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급에서도 줄기차게 나오는 형태인 줄지어 마라톤이다. 지금도 이 형태가 나오면 임기응변으로 대응

하는 편인데 특별한 정답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다만 자주 해보면 변을 끼고 있는 쪽이 조금은 

유리했던 것같기도 하다.

전투가 힘들 것같으면 밑으로 넘어가는 수가 있다. 이런 형태에서는 항상 서로 밑으로 넘어가는 수와

끼우는 수에 대한 계산이 동반되어야 한다. 

물론 이 형태에서는 백14처럼 들여다보는게 선수가 된다면 밑으로 넘어가는 수는 이제 성립하지 않는다.

간단한 내용이지만 6급에서도 이걸 모르는 사람들을 꽤 만났다.

마찬가지로 이 모양에서 백선으로 흑을 못잡는 사람도 많았다. 같은 6급이라 해도 산전수전을 다 겪고 올라온 사람과 

여러가지 바둑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컸다. 공무원 시험에 한 번에 합격한 사람과 여러 번 실패한 뒤에 합격

한 사람을 비교한다면 평범하게 생각해서 전자가 후자보다 낫다고 볼 수 있겠지만 실패를 통해 얻는게 있는 만큼 항상

그렇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6급의 흡수력은 강하다. 상대방이 보여주는 특이한 수법이나 통렬한 공격은 한 번만 봐도

바로 이해하고 써먹을 수 있을 정도이다. 고단자 관전의 단점은 그런 잔수법들이 잘 안 드러나는 것이다. 

수법들을 다 알고 있지만 그게 통할 정도로 녹록치않는 상대이다. 그런 국면에서도 손을 뺀다든지 해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따로 복기를 해봐도 왜 손을 뺐는지 조차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 때 관전은 약 2급 정도 위의 대국을 많이 보았다. 실전적인 수를 배울 수 있었고 설령 더 고단자들이 보기에 어이없는 수

라해도 그 급수에서 먹힌다면 내 급수에서도 먹힐 가능성이 높았다. 수의 호불호를 따지기엔 나는 너무 초보였고 저

먼 길을 올려다보기보단 발 끝이 향하는 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완전치 못한 알맹이에 자꾸만 매 급수의 껍데기를 덧씌어갔다. 대국을 하는 어느 누가 한 번만에 내 알맹이, 내 약

점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스쳐지나가는 익명과 익명의 대국이라는 것은 결국 껍데기와 껍데기의 대결이며 이기기위해서는

조금이라도 강한 부분을 강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5급으로 가려하는 수많은 6급 연어들 틈바구니에 끼어 경쟁하면서 6급에서 5급으로 가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5급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