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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괴담] 이곳에 모기가 있다

ㅇㅇ(58.227) 2020.05.01 03:20:08
조회 186 추천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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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앵-


귓가를 맴도는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소리. 하루종일 우주 적응 훈련과 무중력 훈련에 녹초가 된 나는 잠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반쯤 잠속에 발을 걸친 채로 헛손질을 하며 몇 번이나 모기를 쫓으려고 시도했지만, 모기는 집요하게 내 귀 근처를 맴돌았다.


몰래 피를 빼가는 것과 가려움을 남기는 것쯤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는 이 소리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참을성에 한계에 다다른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고 방의 불을 켠 후 모기를 찾기 위해 다시금 귀을 기울였다.


적막.


며칠 전에 아날로그 시계를 전자 시계로 바꾼 터라 방 안에는 시계 초침이 딸깍거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한숨을 쉬며 창문과 문이 제대로 닫혀있는지 확인했다. 내가 잠을 자려고 준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바람 샐 틈 없이 방은 완전히 밀폐되어 있었다. 하지만 분명히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소리를 들었고, 방 안에는 모기가 있었다.


도대체 모기가 항상 어디로 들어오는지 알 수 없었다. 탁상에 놓아둔 시계를 바라봤다. 새벽 5시에 기상을 해야 했지만 현재 시간은 4시 10분이었다. 너무 애매한 시간에 일어났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다시 잠을 자기 위해 모기향에 불을 피우고 매캐한 모기향 냄새를 맡으며 다시 잠을 청했다.


새벽에 중간에 일어나버린 탓에 생체 리듬이 틀어져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매일 하는 아침 훈련이 이제 막 시작될 참이었는데 가볍게 시작한 조깅 만으로도 숨이 벅차 올라 아침 훈련의 할당량을 체우기 버거웠다.


다른 동료가 밤에 잠을 안자고 뭘 했냐고 베실베실 웃으며 나를 놀려댔다. 모기 때문에 잠을 못잤다고 하니, 이제 초봄인데 벌써 모기가 있냐고 놀란다. 유난히 나는 모기에 잘 물리는 체질이었다. 한겨울에도 귀 근처를 배회하는 모기 소리에 잠에서 깬 적이 있었고, 한여름에 아무리 덥더라도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 이불을 끌어안고 잠을 잔다. 그러지 않으면 모기가 다리에 앉아 피를 빨아먹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느껴져 잠을 자지 못한다.


--


22XX년. 지구에서는 화성 식민지 개척에 대해 가능성 있는 성과를 내고 있었다. 여전히 화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편도로 260일이라는 시간이 걸리고 왕복 여행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이제는 화성에 사람을 보내 본격적인 개척을 시도하는 단계까지 다다랐다.


NASA 소속의 우주인인 나는 현재 유인 화성 개척의 참가 인원으로서 오랜 우주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을 이수받고 있었다. 인류의 최신 기술은 SF 영화에 비한다면 아직까지는 상당히 조잡한 단계다. 이제 막 깨어있는 동안 각종 생리활동중에 벌어지는 인간의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저온 수면실을 기술화에 성공했고, 이름부터 화려한 화성 개척선은 개척에 필요한 여러 도구들을 같이 실어 나르기 때문에 사람이 들어갈 만한 공간은 저온 수면실의 3피트의 공간이 전부였다.


몸조차 반대로 돌리지 못하는 좁은 저온 수면실 속에 사람을 태워서 화성까지 보낸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가진 화성 유인 우주 여행의 한계였다. 자칫 작은 실수로 우주로 관을 쏘아보내는 바보같은 짓이 될수도 있었지만 이 불안정한 유인 우주 계획은 인류의 위대한 도전과, 미지의 우주의 정복에 대한 한 걸음의 진보라는 큰 가치를 둔 덕에 실행될 수 있었다.


인류 최초로 화성에 발을 딛게 될 사람들은 여러 훈련을 받았다. 나는 100번이 넘도록 우주선에 탑승한 기록이 있었고, 우주선과 달 기지, 그리고 우주정거장에서 보낸 일수가 1년이 넘어가는 배테랑 우주인이었다. 이런 내가 화성의 유인 우주 계획의 진행에 필요한 인물로 낙점되는 일은,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이미 나는 우주 공간과 유사한 환경을 구성한 저온 수면실에서 260일의 시간 동안 수면을 취하는 훈련또한 받았다. 그에 대한 감상을 말하자면 나사가 이 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하려 한다면, 아마 제약회사와 정신과 의사들이 기를 쓰고 로비를 해서라도 이 기술의 도입을 막으려고 들거다. 불면증은 천연두처럼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병이 될것이고 수면제는 더 이상 팔리지 않을 게 뻔하니까 말이다. 260일의 긴 겨울잠을 끝내고 일어났을 때 나는 그 어떤 침대보다도 편안했고, 깨어난 후 개운했노라 인터뷰를 했었다.


