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2차창작] [3차 창작] 라이오넬 헤러시 - 하시크

ㅇㅇ(58.238) 2022.07.05 03:56:16
조회 1028 추천 18 댓글 3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183310&exception_mode=recommend&page=1


죽어가는 이들의 비명이 점점 가까워졌다.


숨어있던 시민들은 은신처를 포기하고 뛰쳐나왔다.

포위된 도시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채 아이의 손을 잡고 달렸다.


죽어가는 이들의 비명소리에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도시 외곽에서 타오른 연기가 점점

가까워지고, 많아졌다. 타닥, 타다닥 소리가 끊임없이 귓가를 울렸다.


적의 칼에 부상당한 이들의 신음소리가 희미해졌다, 커졌다, 이어졌다, 끊어졌다.

그속엔 어린아이의 새된 비명도 섞여 있었다.


애써 눈을 돌려 내달리는 주민들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직 밤이 찾아오긴 이른 시간. 도시의 하늘을 덮은 것은 거대한 검은 덩어리였다.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춰선 이들의 눈이 곧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것은 그들 동포의 썩어 문드러진 시신이었다.


말발굽에 짓밟혔거나, 검에 목이 잘렸거나, 사지가 찢긴 시신들. 완전히 부패해 구더기가 들끓는 고깃덩이

쏟아진 내장이 그들이 디딘 거리를 뒤덮었다. 팔, 다리가 포개지고, 부패한 혈액이 아직 살아있는 이들의 몸을 적시고

도시의 자랑이던 분수는 시체로 메워졌다.


많은 주민들이 부패한 혈액에 구더기에 덮여 미처버렸다.

소수의 강인한 이들만이 아이들의 눈을 가린채 다시 달릴 수 있었다.



*



불타는 도시를 바라보는 하시크는 평소에 다른 감상에 젖었다.


정주민의 마지막 요충지가 함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위대한 칸과 함께한 정복도 이제 끝이 보였다.


정복의 조건은 언제나 같다. 항복하면 받아주고, 저항하면 남김없이 죽인다.


주군은 그것이 그들의 용맹과 의지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가르쳤다.


그리고 정말로 항복한 정주민들의 문명과 삶의 방식을 인정했기에 하시크는 조금도 칸의 관용을

의심하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자 투석기에 차곡차곡 실려 날아가는 시체들이 보였다. 저항을 택한 도시의 주민들.


초원의 아들들은 피고름이 흐르는 정주민들의 시체를 무기로 썼다.


시체에 끊는 구더기와 쥐떼는 그들에게 말과 개만큼이나 익숙한 존재였다.


포위된 도시를 쇠약하게 만들고, 수비군의 의지를 빼앗는데 이만큼 유용한 수단도 드물었다.


투항하여 목숨과 삶을 보존할 기회를 저버린 건 그들이니 뭐라 할 수도 없을 터.


그래, 그랬는데. 왜 마음 한구석이 개운치 못한걸까? 위대한 정복의 마지막에 드는 이 꺼림칙함은 무얼까?


"아까부터 심각해 보이십니다. 칸의 전사들이 끌처럼 나아가 적을 섬멸하고 있는 데 무언가 걸리시는 거라도?"


곁에선 어린 전사가 말을 걸었다. 하시크와 달리 시체를 바라보는 그의 눈길은 차분했다.

약간이나마 웃음기마저 보였다.


"별것 아니다. 그저... 저런 것 없이 직접 장벽을 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지."


말을 하면서도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칸의 전투방식을 어린 전사 앞에서 부정하는건 바람직하지 않았다.


"저희는 그들에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칸도 예수게이 님도 허락하셨고...."


어린 전사가 가리킨 곳에 차곡차곡 들려가는 시신을 응시하는 예수게이가 보였다.

시신을 쏘아 올리는 곳에는 그가 함께하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그들 영혼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네. 비록 육신은 부패했지만 끝가지 살고자 하던 의지가 남아있어.

난 그들을 위로하고자 하네.'


썩은 시체에서 들리는 목소리라니. 스톰시어들은 정말 그런 걸 듣는건가.


"어차피 땅에 매여 자유도 모르고 가축처럼 사는 존재입니다. 동정하실 이유가 없습니다."

"풀 뜯어 먹고 사는 가축이 자유로운 삶을 살라 한다고..."


"말을 삼가라. 칸께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신 거다. 감히 오르두의 뜻을 모욕하느냐."


어린 전사는 입을 다물었다.


