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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견 소설 재업 - 1

GasMaskFox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21 22:59:45
조회 405 추천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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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 겨울, 색다른 휴가를 즐기기 위해 예전부터 꿈꿔왔던 북쪽 지방을 여행하기로 결심했다. 본디 캠핑과 백팩킹을 즐겨왔었고, 추운 날씨에서 캠핑하는 것은 내가 겨울에 즐겨하는 레저 활동중 하나였기에 이번에는 좀 더 본격적으로 즐기기로 한 것이었다.


내가 그 곳에서 가장 즐기기를 고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썰매견 수인들이 끄는 썰매 투어. 아직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을 그곳에서 대대로 썰매견 가업을 이어가는 수인들이 끌어주는 썰매에 타고 돌아다니는 것이다. 홀로 돌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고, 여러 곳을 가 볼수 있으며 무엇보다 다른 곳에서는 겪을 수 없는 경험이기 때문에 그 곳을 가는 이에게는 반드시 추천되는 여행상품이었다. 그래서 나는 일정을 짜고 계획을 세운 후 오래간만에 즐거운 휴가를 즐기기 위헤 북쪽 지역으로 떠났다.


아직까지도 철길도 들어오지 않고 버스로 몇 시간을 가야 도착할 수 있었던 그 오지 마을은, 작은 규모치고 역시 여행객들과 그들을 상대하는 사업들로 꽤나 활기찼다. 마치 19세기 개척시대처럼 목재로 지어진 건물들.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짐을 내리고 옮기느라 바쁘게 움직이는 주민들. 특이한 점이라면 마을 주민들은 거의 다 수인이라는 점. 이곳에 오는 여행객들은 모두 인간들이었지만 마을에서 일하거나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은 대부분 수인들이었다. 아마도 이곳에서 오래전 거주했던 원주민 수인들의 후손이리라. 그들은 추운 날씨에 적응해 대부분 옷을 입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처음 겪는 문화적 충격에 난 잠시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아하는 그들의 모습에 곧 눈길을 돌려 예약한 숙소를 찾아갔다.


역시 통나무로 지어진 숙소의 로비는 간단한 바를 겸하고 있었다. 썰매견들로 보이는 수인들이 하네스를 차고 이곳저곳에 앉아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일순간 나에게 그들의 시선이 쏠렸지만 순식간에 그들은 곧 자신들의 신경을 도로 돌렸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내가 모종의 방식으로 관찰되고 평가받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떨떠름한 느낌을 떨치고 난 카운터로 다가섰다. 후덕한 인상의 중년 남성이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희 숙소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방을 구하시나요?"


"네, 예약이 되어 있는데요. 이름은..."


그는 장부를 확인하더니 나에게 열쇠를 내주었다. 나는 인사를 하고는 방으로 가 짐을 풀었다. 장시간 이동을 하니 피곤했다. 일단 몸을 좀 풀고 내일 출발하기 위해 썰매견 팀들을 알아봐야 했다.


씻고 다시 로비로 나온 나는 바에 가 앉았다. 위스키를 주문하고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 테이블 위에는 여러 썰매견 팀들의 브로슈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바텐더가 내 눈길을 눈치채고 말을 걸었다.


"손님, 썰매견을 구하십니까?"


"네? 네... 내일 출발해서 일주일 정도 가이드해줄 이들이 필요해서요. 혹시 추천해줄만한 이들이 있나요?"


바텐더는 버번을 부어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제가 추천드린다고 해서 맘에 드시리란 법은 없습니다. 지금 여기에도 썰매견들이 많으니 직접 찾아보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그 말을 듣고 난 뒤를 보았다. 분명 아까와 같이 많은 썰매견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눈길은 이쪽을 쳐다보지 않았지만 귀는 분명 쫑긋거리며 이 대화를 듣고있음이 틀림없었다.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돌리려던 차 구석의 한 썰매견이 눈에 띄었다.


