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 후 이야기 - 진실의 목도자: 1부

꺼무트길리먼 · 2023.01.15 13:29:40

https://youtu.be/VTpoLEdyBXY

멸망 후 이야기 시리즈 링크

※ 이번 이야기는 "진실의 목도자: 프롤로그"에서 이어집니다.

◆◆ 대학의 부지의 광장은 연구 프로젝트의 시연이나 결과 발표의 무대로서 자주 사용되는 곳이다.

그런 만큼 일단 발표가 있다하면 그곳에는 많은 인파가 모인다 - 학생, 교수, 프로젝트의 스폰서 등을 포함해 말이다.

그리고 오늘 ■월 ■일, 이번에도 어김없이 시연회를 보기 위해 광장에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도 몇배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왜냐하면, 오늘의 시연은 특별하니까.

오늘 이 자리에서 일어날 일은 어쩌면 역사적인 순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광장에 몰린 인파가 시연을 기다리며 웅성거리던 도중, 드디어 광장의 강당 위로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친애하는 학생들과 학자 여러분,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후원해주신 스폰서 여러분, 기다리셨습니다."

분홍빛 피부의 종족의 학자가 마이크를 잡으며 말했다.

"저, ◆◆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 클라'스자가, 오늘 드디어 여러분께 과거로 떠나는 여정의 첫걸음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학자의 말에 관중이 호응했다.

"지금까지 저희는 그저 현 시대에 남은 유물과 유적을 통해 과거의 모습을 상상해왔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한계가 있었지요. 은하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과거의 흔적의 수는 희귀하기 짝이없고, 그런 극소수의 흔적마저 과거의 모습을 극히 일부만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과거의 비어있는 부분을 그저 상상으로만 채울수 밖에 없었습니다. 타우 제국 통치 이전의 은하계의 세상을, 사피엔스 공화국을, 방주의 유랑자들을, 네크로데미스 기계문명과 메가코프 보탄의 모습을, 그저 머릿속으로만 그려낼 수 밖에 없었죠."

클라'스자 교수가 말했다.

"하지만......오늘, 그런 상상만하는 건 아마 끝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는 마이크를 들지 않은 쪽 손으로 자신의 뒤에 있는 무언가를 소개하듯 가리켰다.

무대 위에는 거대한 구형의 장치가 세워져있었다.

문이 달려있는 집채만한 원형 캡슐처럼 생겼다.

"전에 제가 이메일로 배포한 공고문을 보셨으면 다들 아시겠지만, 이 세상 모든 것에는 사이킥 잔향, 즉 과거의 기억이 희미하게나마 깃들어 있고, 사이코메트리는 그런 기억을 읽어 그 사물이 과거에 겪은 일들을 파악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유물들은 최수 수만년의 세월이 흐른 탓에 사이킥 잔향이 옅어 제대로 된 기억을 읽어낼 수가 없었지요."

클라'스자 교수가 말했다.

"그러나, [01 의식공동체]와 [그레즈] 그리고 [라'하라-엘 여명회]의 원조를 받아, 저는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이 시뮬레이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장치는 유물에 깃든 사이킥 파장을 추출시켜, 분열배양시킨 생체뇌세포에 정착시킨 다음, 뇌세포에서 발생한 전파자극을 추출시켜 전자화시키고 코드화하여 영상으로 투영시킬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감각신호로도 변환시킬 수 있어 체험자가 마치 그 상황을 직접 겪는 것처럼 느끼게 해줄 수 있죠."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교수의 태도에 청중이 크게 호응했다.

"시뮬레이터를 이용하는 법은 간단합니다. 그저 기억을 추출시킬 유물들을 이 칸 안에 넣고, 체험자가 시뮬레이터 안에 들어가서 체험하기만 하면 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사전 설정에 따라 유물에 깃든 기억의 체험시간을 짧게는 몇십분, 길게는 무려 몇달동안 늘릴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무리 체험시간을 길게 잡아도...현실에서 지나는 시간은 단 10초 밖에 걸리지 않죠!"

청중이 크게 호응했다.

시뮬레이터의 기억 추출기에는 8개의 유물이 들어있었다.

쌍두독수리 인장이 새겨진 낡은 깃발, 빛을 잃은 스피릿 스톤 파편, 8망성 형상의 부서진 조각상, 수염난 난쟁이처럼 생긴 작은 우상, 녹철색의 녹슨 금속기계해골, 고철처럼 생긴 파워 클로, 초고대 포식종의 미라 잔해, 그리고 타우 제국의 배틀슈트 부품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지금부터, 제가 이 시뮬레이터 안에 들어가서 이 8개의 유물에 깃든 과거의 기억을 체험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1분이 지나고 시뮬레이터 밖으로 나와, 진정한 과거의 최초의 목격자로서 제가 직접 보고 들은 것들을 알리고 감상하는 시간을 갖는 영광을, 지금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청중이 환호했다.

그저 상상으로 밖에 그릴 수 밖에 없던 미지의 과거의 베일을 마침내 벗겨낼 수 있다니, 누가 환호하지 않겠는가.

