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청원이 당대 고수들을 모두 제압해버린 시점에서 오청원의 상대를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이때, 언급된 것이 당시 8단이던 사까다 에이오와의 6?5번기 승부였다. 당시 여러기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던 사까다와 승부였는데, 아직 오청원의 정식상대가 되기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친선형식의 번기가 선상선 치수로 성사되었다. 요미우리 입장에서는 오청원 상대를 구할 때까지 너무 대국이 없었던 관계로 중간 공백을 메꾸기 위한 일종의 가벼운 이벤트였다. 그런데, 결과는 사까다의 승! 물론 선상선 치수였고, 치수고치기도 아니었지만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그 일화로 당시 바둑기자는 검토실에서 몇 명 기사들과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결과야 보나마나 뻔하고 더구나 사까다의 백번이었으니, 바둑말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때, 갑자기 검토실의 방문이 열리면서 사까다가 들어와서 외쳤다고 한다. '백으로 이겼다' 흥분한 사까다는 얼굴이 벌개져서 자신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기쁨에 들떠 대국이 끝나자마자 검토실에 들어와서 소리친 것이었다. 오청원은 인터뷰에서 '한두집씩 이겼는데, 이번에는 한두집씩 졌다'라고 했다. 일본전체가 들썩인 사건이었다. 당장 사까다와 오청원의 치수고치기 10번기가 성사되었음은 당연했다. 물론 치수는 선상선 치수였는데, 일단 사까다는 8단이었고 그 이전 전적이나 네임별류에서 도저히 호선바둑은 말이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사까다는 초반에 매우 잘싸웠다. 기세가 오르기 시작하면 믿을 수 없는 괴력을 발휘하는 사까다였기에 더더욱 그랬다. 2승2패! 4번의 대국결과까지 동률을 유지했다. 과거 오청원과 10번기에서 이렇게 선전을 했던 기사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역시 오청원이었고, 이후 내리 세판을 연승해버려 치수를 정선으로 고쳐버렸다. 나머지 3판은 치수가 고쳐지면 번기를 중단한다는 처음 약속대로 취소되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항상 사까다보다 약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다까가와 가꾸는 오청원과 10번기에서 선상선으로 치수가 결정되었으니, 오청원>다까가와>사까다 순의 치수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물론 이를 문제삼는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그것은 오청원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