꽁지머리를 묶은 그린랜드독 수인인 그녀는 어두운 구석의 테이블에 앉아 보드카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녀 곁에는 말라뮤트 수인 하나가 앉아있었다. 그녀가 내 시선을 끈 이유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날 매서운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던 것 때문이었다. 어둠 속에서 노란 안광이 이따금씩 번쩍였다. (다른 썰매견들이 다 그렇지만)건장한 체구에 다리를 꼬고 앉은 당당한 포즈에서 위압감이 풍겨왔다. 흥미가 동한 나는 바텐더에게 물었다.


"저쪽 저 썰매견은 누구죠?"


내가 말하는 쪽을 바라본 바텐더의 표정이 희미하게 동요했다. 무언가 말하고픈 것이 있지만 말하면 안되는 그런것이 있는듯한 표정이었다.


"마키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분명 흠잡을곳 없는 썰매견이긴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고객을 고르는데 까다롭습니다."


"까다롭다구요? 어떤 식으로?"


"확실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직접 이야기를 나누시는게 빠를겁니다. 물론 다른 좋은 팀들도 많으니 천천히 결정하셔도-"


그때였다.


"그만, 언제부터 그렇게 말이 많아지셨나?"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걸걸한 목소리에 난 화들짝 놀라 술을 쏟을 뻔했다. 뒤를 돌아보니 그 썰매견, '마키'와 같이 앉아있던 말라뮤트 수인이 다가와 있었다. 썰매용 하네스 빼고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위압적인 근육질 몸집의 암컷 수인은 바텐더에게 쏘아붙였다.


"입은 다물고 술이나 따르라구, 그게 그쪽 일이니까. 이쪽 일엔 상관하지 마."


슬슬 험악해지려는 분위기에 난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육중한 털복숭이 손이 내 어깨를 내리눌렀다.


"손님, 썰매견을 구하신다고?"


무섭게 내려다보는 눈길에 난 멍청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대장님이 얘기 좀 하자는데, 가시죠."


그리곤 반쯤 끌고가다시피 날 구석으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무지막지한 힘에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주위를 돌아보았지만 다른 썰매견들의 재미있어하는, 혹은 왠지 모르게 측은한 눈길만 받을 뿐이었다. 바텐더는 입을 꾹 다물고 시선을 떨군채 잔을 닦고 있었다.


난 '마키'의 맞은편 의자에 앉혀졌다. 말라뮤트 수인은 내 뒤에 떡 하니 버티고 서서 의자에 손을 얹고 있었다.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한 사기인가? 대체 뭐지? 혼란스러워하는 날 물끄러미 바라보던 마키는 입을 열었다.


"그래서, 썰매견을 구하신다고?"


나는 그저 끄덕일수밖에 없었다.


"일정 세부사항은?"


난 그녀에게 원하는 일정을 설명해주었다.


"나쁘지 않은 루트군. 일주일이면 시간도 넉넉하고. 혹시 혼자 왔나?"


"네..."


주눅들어 얘기하는 내 모습에 마키는 껄껄 웃었다.


"손님, 우리가 잡아먹어? 왜 그리 빌빌대는거야? 우리가 싫어?"


"아뇨..."


"그럼 그 빌어먹을 가슴 좀 피고 같이 얘기좀 하지. 소냐! 여기 손님한테 위스키좀 드려."


소냐라고 불린 말라뮤트 수인은 끄덕이고는 곧 돌아와 술 한병과 잔 세개를 가져와 앉았다. 그녀는 병을 따 잔마다 위스키를 따랐다. 마키는 보드카를 마저 털어넣고 입을 열었다.


"혼자 오셨어?"


위스키를 조금 마시자 속이 후끈해지며 기운이 돌았다. 용기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 까짓거 별거 있겠냐.


"네."


"가족은?"


별 상관없는 질문인데. 의구심이 들었지만 일단 답해주었다.


"두 분다 돌아가시고 혼자입니다. 결혼은 안했구요."


마키의 눈이 살짝 반짝인것 같지만 착각이겠지.


"친한 친구나 직장 동료는 있어?"


