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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3차 창작)라이오넬 헤러시)피의 약탈자 - 2

트루-카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8.16 16:36:54
조회 538 추천 12 댓글 3
														

"생귀노르! 생귀노르! 생귀노르! 생귀노르! 생귀노르! 생귀노르! 생귀노르! 생귀노르!"


소년병인 그는 다른 병사들이 찬가를 외치며 전투를 재개한 이후에도 천사들의 싸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경이로운 광경에서 쉬이 시선을 돌릴 수 있을 만큼 숙련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집중이 끊긴 건 찬양이 제대로 들리지 않을 만큼 톱날이 회전하는 소리가 가까워졌을 때였다. 그를 향해 달려드는 코른 버저커는 다행히도 리만 러스 전차의 궤도에 뭉개졌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라스건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스타르테스에게 라스건은 아무 의미 없었고, 플라즈마건이나 전차는 있어야 했다. 그러나 소년병에게 그런 위험하고 희귀한 무장을 쥐어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그는 무력감을 느껴, 천사들의 싸움이나 보다가 접근해오는 마린들이나 잘 피하자고 생각했다. 


천사들의 싸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황금의 천사와 황동의 천사 둘 다 자신의 날개를 펄럭이며 검을 맞댔으나, 여태 한 번도 서로에게 치명타를 먹이지 못했다. 황금의 천사의 칼날이 황동의 천사의 어깨 패드를 스쳐 피가 흘러나왔으나, 황동의 천사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황동의 천사가 일순간 급상승하여 내리찍자 황금의 천사의 날개가 베였으나, 그렇다고 모든 새들이 질시할 정도로 우아한 비행이 흐트러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황동의 천사에게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황동의 갑옷은 서서히 부식되었고, 핏방울 장식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말라붙고 있었다. 투구의 눈-렌즈에서는 피눈물이 흘러나왔고, 날개의 핏빛 깃털은 점차 빠지고 있었다. 생귀노르의 신성한 빛이 코른의 추종자를 좀먹고 있었다. 황동의 천사는 분명, 아주 조금씩, 약해지고 있었다. 점차 황금의 천사의 일격을 허용하고 있었다. 황동의 천사는 으르렁거리며 더욱 빠르게 검을 휘둘렀지만, 생귀노르는 좀처럼 물러나지 않았다.


무언가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시선을 돌리자 거대한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 전장에 아군 아스타르테스가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아군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우아한 갑옷과 무기를 들고 있는 터미네이터였다. 터미네이터는 이해할 수 없는 포효를 내지르며 그에게 달려왔다. 그는 겁에 질려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라스건을 들어 올려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보려던 그때였다.


황금빛 인영이 거인에게 급강하했다. 거인은 위에서부터 은빛 검에 꿰뚫려 즉사했다. 황동의 천사가 즉시 달려들어 빈틈을 노렸지만, 황금의 천사는 검을 들어 올려 막아내고 그에게로 날아왔다. 황금의 천사에게 안긴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황금의 천사는 소년을 안은 채 황동의 천사와 싸웠다. 그 오만한 태도에 황동의 천사는 분노를 터트리며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으나, 그 부주의한 동작이 빈틈을 만들었다. 생귀노르는 찰나의 틈을 간파하고 검을 휘둘렀다. 생귀너리 가드는 배에 큰 자상을 입은 채 땅으로 떨어졌다.


생귀노르는 잠시 자신이 죽인 상대를 내려다보았다. 


여러 명의 코른 버저커들이 생귀너리 가드의 시신에 달려들었다. 죽은 자의 갑주와 무기를 벗겨내다가 독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죽이기 시작했다. 머지 않아 한 명의 승리자가 생귀너리 가드의 무구를 장비해 생귀너리 가드가 될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오늘은 더 이상 생귀너리 가드가 없었다. 그것이면 되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그때 비로소 그는 자신이 천사의 품에 안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천사는 검을 검집에 꽂아넣고 그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죽은 지 5년이 넘은 그의 어머니의 손길만큼이나 따스했다. 생귀노르의 빛은 그의 몸을 데워주었다. 그는 그 온기에 자신이 천사가 되는 것 같다고 느꼈다. 


한 목소리가 생귀노르를 불렀다. 양손에 체인피스트―그는 체인피스트가 무엇인지 모르긴 하지만―를 장착한 거인이었다. 입에서 피를 튀기며 거인이 말했다.


"제폰! 나와 싸우자! 영원의 문을 기억하느냐! 내 검과 갑주를 부서뜨렸을 때를 기억하느냐! 내가 되갚아주겠다!"


생귀노르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간결하게 답할 뿐이었다.


"나는 제폰이 아니다."


그리고 생귀노르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포화와 살육으로부터 안전하면서도 전투를 내려다볼 수 있는 첨탑에 그를 내려다주었다. 생귀노르가 그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날아가려고 한 순간, 그가 물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생귀노르는 잠시 침묵하다가, 목소리를 내뱉었다. 너무나도 고결하고 신성한 목소리였다.


"나는 이름이 없단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


그는 망설이다가, 천사의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자신의 이름을 외쳤다. 생귀노르는 곧바로 답해주었다. 생귀노르의 표정은 투구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으나, 분명 미소 지었을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그것이 내 이름이란다."


그는 한 순간도 자신의 이름을 자랑스러워한 적이 없었다. 너무나도 이상한 이름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젊었을 적에 본 고서의 등장인물에게서 이름을 따왔다고 했지만, 소년에게 그런 고서는 아무 짝에도 의미 없는 종이쪼가리일 뿐이었고, 그의 아버지 또한 그를 지켜주지 못한 채 죽어버렸다. 그러나 지금, 천사가 그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쓰겠다고 하자, 소년은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을 흘렸다. 


단테. 그것이 소년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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