그래 우린 그들을 존중하는 것 뿐이다. 우린 그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저항도, 멸망도 그들이 선택한 것.

잡스런 감정 따위 빨리 털어 버려야지.



*


검을 쥔 손에 말을 듣지 않았다.
피와 기름이 뒤섞여 깨진 파워아머는 거추장스런 쇳덩이리에 불과했다.
일어 서려 했지만 무릎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스트반III에 피어오른 저항의 불씨가 꺼져가고 있었다

압도적인 숫자의 반군에 불을 뿜던 아이언 핸드 포병이 침묵에 빠졌다.
자신이 있는 참호까지 태우며 저항하던 샐러맨더의 불꽃도 꺼졌다.
후방을 교란하던 레이븐 가드들은 얼마나 남아있을까?
물밑들이 밀려오던 케식에 맞서던 형제들은 이젠 자신만 남았다.

저만치서 익숙한 발걸음이 들렸다.

"예수게이"

"형제여 이렇게 되어 유감일세."

"왜... 무엇때문에...."

"자유일세."

배신한 스톰시어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당하게 말했다.

"믿음을, 자유를 빼앗고, 인류를 가축삼아 군림하고자 하는 오만한 황제에게서 모두를 해방시키는 투쟁이지
설마 자네가 거부할 줄은 몰랐네. 칸을 가장 오래 모신 자네라면 당연히 이해해줄줄 알았는데. 정말 유감이야."

"형제 절반을 죽여서 말인가? 복종하지 않으면 죽이는 폭군을 몰아내고자 복종하지 않는 형제를 죽여?"

"우리와 갈라서길 택한건 자네들이야. 우린 그 선택을 존중한 것 뿐이고."

선택, 존중. 익숙한 그 말이 이토록 차가웠었나.
과거 어린 전사의 득의양양한 얼굴이 떠올랐다.

멸망한 정주민 도시와 같은 운명에 처하고서야 하시크는 깨달았다.
화이트 스카가 강조한 자유와 존중의 이면을.

젊은 전사의 오만한 발언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배신자 형제들도, 예수게이도.... 주군도

'오만이야. 존중이 아니야. 그들의 운명을 마음대로 재단했을 뿐...'

화이트 스카의 방식을 강요하지 않은 게 정말 그들을 존중해서인가.
그들 삶을 존중한게 아니라 가축이 자신들처럼 되는 걸 견딜수 없었던 게 아닐까?
이제 하시크가 바로 그 가축이었다.

예수게이의 도가 목을 내리치는 순간. 하시크의 뇌리를 스친건 분노나 황제에 대한 충심이 아니었다.

어리석은 자신에 대한 질책과 후회였다.


