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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워호크] 자가타이 VS 모타리온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0.02 10: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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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죽음이 그를 덮쳤어야 했다. 오래전에 끝났어야만 했다. 피부를 찢어낸 상처가 온몸에 박혔고, 갑옷 곳곳이 부서진 채였다. 하지만, 죽음이 그를 취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여전히 살아 있었고,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팔은 둘 다 부러졌음이 분명하고, 단단히 결속되어 있던 갈비뼈는 리본처럼 부서졌으며, 검은 곳곳에 금이 가고 무뎌졌음에도, 그는 물러서지 않고 거듭 적수를 향해 돌아왔다.


지켜보기 괴로울 정도였다. 탁 트인 착륙장에서, 거의 반쯤 무너진 육신을 한 채 제5군단의 프라이마크는 몸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다시 무릎을 꿇었다. 갑옷의 모든 봉인부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중이었다. 그 육신에 얼마나 되는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인지. 상아색 갑옷의 곳곳이 거의 부서진 채, 힘줄 같은 끈에 매달려 겨우 붙어 있었다. 자가타이가 비틀거릴 때마다 갑옷판이 뒤흔들렸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에서, 그의 입은 절대 쉬지 않았다. 하찮은 모욕, 폭언의 물결이 계속 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모타리온이 움푹 팬 투구를 주먹으로 후려쳐 자가타이를 락크리트 더미에 거의 박아 넣다시피 한 순간에도, 그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신랄하고, 잔인하며, 때로는 거의 유치하기까지 했다.


“망할 마스크나 벗어라. 네가 죽을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고 싶군.”

“울라노르 때보다 악취를 풍겨대는군. 이미 그때도 썩어가고 있었을 태지만.”


그리고 마지막 폭언이 정말 깊이 들어와 박혔다. 너무도 명백하게.


“리전 마스터와 싸웠어야 했는데 네놈은 뭐냐. 타이폰과 싸웠어야 했는데.”


유치하기 그지없었고, 두 프라이마크의 격돌에서 나올법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 순간 모타리온의 감정은, 분노에서 일종의 경멸에 가까운 피로감으로 나아갔다. 이 사소한 싸움은 별것 아니게 끝났어야 했다. 지금까지 이어지지 말았어야 했다. 체내에서 거대한 힘이 마치 날것의 프로메슘마냥 고동치고, 워프의 힘이 동작 하나하나마다 배어들었다. 그의 군대는 비틀대는 화이트 스카 군단의 공격 앞에서 여전히 위치를 고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그를 격노하게 했다. 나아가야 할 길의, 결코 사라지지 않는 장애물을 맞닥드린  끝에 격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모타리온은 다시 싸움에 뛰어들었다. 두 번의 큰 걸음, 모멘텀을 얻기 위한 짧은 순간, 그리고 그대로 자가타이의 투구를 향해 침묵이 뒤로 날아들었다. 투구가 그대로 머리로부터 깨끗하게 찢겨 나가다시피 함과 동시에 자가타이의 몸이 붕 떠올랐다. 칸은 그대로 갑판에 다시 나가떨어지면서도, 그의 부서진 칼날을 움켜쥔 채였다. 모타리온이 대낫 자루의 끄트머리로 노출된 몸통을 찍어들었다. 자가타이는 마지막 순간 몸을 간신히 비틀었지만, 모타리온은 다음 일격으로 자가타이의 얼굴을 걷어찼다. 코와 광대뼈가 그대로 부러졌다.


