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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ㄴㄷㅆ) 블아 X 군밤) 군밤의장(3) - 거부할 수 없는 제안모바일에서 작성

jazch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29 14:14:07
조회 1585 추천 33 댓글 39
														

게헨나는 자유분방한 - 어디까지나 키보토스 기준에서 - 학교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평생을 (어느 정도나마) 안정된 치안 속에서 살아온 김귀남에게 있어 게헨나는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당장 이곳에 온 이후로 가장 적응이 안되는 것이 학생으로 회춘한 것이나, 여체(女體)로 몸이 바뀐 것도 아닌 시도때도 없이 이곳 저곳에서 들리는 폭음과 총성이 아니었던가?(물론 조선과 대한민국 둘다 폭음(爆飮)이 넘치긴 했지만 그 후과(後果)가 명백히 다르니 어찌 걱정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귀남은 이로하에게 교육받은 후부터 이부키와 놀아주거나 만마전 일을 조금씩 - 원래 몸 주인이 마코토였기에 이로하가 업무를 완전히 맡기는 건 다소 생리적인 거부감이 들어 처리할 일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았다. - 돕거나, 새로운 세계에 대해 공부하거나 가끔가다가 산신령한테 멀쩡히 살고있던 - 주변 인물들, 특히 히나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 아해의 몸뚱아리에 자신을 왜 집어넣은 것인지 넋두리 하듯 한탄하지 않을 때는 나름대로 이 상황을 타개할 방책을 궁구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름 몇십년 동안 본디 망국으로 치달았어야 할 나라를 운영하면서 여럿 배웠고 군밤 굽는 것외에도 구중궁궐 삶 통해 가방끈 짧은 군밤장수 치고는 나름 쓸만한 재주를 익혔다고 은연중에나마 있었던 귀남의 자존심은, 게헨나의 차가운 현실과 자신의 총기 규제 제안 - 정확히는 조치를 취하는게 좋지 않겠냐며 귀남이 넌스래 던진 질문 - 을 듣고는 귀남을 의장님이 아닌  원래의 마코토 선배 바라보던 눈빛으로 바라본 이로하 앞에서 금이 갔다. (이를 북악산 산신령이나 용채산 산신령이 보았다면 레토나에 치인 김가 양반이 그토록 두려워하던 휠체어 대마왕과 대머리 전함도둑 미스터 갈리폴리도 게헨나에서 총기 반대론을 냈으면 좌절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 위로했을 것이다.)


게헨나 학생들, 아니 키보토1스 시민과 학생들에게 총을 금하는 것은 마치 조선인에게서 쌀밥과 문방사우를 동시에 뺏어가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물론 조선에도 이미 둘 다 없었던 백성들도 많았지만 고종대왕의 치세 동안 귀남이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거의 없어졌기에 귀남의 생각은 거기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총을 금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총알도 뺐을 수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폭탄을 규제하는 데도 여러 애로사항이 뒤따랐다.


그렇다면 총을 함부로 쏘고 다니는 일당들에게만 벌을 주면 되지 않느냐? 라고 하기에는 게헨나 선도부는 게헨나 사방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 가끔 가다가는 온천에 미친 광인들처럼 조직적으로 나타나는 - 깡패들, 아니 스케반들 때문에 늘 인력 부족과 카페인 과다 투여 상태에 시달리고 있으니 이 또한 가하지 않은 계책이다.


그렇기에 조선 선비들이과거 성현(聖賢)들의 사례를 전고(典故)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듯, 나름대로 유자인 - 사실 성현이지만 본인만 인정하지 않는 - 귀남 또한 과거 학생들 - 이 경우에는 선도부와 만마전 - 의 사례를 살펴보기 시작해 히나가 아직 선도부장이 되기 전 정보부에 다닐 때 냈던 계책들과 - 지금은 열심히 고양이 밥을 주다가 길거리에서 스카웃 당했을 - 유급된 전직 만마전 임원 하나가 남긴 개혁안들을 찾아낸 건 필연적이라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름대로 지혜와 계책들을 더하고 자기 한계를 잘 알던 귀남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여겨 이로하와 히나의 지모(智謨)를 빌리고자 두 사람에게 얘기했다.


"아....그거 선도부장 된 후로 계산 해봤는데 사방에서 끊임없이 헬멧단 애들하고 스케반이 나타나느라 현실적으로 무리더라고. 그거 안돼. 미안."


