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분의 첫만남은 언제였나요?
이노우에 : 아마 처음은 제가 우츠노미야 사토루와 같이 공사중지명령(미궁이야기) 현장에 들어갔을때였죠?
오오토모 카츠히로 상과 나카무라 타카시 상은 자리에 없었지만, 모리모토 상이 "차라도 마시러 갈까" 권유를 해줘서, 확실히 카와구치 토시오 상과 우메츠 야스오미 상도 함께...
모리모토 : 지금 생각하니 굉장한 멤버들이네(웃음).
이노우에 : 모리모토 상은 제가 다닌 오사카 디자이너 학원의 2년 선배였는데,
그렇지만 (모리모토는 이미 졸업했기 때문에) 안면이 있던건 아니여서, 당시에는 실제 프로가 된 몇 안되는 졸업생 중 한명으로서 이름을 안 정도였어요.
어떤 스타일로 어느 파트를 그렸다, 같은건 몰랐어요.
그래서 프로가 되고나서 여러가지를 알게되서 놀랐는데요.
내일의 죠2, 코브라 극장판, TV 스페이스 코브라 라던가, 스튜디오 안나플이라는 굉장한 스튜디오 작품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했던 부분이 모리모토 상이 했던거였으니까요.
그래서 그 사실을 당시 우리회사(스튜디오 쥬니오)에 있던 우츠노미야한테 이야기했더니 같이 만나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 구체적으로 모리모토 상의 어느 작화에 끌린건가요?
이노우에 : 당시에는 카나다 요시노리풍 작화를 하는 애니메이터가 많았던 시대라서.
그 외에 토에이 장편풍도 몇사람 있었지만, 안나플 시대의 모리모토 상은 거기서 플러스해 나카무라 타카시 풍이나, 토모나가 카즈히데풍, 여러 스타일을 섞은듯한 작화를 그렸어요.
그렇달까, 그런 작화를 시작한 최초의 사람이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에는 안나플 시대 이야기를 여러가지 물어보고 싶어요.
모리모토 상이 작화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뭐였나요?
모리모토 : 처음 작화에서 쾌락을 느낀건 카나다 상.
이노우에 : 토에이 장편이 먼저 아니였나요?
모리모토 : 토에이 장편은 그 이후. 처음에는 카나다 상의 중간보급기지(야마토여 영원히)라든가, 은하선풍 브라이거 OP라든가...
이노우에 : 그건 프로가 되고나서?
모리모토 : 응. 학창시절에는 애니메이터보다 연출가가 더 신경쓰였으니까.
작화를 의식하게 된건 내가 애니메이터가 되고나서.
이노우에 : 헤에, 그랬군요.
나카무라 타카시 상의 일도 프로가 되고나서 봤다고 하셨죠.
스기노 아키오 상과 같이 식당에 가려고 했을때, TV에서 골드라이탄이 틀어져 있었다고...
모리모토 : 맞아. 12화에서 손전등이 달그락 구르는 컷이 있는데, 그걸 보고 "어!?"하고 놀랐어. "어라?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하면서.
이노우에 : 바닥에 떨어진 손전등이 일단 튕기는거죠.
저런 움직임의 발상은 그 이전까지는 없었달까...애초에 타카시 상 이전에는 그런걸 그리려 한 사람이 없었던거 같아요.
모리모토 : 그 컷은 지금 봐도 굉장한거 같아.
그래서 밥먹으러 가지 않고 끝까지 봤어.
저걸 보고 세례를 받은 기분이였지.
이노우에 : 모리모토 상은 그 후, 영화와 TV 등, 코브라에서 바닥이 깨지거나, 피라미드가 무너지는 씬에서 타카시 상의 암석 이펙트를 좀 더 치밀하게 만든듯한 작화를 하셨죠.
모리모토 : "일단 나도 해보자" 생각했는데, 저건 힘들었지(웃음).
이노우에 : 손발 표현도 안나플 전체적으로 타카시 상의 영향이 강해졌지요.
모리모토 : 나뿐만 아니라 애니업계 전체적으로 새로운 붐이 시작됐지.
이노우에 : 그 중에서도 모리모토 상은 영향만 받은 것 뿐만 아닌, 직접 타카시 상 쪽으로 가셨죠.
