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름 돈을 모은 편이다. 3만원짜리 군인적금 들어서.
이거도 나름 상위 1% 안에 드는 성적임.


가끔 군대 들어가면 존나 컴퓨터 하나는 장만한다는 사람들도 꽤 있길래 써봄.


소수의 좋은 부대는 이 이야기가 생소할 수 있음.
가장 많이들 가는, 극히 일반적인 보병 부대의 예임.









1. 군부대 내에 장사꾼들이 넘쳐난다.


= 대표적인 예로 유료건조기, 세탁기이다. 내가 이등병 시절에 제일 x같았던 건데, 겨울에는 일주일에 한 번, 여름에는 이틀에 한 번씩은 빨래를 해줘야했다. 안 그러면 빨래감 쌓아놨다고 위생에서 걸리고, 욕먹으니까. 한 번 세탁하는데 3000천원 정도 들었다. 무료세탁기? 중대원 110명이 무료세탁기 1대로 어떻게 먹고 사냐? 유료세탁기 2대 있는 거도 눈치보면서 겨우 돌린다.


= 그 다음으로 일명 '마크사.' 이 말도 안 되는 곳은 바깥에 비해서 약 2배 정도의 가격으로 장사하는 속물이다. 막말로 훈련하다가, 작업하다가 옷이 찢어졌어. 그러면 누구 돈으로 수선해야하냐? 부대에서 해줘? 안 해줌. 그렇다고 안 할수가 있냐? 절대 못한다는 거지. 그리고 군인들도 군생활하면서 필수적인 물품들이 넘쳐나는데 이걸 절대 보급해주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필기도구, 노트, 후레시, LED 라이트, 위장크림, 군장덮개 등등. 다 니 돈으로 사야됨. 1달에 돈 꾸준히 들어가는 건 말할 것도 없겠지?


= 그리고 PX. PX 물가가 아무리 싸다지만 군인에게도 쌀까? 담배는 말할 것도 없고, 그냥 군것질 같은 거 안 하더라도 돈 나갈 일이 엄청 많다. 위생도구, 군인품목 등등 그냥 돈이 쭉쭉 빠져나가는 건 당연지사임.








2. 군대의 관습들이 너무 빡쎄다


= 대표적으로 생일, 진급 축하 같은 거. 뭐 좋게 좋게 서로 천원 이상씩 차별 없에 모아서 챙겨주면 훈훈하고 좋지. 근데 실상은 어떠냐? 100% 군부대 개짬찌들 지갑만 털린다. 막말로 그렇게 돈이 잘 거두어지겠냐? 상병장들이 그렇게 돈 선뜻 선뜻 다 주겠어? 심지어 생일을 챙기는 건 이등병~일병들임. 빵꾸난 돈 메우고, 심지어 아예 이등병들'만' 돈을 내게 하는 곳도 있다. 소대원 숫자만 30명인데 이놈들 생일을 다 챙긴다고. 재수 없으면 나라사랑카드 통장 잔고 0원은 순식간이야.


= 전역선물. 제일 X같은 거다 이게. 전역자들 선물 해줄 때 드는 돈이 엄청나다. 그야말로 한 명당 돈만원 정도는 기본으로 깔아줘야하고, 같은 분대라면 거기에 몇 배는 뻥튀기된다. 심지어 나는 전역선물 받지도 못했음. 임병장 사건 터질 때 전역해서.


= 그 밖에도 회식 등등. 많음 그냥. 직접 가서 느끼면 돈 들어가는 쓰잘데기 없는 일이 아주 많음.







3. 훈련 때마다 왜 이렇게 돈이 깨지는가


= 훈련할 때마다 훈련 준비기간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혹한기 ATT를 2주일 동안 뛴다고 생각해보자. 얼어뒤지지 않게 핫팩（약 4~5개 정도 보급되지만 턱없이 부족함）을 한 박스 산다. 그리고 훈련 기간에 먹는 짬밥은 그야말로 개밥 이하이므로 간단한 햄, 참치 등의 요기거리를 산다（상병장 중에서 진짜 독한 놈들은 안 사기도 함）. 이거만 해도 돈 엄청 깨짐. 내가 처음 훈련할 때 같은 분대원들이 "우리 막내는 맛있는 거 많이 사들고 오겠지?" 이지랄 해서 약 8만원 정도 썼음.

= 훈련에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품목들이 있음. 아무튼 이런 것들로 돈이 또 나감. 그냥 나감. 쭉쭉 나감. 훈련 끝나면 개털되어 있음. 직접 겪으면 알겠지만 정말 거1지 같은 경험일 거임.





4. 휴가, 외박, 외출.


= 말할 것도 없겠지? 휴가는 뭐 너무 당연한 거고. 외박 외출이 진짜 골때리는데. 부대 가까운 곳에 집이 있는 극소수의 경우라면 몰라도, 보통 사람들은 숙박비 - 식비 - 간단히 노는 비용 이거로 최소 1달 이상의 월급을 탕진함. 말 그대로 최소임 최소. 그러니까 최소 15~20만원은 쓴다고. 까놓고 위수지역 물값이 비싸고 어쩌고 간에 그냥 돈이 나가더라.











결론 - 군대에서 컴퓨터 장만한다고? ㅋ 힘들걸.



군대에서 돈 모아온다는 말, 군인이 무슨 집에 손을 벌리냐는 말. 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할 사람도 별로 없다지만. 그래도 가끔 들리는 이 말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갑자기 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