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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라이오넬 헤러시] 이단(2)모바일에서 작성

리멤브란서(117.110) 2022.08.09 17:44:07
조회 787 추천 12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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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모래범벅이 됐네요..빨리 들어오시지...!''

''신경쓸 것 없어.''

박사는 당장이라도 울어제낄 듯 한 얼굴로 모래폭풍을 직격으로 맞고 먼지투성이가 된 채 소싯적 우화에 나오는 어린 남매처럼 가는 길마다 자신들이 이곳에 왔노라는 흔적을 남기려는 듯 사방으로 누런 먼지를 흩뿌리며 집무실 안으로 들어온 인퀴지터와 인터로게이터를 바라보았다.

물론 박사가 울상을 지은 이유는 인퀴지터와 그의 수행원에 대한 동정심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은 벽과 싸구려 회백색 시멘트로 대충 마감된 이 건물의 복도뿐만 아니라 각 대륙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새로운 정경을 자아내는 모 아이스 월드를 세밀하고도 아름답게 묘사한 홀로그램화와 고급스러운 목재와 카페트가 깔린 바닥, 벽 한쪽에 걸려있는 어느 동물의 두개골과 어딘가에서 밀수했을 법 한 손님 대접용 다과들에까지 옷 곳곳에 뭍혀온 행성의 모래들을 뿌려댔다.

''어디 보자...펜....뭐라고 써있는 거야?''

인터로게이터는 마지막 몇 글자가 누락된 홀로그램화를 신기한 듯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휘저었다.박사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자신의 기계 의안을 통해 행정부의 엄격한 감사를 피해 지난 몇 년간 운영 예산을 횡령해서 사들인 보드라운 융단 카페트가 인터로게이터의 워커발에 짓밟히고 인퀴지터가 모래 묻은 손을 털어낼 때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떨어지며 카페트의 보드라운 털들 사이에 박히는 것을 볼 때마다 박사의 장갑 낀 손들은 부들부들 떨렸지만 박사는 그 불같은 성미를 가진 인퀴지터의 손에서 떨어지는 것이 자신의 끊어진 동맥에서 속절없이 새어나오는 붉은 선혈이 아니라 그저 모래 알갱이임을 감사히 여겨야 했다.

''인퀴지터님,''

인퀴지터가 모래 묻은 손으로 금도금된 아퀼라 상징 아래에 붙어 있는 소박하면서도 격정적인,영원하지만 끝없이 변화하며 타오르는 불꽃을 연상시키는 애쉬클리프 형무소의 상징을 더럽히기 전에 박사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저도 제 혐의가 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박사는 몇 초간 뜸을 들이다가 입을 뗐다.

''인퀴지터님.저희의 치료 방식은 그저 새로운 것일 뿐이지 이단적인 게 아닙-''

그러나 박사의 뚫린 입은 다시 다물어졌으니,이 행성에 발을 딛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없이 냉소적이었던 인퀴지터의 얼굴이 극심한 혐오로 일그러지며 금도금된 독수리의 날개를 단 볼트 피스톨이 정확하게 그의 미간을 겨누었기 때문이다.

'' '저희의 치료 방식'이라고?그건 내가 생각한 니 혐의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데?''

급격하게 바뀌는 감정의 기류를 눈치챈 인터로게이터가 인퀴지터를 말리려 했지만,인퀴지터는 냉정함을 상실한 채 여전히 무시무시한 볼터 피스톨을 박사의 얼굴에 겨누고 겁에 질린 박사를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

''그러니까 당신은 제국의 표준적인 정신병자 치료 방식과는 무언가...색다른 무언가를 이 병원에서 자행하고 있다는 건가?''

''예..뭐...그런 셈이죠.''

박사는 이글거리는 인퀴지터의 눈빛을 피하려 애썼다.

그러나 인퀴지터의 행동들은 단순한 분노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희열이었다.

마침내 제 손으로 용의자의 새로운 혐의를 찾아냈다는 희열.

그것이 그의 뉴런을 타고 찌릿거리는 전기적 자극과 함께 온몸에 내리꽂혔다.

그와 동시에 인터로게이터의 휴대용 녹음기는 돌아갔고 상황이 이 지경이 된 이상 박사가 살 확률은 적어 보였다.

''...저희는 그것을 '연극 치료'라고 부릅니다.''

