돼!" 아흐리만이 외쳤지만, 그 목소리도 울부짖는 바람에 붙들려 흩어져 버렸다. "두고 갈 순 없어!"


 "닫아야 해!" 하토르 마아트가 피라미드와 스페이스 울프 군대 사이를 가르는 파도 치는 해자를 가리키며 외쳤다. 남는 볼터를 노 삼고 지붕의 잔해에서 오목한 부분을 임시 나룻배 삼아, 적들이 파도를 뚫고 관문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해자의 물은 평소와 같은 상태로 되돌아가 있었고, 수면 위로 둥둥 뜬 액화된 살과 뼈 거품만이 해자에 빠져 죽었던 이들이 남긴 유일한 흔적이었다. 울펜들의 무리 역시 물 속으로 몸을 던졌다. 수백을 넘는 울펜 무리 전체가 급조된 나룻배 바로 뒤에서 피라미드를 향해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아흐리만은 다가오는 괴물들 너머로 시선을 들어, 둑길 위에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마그누스와 러스의 싸움을 보았다. 에테르 불꽃과 번개 폭풍에 가려 두 사람의 끔찍한 격전은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검은 빛이 번쩍이며 터져 나오더니, 러스가 고통스레 울부짖었다. 그리고 러스가 휘두른 눈먼 공격이, 적의 가장 무서운 무기에 운명적인 일격을 가했다. 바로 마그누스의 외눈에.


 한 순간, 타오르던 빛과 불의 폭포가 꺼지고, 귀청을 울리는 침묵이 바깥쪽으로 퍼져 나갔다. 모든 움직임이 멈추고, 둑길 위에서 싸우고 있던 거신들의 모습도 사라졌다. 두 프라이마크는 이제 평소의 일반적인 체격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마그누스가 늑대왕으로부터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치는 모습에 아흐리만은 비명을 질렀다. 마그누스의 한쪽 손은 눈을 붙잡고 있었고, 부러진 팔은 재생 에너지로 지직거렸다. 다치고 피투성이가 되어 있기는 했지만, 리만 러스는 여전히 그 기회를 붙잡기에 충분할 정도로 노련한 싸움꾼이었다. 마그누스에게로 쏜살같이 파고든 러스가 씨름꾼처럼 마그누스의 허리를 붙잡더니, 포효와 함께 형제의 몸을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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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시선이 러스에게로 향하고, 러스는 마그누스를 자신의 무릎 위로 내리찍었다. 진홍왕의 척추가 부러지는 소리가 사우전드 선 군단의 모든 전사들의 심장을 가르고 들려왔다.


 아흐리만은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교감통이 새하얗게 달궈진 창날처럼 가슴을 찌르고 들어와, 손에 들고 있던 마그누스의 서도 떨어트려 버렸다. 세상의 어떤 고통도 이에 비할 수는 없으리라. 그것은 프라이마크도 죽일 수 있는 일격이었으니. 그 부상은 필멸자 전사라면 일백 번을 죽고도 남았을 치명타였다. 아흐리만은 닫혀 가는 관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피 묻은 송곳니를 드러내고 불에 그슬린 머리칼에 손에는 얼음날 도끼를 든 대장이 이끄는 전사들과 함께, 울펜들이 해자의 둑 위에까지 도달했다.


 늑대왕이 검게 물든 하늘을 향해 승리의 포효를 울부짖고, 기름처럼 검은 호우를 핏빛 비가 대신했다. 프로스페로가 쓰러진 자식을 위해 구슬피 울고 있었다. 아흐리만은 피눈물을 흘렸다. 리만 러스가 마그누스를 진창 위로 떨어트리고, 서리검 먈나르를 패배한 적의 머리를 향해 가져다 댔다.


 그리고 마그누스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고개를 돌렸다. 마그누스의 망가진 외눈이 아흐리만을 발견했다.


 이것이 내가 너희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란다.


 리만 러스의 검이 떨어졌다. 그러나 서리검의 치명적 칼날이 닿기도 전에, 마그누스는 부자연스러운 음절들을 중얼거렸다. 인간이 쉰 목소리로 하늘 위 이름 모를 신들에게 처음으로 찬양을 바친 이래로 인류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던 음절들을. 마그누스의 몸이 눈 깜짝할 새 사라졌다. 한 마디 말만으로, 마그누스의 몸 전체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차오르는 거대하고 깊이 모를 힘에 아흐리만은 헛숨을 들이켰다.


 그것은 필멸자가 담기엔 너무도 거대한 힘이었다. 하지만 그 힘이 자신의 전신을 휩쓰는 도중, 아흐리만은 자신을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아흐리만은 양손으로 흉갑에 박힌 녹옥 스카라베 장식을 움켜쥐었다. 스카라베 장식의 모든 곡선과 미세한 형태들을 정신에 가득 담고, 그 결함들, 황금 받침대에 새겨진 복잡한 무늬들, 그리고 그 본질을 이루는 검은 딱정벌레의 정확한 치수를 정신에 담았다.


 그 보석의 모든 것에 대해 깨달은 아흐리만은, 사우전드 선 군단의 모든 전사들의 가슴에 달린 동일한 아티팩트들을 머릿속에 그렸다. 그것을 머릿속에 시각화시키는 동안에도 몸 속에 차올랐던, 마그누스가 아들들을 구하기 위해 그에게 준 마지막 힘이 전 군단으로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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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댓추 받고 싶어서 제목으로 어그로끌었다.. 진홍왕이랑 늑대왕 싸움수준 ㄹㅇ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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