"마코토, 아니 그... 의장님, 그 지금 유급당한 만마전 전 임원이 선배 몸주인이 쫓아낸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낸 방안을 쓸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이곳은 게헨나, 따스한 군밤 한 톨로 온기를 녹이려 해도 어디선가 나타난 왈패들이 화로가 값져 보인다며 훔쳐가고, 남아있던 생밤은 배고픈 금발머리 하나가 들고 도망가는 동안 다 먹어치우는 자유와 방종 그 자체 날것 그대로인 야생의 학교였다.


그렇게 귀남의 소박하고도 원대한 야망이 좌절되려는 찰나, 예상치도 못하게 예전에 맛있는 밥 얻어먹고 화로 빌려온 뒤로 조금 도와준 급양부  - 후우카가 귀남의 직책을 알게된 이후에는 패닉하면서 그냥 가져가도 좋다고 했지만 이렇게 질 좋은 화로를 허드렛일 몇 번 한 것 가지고 얻어오고 편하게 있기에는 귀남의 양심이 찔렸다. - 덕분에 해결의 실마리가 생겼다.


"음......이게 급식? 여태까지 내가 먹어온 엔젤 24 카이저제 도시락은 다 쓰레기였나?"


"이 학교 해장국은 정말 일품이란 말이야, 국물도 뻑뻑하고 고기도 꽤 많이 들었어."


"크으으으 뻑예아. 죽음이 나를 감싸돌지라도, 교향곡이 들리는 지경이군! 보라, 내가 이 천하 제일의 미미(美味)를 찾았다도! 내 눈물이 다 흐를 지경이군. 찬양하라!"


만마전으로부터 - 어디까지나 열악하던 이전과 비교했을 때 - 무제한적인 예산을 전폭적으로 지원받은 후우카는 이때까지 버텨오느라 지긋지긋했다는 듯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급양부를 뿌리부터 바꿔나갔다.


노후화된 기존 농업용 장비들을 갈아치우고, 새 부원들과 외부 인력들을 후한 조건으로 고용하고, 주방 기기와 조리 도구, 그리고 가장 핵심적으로 급식에 쓰는 재료들을 쪼들리던 예산에 타협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최상의 재료들만을 사용했다. 보통의 학생이라면 그 많은 일을 이 정도 예산으로 해낼 수 없었겠지만, 오랜 시간동안 저예산 저인력에 시달리던 후우카는 해냈다.


후우카의 피나는 노력과, 주리의 생체 연성을 통한 추가 노동력 확보 - 귀남과 상담한 후로 그 또한 자신의 재능이라 생각하라는 귀남의 말에 이제는 '자신이 의도해 만든다는 전제 하에' 어느 정도 제어가 가능한 팬 짱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 덕분에 게헨나의 급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엄청난 명성을 얻게 되었다.


한번 이름을 알리고 나니 그 소문 듣고 새 학생이 찾아오고, 새로 들어온 학생들의 후기 보고는 오랫동안 학교 안 나오던 전설속에서만 살아 숨쉬던 유급생 고학번 다크템플러 선배들이 급식을 먹어보고는 그 맛과 가격에 - 긍정적인 의미로 - 경악을 금치 못한 일이 반복되어 어느새 급식실에 게헨나 전교생의 과반수가 들락날락 거려 긴 줄이 생길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게헨나의 한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특히나 주머니가 가볍지만 여고생 답게 맛있는 걸 포기못한 학생들 - 다른말로 하면 게헨나 스케반 거의 대부분이 - 한 장소에 뭉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뭐냐 새치기냐?"


"아앙? 뭔 헛소리니?"


(철컥)


"죽고싶냐? 너만 총있냐?"


(투타타타타타타탕!!!)


산성에다가 염기성을 섞으면 열과 물이 생기고 생감에다가 게장을 섞으면 왕이 바뀌는 것 마냥 너무나도 당연하게 급양부 급식실 앞에서 패싸움이 시시건건 일어났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만"


"뭐야 이 머리만 더럽게 큰..."


(깡!!!)


"크아아아악!!!"


"히...히익... 전 그냥 집에 갈게요."  


굶주린 황충(蝗蟲), 아니 굶주린 여고생들이 급양부를 침공한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스케반의 공포, 헬멧단의 종말로 각성해가던 게헨나의 신임 공포군주, 선도부장 소라사키 히나가 달려왔기 때문이다.