이제 시야가 거의 반쯤은 흐려진 채, 그의 육신이 한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다음 순간 자가타이는 그대로 검으로 모타리온의 대낫과 맞섰고, 침묵을 쥔 모타리온의 손이 흐트러졌다. 침묵이 그의 손을 떠났다. 그러나 모타리온은 다시 침묵을 쥐려 하지 않았다. 그대로 날카롭게 달려든 모타리온은 주먹을 쥔 채 자가타이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주먹이 칸의 목, 가슴, 그리고 엉망이 된 얼굴에 연이어 꽂혔다. 자가타이는 이미 부러진 채 팔랑거리는 팔로 간신히 그 주먹들을 막으려 했지만, 주먹이 연이어 꽂히며 아름답게 세공된 세라마이트 갑옷의 잔해가 찢겨져 나갔다. 두 사람 모두 맥동하는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칸의 저항은 결코 멈추지 않았지만, 이젠 가련해 보일 정도였다. 칸이 힘겹게 모타리온의 한 주먹을 꽉 붙들었지만, 다른 한 주먹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대로 복부 깊숙이 찔러들 듯이 날아온 주먹이 그 안의 무언가를 파열시킨 것 같았다. 자가타이는 일어나려고 애썼지만, 모타리온은 흡사 경멸하듯이 그를 다시 쓰러뜨렸다. 칸의 등뼈에 균열이 생겼다. 두 프라이마크의 노호가 전장을 휩쓸었다. 모타리온은 좌절된 분노를 토해냈고, 칸은 희석되지 않은 고통을 내뱉었다. 무너지는 우주항에서 펼쳐진 둘의 싸움은 마치 하이브 월드의 갱들이 싸우는 꼴과 다름없었다. 난폭하게, 손가락으로 서로의 육신을 찢어대려는 싸움. 


황제의 자손들, 은하의 주인들.


모타리온은 심장이 터질 듯이 헐떡이며 마침내 주먹의 폭풍을 멈췄다. 탈진의 고통이 팔에 치밀어 올라 찢어낼 것 같았다. 그의 시야가 뒤흔들렸다. 아직 그의 육신에 남아 있는 필멸의 무언가가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고통스럽게, 그의 육신이 일어섰다.


자가타이는 여전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의 생명은 어떻게든 이어지고 있었다. 한때 자랑스러운 형상이었던 프라이마크는 피의 늪을 이루고 쓰러진 채, 공기를 헐떡이며 들이키고 있었다. 피거품을 뿜으면서도, 뼛조각을 토하면서도, 그는 계속 숨을 긁어모으고 있었다.


모타리온은 대낫에 기댄 채 절뚝이며 일어섰고, 다시 대낫을 들었다. 이제 이 그로테스크한 장관을 끝낼 때가 왔다.


네놈이 춤을 출 줄 안다고 생각했다만.


혼란 속에서, 모타리온이 입을 열었다.


그저… 난장판이었군. 정신이 나간 겐가.


자가타이가 기침을 하며 찢겨진 대지 위로 더 많은 피를 토해냈다. 그의 산산조각난 건틀렛은 여전히 검의 자루를 굳건히 움켜쥔 채였지만, 팔은 거의 부서진 채였으리라. 천천히, 터벅터벅 걸어서 다가가며, 모타리온은 그 기침이 씁쓸한 웃음임을 깨달았다.


“나는… 받아들였다.”


자가타이가 쉰 목소리로 내뱉었다.


“그… 고통을.”


모타리온이 멈췄다.


무슨 뜻이지?

“나는… 안다.


자가타이의 목소리는 흐려졌다.


“테르미누스 에스트. 너는… 포기했지.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칸이 웃었다. 그의 갈라진 입술, 벗겨진 뺨, 하나 남은 눈이, 진정 악의가 담긴 기쁨을 담아 웃었다.


“내 인내력이… 더 우월해.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모타리온은 해야 할 바를 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것을 희생해 자신의 군단을 무적의 노예, 불사의 군단으로 만들었다. 칼라스의 획책에 불명예 속에 물들었고, 심지어 영원히 저주받을 악마의 저주에 발을 담갔고, 누구도 그를 되돌릴 수 없으리라. 그의 아버지조차도.


그가 약했기 때문에.


모타리온의 분노를 가두고 있던 둑이 무너졌다. 그는 양손으로 침묵을 들어 올렸고, 웃고 있는 칸을 그대로 겨눴다. 그의 적수를 향해, 적수의 가슴을 그대로 꿰뚫는 것 외에는, 모타리온의 심중에 어떤 생각도 없었다.