모리모토 : 응. 면식도 없었지만(웃음), "같이 일하게 해주세요" 하면서.
그래서 스기노 상한테 죄송하다고 하고, 일단락 된 후 안나플을 그만두게 됐어.
이노우에 : 애초에 왜 안나플에 들어가셨나요? 스기노 상이 좋아서?
모리모토 : 아니, 데자키 오사무 상. 당시 좋아했던 작품의 감독이 전부 데자키 상이라, 이 사람의 스튜디오에 들어가고 싶다 생각해서.
이노우에 : 그랬군요. 이건 확실히 안나플을 그만둔 직후 쯤이였다 기억하는데,
모리모토 상이 "아무래도 나의 작화가 데자키 상의 연출을 방해하는 것 같다"란 이야기를 하셔서, 안나플의 작화는 항상 애니메이터가 즐겁게 그리는 것처럼 보였고, 그게 작품의 재미와 연결됐다고 느껴서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단게 좀 의외였고 놀랐는데요.
의견을 나누다 "쓸데없는 일 하지마"란 주의를 받기도 했나요?
모리모토 : 아니, 그런건 아니고 현장에서는 나를 포함한 모두가 제멋대로 즐겁게 놀고 있었어.
이노우에 : 당시의 안나플은 모리모토 상을 포함해 후쿠시마 아츠코 상이나, 오오츠카 신지 상 같은, 데자키 상이 전에는 같이 일해본 적 없는, 잘 움직이는 애니메이터들이 많이 있었죠.
과거 데자키 작품이라면 한대 때린 다음 슬로우모션으로 했던 부분을, 멋대로 쓸데없는 움직임과 밀도로 그려오는 듯한(웃음).
이제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실제 데자키 상이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모리모토 : 그 부분은 도량이 넓으셨으니까, 애니메이터와의 캐치볼을 즐기셨어.
다만 객관적으로 작화를 봤을때, 내 담당 파트만 지나치게 오버액션이여서, 데자키 상이 하고싶은 연출과 템포가 어긋난 것 처럼 보였어.
방해하고 있구나 싶어서.
이노우에 : 전혀 그렇게 생각되진 않았는데. 오히려 코브라 같은건 모리모토 상의 놀이가 잘 들어가 있었어요.
그저 치밀하거나 뛰어날 뿐만이 아닌 정말 재밌는 작화.
그래서 저도 동화시절에는 "원화가 되면 저런 일을 해보고 싶다"생각했을 정도.
그래서 실제로 해보니 전혀 할 수 없었죠.
모리모토 : 아니아니아니, 그 이상의 것을 했잖아(웃음).
이노우에 : 아뇨 전혀! 사실 저런 이미지네이션 넘치는 재밌는 움직임을 그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서 다른 길을 찾은 결과가 그 이후의 제 원화거든요.
그래서 안나플 시절 모리모토 상의 작화는 제 동경의 대상이고, 그렇지만 그렇게 좋은데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죠.
모리모토 :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웃음)
이노우에 : 아뇨아뇨, 요즘은 작화가 치밀하게, 그리고 너무 고지식해지는거 같아요.
"그건 니들 탓이잖아"란 말을 들을거 같지만(웃음), 그렇지만 이런 때일수록 모리모토 상처럼 즐겁게 놀아야 된달까.
모리모토 : 뭐, 확실히 여러가지 장난을 쳤지.
이노우에 :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점점 도입해 즐기면서 그린 모리모토 상의 작화는 더 남아야 하고, 앞으로도 볼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
이노우에 : 황금전사 골드라이탄 쇼크로 안나플을 그만두신 후, 나카무라 타카시 상과 미래경찰 우라시맨에서 같이 일하셨죠.
그 중에서 저는 신칸센 화 (26화 네오 토키오발 지옥행)를 굉장히 좋아해요.
원화는, A파트는 모리토모 상과 후쿠시마 아츠코 상 2명, B파트는 타카시 상 혼자였는데...
모리모토 : 저 회차땐 긴장했지(웃음)
이노우에 : 에에? 도저히 그렇게는 안보였는데요.
겁먹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한것처럼 보여요.
게다가 그 화수는 타카시 상과 함께 함으로서 태어난 높은 리얼리티도 있어요.
예를 들어, 류(주인공)이 탄 신칸센이 출발하는 파트의 원화는 모리모토 상이 담당했죠?
