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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에피소드

마이클조던(218.54) 2009.05.24 21:46:55
조회 358 추천 0 댓글 11

지금은 헤어진 예전 여자친구 집에 놀러 갔을때 일입니다.

주말이였는데 여친 부모님이 지방으로 친척 결혼식에 간다고 집이 비었으니 놀러 오라고 해서 갔었죠.

재밌게 놀다가 -_-;  이제쯤 나가야지 하던 찰나에 여친 부모님께서 들어 오셔서,급하게 인사 드리고

다음에 정식으로 찾아뵙..하는데 저녁 먹고 가라고 하시더군요. 거절할 엄두도 용기도 없어서 그러겠습니다 하고

아주 뻘쭘하게 거실 쇼파에 앉아 있는데 아버님께서 컴터를 켜시더니 바둑을 두시더라구요.

엠게임 바둑이였는데 2급으로 두시더군요.

제가 친하고 안면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살갑게 대하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나 낯선 사람한테는 조금은 내성적이고

먼저 말을 못붙이는 성격이라..더구나 여친 아버님 20년 넘게  경찰 생활 하신 분이라 포스가 후덜덜거려 감히 먼저 말을 못

붙이고 훈수의 욕구를 꾹 억눌르면서 곁눈질로 힐끔힐끔 봤었죠..

눈치 채셨는지 먼저 물어오시더라구요. 바둑 둘 줄 아냐고..

당시 타이젬에서 1단을 두고 있던 저는, 당연히 겸손해야할 급수지만 더욱 더 겸손하게 "잘은 못두지만,조금 배웠습니다. 인

터넷 바둑으로 1단 정도 둡니다." 했었죠. 두고 계시던 바둑 바로 접으시더니 바둑판을 내오시더라구요.

겪어 보신분은 아시겠지만, 내가 아예 아버님보다 하수라면 속편하게 배우는 자세로 두겠는데 미천한 실력이지만

상수의 입장이라 막상 바둑판 앞에 앉으니 난감하더라구요.

설상가상으로 아버님께서 말씀하시길, 자신은 비록 2급에 머물러 있지만 젊은 날 부터 줄곧 바둑을 둬 왔기에

자네가 1단이라면 호선으로 둬도 크게 밀리진 않을거 같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인터넷상이라면, 어쭈..감히 1단님을 몰라보고 호선?ㅋㅋㅋ  오늘 피똥 한 번 싸볼텨? 했을텐데

리얼한 현실이라 오히려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알겠습니다" 하고 바둑이 시작 됐습니다.

아버님의 바둑 스타일은..싸움으로 시작해서 싸움으로 끝나는 바둑이였는고,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당시에도

피할 수 있는 싸움은 피해가고, 피할 수 없는 싸움도 피해가다가 낭패 보는 스타일입니다. 그야말로 상반된 스타일이죠.

수순도 정석도 무시하고 어떻게든 붙여서 싸움 걸어 오는 분들..으레 그렇듯 자신의 약점은 돌보지 않고

오로지 공격 일변도로 나오는 경향이 있기에 내 돌이 수습되는 순간.. 뒤따르는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해

투석하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바둑에서 경우 따지는거도 우습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여기저기 곤마로 남아있는 아버님 돌 다 잡아버리는건

경우가 아닌거 같아서, 나름대로 아버님 눈치 못채시게 살짝살짝 비켜가며 얼릉 곤마 수습하세요.하고 기회를 줬었죠.

근데 겨우 1단 기력으로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게, 더구나 그 상대방이 기력은 2급에 불과하지만 수십년 쌓아온

내공이 있는 분인데..그렇게 일종의 눈속임 할 수 있다는건 어불성설.

그렇게 조금은 매끄럽지 못하게 흘러가던 와중에 아버님께서 투석하시더군요.

투석 후에 아버님께서 다 아신다는 표정으로, 다음엔 봐주지 말고 잡을 수 있는 돌은 다 잡아.허허.. 하시더군요.

