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카가 쉴새 없이 눈물을 흘렸다. 도저히 종잡을 수 없었다. 카이스나로스에게 단검을 들이댈 정도로 날카롭다가도, 지금같은 순간에는 연약한 인간이 되어 오열하고 있었다. 그녀는 재호흡 마스크 위로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내려고 했다. 흘러내린 눈물은 순식간에 얼어붙어 그녀의 턱 끝에 달라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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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가오는 드래드노트로부터 등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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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관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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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카는 어느새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눈물이 흘러내리는 눈을 들어 드래드노트를 바라보았다.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그녀의 마스크 안에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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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이가 실존하신다....히페리온, 모르겠어요? 이 분이 누군지 모르세요? 이 분께서 우리 곁에 계신 것이 사실이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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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요른이 우리로부터 10 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 멈춰섰다. 달빛이 그의 동체를 비추며 산산히 흩어졌다. 펜리시안 부족의 일원임을 나타내는 문양이 그 고대의 몸 여러 곳에 그려져 있었다. 그의 오른팔을 대신하는 흉측하고 거대한 어썰트 캐논은 밑으로 늘어뜨려져 있었다. 다른 왼팔은 날카롭고 긴 손톱을 연상케하는 파워 탈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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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칠칠맞고 너저분한 통곡이라기보단 좀 더 엄숙하고 부드러웠다. 마치 순례자가 긴 여정 끝에 사원에 도착하여 흘리는 눈물 같았다. 그녀가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 거대한 전쟁기계를 향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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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실존하셨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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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실존했었냐고? 그런 멍청한 질문은 용납치 아니한다. 어리석은 여인이여, 낯간지러우니 그만 일어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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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목소리는 마치 살아있는 천둥처럼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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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하신 분을 뵈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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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무릎을 꿇으며 그를 맞이했다. 옆에 있던 카이스나로스가 자신을 소개하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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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존재여, 소관은 신성한 이단심문소의 로드 인퀴지터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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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요른이 더는 듣기 싫다는 듯 상체 축을 한번 돌리면서 으르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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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됐다고 하지 않았느냐. 어서 일어들 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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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불멸하신 신-황제폐하의 대리인인 제스메이 카이스나로스라고 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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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나로스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소개를 끝냈다. 흘깃 쳐다보니 어디를 바라보면서 말을 걸어야 하는지 곤란해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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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황제폐하라고 하였느냐? 그분을 신으로 모시는 행위가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 되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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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동체 속에서 부품들이 움직이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목소리와 연결지어 짐작해보건데 방금 그 소리는 비요른의 웃음소리인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사통장치로 우리는 조준하는 소리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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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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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크게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의 왼손에 달려있는 클로는 우리 모두를 아주 손쉽게 찢어죽이고도 남을만큼 거대했다. 따라서 그가 그 클로로 아니카의 얼굴을 감싸쥐었을 때 피가 멎는 것 같았다. 비요른은 자신의 팔에 달린 서보 모터를 사용하여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옆으로 돌렸다. 얼어서 턱에 달라붙은 눈물자국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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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여, 울음을 그치거라. 눈물은 그만큼 흘렸으면 충분할지니, 너에게는 펜리스인의 모습이 보이는구나. 여전사의 기질이 남아있도다. 어느 부족에서 출생하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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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어금니 부족이옵니다, 대왕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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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너무 사그라들어 쥐가 내는 소리처럼 작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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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들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바, 하나같이 맹렬한 자들이었도다. 그들이 내 곁에서 싸울 땐 전장의 축복이요, 적으로 만났다면 저주였노라. 하지만 슬프게도 항해에는 별 소질이 없는 부족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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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요른이 그녀의 턱에서 클로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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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주에서 펜리스의 여인보다 멋진 풍경은 찾아볼 수 없으리라. 특히 칠흑같이 검은 머리칼을 가진 여인이라면 더욱 그렇도다. 내가 살아 생전에도 그런 아름다움을 볼 기회는 적었고, 기계의 몸에 들어간 지금은 그때보다도 희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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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벙찐 얼굴로 그 드래드노트를 바라보며, 저 시절의 진 시드 배양 방식은 지금과 어떻게 달랐길래 저러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는 진심으로 아니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나는 관심이 없었기에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실은 머릿속에 떠오른 수만가지 질문 때문에 그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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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대의 존재에게 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이를테면 호루스 헤러시 시기의 전투 경험이라든지, 황제폐하를 실물로 접견했던 기억, 또는 이제는 사라져버린 함선들을 타고 별들을 누비던 경험 같은 것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