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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워호크] 3부 2장 (1) 감정 과잉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3.14 15: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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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거기 없었다.”


모라그가 말했다.


“넌 테르미누스 에스트에 없었어.”

“당연히 있었다.”


부스러기가 답했다.


“우리 뿐이었단 말이다. 오직 군단 뿐.”

“그리고 1천의 다른 존재가 있었지. 먹어치우러, 즐기러, 혹은 그냥 구경하러 온 녀석들. 위대한 날이었고, 변화의 날이었다. 우리는 감히 그 위기의 순간까지 그것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건 운명이었다. 예정된 바였다고.”

“그랬을 수도. 그 일은 일어나야만 했을 수도, 혹은 일어나지 않게 되었을 수도 있다. 결코 그 길 외의 다른 길이 없었겠다만, 분명 선택이었지. 그것이 그런 순간의 본질이니. 오, 얼마나 아름다운가!”


저 위에서, 저 아래에서, 온 사방에서 전투의 메아리가 점점 크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방어 병력과 함께 하기 위해서 모라그는 떠나야만 했다. 매 초가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내가 그 일을 직접 보지 못했다는 듯이 말하는군.”


모라그가 되받았다.


“마치 내가 목격한 것들이 죄다 실수라도 되는 듯이.”

“무엇을 보았느냐, 카이파?”


다음 순간, 마치 스위치라도 켜진 것처럼 그는 다시 그 자리에 있었다. 깊은 어둠의 심장이 산산이 부서져 그를 삼켰던 바로 그 순간. 사지도, 눈도, 귀도 없는 듯이, 오직 신경줄만 남아 있는 것 같던 그 기분. 모든 것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끔찍한 옛 고통이 다시 그를 덮쳤고, 비명도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스페이스 마린이 고통 속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복도를 따라 질주했다. 텅 빈 내장에서 피를 토해내며, 눈도 멀고 사지도 절룩이는 끝에 고통 속에서 광기에 사로잡힌 고통의 비명이었다. 며칠, 몇 달, 몇 년, 그리고 억겁의 세월 동안 고통이 그를 달구었다. 시간 자체가 고통의 또 다른 측면이 되었고, 그는 견딜 수 없는 격통으로 이루어진 차원에 던져진 채였다. 그저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완전한 말소이자 절멸이었고, 완벽하게 깨어 있음에도 반격도 할 수 없는 끝없는 고통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 고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모라그와 부스러기는 다시 다른 세계에 돌아왔다. 모라그는 무릎을 꿇었다. 그의 정신이 뒤흔들렸고, 피부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 가라앉히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자신이 지른 고통의 비명 속에 그의 청력이 뒤흔들린 채였다. 그랬기에 모라그가 자신이 더 이상 불어터지지도 않았고 갑주 역시 깔끔하다는 걸 알아차리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이건… 과거잖아.”


모라그가 중얼거렸다.


둘은 거대한 원형극장의 가장자리 높은 곳에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자리에 가득 모여 있었다. 제국의 관료들, 군단병들, 메카니쿰의 사제들, 심지어 프라이마크들까지. 그들 중 하나가 연단에 선 채 연설하고 있었다. 그 해의, 아직 변이하지 않은 모타리온이었다. 충성스러웠던 그의 군단의 상징색이, 극장 가장자리에 둘러진 군기에 자랑스럽게 칠해져 있었다.


“니케아.”


모라그가 숨을 들이쉬었다.


“모든 것이 시작된 곳. 아니면, 최소한 이 특정한 부분이 시작된 곳이지. 네 프라이마크를 보라, 얼마나 열정적이더냐! 마술을 그 이상으로 금해야 하노라고 외치던 이는 없었다. 그 역시도 강력하게 믿었지. 여기서도 잘 보이지 않느냐. 아, 그 생각만으로도 얼마나 끔찍해 했던지.”