"그렇게 딱히 친한 친구는 없고... 동료가 있긴 하지만 그렇게 가깝진 않습니다."


"흐응, 외톨이네?"


살짝 비웃듯이 말하는 마키의 말에 난 조금 화가 나 물었다.


"마키씨, 이런 건 왜 물어보는거죠? 전 썰매견을 구하는거지 연애상대를 구하는게 아닌데요."


그녀는 피식 웃으며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며 나한테도 손짓했다. 망할년. 나도 질세라 위스키를 들이켰다.


"손님, 진정하셔. 만약에 사고라도 생기면 연락할 쪽은 있어야 될거 아니야? 그래서 아무도 없어? 없어지면 실종신고 같은거 해줄 사람이?"


"없습니다. 어차피 다 감수하고 가는 거에요. 그런일이 생기지 않기 위해 제가 그쪽을 고용하는 것 아닙니까?"


"물론 그렇긴 하지만... 우리도 모든 돌발상황을 다 막을 순 없어. 눈사태, 폭설, 야생동물의 습격 등등... 그저 본능과 경험으로 이겨내 갈 뿐이야. 저 밖은 우리 귀여운 도시 총각이 기껏해야 해봤을 캠핑하고는 차원이 다르다구. 오로지 강한자가 살아남고, 살아남은자가 강해지지."


"그것 참 고마운 조언이네요. 정 제가 맘에 안드시면 다른 팀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슨 소리야? 그런 말은 안 했어. 그저 미리 짚고 넘어가야 나중에 울면서 춥다고 우리 품에 안길 일은 없을것 아니야?"


마키와 소냐는 함께 낄낄거렸다. 나는 아니었지만. 이 자신감 넘치고 당돌한 여성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강한 모습을 보여주어 눌러야하나? 아니면 살살 맞춰주며 구슬러야 하나?


"좋아, 우리 도시 꼬맹이만 좋다면, 우리가 당신을 맡도록 하지. 어쩔거야?"


면전에 미소를 가득 띄고 묻는 마키. 하지만 그녀의 눈엔 무언지 알 수 없는 잔혹함이 숨겨져 있었다. 생존의 본능이 내게 위험을 알리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위험한 모험을 즐기고픈 내 욕망이 취기와 섞여 그 본능을 제압하고 있었다. 벌개진 얼굴로 난 끄덕였다. 마키와 소냐는 전혀 취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강한 여성들이었다.


"훌륭해. 그럼 내일 아침 출발하면 되지? 여기서 묵어? 몇호실이야?"


난 그녀에게 아무 생각 없이 내 방 호수를 말해주었다.


"그럼 다 된거지? 좋아. 소냐, 가서 팀원 불러와. 인사시켜야지."


"네, 대장."


그리곤 소냐는 밖으로 나갔고 나와 마키 둘만이 남게 되었다. 약간 여유가 생긴 나는 위스키를 마시며 그녀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육체적 업종에 걸맞는 탄탄한 몸. 날렵하고 사나운 인상의, 그러나 분명 아름다운 얼굴. 역시 하네스 빼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은 육감적인 굴곡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탄력있는 복근과 근육질 다리, 적당하게 볼륨있는 가슴과, 다리 사이의...


"눈이 바쁘군, 손님."


마키의 말에 난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여러번 겪어봤다는 듯 익숙한, 그러면서 호기심 어린 눈이었다.


"내 몸을 보고 침을 삼키는 인간이 그쪽이 처음이 아닌건 알고 있겠지."


"죄송합니다."


"아냐. 나도 내가 매력적인건 알고 있어... 그래도 이 주변에선 맘에 드는 상대가 없어서 아쉽군."


마키는 날 힐끗 보더니 갑자기 엉뚱한 말을 꺼냈다.


"섹스할래?"


나는 위스키를 마시다 사레가 걸려버렸다.


한참동안 캑캑이던 날 재밌게 바라보던 마키는 씩 미소를 지었다.


