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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전갤 문학 100선 - EOR반장님이 보고계셔

제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8.08.03 19:11:33
조회 1093 추천 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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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윤민혁님의 홈페이지(www.whitedeath.pe.kr)-자유연재게시판-\'이하사\'님의 작품.

=============================================================================
"라디오 첵."
"라우드 앤 클리어(감도명료)."

잡음섞인 무선교신이 칙칙하고 구름낀 하늘에 오고간다.
주기장에 모이는 전투기들이 오늘도 파괴적인 무장을 탑재하고 각자의 엄체호를 빠져나간다.
기름때에 절은 기체와 그을린 엔진을 감싸고 있는 짙은 회색 페인트.
외판의 패스너가 빠지지 않도록, 붉은 색 [REMOVE BEFORE FLIGHT]꼬리표가 펄럭이지 않도록, 차분하게 활주하는 것이 이곳에서 지켜야할 택싱절차. 따라서 아슬아슬하게 이륙시간을 맞추려고 냅다 스로틀을 밀어대는 품위없는 전투기가 존재할 리 없다.
국립 K2 AIR BASE.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이 기지는, 원래 한국전당시 UN군 항공작전을 위해 사용된 전통있는 로카프계 전술항공기지다.
대구 한켠. 지금도 관련법률에 묶여 고층건물을 찾아볼 수 없는 이 지역에서, 남부전투사령관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투, 공항, 관제, 군수까지 일괄업무처리가 가능한 알루미늄 새들의 보금자리.
시대가 변하고, 헌법이 6번이나 바뀐 오늘날에도, 기지한바퀴를 돌면 공장에서 금방 나온 신형기가 고물이 되서 퇴역하는 시스템이 아직도 건재한 귀중한 기지다.

그것 - 에프시보 K도 그렇게 평범한 공장제 전폭기중 한기였다.


...................................................................................................................

"레이더 스파이크."

어느 월요일.
유도로가 끝나고 활주로로 들어가는 곳. K는 뒤에서 들어오는 레이더 경보신호와 무전호출에 멈춰섰다. 스타트 점검중이었던 까닭에 한순간 스타트 반장님이 부르셨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탁한 무전교신이었으니까.
누가 호출을 하면 우선 그 자리에 멈출 것. 그리고 "카피"라고 대답하며 서서히 기체전체를 움직이며 돌아선다. 아무리 갑작스러워도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더욱이 랜턴 타겟팅 포드의 터렛만 \'홱 돌려보는\' 행위는 파이터로서 실격이다.
어디까지나 듬직하게, 그리고 둔중하게 돌아서야 한다. 백전노장인 선임 기체들의 모습처럼.
그리고 뒤돌아서서 제일 먼저 에어 인테이크를 똑바로 마주보며, "라져"라는 인사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K의 라디오에서 "라져"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

자신을 불러 세운 라디오 콜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아챈 순간 회로가 쇼트돼버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자리에서 엔진을 프레임 아웃 시키는 추태를 피한 건, K2 소속기로서 경박한 조작을 하지 않도록 평소부터 훈련을 해온 성과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그저 너무 심하게 놀란 나머지 행동이 따르기도 전에 회로차단기가 튀어버린 것이다.

"저....저한테 용건이 있으신가요?"

K는 간신히 회로를 반쯤 연결한 다음, 반신반의하며 용기를 내어 물어보았다. 물론 그것의 FCR안테나 끝에 자신이 있다는 것과 그 연장선상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은 이미 디스플레이 상으로 확인을 마쳤다.
그래도 역시 의심이 생겼다.

"LOCK ON한 건 나고 그 표적은 너야. 틀림없어."

아무리 틀림없다고 해도 "아뇨, 틀리신 것 같은데요."라고 대답하고 통합전자전장비를 풀가동해서 회피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불러 세운 이유가 뭔지 알 수가 없어 CPU는 오버히트를 일으키기 직전이었다. 그런 K의 속사정을 알 리가 없는 그 기체는 살짝 벤트 도어를 열고 K를 향해 다가왔다.
대대가 틀리기 때문에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캐노피를 대할 일은 전혀 없었고, 라디오 메세지를 제대로 수신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엔진 배기구 뒤로 나오는 검은 연기는 어떤 연료를 쓰는지 물어보고 싶을 만큼 자욱하고, 불완전 연소된 회색 연기는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달고 있으렴."

그 기체는 달고 있던 마크84를 K에게 내밀었다. 영문도 모르고 받아 달자, 상대는 자유로워진 파일런을 K의 기수위로 돌렸다.

\'꺄악-!!\'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깨닫지 못한 K는 순간적으로 건카메라를 끄고 노즈 스트러트를 꼭 움츠렸다.

"레이돔이 비뚫어졌어,"

"엇"

카메라를 다시 켜보니 그곳에는 우락부락하면서도 덩치가 산만한 기체가 있었다. 세상에! 그 기체가 K의 레이돔을 고쳐 닫아주고 있다니.

"외부점검은 언제나 단정히 해야지. 스타트 반장님이 보고 계시니까."

그것은 K에게서 마크84를 받아단 다음 "Clear to take off."란 무전을 남기고 먼저 활주로를 달렸다.

\'저것은....저 모습은....\'

뒤에 남겨진 K는 상황을 파악해 갈수록 서서히 유압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틀림없다. 11비 110대대 맥도널더글러스 팬텀 님. 참고로 일련번호는 7번이고 보통 \'에프포 팬텀 델타\'라고 부른다.
아아, 그 제식명칭을 입에 담는 것조차 황송해. 나 같은게 감히 그 이름을 MFD에 써도 괜찮을까 하는 그런 기분에 빠지게 만드는 전술기들의 선망의 대상.

\'이럴 수가...\'

너무나 창피해서 폭발해버리기 직전인 상태로, K는 한동안 멍하니 점검완료 사인이 떴는데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런 법이 어디 있어.\'

동경하는 선임과 처음으로 교신을 하는 중요한 순간에 이렇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다니, 해도 너무해.
EOR반장님은 심술쟁이
속상한 마음에 내려다본 반장님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불만가득한 표정을 하고 넓은 활주로 한가운데 우뚝 서 계셨다.






... 항전겔의 능력자 들이여, 제발 자비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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