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했더니 발베르데가 되었다. 3화

전발되 · 2021.06.08 01: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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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나만 존나 갈구고..."

툴툴대며 뛰어가는 이 흑인 선수의 표정은 영 좋지 않다. 방금 발베르데 감독에게 들은 지시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주문이었기 때문이다.

"최대한 패스를 받지 말라구요??"

"그래. 메시가 주는 패스는 더더욱 받지 말도록. 혹시라도 상대의 턴오버로 공이 온다면 빠르게 동료한테 패스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때가 되면 뭔가를 보여주려던 뎀벨레는 지금 자신이 받은 말도 안되는 주문에 꽤 불만이 많았다. 그도 그럴것이 빠른 발과 온더볼을 무기로 플레이 해오던 선수에게 온더볼을 빼버리면 육상선수나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축구지능이 부족한 뎀벨레라는 선수에게는 더더욱.

이런 뎀벨레의 단순한 불만과는 다르게 박기석은 최근들어서 가장 빠른속도로 복잡하게 머리를 굴려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가 기억하기로 이 경기에서의 승리요인은 3가지, 메시의 컨디션과 마누라의 참담한 골 결정력, 그리고 왼쪽 라인에서의 알바의 파괴적인 컷백. 여기서 박기석은 왼쪽 라인의 알바를 제대로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뎀벨레에게 공을 최대한 건드리지 말라고 한 이유는 단순히 골 결정력 때문이 아니라 두 선수의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수비진 흔들기를 위해서였다. 뎀벨레의 온더볼은 꽤나 쓸만하지만 그저 딱 쓸만한 정도이기에 긴박한 역습상황에서 애매한 드리블로 템포를 끊어먹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걸 박기석은 아주 잘 알고있었다.

"뎀벨레!! 빼라고!! 뒤로!! 공간 비잖아!!!"

박기석 본인도 소리쳐놓고 아차 싶을정도로 큰 소리였지만 필드 위의 뎀벨레는 그런걸 신경쓸 정도로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지는 않는것 같았다.

'87분...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

그때였다. 리버풀의 코너킥을 슈테겐이 잡아내고 멀리 던진다. 메시의 발 앞에 떨어진 공은 곧바로 메시를 질주하게 만들었고 뎀벨레가 그 옆으로 같이 달려나간다. 수비 숫자는 3명. 충분히 메시가 혼자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ㅡ

"우스만!!"

메시가 뎀벨레의 이름을 외치며 패스를 보낸다. 아뿔싸. 경황이 없어서 메시에게 제대로 지시를 전달하지 못했다. 메시라는 선수의 특성상 본인의 스탯보다는 절대적으로 팀의 승점을 중요하게 여기기에 이 상황에서는 뎀벨레에게 패스를 건네는 것이 가장 골을 넣기에 효과적인 선택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미래를 알고있는 박기석으로써는 뎀벨레가 슛을 하는게 절대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것을 알고 있다.

긴박한 역습 상황이기에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다. 메시가 떠먹여주는 정말 완벽한 패스. 골키퍼와의 1대1 찬스에서 본능적으로 슛 말고 다른 생각을 하는 선수는 그닥 많지 않을것이다. 공을 받은 뎀벨레가 그대로 공을 때리려는 순간

"으...어? 아! 맞다"

바로 슛을 때리려던 발을 어정쩡하게 멈추고 공을 흘리는 뎀벨레. 공은 그대로 좌측에서 뛰어오던 알바에게 연결되고 뎀벨레의 진심 페인팅 동작에 속은 수비진은 알바의 스피드를 감당하지 못했다. 알바의 강한 왼발 슛. 그대로 골대로 들어간다.

"홀리 쓋"

"뎀벨레 너 센스 많이 늘었네! 방금 페인팅은 진짜 예술이었어!"

"어...아 뭐 기본이죠ㅎㅎ"

자신도 모르게 엄청난 일을 해버린것 같은 뎀벨레는 일단 고참들의 칭찬에 기분이 좋을 뿐이었다.

'와...이게 들어가네...'

꽤나 걱정하던 박기석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일이 좋게 풀려 한시름 놓은 기분이었다. 이미 2대0 스코어에서 2차전을 맞을 준비를 하던 박기석은 본인의 전술이 유럽무대에서 통한것 같아 괜히 속으로 뿌듯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바뀌어버린 미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그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경기 종료됩니다!! 스코어 3대0!! 홈에서 대승을 거두는 바르셀로나 입니다!"

"다들 수고했다!! 쉽지 않은 경기였는데 다들 너무 잘해줬고 또..."

뎀벨레를 힐끔 바라보는 박기석

"아주 잘해줬다. 정말 기대 이상이었어"

구라다. 마지막 빼고는 처참한 수준의 오프더볼을 보여준 뎀벨레였기에 다시는 뎀벨레에게 이런 역할을 맡기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박기석에게 한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고 감독님! 어유 아주 수고가 많으시네~ 이 분위기 얼마나 좋아! 어? 선수단! 화이팅 한번 하자고! 허허허"

전형적인 꼰대말투를 쏟아내며 다가오는 한 남자.

비열하게 생긴 입꼬리에 이상한 뿔테안경. 심술이 가득한 양쪽 뺨은 웃는얼굴도 섬뜩하게 보이게 만든다. 마지 쥐를 연상시키는 인상은 썩 좋은 첫모습을 남기지 못한다.

'누구더라?...어디서 많이본...?? 이...이 ㅆㅂ새끼'

주제프 마리아 바르토메우. 현재의 바르셀로나를 몰락으로 이끈 장본인이자 바르셀로나 역대 최악의 회장이라고 평가받는 인간이다. 마드리드나 에스파뇰의 첩자라는 이야기가 나올정도로 노답인 회장이었던 그가 20년차 꾸레 박기석의 앞에 서있다.

박기석은 그동안 수많은 선수들과 감독을 비판해왔었지만 대부분이 축구를 못해서, 전술이 이상해서, 인스타로 이상한거 올려서 등등 자잘한 이유였기에 욕하다가도 금방 별 생각 없이 잊어버리고 했었다. 그러나 바르토메우는 박기석이 인간 대 인간으로 혐오하게 된 사람이었다. 언젠가 내가 직접 보면 죽빵을 갈기리라 하고 다짐하던 박기석이지만

"허허 감독님! 이따 잠깐 나좀 봐요"

막상 눈앞에 있으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토록 싫어하던 인간이었지만 지금은 내 상관이기에. 한국식 위아래 문화가 깊게 찌든 박기석은 윗사람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그리고 혹시 모르지 않는가? 사람은 괜찮을지 라는 생각을 갖고 박기석은 주차장에서 바르토메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감독님? 그...지금 내가 얘기를 들은게 있는데"

"네? 어떤걸...?"

"경기에서 이기려고 했다면서?"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아니 그럼 이기려고 축구하지 지려고 축구 한다는 소리인가? 생각치도 못한 얘기가 나와서 당황하는 박기석.

"저...그게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

"됐고...앞으로 잘좀...합시다..? 이러려고 내가 당신 부른거 아니잖아...작년까지 잘 했으니까 올해도 잘 좀 부탁해요?"

"네?"

"뭐, 감독님도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ㅋㅋ 이미 우린 한배를 탄거잖아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전혀 파악이 되질 않는다. 얼음처럼 굳어버린 박기석의 표정을 바르토메우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한번 쳐다보고는 또다시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돌아간다.

'이게...뭐지...?'

뭔가 엄청난걸 알게 된것 같은 박기석! 과연 바르토메우와 발베르데의 비밀은...?

4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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