무릇, 지구 - 1에서 문명과 질서가 맥주를 마시기 위한 공동체에서 일도 안하는 분탕종자들을 때려잡으며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듯이, 게헨나에서도 역사상 처음으로 급식실에 모인 학생들 사이에서 질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선도부 자냐? 여긴 선도부원 같은거 없어서 참 좋다!!!!"


"싫은데 에베베베벱!!!!"


"끼에엑!! 이런 폭거는 용납할 수 없는 데샤아아앗! 선도부의 허가?!! 용납할 수 없..."


(투타타타타타)


"다음"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이 씻팔, 이 값에 이만큼 맛있는덴 여기밖에 없는데...."


물론, 그 자유분방한 교풍(校馮)이 하루아침에 고쳐질 리 없었지만, 선도부장과 선도부원들의 서슬퍼런 총구 앞에서 그를 유지할 학생들은 적었다. (물론, 자유와 방종의 게헨나답게 이에 한번 저항해보는 온천에 미친 광인들을 포함해 여러 학생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선도부장의 주먹과 기관총을 맞아보고는 가슴 속에 품고 살던 La Tricolore(삼색기)를 불태우고는 자아비판을 하며 눈물섞인 급식을 먹어치웠다.)


게헨나의 스케반들 대부분은 주머니가 가볍다. & 여고생은 미식을 포기할 수 없다. -> 맛있고 값싼 급식을 먹으러 온다. -> 그럼 급식실에서 죽치고 있으면 스케반이 알아서 걸어온다...? 라는 기적의 논리를 깨달은 이후로 히나는 수시로 불시에 급식실에 들이닥쳐 난동을 피우는 스케반들을 - 나중에 가서는 난동 부리는 놈 때문에 급식을 늦게 먹게 된 배고픈 동급생들이 솔선수범해 스스로 때려 잡았지만 - 선도부 교정소에다가 집어 던져넣었다.


하누마 마코토가 만마전 의장이었던 원래의 게헨나였다면, 이후의 후속 조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후속 조치를 요청 했다가 오히려 더 골치 아파진 사례가 생긴 후로는 선도부에서 요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후속 교화 과정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선도부에서 뭘 하려고 해도 끊임없는 견제를 받고 결국 잡혀온 학생들을 석방했을 것이다.


"의장, 지난번에 의장 선배가 말했던 방안을 한번 이렇게 고쳐서 실행해보고 싶은데, 허가해 줄 수 있어?"


"흐음.... 일단 이로하랑 얘기를 먼저 해보겠지만, 내 자네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 한번 최선을 다해보겠네."


".......고마워."


하지만 작금의 만마전 의장은 머릿속에 '선도부 엿먹이기' / '귀여운 이부키' / '전능하고 위대하신 마코토님' 빼고는 들어있던게 없던 생긴것만 멀쩡한 백치(白痴)가 아닌 그 누구보다도 개혁의 필요성에 절실히 공감하던 중앙집권 덕치주의 국가 출신 조선인이었다.


그렇기에 게헨나 역사상 처음으로 치안 유지 외에 다른 정책을 지원할 여유가 생긴 선도부, 그리고 처음으로 선도부와 협력하게 된 만마전이 협업하여 추진된 개혁안은 게헨나를 '통제 불능의 혼돈' 에서 '통제되는 혼란 상태'에 안착시킬 수 있었다.(이를 보고받은 트리니티 티파티는 공의회 이후 처음으로 혼란 상태에 빠졌으니 참으로 인생지사 새옹지마(塞翁之馬)렸다.)


하지만, 히나가 꽤 오랜만에 과로하지 않고, 이로하가 열심히 일하는 귀남을 보고 양심이 찔려 일을 할 정도로 게헨나가 안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온천개발부와 같은 게헨나 프런티어 정신을 타고난 광인(狂人)들 여럿은 아직 선도부와 만마전의 눈길에서 벗어나 활개치고 있었다.