"어이구, 우리 도시 꼬맹이 시작하기도 전에 죽겠네."


내가 간신히 진정할즈음, 소냐가 다른 두 썰매견들과 함께 돌아왔다.


"대장, 다 데려왔습니다."


무뚝뚝하게 말하는 소냐는 아직도 켁켁대는 날 보고 뭐냐는 듯이 눈짓했고, 마키는 대충 앉으라고 손짓했다.


"그냥 손님이 사레가 들린 것 뿐이야. 다들 앉아."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마키를 노려보는 나에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새로 온 그녀의 팀원들을 소개했다. 모두 건장한 암컷이었다.


"소냐는 이미 알거고, 여기 이 털뭉치는 빅토리아, 그냥 비카라고 불러."


털이 풍성한 사모예드 수인이 헤벌쭉 웃어주었다. 어딜가나 사모예드가 친근한 인상인건 이곳도 마찬가지인것 같았다.


"그리고 여기는 팀 막내, 알렉산드라. 사샤라고 부르면 되."


차가운 눈빛의 허스키 수인이 목례했다. 굉장히 사무적이었다.


"정식으로 통성명하자면, 내 이름은 마키투크. 대부분은 마키라고 부르지. 팀의 리더이고. 손님 이름은?"


난 내 이름을 말해주었고, 마키는 악수를 청했다.


"그럼 잘 부탁해, 도시 꼬맹이."


악수를 하며 나도 답했다. 굉장한 악력이었다.


"저도 잘 부탁합니다, 마키씨... 어차피 이름으로 안 부를거면 왜 물어보신거에요?"


"어이, 예의상 물어본거야. 어차피 그쪽 이름은 우리에게 별 가치가 없다구. 손님 이름 하나하나 기억하는것도 골치야."


마키는 위스키를 쭉 들이키곤 말을 이었다.


"그럼, 우리는 슬슬 준비해야하니 먼저 가보지. 내일 아침 데리러 올 테니 준비하고 있어. 술값은 내줄게."


"어...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뵙죠."


마키는 위스키병을 집어들고 그녀의 팀원을 이끌고 건물을 나섰다.


"젠장, 뭐가 어떻게 된건지..."


난생 처음 겪어보는 경험에 약간 흥분하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한 나는 일단 방으로 돌아가 생각하기로 하고 일어섰다. 아까 그 예의 바텐더는 보이지 않았다.


계단을 올라가려는 날 카운터의 주인이 불러세웠다.


"손님? 썰매견은 구하셨습니까?"


"네. 마키의 팀을 고용했어요."


왠지 눈에 띄게 걱정하는 듯한 주인이 막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로비의 다른 썰매견이 거친 말투로 원주민 언어를 쓰며 주인에게 쏘아붙였다. 주인은 망설이다 그저 아무 일 아니라며, 즐거운 여행 되라고 하고는 얼버무려 버렸다. 이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난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다잡느라 애쓰며 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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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질 무렵, 마을의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돌아와 쉬려는데 누군가 문을 노크했다. 대체 누굴까. 어리둥절하는 사이 다시 노크소리가 들렸다.


"손님, 있어?"


마키의 중저음 목소리였다. 나는 문을 빼꼼 열었다. 마키의 얼굴이(나보다 키가 컸기에 올려다봐야 했다)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무언가가 달라보였다. 그렇게 술을 먹고도 멀쩡하던 얼굴이 지금은 붉어져 있었다. 사실 눈에 들어오기 전 훅 끼쳐오는 위스키 냄새로도 알 수 있었다. 당황하며 난 문을 열어 그녀를 맞이했다.


"마키씨? 무슨 일이에요?"


마키는 비틀거리며 들어와 침대 위로 푹 쓰러졌다. 하네스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마키씨?"


아, 씨발. 대체 뭐지? 당장 내일 날 썰매에 태워 끌고다녀야할 팀의 대장이 지금 이렇게 꽐라가 되서 내 방 침대에 아무것도 안 입고(원래 안 입긴 하지만) 쓰러져 있는 상황에 난 혼란에 빠져 허둥거렸다. 내가 할 수 있는건 그저 육중한 근육질의 몸을 흔드는 것 뿐이었다.


