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대부분의 선택지가 굉장히 극단적으로 치우친다는 거임

기업 vs 노조가 있으면

'노동자 새끼들이 기어오르니까 나라가 망하지' vs '인민의 피 빨아먹는 자본가들을 잡아 족쳐야한다'

이런 식으로 선택지가 나옴

안 그래도 정떡 머리 아픈데 나보고 "마 이념 한숟갈 무봐라! 저새끼들 다 족치고 우리끼리 잘 살면 지린다이가!" 고 권유하면 싫을 수 밖에 없음

이 게임은 그런 사람들한테 좋은, 제 3의 길을 보여준다.

계속해서 중립이나 무관심한 태도를 관철하면 "도덕주의자" 칭호를 내려줌

'다른 선택지들은 정신병자 같아서 함부로 못 고르겠다' 하면 '그럼 너는 자유민주주의 지지자가 맞다. 우리가 정상이고 합리적이다.'고 말해줌.

게임 내에서 극단적이고 폭력적으로 다른 사상에 비하면 유독 도덕주의(자유민주주의)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지로 보임.

그럼 자유민주주의가 가장 옳은 걸까?

그렇지 않음.

도덕주의를 상징하는 NPC는 남의 의견은 모른 채 자기 우월에 취해서 지혼자 씨부리기만 하고

주인공이 "다른 얘기를 하자"고 하던 "그만 들을래" 라고 하던 똑같은 대답을 기계마냥 달달달 읊어댐.

더군다나 게임 속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고 영향을 끼치지 못함

다른 사상을 가진 NPC들 한테 도덕주의/중립 의견을 고수하면

'그런 식으로 살면 니 인생은 편하지'

'참 도움 안 되는 소리 고맙다'

'쿨찐'

식의 냉소와 비웃음만 받음

왜냐면 이 게임에서 가장 비현실적이기 때문임

??? 아니 시발새끼야 아까는 이성적, 합리적이라면서

현실적인 예시를 들어보자

우리 중붕이들이 이런 흑인들 가득한 미국 슬럼에 맨몸으로 혼자 들어가서

"이봐 친구들, 마약은 나쁜거야, 니 건강을 해친다고."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음?

아마 못 할 거임

니 말이 틀렸나? 그것도 아님

짱깨혐오가 가득한 디시에서 이성적인 글을 써보자

"그래도 우리나라가 중국이랑 무역하는 비중이 높아서 경제적인 의존도도 높음.

그리고 실제로 착한 중국인 관광객도 많이 만나봤는데 여기선 너무 인식이 나쁜 거 같음.

그렇게 다른 나라를 비하하는 발언을 쉽게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어떤 댓글이 달릴지 뻔히 알지?

"근" "짱" "좆족"

"시진핑이 니 후장에 몇 번 박음?"

"바퀴벌레 돈 좋다고 빨아재끼는 병신새끼 ㅋㅋ"

예시랍시고 길게 썼는데 요약하자면 잘못된 곳에서 이성적인 얘기를 해봤자 아무 쓸모가 없다는 거임

디스코 엘리시움도 마찬가지임

자유민주주의가 온갖 자극적인 논제에서 한발 빠져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보려고 고심하는 동안

이미 사건은 밖에서 벌어지고 있음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던 유럽의 벨에포크 시대는 민주주의와 민족주의를 발전시켰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추악한 상처들이 있었고

이 상처를 좀먹고 자란 제국주의는 2번의 세계 대전으로 전 세계를 씹창냄

영토 분쟁과 갈등을 막으려던 영국 총리 체임벌린은 히틀러와 외교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2차대전 이후 남은 건 6개월짜리 시한부 종이쪼가리랑 농담이 된 "우리 시대를 위한 평화" 조롱 뿐이었음.

이처럼 사회 전체가 미쳐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자유민주주의는 극단만을 원하는 사회상에서 점점 멀어져서

쓸모없고 비현실적인 사상으로 남게 됨.

이런 게임 속 설정에서 나오는 자극적인 사상 선택지와 지나치게 이성적인 자유민주주의 선택지는

북한 괴뢰 빨갱이를 혐오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의식주 문제 없이 건전한 가치관(개인차가 좀 있지만)을 갖고 자란 우리한테 이상하게 보일 수 밖에 없음.

하지만 현실세계는 우리 생각만큼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 못함.

평화시위를 폭력적인 혈투와 진압으로 바꾸려면 단 한 번의 공격이면 됨

전쟁을 일으키려면 단 하나의 구실만 있으면 되고

사람들의 감정을 격양시키려면 단 하나의 사진만 있어도 됨

이성적으로 행동하라는 가르침과는 반대로

대중은 언제든지 흥분하고 공격할 준비가 되어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