그 중 최근들어 게헨나를 넘어 키보토1스 전체에서 악명 떨치기를 시작한 신생 동아리 미식연구회가 평소처럼 자신들의 미식 탐구를 위한 요리사를 - 다른 말로 하자면 일하다가 갑자기 잡혀가는게 일상인 아이키요 후우카를 - 구하고자 급양부를 방문했을 때 귀남이 후우카와 주리에게 율밤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던 것은 지독한 우연의 산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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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다테 하루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당혹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디서 부터 잘못된 것이었을까? 분명 좋은 식재료가 - 오디세이아 해양 학원에서 상태가 좋은 가오리를 탈취했다. - 들어와 최근 들어 요리 솜씨가 나날이 발전해 이제는 자기가 폭탄을 생각치도 않게 하는 급식을 만들 수 있게 된 후우카 씨와 주리 양에게 평소와 같이 상냥하게 - 밧줄로 묶은 후 - 요리를 해 달라 부탁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급양부 뒷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그 신입 급양부원이 처음 보는 밤 디저트를 만들고 있었고, 미식연구회 중 그 누구도 고소한 냄새가 풍겨오고 윤기가 흐르는 디저트를 앞에 두고 참을 수 없었다.(다른 미식연구회 부원들과는 다르게, 준코는 불행하게도 차에 갔다가 돌아왔을 때 이미 아카리가 다 먹어치웠기에 후에 귀남이 하나 먹여 주기 전까지는 공복으로 지낼 수 밖에 없었다.)


묵직한 맛을 지녔지만 입 안에 들어갔을 때 사르르 녹는 가벼운 식감, 깔끔한 뒷맛에 밤으로 만들었음에도 절묘하게 조절된 당도부터 목이 막히지 않도록 배려까지! 오랜만에 기억에 남을만한 디저트를 먹은 하루나는 '급양부에 있다 & 게헨나 학생이다. & 요리를 잘한다! -> 급양부 신입 부원이구나!' 라는 - 귀남이 제복 입는 것을 다소 부담스럽게 여겨 평복을 입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 상식적인 판단 하에 디저트 담당으로 그대로 정중하게 - 밧줄로 묶고 재갈을 물려 - 데려갔다.


그때 후우카와 주리 낯빛이 하얗게 질려가는 것을 보았다면 무언가 일이 잘못 흘러 가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후우카가 온 몸을 비틀며 난동을 부리길래 어디 아픈데라도 있나 싶어 하루나가 재갈을 벗기자 정색한 표정의 후우카가 "쿠로다테 선배, 저 분을 지금 당장 풀어주세요!" 라며 - 납치당해도 그 특유의 표정을 짓고 한숨만 쉬던 후우카가 이래적으로 - 정색하며 윽박지르기 전까지는 미식연구회 중 그 누구도 상황이 잘못되었음을 눈치 채지 못했다.(배가 고프지 않은 준코라면 알아차릴 수도 있었겠지만 그 당시에는 율란도 먹지 못해 쓰러져있다시피 한 상태였다.)


하지만 때는 너무 늦었으니, 급양부 부장의 대사자후(大獅子吼)를 듣고 당황한 하루나와 다른 부원들이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인지하기도 전에  맑고 고요하던 하늘은 만마전과 선도부 소속 헬기로 가득 찼고, 트럭이 달리던 도로 앞에는 만마전 소속 토라마루가, 사방에는 총구를 자신들을 향해 겨누고 있눈 선도부원들이 서 있었다.


자신들이 그냥 급양부원이 아닌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을 - 그것도 만마전과 선도부가 힘을 합칠 정도로 대단한 - 납치했음을 깨달은 미식연구회는 그 즉각, 머리를 쥐어짜내 현명하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했다.



"하하하... 여기 이 분이 중요하신 분인것 같군요. 그대로 돌려드릴테니 쏘지 마세요.......아카리! 밟으세요!"


(끼이이이익!!!!)


귀남만 내려둔 채 그대로 후진해 도주하려던 미식연구회의 계략은 그 의도는 좋았고, 실제로 선도부 포위망 사이의 빈 틈을 노렸기에 성공할 뻔했다.


(쾅! 와지끈! 꽈드드득!!!)


"항복해. 당장."


"....후훗, 항복하겠습니다."


하지만 헬기에서 뛰어내린 선도부장이 트럭 핸들을 뽑아버리고 지붕을 찣어버리자 미식연구회의 그럴싸한 탈출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갔고, 미식연구회 부원 전원은 '급양부 부장, 부원 납치 및 만마전 의장 납치' 명목으로 체포됐다.(이 말을 듣자 어느 상황에서나 웃음을 유지하던 하루나도 순간적으로 미소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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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이번 일은 사전에 호위를 붙이지 않은 제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의장님, 죄송합니다. 이번 사안은 사전에 저 테러리스트들을 방지하지 못한 저희 선도부의 실책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만, 저희 성실하고 유능한 부원들 때문이 아니라 저 혼자의 잘못으로 발생한 일이니..."