"마키씨, 저기요? 술을 얼마나 드신 거에요?"


풀린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그녀가 말했다.


"아... 씨발 3병밖에 안 먹어써 새끼야..."


가관이구나... 손님방에 술처먹고 들어와서 하는게 욕질이라니... 슬슬 내 선택에 대해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위스키 3병을 팀원들과 나눠마셨다고 쳐도 그걸 다 마셨다니 대단한데.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진짜 어떻게 해야되지...


"여기 계세요, 누굴 좀 불러올게요."


프론트로 가서 도움이라도 청할 생각으로 나가려는 순간, 마키가 내 팔을 잡더니 확 끌어당겼다. 엄청난 힘으로 당겨진 나는 그녀 옆 침대위에 털썩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마키씨?!! 뭐하시는 거... 읍읍!"


항의하려던 내 입을 커다란 손이 덮어렸다. 마키는 이제 가쁜 숨을 내쉬며 날 위에서 내리누르고 있었다. 손을 슬그머니 치운 그녀가 말했다.


"손님... 아까 물어봤던거... 답을 아직 못들었는데..."


"무슨... 으헉!"


마키의 근육질 팔이 내 셔츠를 사정없이 찢어버렸다. 그녀는 거침없이 내 벨트를 끄르고 바지까지 벗기고는 팬티를 입으로 물어 내렸다. 일련의 상황속에 내 물건은 이미 아까 마키가 나체로 취해 들어온 순간부터 딱딱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녀 자신의 말마따나 매력적인 몸이었으니까.


그래도 지금 이 상황은 너무나 급작스러웠다. 세상에 살면서 이런 상황을 겪을 줄이야. 나는 어느새 팬티까지 다 벗기고 다시 내 위에 올라타 내 팔목을 그러잡고 코를 벌름대는 취한 마키에게 벗어나려 버둥거렸다. 그녀가 으르렁거렸다.


"손님... 뒤지고 싶으세요? 가만히 있어 이 새끼야..."


정말 죽일듯한 살기에 난 두려움을 꾹 참고 그녀의 손이 내 물건을 주물럭거리는 것을 내버려두었다. 조금이라도 잘못 움직이면 목이 물어뜯길것만 같았다. 두려움에 몸이 부들거렸다. 살면서 여성에게 강간당할것이란 상상은 해본적 없었다. 마키는 능숙하게 내 물건을 애무하며 내 목덜미와 가슴을 마구 핥아대었다. 세우고 싶지 않아도 세울 수 밖에 없었다.


"씨이발... 좆간새끼 주제에 어딜 감히..."


상스러운 말을 내뱉으며 마키는 계속해서 내 몸을 탐했다.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체격적으로 너무 차이가 났다.


"아까처럼 건방지게 굴어보지 그래? 응? 연애상대를 구하는게 아니라고? 그럼 내 노리갯감이나 되는게 어떠셔? 좆간씨?"


완전히 이성을 잃은듯한 마키는 이제 내 몸 위에서 자세를 고쳐잡았다. 커다란 그녀의 가랑이 사이엔 내 물건이 세워진채로 그녀가 내리꽂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손님, 내가 잡아먹어요? 왜 그리 빌빌대요? 내가 싫어요?"


조롱하는 투로 마키가 말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너도 나를 따먹고 싶다는 상상을 했었다는건 안 봐도 뻔해. 그럼 서로 즐기면 되잖아? 안 그래?"


미쳤다. 이 암컷은 미쳤어. 어떻게든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 눈에 들어온건 엔드 테이블에 놓인 재떨이였다. 생각할 여유도 없이 난 재떨이를 손으로 잡고 마키의 머리에 세차게 휘둘렀다.


"..."