그리고 다시 모든 것이 변했다. 시간과 공간을 질주한 끝에, 그들은 워마스터 본인이 직접 지휘했던 거대한 전장, 몰렉에 도착했다. 모타리온 역시 거기 있었지만, 그의 형상은 변해 있었다. 그의 길고 긴 변이의 과정에서 첫 단계들을 밟을 즈음이었다. 하늘은 마법으로 뒤흔들렸고, 대지는 갈라져 그 풍요로움을 무참히 드러낸 채였다. 그 전투의 선두에는 그룰고르가 서 있었다. 데스 가드 군단조차 상대해 본 바가 없는 물량을 상대하기 위해 되살려낸 거대한 야수였다. 악마적인 열기와 분노에 사로잡힌 채, 그룰고르는 끝없이 격노를 토해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룰고르도 사라졌다. 모든 환영은 순식간에 어둠에 감싸였따. 모라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 악취와 녹이 섞인 끔찍한 냄새가 진동했다.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끊겨가는 소리가 들릴 뿐, 함선 깊숙이에 파묻히기라도 한 듯 기이한 메아리가 들릴 뿐이었다.


“이 모든 게 어떻게 일어났을까?”


밀폐된 공간 안에서, 부스러기가 부드럽게 속삭여 물었다.


“어떻게 마법에 그렇게 반대하던 설교자가 마법에 무릎을 꿇었더냐?”

“그분께서 그 힘을 익혔기 때문이지.”


모라그가 답했다.


“필요한 일이었다.”

“그랬던가?”


부스러기가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좋아했던 것일까? 어쩌면 마력의 힘을 마음껏 즐긴 날도 있었을 것이고, 거울 안에서 간신히 제 모습을 알아보며 삭여낸 날도 있겠지. 그게 고문이었으리라.”


모라그는 계속 들려오는 기이한 소리로부터 신경을 뗄 수 없었다. 마치 야수와 같이 갇혀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그의 눈에 드는 것은 전혀 없었다.


“그분께선 우리 때문에 고통받으셨다. 우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인도했고, 모든 걸음마다 우리와 함께 했어. 만약 그분께서 무엇이든 했다면, 우리를 살려두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가 다시 그리 돌아가지 않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부스러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제 그건 사실이 되었지.”


놈이 계속 말을 이었다.


“이 고통의 우주에서 누가 더 고통받았을까? 그를 보아라. 그는 여기, 우리와 함께 있지.”


모라그의 눈에는 여전히 드는 게 없었다.


“지금은… 언제지?”

“행위가 저질러진 뒤. 그의 아들 일곱이 살해된 이후지. 네가 몰렉에서 본 그 괴물을 빚어내기 위해서였다. 지금 네가 볼 것은 그 여파다.”


부스러기가 느릿하게 움직이자, 옅은 회색의 빛이 방을 가로질러 기어들었다. 모라그의 눈에 모타리온이 들어왔다. 살해당한 데스슈라우드 전사의 육신 위로 웅크린 채, 공포에 질려 흐느끼고 있는 모습이었다. 다음 순간 환상은 바뀌었고, 그 찰나의 순간 모라그는 프라이마크의 얼구을 보았다. 고통과 자기혐오로 물든 얼굴이 그대로 깨져 드러나 있었다.


이제 그들은 또 다른 전쟁이 찢어낸 세상에 이르렀다. 데스 가드 군단은 파멸을 기다리는 제국의 요새를 향해 방진을 짜고 행진하고 있었다. 주문은 저리 치워둔 채, 그들은 항상 그들이 하던 걸 하고 있었다. 상대를 바싹 조인 채, 통제하고, 닳아가도록 만드는 것. 포병이 불을 뿜었고, 볼터 사격이 시들어 가는 사격선을 짓눌렀다. 모타리온은 그 선두에서 모두를 이끌고 있었다. 특유의 시체와도 같은 냉철한 지시로 병력들을 전개하는 중이었다. 그의 주변에서 낫이 휘둘러질 때마다 역장이 번득였다.


“또 마법을 제쳐놨지.”


부스러기는 살육의 현장을 둘러보며 말했다.