미식연구회의 손아귀에서 구출된 귀남 앞에 곧바로 이로하랑 히나가 고개숙이고 사과를 하니, 귀남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일을 어찌 예측했을 것이란 말인가? 굳이 책임 따지자면 저 미식연구회가 대부분 잘못 있겠지만 저 두명 보다는 호위 하나 없이 평복으로 나간 자신의 잘못 아니겠는가?


"괜찮네, 따지고 보면 내 잘못도 적지 않거늘, 어찌 거생하는 자네들에게 책임을 묻겠는가?"


그렇기에 귀남은 저 고생하는 아이들이 머리 숙이는게 불편하기도 하고, 하루나에게 소리지른 후 자신에게 대신 사과하겠다며,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내버려둔 자신의 잘못도 있으니 저 아이들을 너무 미워하지 말라 후우카가 말한 것도 있고, 자기 잘못 있는것이 부끄럽기도 하여 원래 몸 주인이라면 선도부를 물고 뜯고 씹고 맛보고 즐겼을 사안을 그냥 대충 무마시켰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선도부, 만마전 일원들과 폐호흡 대신 피부호흡을 하는 듯한 옷차림을 자랑하는 귀찮은 선도부 여자 하나는 앞서 귀남과는 비교도 안되게 대경(大驚)했지만 그리 신경쓸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후우카가 선처(善處)를 청했고, 웬만한 범죄는 대충 넘어가는 게헨나라도 - 대충 안 넘어가면 행정 업무가 마비되고 폭동이 일어날 테니 말이다. - 학교를 대표하는 수장을 납치하는 범죄는 불쌍한 급양부 몇명 납치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범죄였다.


히나와 이로하는 즉각 교정국에 가둔 후, 오랫동안 햇빛 한 점 못 쐬게 만들어야 한다 했지만 귀남은 식당 몇몇 - 그것도 심각한 하자가 있는 악질 장사꾼들만 - 날리고, 후우카를 상습적으로 납치한 것도 그리 많지도 않고, 그 피해자인 후우카가 조금 봐달라 부탁했으니 그렇기까지 큰 벌을 줘야 하나 고민됐다.(만일, 1년 쯤 후의 미식연구회였다면 귀남의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직까지는 만들어진지 얼만 안됀 탓에 그리 악행이 쌓이지는 않은 상태였다. 또, 게헨나에 대해 배우면 배울수록 '기존의 방식이 효과가 있는게 맞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기도 했으니 말이다.)


고민하던 귀남은, 예전에 그 철딱서니 없이 굴어 자신을 욱하게 만들었던 이가놈(이필제) 때 마냥 직접 친국을 해 그 아이들이 어떤지 판단하기로 결심했다.


조선이 아니기에 유구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설득 기술인 'Geegle' 과 'Boogle'을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 설령 있다고 해도 귀남의 성정 상 사용할리 없겠지만 - 면담을 해보니 "불량 식당을 날리지 않는 건 마치 물이 새는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는 것과 같다"라고 여기는 - 그리고 그게 얼마나 참기 힘든 것인지를 수도세에 벌벌 떨어본 적 있기에 뼈저리게 아는 귀남은 - 이 아이들을 어찌해야 하나 더욱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전생에 오베씨, 그러니까 장성공(章成公) 에른스트 오페르트에게 한 일을 - 미식 연구회에게는 다행이면서 불행이게도 - 떠올리고야 말았다.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이로하와 히나랑 상의하고 검토를 거친 후, 하루나를 두번째로 찾아온 만마전 의장이자 비공식 급양부 부원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쿠로다테 하루나양, 만일 그대에게 내가 합법적으로 악덕 식당들을 날릴 수 있는 권한을 주면 어떤 대답을 하겠는가?"


"....예?"


귀남은 이 아이들이 자기 재능(폭파와 미식) 발휘하며 살게 하는 동시에 남에게 최소한으로 해 끼칠 방안이 뭐가 있나 고민하다 "미식 연구회를 선도부 소속 식품감찰원으로 둔다."라는 방안을 떠올렸다.


이 제안을 들은 히나하고 이로하가 어느 정도 다듬자, 꽤 그럴싸한 방안이 나와 귀남은 크게 기뻐했다.(덤으로 히나하고 이로하는 이를 보고는 이제 귀남이 마코토가 연기 중인 페르소나라는 이미 너무 많은 반례들의 공격에 너덜너덜해진 가설을 완전히 폐기할 수 있었다.)