추천 비추천

18

고정닉 8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58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275853 공지 8판) 갤러리 이용 가이드 [16] 코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5 6778 8
273434 공지 신문고 [4] ㅇㅇ(106.101) 23.09.23 5478 1
212300 공지 블랙라이브러리 [1] 사서(218.147) 23.01.11 31339 51
245066 공지 블붕이 필독서) 당신이 한번쯤 생각해봤고 자주 나오는 질문. [69] 메카보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12 13765 132
211431 공지 대문 보관소 [9] 팝콘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1.06 11338 19
218127 공지 햄봉산 번역 모음글 모음 [2] 팝콘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14 12289 14
1 공지 블랙 라이브러리가 뭔가요? [3] 플레이모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8.21 24760 55
314741 일반 앙그론이 이상하게 평가 절하가 심한거 같음 [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5 44 0
314740 일반 일반 행성 시민보다 임페리얼네이비 잡일꾼이 더 좋은듯 서비터(211.108) 04:20 19 0
314739 모형/ 오늘 워리어 ㅇㅇㅇ(211.251) 03:46 29 3
314738 번역 떡밥에 편승해서 올려보는 번역글 [4] 구글번역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32 189 11
314737 번역 다중인격 오시아크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7 147 4
314736 일반 그냥 서브컬처에 민주정 잘 안나오는건 별이유없음 [14] i핀iz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9 213 2
314735 일반 커즈불칸전은 2차전이 존나웃긴데 [2] ㅇㅇ(211.234) 00:56 107 3
314734 일반 에오지 음식 관련 설정 [5] 오거아저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4 138 5
314733 비디오 블러드 보울3 토너먼트 홍보 나왔습니다 [1]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45 34 2
314732 질문/ 나는 원한다 음식관련 설정글을 [1] 게리망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44 36 0
314731 번역 엘프 정통 무협지 <깨달음의 끝> 초반 스토리 요약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37 109 6
314730 질문/ 카스마들은 형제타령 안하지않나? [5] 서비터(211.108) 00:29 166 0
314729 일반 근데 크로악 결국 원 코인 성공 못했잖아 [6] 뻬인타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5 164 0
314728 일반 크로악이 얼마나 대단한 양서류인가 [1] 서비터(211.222) 00:20 112 3
314727 일반 근데 워해머 게임에선 스마가 많이 안나오던데 [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5 142 0
314726 일반 ㄱㅇㅎ) 스페이스 오페라에 민주정이 드문건 [6] 컬티스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0 116 0
314725 일반 디더릭 이름 진짜 찐따새끼같음 [4] 서비터(180.229) 05.10 108 0
314724 질문/ 호루스 헤러시 제품들은 금형 다른거 쓰나? [1] ㅇㅇ(49.161) 05.10 79 0
314723 일반 오늘자 레딧 : 크로악이 40K에 오면 어케 될까? [21] ObedMarsh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849 25
314722 일반 커즈가 상대전적도 다 좋지않나? [5] 서비터(219.251) 05.10 100 0
314721 일반 디더릭이란 이름이 영국판 엄준식 같은 느낌인거임? [2] 서비터(106.101) 05.10 117 0
314720 일반 ㄱㅇㅎ) 스페이스 오페라에 민주정이 드믈수밖에 없음. [5] ㅇㅇ(180.66) 05.10 176 1
314719 일반 ㄱㅇㅎ?)스페이스 오페라에 민주정 나온거 있자너 [5] 워드페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184 4
314718 일반 국밥 리스트 하나 짜놓으니까 서브 리스트를 만들고 싶네 고양이만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27 0
314717 모형/ "진지하게 혐오지성이 마렵네 형제여" [9] 방그르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530 16
314716 일반 햄탈에서 드워프 썬더바지 써보고 카라드론 뽕찼는데 꼬마티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38 0
314715 모형/ 오-도 좀비소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46 0
314714 일반 스페이스 오페라에 민주주의는 안된다는게 국룰인가 [1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218 0
314713 질문/ 패턴을 읽힌 커즈는 전패인가? [7] 서비터(222.235) 05.10 141 0
314712 일반 카라드론 짤뚱해서 싫어했었는데 [3] 톨루엔환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104 1
314711 일반 워해머에서 가장 어이없던 숫자놀음 [8] 설따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227 2
314710 2차창 두 가드맨이 참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2] 꺼무트길리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401 16
314709 일반 에오지도 호헤시리즈처럼 서사시 나왓으면 좋겟다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72 0
314708 일반 스마들이 필멸자 거리는건 [3] 서비터(104.28) 05.10 135 1
314707 일반 ㄱㅇㅎ) 천둥번개 공포증 있는데 [10] ㅇㅇ(121.159) 05.10 152 4
314706 일반 다크킹이 제대로 태어났다면 [5] ㅇㅇ(108.181) 05.10 139 0
314705 일반 친구끼리 난 가드맨 , 넌 임네 어뢰노예 드립치며 노는데 [9] ㅇㅇ(121.159) 05.10 149 0
314704 질문/ 에오지에서 드워프란 단어는 사라졋음?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93 0
314703 일반 4만서 필멸자라는 단어는 많이 봤어도 불멸자는 거의 못봄 [7] 서비터(222.235) 05.10 146 0
314702 비디오 카오스 게이트 암살자들 언제쯤 열림?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42 0
314701 일반 스프레이 프라이밍 해본 소감 [4] Podhak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120 0
314700 모형/ 자작챕터 어썰트인터세서 완성!! [27] 엄청쎈풍뎅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347 12
314699 번역 엘프 정통 무협지 <깨달음의 끝> 프롤로그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385 15
314698 일반 조이토이 임.피 카타프락티 파워소드 리뷰 [5] 서비터(211.203) 05.10 183 4
314697 일반 조이토이 이번에 온건 좀 실망이네 [1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244 1
314696 2차창 황제에게 정말 신 자격이 있을까요? [10] 맛있는스팀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837 28
314695 일반 가격 계속 오르면 [10] Order666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175 2
314694 외부발 "스마상 이런 장난은 그만두는 레후..." [4] SongYat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583 10
314693 비디오 미니어처 갤에 올리는 피겜 메카니쿠스 해보쉴? [7] 맛있는스팀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125 1
314692 일반 황제가 코락스 좋아한건 단순하지 [3] boxbox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20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