“잠깐이라도 그것 없이 살 수 있다 여겼지. 몰렉은 언젠가 잊을 수 있는 실수라고 생각하면서.”

“무기는 전쟁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다.”


모라그가 반박했다.


“마법을 필요로 할 때는 사용해야겠지만, 필요치 않을 때는 쓰지 않았단 말이다.”

“아니면 그것 때문이었을까? 밀어내려 했지만, 결국 실패한 것일까? 자기 안을 채운 독을 증오하는 중독자처럼, 계속 독을 피하려 하면서도 그 원천으로 돌아오는 것 아닐까? 궁금해 해 본 적은 있나? 어떻게 한때 그렇게 열정적으로 성토하던 것을, 고작 제 형제를 전장에서 능가하기 위해서 자신의 가장 소중한 아들들을 죽여가면서까지 행할 수 있지? 전혀 의심하지 않았나? 물어본 사람도 없고?”


모라그는 전장의 형상을 건너다보았다. 심지어 지금 이곳에서조차, 그룰고르와 같은 흉물이 사라진 현장에서조차 뭔가 다른 향취가 풍기고 있었다. 역겹고, 부패한 그 느낌. 그들의 갑주는 너무도 낡았고, 너무도 더러웠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이기고 있었다.


“그분께서는 해야 할 일을 하셨다.”


모라그는 끝까지 제 입장을 고수했다.


“우린 살아남아야 했단 말이다.”

“그래, 해야 할 일을 했지.”


부스러기가 눈을 다시 깜빡이자 환영이 물결쳤다. 다음 순간 펼쳐진 것은 오직 그 둘만이 있는 공간이었다. 시공을 초탈해 우주의 끝에 고립된 듯, 완벽한 어둠이 그들을 감쌌다.


“한번 상상해 보거라, 네가 필요로 하는 두 가지 진실을 배웠노라고. 상상해 보아라. 네 군단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이 은하의 어떤 힘도 압도할 수 없는 가장 심오한 마법에 스스로를 던지는 것이라면 어떨까. 하지만 그리고 또 상상해 보아라. 니케아에서 품었던 그 오랜 두려움 역시 진실이노라고. 그래서 그 마법에 어떤 식으로든 얽히는 순간, 필멸의 개념을 초월한 저주 속으로 얽혀들겠지. 그 두 가지 진실을 모두 배웠노라고 상상해 보아라. 어떻게 그걸 견디며 살 수 있겠느냐? 어찌 하겠느냐?”

“무엇이 옳았던 것인지에 따라 다르겠지.”

“하지만 둘 다 옳았고, 둘 다 틀렸다. 천공에 저항하면 결코 네 운명에 새겨진 강함까지 이르지 못하겠지. 하지만 그걸 받아들이면 고통은 영원하리라. 순수하면서도 약한 존재가 되거나, 더럽혀졌지만 강한 존재가 되거나. 얼마나 지독한 난제인가! 바르바루스인이 풀기에는 도착적인 문제지! 그리고 네 주인이 어떤 보증인도 없이 한 극에서 다른 극으로 옮겨 간 수수께끼가 있지. 필멸의 망설임만큼이나 간단한 일이었어. 그는 결코 몰랐다. 모든 과정은 재앙으로 끝났지. 그리고 신경쓰지 않는 척조차 못하고 있다. 너무도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부패의 신이시여, 그 어느 아버지가 그만큼 돌보겠느냐.”


다음 순간, 모라그는 갑작스레 모타리온이 그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나는 너희를 너무도 사랑했고, 그게 내가 저지른 유일한 실수였다.


“하지만 이미 내려진 결정이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모라그는 더 이상 확신을 품지 못했다.


“그분께서는 수수께끼를 푸셨고, 우리를 테라로 이끄셨다.”

“그랬지, 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방식대로는 아니었다.”


부스러기가 말했다.


“그리고 그게 이 이야기의 마지막 핵심이지.”


놈의 회색 얼굴이 일그러진 미소로 변했다.


“그러니 이제 타이퍼스에 대해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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