이윽고 히나와 이로하가 수정한 최종본을 사식으로 넣어 줄 군밤 몇톨과 함께 귀남이 들고왔다.


제안을 받아들여 선도부의 개가 되던가 - 실제로는 이 정도 처지는 아니지만 - , 아니면 꽤 오랜 기간동안 맛없는 급식만 나오는 교정소에 수감되던가라는 양자택일 사이에서 미식연구회는 귀남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이즈미는 처음에는 오히려 좋다라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선도부장이 매일매일 삼시세끼로 밀가루 찐 빵에 날 브로콜리, 찐 닭가슴살을 소금도 없이 나오게 하겠다 협박하자 울상을 지으며 서명했다.)


"후훗, 저희가 미식 추구의 여정을 위해 근무지에서 이탈하거나 선도부 기준에서 죄 없는 식당을 날리려면 어쩌실 거죠? 부장님이 사후 수습 말고는 뭘 하실 수 있으신가요?"


싸늘한 눈빛부터 구타까지 예상하고 나름 빈정대며 하루나였지만 그 무시무시한 선도부장이 히죽히죽 웃을 거라는 것은 생각치 못했다.


"그럴 일은 없을거야. 앞으로 너희는 늘 감시당하고 있을 테니"


"...선도부가 일반 학생을 상대로 감사를 벌이는건 명백한 불법이 아닌가요?"


"네 말이 맞아. 하지만, 너희는 이제 선도부잖니? 일반 학생이 아니야."


"....설마"


경악한 하루나에게 히나가 그 조그만한 체구에서는 나뉴는 것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위입감을 뿜어내며 다가간다.


"앞으로는 만마전의 감시를 받겠지. 다시 말해, 내 지시에 불응하거나, 급양부 부장이나 부원을 또 납치하거나, 죄 없는 식당을 날린다면....아니, 이건 너희 신념 때문에 하지는 않겠군. 아무튼 문제되는 행동을 또 하면 만마전에게 걸릴 거고, 그러면 '학교내란죄'로 매우 오랫동안 교정국에서 썩겠지."


"그럴수가..."


그대로 힘이 빠져 뒤에 있던 의자에 쓰러지듯이 주저앉은 하루나에게 히나가 웃으면서 선도부 완장을 들고 싱긋 웃으며 - 하루나에게는 화난 선도부장보다 더욱 무서웠다. - 다가간다.


"그래......이제, 이 완장이 너희의 새로운 감옥이다."


훗날, 스케반의 종말로 대오각성한 히나를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온천개발부 부장도 이와 같은 말을 듣겠지만 이는 나중에서의 이야기이다.



작성자의 말) 귀남옹께서는 자기 앞에서 전쟁 일으켜야 한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분탕치던 필제도 살려주셨고(주석 : 몇몇 음모론자들은 필제가 화로에 구워졌다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님을 밝히는 바입니다.), 자기 아들이랑 딸이 신생아일 때 연달아 죽은거 가지고 언론플레이 하려던 민씨도 살려 주고, 안동 김문 애들도 살려주신 어지간해서는 피 보기 싫어하시는 분이니 미식연구회 같은 문제아들도 나름 품어갈려고 노력할 것 같고, 늘 고생하는 선도부와도 완만히 지내보려 노력할 것이라 생각하고 작성했습니다.


후우카는 그냥 인성이 빛빛빛이어서 (아직은) 자기를 그렇게 많이 납치하지도 않고 딱히 큰 피해 보지 않았고 애들이 사람 자체가 나쁜건 아니어서 귀코토에게 선처를 호소했다 설정했습니다.(납치당하는 것 자체가 피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하루나랑 미식연구회와 나름 잘 지내기에 그리 큰 피해는 보지 않았다 설정했습니다.)


선도부 - 만마전 간 권력 다툼, 이권 다툼이요? 그런건 히나랑 아코하고 이로하가 알아서 하고 있습니다. 권력 다툼 선 넘는거 보면 귀남옹이 어떻게 하냐고요? 그건 나중에 한번 써보겠습니다.


또, 원본 마코토는 어디에 갔냐 하는 의견이 있던데 지금은 "그것" 을 들고 넘어진 여파 + 귀남옹의 영압 탓에 기절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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