좋게 봐주면 젊은 놈이 어르신 배려해 준거지만,

나쁘게 보면, 알량한 바둑 실력으로 어르신을 기만했다고도 볼 수 있고 

또한 내 오해일 수도 있지만 아버님께서 허허 웃으실때 조금은 아주 조금은 불쾌한 기색이 엿보여서 마음이

편치 않더군요.

뭐 여튼 저녁 식사를 하는데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른채 허겁지겁 먹고 나왔습니다.

그로부터 불과 몇일 후 여자친구와 헤어져서 두번다시 뵐 수는 없었지만

혹시라도 다시 아버님을 뵐 기회가 온다면 그땐 접대바둑 공부 좀 하고 둬야겠습니다.

끝까지 읽으신 분들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지만ㅋㅋ

여러분들이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두시겠어요?ㅋ

바갤은 여타 바둑게시판이나 동호회에 비해서  연령대가 낮을거라 짐작되는데,

단순 취미로서의 바둑도 좋지만, 한번쯤 "접대바둑"에 대해서 공부 해 두시면 사회생활에 있어서

훌륭한 나만의 무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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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퍼초딩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6년전에 사촌형과 축구게임을 같이하다가, 제가 이기고 있길래 골기퍼로 공 굴리면서 뺏어서 동점골 만들어주길 바랬는데, 사촌형은 제가 놀리는건줄 알고 싸가지 없다고 했음.

    2009.05.24 23:00:19
  • 수퍼초딩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그 후로는 뭐든 일이든 최선을 다해요 ㅋㅋ. 뭘 하든 제가 유리해도 계속 몰아붙임 ㅎ. 만약에 제가 아버님과 뒀다면 잡을수 있는건 다 잡았을듯.

    2009.05.24 23:01:31
  • 알쿠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만약 저같았으면 평소대로 안두고 새로운시도와 악수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져줬을듯ㅋ

    2009.05.24 23:16:09
  • 송해(220.80)

    전 그냥 졌을듯...; ㅋ 원래 실력이 ㅋ

    2009.05.25 08:55:01
  • 통통통이야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푸하하하 뭔가 웃기 뻘쭘하지만서도 ;; 간간히 양념쳐진 상황묘사에서 안 웃을 수가 없다는ㅎㅎ 바갤에 올라온 글에 이렇게 웃어본거는 또 처음이네요 ^^ 저라면 인정사정 안 봐주고 바둑 그 자체에서 최선의 길을 갔을 듯. 평소의 스타일 어디가남요~ ㅋ

    2009.05.25 10:54:16
  • ㄹㅈㄹㅈ(118.47)

    중대장과 매일 바둑두면 군대 동기녀석....이겼다 자랑하는 날은 모두들 힘든 하루가 되었죠 ㅋㅋㅋ

    2009.05.25 12:40:49
  • 오천원(211.237)

    ^^재미있슈. 글고 살려준 건 잘 하신 거유

    2009.05.25 13:11:53
  • 송해(203.23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연 중대장님 소심하시다. ㅋㅋㅋ

    2009.05.25 16:57:52
  • 큰곰유니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ㅋㅋ 글 재미있게 잘 쓰셨네요.. 잘 하신거 같습니다. 반상을 홀로코스트 만들어 버리는것도 후폭풍이 상당했을듯합니다. 이래나 저래나 하수는 굴욕적인 법이죠 ㅋㅋ

    2009.05.25 18:33:51
  • 케레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수퍼초딩// 골키퍼가 공굴리는게 기만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진거 아닐까요?;

    2009.05.26 01:20:00
  • 케레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접대바둑이라...일단 누굴 이길 수 있는 실력이나 됐으면 ㅜ 근데 접대바둑도 익혀두면 좋을거 같긴하네요 ㅎ

    2009.05.26 01: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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