정적. 재떨이는 산산조각이 났고, 마키의 머리에선 피가 한줄기 흘러내렸고, 나는 여전히 그녀의 몸 아래에 눌려있었다. 달라진 것이라면...


"이 씨발 미친 원숭이 새끼가!"


마키의 태도가 순식간에 지옥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날 어린아이처럼 들어올려 벽에 집어던졌다.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가구들이 부서졌고 나는 쿨럭거렸다. 정신차릴 새도 없이 내 복부에 그녀의 발이 날아들었다.


"!!!"


위아래가 뒤집히고 하늘이 노래졌고 눈앞에서 무언가가 번쩍였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씨발새끼가 살살 대해주니까... 너는 씨발..."


머리에 흘러내리는 피를 손가락에 묻혀 핥으면서 마키는 날 다시 침대에 집어던졌다. 힘없이 축 늘어진 날 다시 눕히고 그녀는 다시 내 물건을 애무하고 핥으며 세웠다. 그리곤 지체없이 본 게임에 돌입했다.


"으흑! 윽! 흐윽!"


그녀의 가랑이가 사정없이 내리꽂힐 때마다 난 참을 수 없는 짜릿함에 교성을 내질렀다.


"씨발! 그래! 바로 이거지 이 씨발놈아!"


마키 역시 그녀의 어두운 욕망을 분출하며 거칠게 몸을 움직였다. 혼자서 움직이는건 성에 차지 않았던지 아예 내 허리를 잡고 내 몸을 움직이며 교미했다. 난 팔다리를 무력하게 축 늘어뜨리고 훌쩍이며 그저 내 몸을 맡길수밖에 없었다.


이건 전혀 즐거운 섹스가 아니었다. 무미건조하게 둔한 감각으로 내 물건을 조이고 내리누르는 마키의 몸은 즐길대로 즐기고 있었지만 난 고통스러웠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내가 곧 참지 못할것이란 사실이었다. 그녀도 그건 어쩔 수 없겠지. 그러나 그 순간 마키가 내 귀에 대고 으르렁거렸다.


"먼저 싸면 죽여버린다..."


시발...


그러나 비록 생명이 걸린 일이라도 생리현상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지치지도 않고 움직이는 마키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난 두려움과 고통에 부들부들 떨며 참고 또 참다가 결국 사정해버렸다. 마키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날 깔아보는 그녀의 눈빛은 분노와 혐오가 가득했다. 차마 마주볼수 없어 흐르는 눈물 가운데 눈을 꼭 감고 그녀의 심판을 기다렸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그녀의 혀가 내 뺨을 핥는게 느껴졌다. 눈을 살며니 떠 보니, 방금의 살기는 온데간데 없고 걱정 가득한 부드러운 눈길의 마키의 얼굴이 있었다.


"도시 꼬맹이, 괜찮아? 진짜 죽일거라고 생각한거 아니지? 장난이 좀 지나쳤나?"


"...???"


눈물범벅이 되 영문모르는 표정을 짓는 날 보고 그녀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였다.


"이 빌어먹을 술버릇좀 진짜..."


무언가 중얼거리던 마키는 엉망이 된 내 몰골을 보고는 한숨을 푹 쉬며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가끔씩 그녀의 팀을 고용하는 고객중 마음이 맞는 이들과는 원나잇을 즐기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 그 정도는 어른들의 세계니 이해했다. 그러나 내 경우는 조금 특별했다. 본디 출정 전날 술을 마시는 관례가 있긴 했지만, 오늘따라 술이 많이 들어갔던 그녀의 팀은 서로 음담패설을 나누다가 내 얘기가 나와버린 것이었다. 그러다가 소냐가 나를 한번 꼬셔보는게 어떻겠냐고 이야기를 꺼냈고, 이미 거나하게 취한, 거칠게 살아온 썰매견들 머릿속에선 정상적인 접근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키는 위풍당당하게 내 방으로 향했고, 팀의 리더의 삶을 살아온 그녀 성격상 지배적 위치를 취하며 섹스하는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반항하자 본능적으로 눈이 뒤집힌 것이었고... 뭐 자세한 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연신 사과했다.