모리모토 : 응.
이노우에 : 신칸센이 발차하는 충격으로 류가 데크에서 뒤로 넘어지는 컷이 있고,
거기서 왼손이 벽에 닿아 바운드 하는 연극을 그려셨는데, 저건 골드라이탄에서 바닥에 떨어진 손전등이 튀어올라 구르는 표현과 똑같죠.
타카시 상의 작화를 제대로 소화하고, 그 다음 단계로 간 첫번째 사람이 모리모토 상이였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그저 리얼리티 뿐만 있는게 아니죠.
그 일련 씬에서는 재미가 있어요!
신칸센 문이 닫혀 놀라며 당황하는 류의 모습이나, 문을 열려고 허둥대는 몸짓.
신칸센 차내를 달리는 류가 밖에서 나란히 달리는 클로드(동료 형사)를 알아채 멈출때의 허둥지둥한 움직임도 정말로 재밌게, 안나플의 매력이 담겨 있다고 할까.
모든 연극이 단순하지 않고 한바탕 하는 듯한(웃음)
모리모토 : 한바탕(웃음)
이노우에 : 달리는 클로드는 그 후 역의 홈 기둥과 부딪혀 졸도하지만, 그때도 굉장히 이상하게 쓰러졌죠.
모리모토 : 뭐, 놀고 있었지(웃음)
이노우에 : 게다가 그토록 농후한 화인데도 작화기간은 기껏해야 한달 반 정도였죠?
모리모토 : 그렇지.
이노우에 : 빡빡한 스케쥴 속에서도 재밌는 움직임을 어떻게든 넣고 싶었나요?
모리모토 : 시간과 여유가 없으니까 어딘가에 구원될만한걸 넣어보고 싶잖아(웃음)
이노우에 : 적어도 자신이 재미있어야 한다고(웃음).
모리모토 : 맞아맞아(웃음). 그래서 콘티 그대로가 아닌, 거기에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더해 조금이라도 즐겁게 그릴 수 있고, 작품의 재미도 더해진다면 좋을거 같다 생각하면서 그렸어.
이노우에 : 그런데 그런 안나플적인 좋은 작화도 로봇 카니발을 거쳐, AKIRA 무렵이 되니 꽤 정리됐죠.
특히 AKIRA 이후의 애니에서는 입체적이거나 치밀하거나, 그 어느때보다 높은 리얼리티가 필요한 작화가 요구됐어요.
나와 오키우라 히로유키 같은 사람은 그 흐름을 탔지만, 그 결 과 일본 애니의 작화가 매우 귀찮게 되버려서, 안나플 같은 리얼리티가 있으면서도 애니적인 재미로 가득 찬 작화를 점점 하기 힘들어졌어요.
모리모토 : 완전히 다른 시대가 와버렸다고 생각했지.
이노우에 : 치밀한 퍼스를 넣고, 체중 이동을 생각하며 안쪽(depth)을 향해 10걸음 나아가는건, 모리모토 상이 원래 하고싶었던 작화는 아니죠. 즐거운 작화가 아니니까.
그 부분은 분명 카나다 요시노리 상들도 마찬가지여서, 한때는 지브리 작품에 참여했지만, 점점 자신이 있을 자리가 없어져 가는걸 느꼈을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지브리의 작화가 치밀해지면서 예전처럼 흥을 타며 그릴 수 없는 세계가 되버렸다고.
모리모토 : 치밀한 작화를 그리고 싶다는 마음도 모르는건 아니야. 나한테는 무리라고 생각할 뿐이지(웃음).
이노우에 군은 매번 그런걸 하고 있지.
이노우에 : 그런 의미에서 저는 원래부터 그런 자질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무리하지 않고, 그렇게 힘들지 않게 해나가고 있어서.
모리모토 : 그렇구나. 그건 굉장해.
이노우에 : 제가 서있을만한 곳이 있었다는 의미에서 럭키였네요.
모리모토 : 시대의 파도를 제대로 탈 수 있었으니까.
이노우에 : 그래도 거듭 말하는거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면 굉장히 힘들어보여요.
담당 파트가 짧으니까 컷 단위의 퀄리티 승부가 되서, 1씬으로 노는것도 포함해 스스로 계산하며 분위기를 띄울만할 일을 좀처럼 할 수 없지요.