그랬기에, 그 순간, 모타리온은 칸의 움직임을 놓쳤다. 갑작스럽게 꽉 쥐어진 손을, 휘둘러진 하얀 강철을, 바닥에서부터 밀고 들어온 쾌속의 일격을, 달인의 솜씨로 밀려 올라오는 검격을. 백호는 그대로 칸이 겨눈 대로 모타리온의 갑옷에 박혀 들었다. 깊숙이 물어뜯은 검격이, 모타리온의 뻣뻣한 상체에 곧바로 고통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일격에서 벗어나며, 모타리온이 휘두른 침묵은 빗나갔다. 깊은 상처에서 피가 쏟아졌고, 모타리온이 비틀거렸다. 그 다음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칸이 다시 일어섰다. 피를 쏟아내며, 상처를 입은 채로, 하지만, 모타리온을 향해 다가들고 있었다. 모타리온의 심중에 믿을 수 없다는 경악이 빠르게 밀려들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아까 그랬던 것처럼 달려들었다. 자신의 거대한 힘을 믿은 채. 그리고 그 순간 모타리온은 깨달았다. 아까의 격전에서 자신이 완전히 기진맥진해 있음을.


그리고 그 순간, 바로 그 순간 칸의 춤이 시작되었다. 아름다움은 이미 찢겨 나간 채였지만, 믿을 수 없으리만큼 매끄러운 움직임이 머물고 있었다. 거의 넋을 빼놓을 듯이, 겨우 한 손 간격에서 일격을 끌어들이는 그 움직임은 방어 아래로 미끄러지듯 다가와 상대의 육신을 탐하기에 충분했다. 아직 자가타이는 그럴 수 있었다. 아직 그에게 남은 것이 있었다.


“우리 함선으로 이렇게 움직이는 걸 뭐라고 하는지 아나?”


칸이 으르렁거렸다. 그는 더 웃지 않았다. 치명적인 집중뿐이었다.


“우린 이걸 자오(Zao)라고 부르지. 끌 말이다.”


모타리온이 낫을 휘둘렀다. 하지만 날카로움은 없이, 서투른 몸짓이었다. 다오의 칼날이 다시 모타리온을 후려치고, 질질 끌리는 팔 위에 깊은 상흔이 박혔다.


넋을 빼놓는 변화였다. 칸은 여전히 죽음의 문턱에 있었다. 딱 한 번의 일격이면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다시 시작되었고,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프라이마크의 육신은 설계된 그대로 그를 살아있게 했고, 칼을 휘두를 수 있게 했으며, 계속 싸울 수 있게 해 주었다.


모타리온은 으르렁거리며 낫을 휘둘렀다. 정신은 동요했고, 지친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그것을 꿰뚫어 보았어야 했건만. 자극받지 말았어야 했건만.


둘의 칼날이 다시 격돌했다. 워프의 폭발 속에서 으르렁거리며 둘은 부딪혔고, 그 일격과 함께 서로에게서 비틀대며 떨어져 나갔다. 겨우 버텨 선 채였다.


모타리온은 피해를 느꼈다. 이 일격이 그에게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칸이 더 빠르게 뛰어들었다. 부서진 발목으로, 엉망진창이 된 대지를 박차고 달려들었다. 모타리온의 반응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게, 그리고 모타리온은 밀려났다. 다오가 다시 대낫에 부딪힌 순간 피가 온 사방에 튀었고, 더 이상 자가타이의 피만이 아니었다.


모타리온이 발목을 축으로 빙글 돌며 칸을 그대로 후려쳤다. 프라이마크가 쓰러졌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처럼 다시 뛰어들었다. 끔찍한 부상 속에서 비틀거리면서도, 마치 취한 사람처럼 그는 달려들었다. 끔찍한 고통이 그의 엉망이 된 얼굴에 머물렀지만, 그는 여전히 그 고통을 감내하며 싸우고 있었다. 어떤 사악한 영혼이 자가타이의 육신을 조종하고 있기라도 한 것 같았다. 구원을 얻기까지, 엉망이 된 육신을 한계 끄트머리까지 밀어붙이는 것 같았다.