"손님, 사과의 의미로 이번 여행경비는 우리가 전부 부담하는걸로 할게... 만약 싫다면, 그냥 돌아가도 좋고... 아무튼 정말 미안해... 내가 술버릇이 이런데 애들이랑 먹으면 다들 자연스럽게 서로 살을 섞으니까..."


뭔가 불필요한 설명이 들어간것 같지만 무시하자.


아무튼 지금 나는 아직 아까의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훌쩍이며 벌거벗은 채로 웅크려 부들부들 떠는 날 마키는 꼭 안아주었다. 그녀의 손길이 닿자 순간적으로 몸이 움찔했다.


"진짜 미안해... 많이 아팠어? 울지마... 괜찮아."


토닥이며 날 달래주는 마키의 포근한 품에 안겨 있자니 서서히 진정이 되었다. 부드러운 털과 따뜻한 체온은 안정에 도움을 주었다. 그녀의 가슴에 머리를 묻고 가만히 심장박동소리를 듣던 나는 말을 꺼냈다.


"마키?"


그녀는 갑작스래 말을 걸자 당황한 모습이었다.


"으, 응? 왜?"


"아까 나에게 했던 말들... 진심이었어요? 좆간이니 그런거..."


마키는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어... 음... 그게 있지... 어떻게 설명해야 되나... 만약 내가 누군가와 싸운다면, 그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말을, 정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하는거지. 여기선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되거든. 내가 조금이라도 순하게 나갔다간 다른년이 내 자리를 차지했을걸. 이곳은 그런 곳이야... 손님이 진짜 싫어서, 내가 종족차별주의자라 그런게 아니야... 이해해줘."


난 가만히 그녀의 품에 고개를 묻고 있다가 살짝 끄덕여주었다. 그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고개를 들고 그녀의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마키."


"음? 또 왜?"


그리곤 나는 곧바로 키스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놀랐지만, 곧 스르르 풀어지며 혀를 내맡겼다. 우리는 잠시 격렬하게 키스하다 자연스럽게 침대로 쓰러졌다. 이젠 더 이상 고통스러운 섹스가 아니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계곡을 탐했다. 부르르 떨리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가슴에 손을 묻고 주물럭거렸다. 그리곤 다시금 딱딱해진 내 물건을 부드러운 계곡속에 지긋이 묻었다.


그녀는 강하고 부드럽게 받아들였다. 나도 때로는 애태우게, 때로는 격렬하게 움직였다.


"더... 더 해줘..."


마키가 간청했다. 나는 그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몸을 열심히 움직였다. 우리는 마치 지금이 삶의 마지막 순간인것처럼 몸을 섞었다. 물고 빨고 핥았다. 그녀의 혀가 내 기둥을 애무했다. 내 손가락이 그녀의 계곡을 탐험했다. 우리는 한 쌍 짐승처럼 서로의 몸을 탐했다. 음란한 교성이 난무했다. 마침내, 절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도 마찬가지인것 같았다.


"!!!"


소리없는 황홀감속에, 우리는 서로의 체액을 진득하게 취했다.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느낌이었다. 한바탕 쏟아낸 우리는 침대 위에 축 늘어졌다.


"하아... 역시 존나 좋구만..."


마키가 헐떡대며 말했다. 나는 너무 지쳐 말 할 힘도 없었다.


"아- 귀찮아... 가서 애들 준비시켜야 되는데..."


"마키."


"음?"


"가지 마요."


침묵. 부드럽게 내 머릿결을 쓰다듬는 그녀의 손길. 나는 슬그머니 그녀의 품에 안겼다.


"가지말까?"


"네."


"그래, 알았어. 애들도 한두번 해본게 아니니 알아서 잘 할거야."


"고마워요."


"고맙긴 뭘. 내가 오히려 미안하지."


"마키."


"응."


"사랑해요."


그녀는 말없이 그저 날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부드러운 그녀의 품 속에서 스르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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