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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때 이야기14

ㅇㅇ(1.253) 2017.08.01 11:19:44
조회 418 추천 10 댓글 3

바둑판에는 깊이와 넓이가 있다. 겉보기엔 평평한 나무판에 불과한데 두면둘수록 그 안에서 입체감을 느끼게 된다.


협공을 당할 때, 상대방이 만들어놓은 긴 벽을 따라 탈출을 감행할 때 느끼는 감정은 깊고깊은 늪 속에 빠진 것과 같은


답답함이다. 처음엔 비오는 날 생기는 작은 물웅덩이를 찰박거리는 듯이 경쾌하게 발을 내밀 수 있지만


상대방이 세력에 깊이를 더하게 되면 이젠 섣불리 발을 내밀 수 없게 된다.


이 두터운 성 안으로 침투해 들어갔다가 행여나 잡히기라도 하는 날에는 강성해진 성 밖 100리까지 송두리채 빼앗길 우려도 있다.


만약 살아나온다 해도 그 과정에서 더욱 두터워진 상대의 세력이 선수로 나를 공격해온다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7급에서 세력과 마주하며 얻은 최초의 결론은 세력에 침투하는 것은 적절한 시기가 존재하며 그 시간이 지나면 점점 침투에 성공할


확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굳이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여러번 당하다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문제는 그 적절한 시기가 언제냐는 것인데 초보가 가늠하기엔 어려운 일이었다. 깊숙이 침투했을 때 그 이후의 수순을 읽어내기엔 기력이


턱없이 모자랐다. 굳이 모험을 하지말자는 생각에 되도록 이른 타이밍에 침투해보자는 결론을 내게되었고 약간 난전스타일로 바뀌어갔다.


서로 집을 짓는 바둑은 역시나 취향에 맞지 않았고 상대가 집을 지을 기미가 보이면 일단 다가가 견제하면서 국지전을 남발했다.


비록 이것이 세력바둑에 대한 바른 대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세력바둑이라는 것 자체를 초반 포석을 통해 무마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싶었다. 이 때 흑을 잡으면 대각선 포석도 자주 사용했다. 대각선 포석을 하게 되면 큰 세력이 나올 확률이 적었던 것같다.


다만 이렇게 두게되자 초반 양상이 매우 복잡해져서 돌이 얼키고설키고 물고물리는 등 난해한 수읽기로 이어졌다.


난전을 일으키는 원동력은 속도에 있다 여기고 행마를 가볍게 하자 단단하게 두는 상대에게 약점을 읽혀 오히려 집손해를 보는 경우도 생겼다.


조훈현처럼 여기저기 빠르게 두어가면서 수습해나가는 기풍이 멋있어 보였지만 막상 따라하려니 실속없는 허수아비같은 행마가 되었다.


이 때 유일하게 승부에 득이 된 부분이라면 이런 형태의 난전이 상대의 실수를 유도한다는 것과 난해한 수읽기를 강요해 상대의 시간을 뺏는다는 것이었다.


7급의 시기는 제대로 된 바둑을 두어보겠다던 당초의 포부와는 달리 시간이 지날 수록 어떤 한 형태의 바둑을 유지해가던 시기였던 것같다.


누구나 학생때는 전교1등하고 싶고 수능 잘쳐서 좋은 대학가서 좋은 직업얻고 잘 살고 싶겠지만 실전은 그보다 복잡다단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


7급 때 난전위주의 기풍이 되어버린 것은 삶에 비유하자면 하나의 큰 선택이었던 것같다. 



6급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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