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라치게 놀란 것이 무안스럽게도, 풀숲에서 튀어나온 것은 새하얀 토끼 하나뿐이었다.

별 것도 아닌 것에 괜히 창피해져서 나는 토끼한테 고함을 지르고 나뭇가지를 던졌다.

토끼는 나뭇가지를 피해 골짜기 아래로 한참을 뛰어갔다.

무슨 이유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나는 눈 덮인 숲길을 한참 걸어가고 있었다.

눈때문에 흙인지 돌인지도 잘 알아보기 어려웠기에 나는 괜스레 힘만 빼고 있다고 생각했다.

개들은 모두 곰에게 잡아먹혔기에 직접 썰매를 끌고 가야했고, 생각치못하게 가는데 오래 걸리게 된 까닭에 개밥을 뜯어먹으며 버텼다.

여유가 있을때는 물개 지방을 굳힌 것을 개밥으로 쓰지만, 이미 다 먹어치운지 오래고 말린 생선 척추만 씹어댈수밖에 없었다.

나는 개가 아니었고 척추는 딱딱했기에 배가 고플때마다 뭐라도 먹을 생각을 하면 괴로웠다.

토끼는 아주 멀어져 작은 점으로만 보였고 토끼를 먹어야 한다고 그제야 허겁지겁 눈비탈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