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했더니 발베르데가 되었다. 2화

전발되 · 2021.06.07 01: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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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아! 좋다구! 하하"

"난 한골이라도 먹혔으면 울었을거야"

"다들 집중해. 아직 경기 끝난거 아니니까"

꽤 좁은 라커룸 안에서는 한껏 기세가 오른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상기된 목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사실 박기석이 기억하기에도 이 시즌은 '트레블 적기' 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기세가 확실히 좋은 시즌이었다. 뭐, 정확히는 메시의 컨디션이 완벽했던 시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참사가 있기 전까지는...

"자 다들 주목"

그러자 모든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일동 합죽이가 되어서 박기석의 오더를 기다리고 있다. 박기석은 아직 본인이 발베르데가 되었다는 사실에 전혀 익숙해지지 못했지만 본인이 이루지 못한, 평생의 꿈이었던 캄프누에서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는 그런 자잘한 고민을 모두 날려버리고 지금 상황에만 집중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 상황에서 일단은 선수들을 불러모으긴 했지만...어떤 얘기를 해야 하지..?

떠올려본다. 1차전은 3대0으로 대승한 경기. 종료직전 뎀창놈의 역대급 빅찬스미스가 있었던 것 같지만 일단 지금은 3대0까지 만드는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일단 그때 당시 실제 발베르데의 전술을 떠올려본다.

"음...일단 쿠티뉴...랑"

지금 라커룸에 서있는 이 남자는 발베르데가 아니라 박기석이기에, 아무리 인터넷에서 동네북마냥 이리까고 저리깠던 쿠티뉴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월드클래스 선수라는 생각에 박기석은 말을 함부로 꺼낼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본인이 직접 유럽에 진출해봤던 사람이기에 여기 있는 모든 선수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이라.

"쿠티뉴랑 세메두를 교체한다. 발이 빠른 세메두가 마네를 잘 마크하고 로베르토는 중원 싸움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온다."

"넹"

세메두의 해맑은 대답소리가 가장 먼저 들린다. 하지만 박기석이 눈치를 봤던건 쿠티뉴였기에...역시나 크게 한숨을 쉬고있었다...아니 이새끼 웃고있다? 안도의 한숨? 확실히 쿠티뉴는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미소짓고 있었다.

박기석은 친정팀을 상대한다는 부담감은, 심지어 그 친정팀이 리버풀이라면 멘탈이 약한편인 쿠티뉴에게 꽤나 힘겨운 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박기석은 내가 선수의 심기를 건드리진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그저 '쿠티뉴 십새기 멘탈 존나약하네' 라고만 속으로 생각하며 라커룸을 다시 한번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쿠티뉴의 표정에 담긴 충격적인 진짜 의미는 아직 모르는 박기석이었다. 앞으로 다가올 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채...

온통 빨간색 파란색으로 도배가 된 인테리어와 유니폼, 눈에 보이는 곳마다 박혀있는 FC바르셀로나 엠블럼. 박기석도 축구선수이기 이전에 바르셀로나의 열렬한 서포터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서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는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내 앞에 메시가 있다니!! 박기석은 터져나오는 탄식과 가슴이 웅장해지며 나오는 눈물을 꾹 참으며 메시의 어깨를 손으로 툭 잡았다.

"ㄹ...레오 난 널 믿는다!!"

"네? 어...저도 감독님을 믿습니다..ㅎㅎ"

"난 네가 이번경기에서 최소 멀티골을 넣을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어...장담은 못하지만 오늘 뭔가 느낌이 좋은건 있네요"

사람과의 대화가 오랜만인 탓일까 대화 상대가 GOAT이기 때문일까. 사회성 부족한 티를 팍팍 내며 하프타임 내내 고민한 말을 메시에게 건넨 박기석은 꽤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원래 세계의 현실대로 메시가 후반에 멀티골만 넣어주면 좋으련만...괜히 개입해서 미래가 틀어져 안좋은 결과가 나올까 걱정하는 박기석이었다.

"자 좋다! 다들 준비됐나? 가서 박살내버리고 와라!!"

"네!!"

선수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라커룸을 울리고 있다. 사기가 오를대로 오른 선수단을 바라보며 박기석은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려 노력하고 있었다.

"...골!!! 포스트 바를 맞고 나온 볼을 메시 선수가 그대로 마무리합니다!!"

예정대로다. 다행히도 박기석의 개입으로 미래는 바뀌지 않은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저 이대로 흘러가게 두며 1차전을 끝내는것이 현재로써의 그의 1차적 목표였다. 다시금 경기에 최대한 관여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박기석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갈 수 있는건가? 설마 평생을 발베르데로 살아야 하는건가?'

'아니...애초에 돌아가야 하는건가? 다시 그런 쓰레기같은 삶을 살 바에ㅡ

"삑!"

박기석이 멍때리며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던 도중 주심의 휘슬이 울리며 세트피스를 준비하는 바르셀로나. 그 유명한 메시의 리버풀전 30미터 프리킥 골을 직접 직관하겠구나 라고 박기석은 생각하고 있었다.

"골대와의 거리는 19미터! 오른쪽으로 약간 틀어진 방향은 완전히 메시존이죠!"

어, 뭔가 이상하다. 저 위치가 맞았던가? 좀 더 중앙쪽에서...좀 더 먼 거리에서 차지 않았었나??

"아! 아쉽게 살짝 뜨는 볼! 리버풀이 골킥을 준비합니다"

이럴수가. 무언가 잘못되고 있었다. 분명 방금 상황에서 원더골로 쐐기를 박았어야 하는게 아니었던가?? 분명 두번째 골 까지만 해도 원래대로의 현실과 다를게 없었지만 어디서부턴가 조금씩 미래가 틀어지며 박기석이 모르는 상황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사실 박기석은 본인이 전술가로써의 역량이 부족하고, 현재로써는 바르셀로나 선수단에 대한 파악이 완벽하게 되어있는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미래를 건드리지 않고 1차전에서 원래대로 3대0 승리를 가져오고 어떻게든 2차전에서 잘 틀어막아 결승까지 올려보자 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음...흠 습 후..하"

멘붕에 빠져 갈피를 못잡고 있는 박기석의 앞에 뎀벨레가 괜히 신발끈을 어루만지며 헛기침을 한다. 몸상태가 멀쩡한 본인을 뛰게 해달라는 무언의 표시였다. 잠깐 힐끔 뎀벨레를 쳐다본 박기석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떨구고 크게 한숨을 한번 쉰다.

'후...ㅅㅂ뭐지 진짜...뎀창놈 이새낀 또...어?'

전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뎀벨레를 보며 한숨만 쉬던 박기석은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한가지 떠올랐다.

"뎀벨레, 준비해"

"넵!!"

기다렸다는 듯이 밝게 대답하며 몸을 푸는 뎀벨레를 보고 박기석은 기대 반 걱정 반 섞인 표정을 지으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었다.

과연 그가 떠올린 계획이 무엇이길래...?

3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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