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의 선택
"새로운 계급의 탄생"
기존의 계급론들은 빛을 잃었고 이 시대의 계급 현실에 대해 적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의 자리는 비어 있다. 이 연구는 아마도 그 자리를 꿰찰 수 있지 않을까. 공공정책학 교수인 저자 엘리자베스 커리드핼킷은 현대 소비 문화의 분석을 통해 계급 개념을 새롭게 살피고 부유층, 엘리트들이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는 새로운 수단을 밝혀낸다. 이른바 "야망계급"의 등장이다.
야망계급이란 누구인가. 책에서 공들여 쌓은 긴 설명을 투박하게 축약하는 실례를 무릅써보자면, 이들은 기존의 이론들에서 계급을 구분 짓는 결정적 요소인 경제 자본과는 (표면적으로) 거리가 있다. 이들을 묶는 공통 요소는 '지식'이다. 많은 시간을 쏟아 만든 지식, 지식으로부터 형성된 교양, 사회와 환경을 고려하는 가치관 등이 이들을 다른 이들과 구분 짓는다. 야망계급은 과시적 소비엔 크게 관심 없다.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꾸밈 취향, 대화 속에서 인용했을 때 "통하는" 칼럼니스트의 이름, 진정성 있다고 여겨지는 친환경 식료품 구입 등 이들이 스스로를 구분 짓는 요소들은 큰돈이 들지 않아 소박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이 간단해 보이는 정보들에 접근하기 위해선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 이너서클의 기표를 읽을 수 있는 지식수준, 정보를 얻기 위한 긴 시간과 노력,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상당한 금전적 비용. 그러니까, 이들이 자신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만들어가는 전략은 한층 은밀하고 교묘해진 것이다. 저자는 이 은밀함이 계급 격차를 더욱 확실하고 크게 벌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야망계급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구체적으로 통찰력 있다. 이 책의 도드라지는 장점은 어떤 느낌이나 감정으로 떠다니던 현실을 선명하게 가시화한다는 점이다. 소득별 소비를 분석하여 비과시적 소비, 비가시적 소비를 나누는 설명 방식은 취향이나 생활 방식에 관해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을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짚어준다. 이너서클의 문화에 대한 예시와 분석 또한 마찬가지. 굉장히 흥미롭고 현실적인, 이 시대의 계급론이다.접기
책소개
소스타인 베블런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소비의 사회적 의미를 가장 날카롭게 포착한 사회비평가이자 경제학자다. 1899년 출간된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은 물질적 재화와 지위의 관계를 정확히 설명한 결정적인 텍스트로, 과시적 소비를 통해 사회적 구별짓기를 하는 유한계급을 맹렬히 비판했다. 쓸모없고 별다른 기능도 없는 물질적 재화로써 자신의 사회적ㆍ경제적 지위를 끊임없이 과시하는 부유하고 게으른 집단으로서 유한계급을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베블런의 시대 이래 사회와 경제는 극적으로 변화했고,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소비도 달라졌다. 산업혁명과 제조업의 발전으로 중간계급이 생겨났고 물질적 재화의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과시적 소비는 주류의 행태가 되었다. 베블런이 말한 유한계급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 자리를 차지한 새로운 엘리트들은 스스로가 오랜 시간을 일하고 자녀 교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문화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동시에 능력주의 및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규범을 통한 계급 재생산에 몰두한다.
물질적 소비보다 정신적 소비로 자신의 지위를 구별짓고자 하는 ‘야망계급’의 출현이다. 엘리자베스 커리드핼킷은 이러한 야망계급의 소비문화가 과거 유한계급의 물질적 소비문화보다 훨씬 더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며 이를 생생하고 치밀하게 분석한다.접기
목차
1장 유한계급의 침식, 야망계급의 등장
2장 21세기의 과시적 소비
3장 비과시적 소비와 새로운 엘리트들
4장 모성은 어떻게 과시적 유한이 되었나
5장 투명함의 가치, 과시적 생산
6장 도시와 야망계급
7장 달라진 소비문화와 심화되는 불평등
감사의 말
부록: 소비자지출조사 데이터 분석
주
참고문헌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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