대학 부지 광장에 모인 모두가 환호하며 호응했다.

그 사이에 섞여있던 몇몇 감시자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러면, 이제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교, 작동시키게."

클라'스자의 조교가 시뮬레이터의 조작기를 레버를 올리자,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메인 발전기 및 비상 발전기 준비 완료했습니다."

"차단기 및 안전 장치 세팅도 완료, 이상 무."

"준비되었습니다, 교수님."

"좋아."

클라'스자 교수가 미소지었다.

"교수님, 이제 시뮬레이터 안으로 들어가서 약 3달간 체험을 하시게 될 겁니다. 현실 시간으로는 10초 정도 가량의 시간이 될겁니다."

"물론이지. 만든 게 난데 내가 모르겠나?"

교수는 미소지었다.

시뮬레이터의 문이 개방되었다.

내부에서는 형형색색의 빛이 뿜어나오고 있었다.

"좋은 여행되시길 바랍니다, 교수님."

"물론이지."

조교의 말에 교수가 말했다.

"분명히 큰 모험이 될걸세."

그리 말하며 교수는 그 형형색색의 빛의 근원으로 다가가 들어서며, 시뮬레이터의 문이 닫혔다.

"10초 후에 개폐합니다."

조교가 장치를 조작하면서 말했다.

기계음이 돌아가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대학 부지 광장이 침묵으로 가득찼다.

방금전까지 환호하던 청중도 긴장이 감도는 듯 찍소리도 나지 않았다.

5초 밖에 안됨에도 영원할 것 같은 침묵이었다.

"3, 2, 1..."

"시뮬레이션 종료. 개폐합니다."

마침내 10초가 지나고, 시뮬레이터의 문이 연기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청중은 시뮬레이터에서 나올 모험자의 모습을 기대하며 문에 시선을 집중했다.

허나 예상과 다르게 모험자는 화려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싸늘한 정적만이 시뮬레이터를 채울 뿐이었다.

"교수님?"

장치를 조작하던 조교가 입을 열었다.

물어보고나서도 시간이 조금 지나고나서야, 발걸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과거의 탐험자는 문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방금 전까지 들어갔을 때의 쾌활한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눈은 초점이 풀려있었고, 머리카락 군데군데가 하얗게 새어있었는 등 폭싹 삭아버린것만 같은 행색이었다.

마치 살짝만 건드려도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이 불안불안한 모습이었다.

"...교수님?"

조교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눈치챈듯 교수에게 천천히 다가섰다.

"교수님? 괜찮으세요?"

".....위하여...죽음을...."

괜찮은지 더 안부를 물으려 다가선 순간, 뭔가 더 심각하다는 것을 조교는 깨달았다.

"황제를위하여돌연변이에게죽음을마녀에게죽음을와아아아피의신께피를그들의수는무한이요죽음이...."

"교, 교수님?"

"은하계를불태워라대의를위하여무한한굶주림이왔다그들이너를산채로데려가지않기를우리는서서죽는다옴니시아를위하여..."

교수는 눈이 풀린채 실성한 듯이 뭔가 끊임없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조교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클라'스자 교수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음을.

청중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듯 웅성이기 시작했다.

"교수님? 괘, 괜찮으세요?"

조교가 당황하며 교수에게 손길을 내밀며 등을 만진 순간,

"으, 으아아아아아!!!!!!!!!!!!!!"

갑자기 교수는 비명을 내지르며 발작했다.

"교, 교수님?!?!"

"오, 오지마!!!!!!!!!!!!!!!!!! 내게로 오지마!!!!!!!!!!!!!!!!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갑작스럽게 주저앉으며 패닉에 질린 교수의 모습에 조교가 당황했다.

"사,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날 쫒아오고 있어!!!!!! 거, 거인들이, 괴물들이, 악마들이, 으, 으아아아아아아악!!!!!!!!!!!!!!"

교수는 제자리에 나동그라진채, 머리를 쥐어잡으며 발작했다.

그걸 본 청중들은 뭔가 사태가 심각해진 걸 깨달은 듯 불안과 함께 더 웅성이기 시작했따.

"바, 발표 중단시켜! 청중들 빨리 내보내고, 응급차 불러! 교수님 모셔가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조교가 이내 다른 사람들에게 소리질렀다.

청중의 부지 광장의 안내원들의 안내에 따라 현장을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이에 섞여있던 감시자들도 지금 발표에서 일어난 사고를 주시하다가, 이내 다시 청중 사이에 섞여 모습을 감추었다.

"으아아아아아아!!!!! 으, 으아아아아아아악!!!!!!!!!!!"

"교, 교수님!!! 제발 진정하세요!!! 교수님!!!!!"

"살려주세요!!!!! 제발 용서해주세요!!!!!!!!!! 제발, 제, 제발 살려, 으아아아아아아악!!!!!!!!!!!!!!!!"

그러는 와중에도 교수는 머리를 쥐어싸맨채로 바닥에 나뒹굴며 발작하고 있었다.

마치 아직도 악몽에 갇힌 아이처럼 말이다.

2부로 끝나게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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