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앞날이 지저분한 흐름이 될 것 같다.

안철수는 3석 짜리의 명색이 원외 당대표이다. 안철수는 정치판에서 잊혀지거나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무언가 정견을 내고 그것이 언론에 보도되고, 화제가 되어야 정치인으로 생존하고 정치인으로서의 볼륨을 키워 미통당에 입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또,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만일, 안철수가 어떤 생각에서 진보적인 견해를 내거나,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인 발언을 하면 보수 편향의 절대 다수의 언론이 병먹금하여 보도를 안 해준다. 반면, 안철수가 문재인 정부, 민주당을 신랄히 비판하거나 미통당을 편드는 발언을 하면, 정부 여당을 공격하는 소재로 삼아 비중 있게 보도해준다. 안철수란 정치인이 훌륭하거나 그 발언의 논리가 정교해서가 결코 아니다. 안철수는 그런 여론의 반응을 보고 희망이 넘친다.

진보 진영은 이런 발언을 접하고 안철수에 대해 반감이 점점 커지고, 보수 진영 지지층의 여론은 호의적으로 바뀌어간다. 안철수는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진보 진영과 감정적으로 멀어지고, 보수 진영에 호감을 느낀다. 사람인 이상 그럴 수밖에 없다. 더더욱 꺼리낌없이 문 대통령과 정부 여당을 신랄하게 비판하다. 이런 패턴이 반복할수록, 보수, 진보 진영 할 것 없이 안철수를 미통당 주변을 얼쩡거리는 보수 정치인으로 인식하고, 대여 공격수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 양 생각하게 된다.

진중권이 진보 논객으로 문재인 정부를 감쌀 때에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발언을 하자마자, 조중동, 미통당이 그를 최고 논객으로 환대해주고, 최고 대우로 강연 초청을 한다. 진중권은 더더욱 신나게 문재인 정부를 깐다. 안철수도 마찬가지다.

안철수로서는 보수 정치인으로 역할이 고착되어가면, 좋든 싫든 점점 더 미통당 나팔수를 자임하는 발언을 할 것이고, 센세이션을 일으키려면, 좀더 세고, 과장되고, 극단적인 발언을 하라는 유혹을 받을 것이다. 미통당 김종인 대표가 우군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안철수에게 입당을 허용할 것처럼 미통당의 문을 반쯤 열어보인다. 안철수는 애간장이 타서 체면이고 줏대고 다 내던지고 미통당 구성원에 환심을 살 만한 발언을 골라 아부하려 할 것이다. 뭐, 지금은 “백선엽은 영웅이다”라고 주장하지만, 나중에는 백선엽 동상을 세워야 한다고 할 수도 있다. 김대중의 햇볕정책은 공과 과가 있다고 중립적 발언을 넘어서서, “김대중은 노무현,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대역죄인이다”는 식의 발언을 할지 모른다.

이렇게 몸빵을 한다고 해서 미통당 쪽에서 입당하여 함께 정치하자고 초대하거나, 대선 후보로 옹립해준다는 보장이 없다. 그냥 정부 여당 공격수, 진보 진영 비판의 도구로 써먹다가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폐기처분할 수도 있다. 조원진을 보면 알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안철수는 미통당 대변인으로 자원 봉사하다가 차기 총선 다가오며 국민의당이 분해되면서 영원히 정계에서 잊혀지는 흐름을 탈 가능성이 높다.

< 2020.6.18 동아일보 기사 >

ps. 2020.6.10일 쓴 글. 기사 이미지는 글 쓴 후 추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