유인 화성 발사 계획의 날이 가까워질수록, 준비와 함께 우주선에 탑승하게 될 나에 대한 체력 단련과 건강 검진도 매일 이루어졌다. 기술적으로 완벽했다 한들, 안에 태우는 사람에 문제가 생겨버리면 돌이킬 수 없게 되버리니 말이다. 다행히, 객관적인 표로 봤을때는 나는 매우 건강하다. 매일 운동도 하고, 식욕도 왕성하고, 술 담배도 못하게 하고, 최근 방에 모기가 나오기 시작해서 잠을 설치는 것만 뺀다면 정말 완벽한 상태다.


화성 유인 발사 프로젝트는 이제 단 삼일밖에 남지 않았다. 오늘이 지나면 맛대가리 없는 우주식량이나 먹으면서 제한적 단식에 들어가야 하니, 지구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충분히 즐겨둬야 했다. 평소에 뛰는 것보다 운동장을 한 바퀴 더 돌았다. 뭐니뭐니해도 공복이 가장 최고의 조미료인 법이다.


--


왜앵-


오, 제발.


지구에서의 지내는 마지막 밤이었지만 여전히 모기는 나를 괴롭혔다. 도대체 열려져 있는 문이 없는데 어디로 들어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새벽에 잠을 깨 일어나 새로운 모기향을 피웠고 그제서야 다시 잠을 잘 수 있었다. 지구를 떠나는 것에 나에게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면 우주에는 모기가 없다는 점일 것이다.


날이 밝고, 드디어 인류가 지구를 떠나 역사상 가장 먼 여행을 떠나는 역사적인 날의 해가 밝았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행사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어쩌면 역사 교과서에 실리게 될 사진을 찍어대는 카메라 앞에서 나는 잠을 설친 탓에 필사적으로 하품을 참으며 인류의 희망으로서 이 생중계를 보고 있을 지구의 모든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줬다. 단언할 수 있다. 수면제를 먹고, 저온 수면실에 몸을 실는다면 나는 우주에서 그 누구보다 달콤한 수면을 취할 것이다.


드디어 화성으로 가는 인류의 첫 번째 개척선이 출발했다. 자동 우주 항법 장치에 따라, 260일 이후면 나는 화성에 도착해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에 대한 개척을 시작할 것이다. 수면제의 약발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저온 수면실 안에서 다가오는 수마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고 의식이 멀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왜앵-


들려서는 안될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한순간 멀어져 가는 의식이 명료해지며, 감각이 날카롭게 깨어났다. 그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을 불청객의 소음은, 착각이 아니라는 듯 다시 한번 스치듯 내 귀를 지나갔다.


-왜앵


이건 말도 안돼.


거짓말처럼 수면제의 약발이 사라지고 몰려오던 수마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그 어느 때보다 나는 명료해진 각성된 의식으로 3피트의 저온 수면실에 존재하는 놈을 찾기 위해 눈알을 돌렸다. 가뜩이나 좁은 저온 수면실에서 몸이 고정되버린 탓에 몸을 일으킬 수도 없었고, 몸을 돌릴 수도 없었다.


작은 창문 너머로 멀어져가는 지구를 바라봤다. 이제 화성 우주 여행은 막 시작하고 있었다. 이 긴 여행이 끝나고, 화성에 도착해 나를 가둔 이 좁은 저온 수면실을 해방될 때까지 나에게는 259일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내 신경을 곤두세우는 놈은 나에게 깨어있는 악몽을 꾸게 만들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턱까지 겨우 올라오는 손과 고개를 흔들며 놈을 쫓아내고 시도하는 것 뿐.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작은 악마는 여전히 내 귀 주변을 날아다니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내 미간의 사이에 무언가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눈과 눈 사이 절묘한 시야의 사각에서, 놈은 날카로운 부리와 사악한 더듬이를 비비고 만찬을 즐길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왜앵


이곳에. 모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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