검이 더욱 빠르게 회전하며 모타리온의 시야를 흐려냈다. 너무도 멈추기 어려운 검격이었다. 대지를 짓부수는 일격이 오갔고, 값을 매길 수 없을 갑옷이 깨져나갔다. 약병이 깨져나가고, 케이블이 끊기고, 사슬이 무너졌다. 너덜너덜해진 망토 위에, 장식들이 부서졌다. 날것의 육신이 피범벅이 된 채 피부가 벗겨져 나간 근육의 캔버스 위에 아로새겨졌다. 그 형상은 하나의 원초적 진실을 드러냈다. 그들은 야만적이기까지 한 무기였으며, 신이 되기 거부하는 자의 번호가 매겨진 칼날이었다.


모타리온은 아직 자가타이보다 더욱 거대한 존재였다. 더욱 강했고, 초자연적인 선물에 깊이 발을 담근 채였지만, 그가 지금 느끼는 것은 오직 의심뿐이었다. 한때 그는 지금 그가 맞서는 상대를 변덕스럽고, 이기적이며, 믿을 수 없는 존재라 여겼다. 하지만 그 존재는 지금 무자비한 분노를 쏟아내며 그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모타리온이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를 죽이고자 하는 자가타이의 격노였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 무엇이든 희생할 각오가 된 채, 물리적 한계를 넘어 제 육신마저, 제 심장마저, 제 영혼마저 바치고자 하는 자의 격노였고, 자신이 공허에서 바친 맹약을 지키고자 하는 자의 분노였다.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는 하나?


모타리온은 안개처럼 자신을 감싼 망설임의 안개 속에서 맞서 싸웠다.


형제여,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네가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제 죽을 수 없어.


그 말이 마치 무슨 신호라도 된 듯이, 피투성이가 된 칸의 머리가 들어 올려졌다. 긴 머리카락은 이제 엉겨붙은 줄기처럼 드리웠다.


“오, 잘 알지.”


완벽한 경멸을 담아 칸은 중얼거렸다.


“하지만 죽을 수 있어.”


다음 순간 칸이 도약했다. 부러진 다리로, 그는 계속 달렸다. 부러진 팔로, 그는 여전히 검을 쥐었다. 피투성이가 된 폐, 구멍난 심장으로 그는 힘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그가 닥쳐들었다.


만약 최상의 상태였다면, 결코 막을 수 없는 움직임이었으리라. 하지만 지금 그는 의지의 힘으로 움직이는 시체나 다름없었고, 그래서 모타리온은 침묵을 그 일격 앞에 끼워 넣을 수 있었다. 휘둘러진 침묵이 갑옷이 벗겨져 나간 칸의 어깨를 향해 날아들고, 그대로 깊숙이 꿰뚫었다.


하지만 그 일격은 칸을 막지 못했다. 칸의 눈은 받아치기 위해 날아드는 침묵을 읽었고, 그대로 계획을 그려냈다. 그래서 칸은 그대로 몸을 질질 끌며 달려들었다. 그의 부서진 등을 꿰뚫고 대낫이 튀어나온 순간, 백호가 모타리온의 목에 꽂혔다. 아주 짧은 순간, 두 시선이 서로를 교차했다. 둘 다 시체나 다름없는 꼴이었다. 피도, 생명도 모두 새어나가는 채였다. 오직 순수한 복수심에 가득한 얼굴이 가면처럼 남아 있을 뿐. 한때 그들의 얼굴에 거하던 장엄함은 이제 벗겨졌고, 록크리트처럼 실용적인 골조만 남았다. 오직 욕망, 폭력, 그리고 야수와도 같은 기제만 남았을 뿐이었다.


그 짧은 순간, 모타리온의 눈이 커졌다. 자신의 형제를 제 때 막을 수 없었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칸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게 차이를 만들지.”


자가타이가 내뱉었다.


그리고 그대로 그는 다오를 휘둘러 모타리온의 목을 완전히 베었다. 검은 담즙이 폭발하듯 터졌다. 워프의 폭발로 물드는 착륙장 너머, 순간, 황제의 고통받는 영혼에 버금가는 밝은 존재가 쓰러졌다.




아침 선물이다 블붕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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