예전의 작화는 그렇게나 즐거웠는데...
모리모토 : 뭐,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거지. 우리가 바로 그 책임을 지라는 말을 듣는 입장이지만.
이노우에 : 아뇨, 모리모토 상은 90년대 이후 앞장서서 디지털 표현을 개척하는 입장이셨는데...
모리모토 : 새로운 표현에 관심이 있었으니까. 일단은 시도해보려고 했지.
이노우에 : 그래도 애니메이터 시절의, 안나플 시절의 모리모토 상의 작화는 매우 재밌어보이고, 오히려 지금의 젊은 사람들에게 있어 본보기가 될만한 거라 생각합니다.
모리모토 : 뭐, 여러 놀이가 들어가 있어서, 하면서 굉장히 즐거웠던건 확실해.
이노우에 : 그렇죠? 그래서 저는 더 작화하는 쪽이든, 보는 쪽이든 재밌는 걸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걸 위한 힌트를 남긴 다음 죽고 싶어요(웃음).
모리모토 : 내가 해온 작품은 전부 그런걸 남겼다 생각해.
"애니는 이래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이런걸 좋아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란걸.
이노우에 : 그렇죠. 역시 저도, 애니에 적합한 표현과 리얼리티 레벨, 딱 좋은 밸런스란게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딱히 이 나이가 되서 깨달은게 아니라, 치밀함을 따졌을 당시부터 문뜻 느꼈던 위화감을 다시 한번 재확인 한건데요.
모리모토 상은 현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번에 말을 꺼낸 가장 큰 이유는, 2살 차이라고는 하지만 40년간, 거의 같은 시대를 애니 업계 속에서 살아온 모리모토 상에게, 이후의 애니는 어떻게 되면 좋을지를 물어보고 싶었어요
모리모토 :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표현은 너무 화려해진거 같아.
좀 더 공간이나 여백, 빼기의 미학으로 되돌리고 싶네.
이노우에 : 되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리모토 : 해야 된다고 생각해. 비쥬얼은 물론이고 이야기도 전부 대사로 설명하고 있고.
이노우에 : 그 부분은 미야자키 하야오 상처럼, 일단 그리고 싶은 이미지가 있고, 거기서 스토리가 발생하는 제작 방식이 가능하다면 말이죠.
콘 사토시 상 같은 경우, 그런 이미지 선행 제작방식에 부정적이였지만...
모리모토 : 아니, 나는 정반대로, 그 점에서 콘 상이랑 싸웠어.
"아뇨, 콘 상. 미야자키 상 쪽이 좋아요"하면서.
요약하자면, "이 그림을 성립시키려 하면 이런 세계관과 드라마로 해야한다"란 순번의 발상이라면,
대사에 의존하지 않는, 그림도 너무 지나치지 않는 딱 좋은 밸런스가 된다고.
그리고 시간이 있다 해도, 반대로 더 좋아지지는 않지.
미야자키 상의 작품 중에서도, 작화 중 최고봉은 루팡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이라 생각하는데...
이노우에 : 아, 저도 최근에는 70년대 텔레콤 작품과 엄마찾아 삼천리, 그리고 안나플 작품이 하나의 이상이라고 자주 말하고 있어요.
모리모토 : 미야자키 상이 시간이 없는 가운데 완성한 작품인데 딱 좋은 밸런스고, 텐션도 굉장히 높아져 있어.
미래소년 코난이 바로 그런 작품.
이노우에 : 그렇군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도 단기간에 만든 기세가 느껴지고요.
그건 그렇고 미야자키 상은 우리보다 20년 더 나이를 먹었는데 아직 창작의욕이 왕성해요.
아직 20년 더 있어요, 모리모토 상.
모리모토 : 그렇네, 또 같이 뭔가 만들어보자.
이노우에 : 그러면 제가 작감을 해볼까요.
모리모토 : 들었어?! 이거 적어놔!
이노우에 : (웃음) 그렇지만 모리모토 상은 제가 작감을 한 메모리즈 (그녀의 추억)에서, 거의 유일하게 같이 함께 한 감독이기도 하니까요.
향후 세대를 위해 마지막으로 뭔가를 남기고 싶네요. 할아버지끼리의 태그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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