몇 분간 이어지는 지독한 대치 상황에 익숙해졌는지,박사는 여전히 그를 겨눈 총구 앞에서 여유롭게 다시 입을 열었다.

''아시다시피 제국인으로서 특기할 만한 정신병이 있는 자들은 빠른 죽음을 맞지만,이곳에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부유한 행성의 귀족 출신들입니다."

''환자들이 현지에서 빠른 죽음을 맞기 전에 환자의 가족들이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이곳으로 보내는데,그렇게 보내진 이들을 통상적인 제국 방식대로 서비터로 만들거나 정신병이 발현되는 뇌 부위를 완전히 도려내 제 이름도 기억 못하는 바보 천치로 만들어 돌려보낼 순 없잖습니까.''

''그래서 제가 고안한 것이 바로 '연극 치료' 입니다.''

박사의 말을 듣는 인터로게이터의 얼굴에서는 미묘한 불안감이 맴돌았다.

''그러니까...저희는 환자의 뒤틀린 사고도 충분히 이해하고 바꿀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정신병 치료를 위해 말 그대로 환자가 주인공인 연극을 하는 겁니다.''

''이 치료법은 주위의 모든 것을 환자의 정신상태에 맞게 바꾸어야 하고 환자 본인이 정신병에서 벗어나 진정한 현실을 직시하는 데 비록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이것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환자는 완벽한 정상인이 되어 다시금 제국에 충성하는 신민이 되겠지요.''

''뭐...그건 잘 알겠고,이젠 본론으로 넘어가시죠.''

그 둘을 가만히 지켜보던 인터로게이터는 인퀴지터가 잠시 잊고 있던 이곳에 온 목적을 상기시켰다.

''솔란도 씨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그래.말 한번 잘했네.저 많은 간수들과 서비터들은 어디다가 팔아먹고 수색을 어영부영 미룬 거지?''

''아닙니다.일단 그분이 원체 수사를 한답시고 이리저리돌아다니는 통에 실종된 것을 인지하지 못해 초기 대처가 미흡했지만 그래도 절차에 따라 형무소 근처 10km까지 수색은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했는데....아무런 흔적도 없었습니다.''

''우리 수색대는 그 무엇도 찾지 못했습니딘.정말,정말로 그분은 사라져 버렸단 말입니다.''

''허,그래.그렇단 말이지?''

''내가 그 말에 속을 정도로 멍청해 보이나?''

인퀴지터는 왼손에 들고 있던 볼트 피스톨을 인터로게이터에게 넘겨주고 그에게서 전자식 태블릿을 받았다.

인퀴지터에게서 넘겨받은 볼트 피스톨이 평범한 인간에겐 무거울 텐데도 인터로게이터는 한 손으로 의연하게볼트 피스톨을 붙들고 서 있었다.

''인터로게이터에게 부착된 위치추적기가....''

인퀴지터는 박사의 장갑 낀 손을 낚아채 황량한 누런색 사막 위에 찍힌 한 점을 누르게끔 했다.

''바로 이 곳에서 멈췄다.''

박사는 식겁하며 인퀴지터의 손을 뿌리치고 다급히 그의 손을 허리 뒤로 숨겼다.

''참...이제는 날 속이려 들기까지 하다니..''

그리고 그 와중에 인퀴지터는 살짝 드러난 박사의 손목이 미세하게 새의 발과도 같은 주름이 자글자글한 푸른색 피부로 변색된 것을 보았다.

''...당장 수색대를 그 지점으로 파견하겠습니다.무슨 일이 있어도 찾아내겠습니다.''

화제를 돌리려는 듯 박사는 마지못해 인퀴지터의 제안에 동의했지만,박사가 외계인들과 결탁했다는 결정적 증거,어쩌면 박사가 인간으로 변장했을지도 모른다는 혐의를 찾고도 인퀴지터는 찜찜해했다.

왜냐하면 그가 오르도 제노스의 일원으로서 제국을 위해 척살한 수많은 외계인들 중 주름이 자글자글한 푸른 피부를 가진 외계인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박사가 타우인일지도 모를 일이지만,그 어린 종족이 사이킥 변장술에 익숙하지 않음은 인퀴지터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이 일은 알파리우스 각하의 주관이 아니라 커즈의 부서가 주관했어야 할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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