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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군밤/세계대전Z)한 노인의 이야기모바일에서 작성

삽질공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5.29 13:52:04
조회 1701 추천 34 댓글 9
														
노인은 책을 덮는다. 얼마나 집중을 한건지 돋보기를 벗자마자 눈을 지긋이 감고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고급스러운 동양풍 책상 위에는 [세계대전Z]와 [세계대전Z-조선편], 그리고 [사관은 논한다]등 맨 앞 한권을 제외하고 지난 좀비 전쟁의 기록들이 담긴 서적들이 놓여져있었다. 노인이 있는 곳은 화성의 서북공심돈 근처 잔디밭. 주말에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었지만 오늘만은 주변이 고요했다. 한두사람이라도 있기마련이건만 아예 한사람도 없는 이 비현실적인 광경속에도 또다른 노인이 등장한다.


"그래, 재밌게 읽었는가?"


마땅히 숨을곳도 없건만 하늘에서 내려온건지 땅에서 솟구친건지 양복을 곱게차려입은 노신사는 한손에 군밤봉투를 들고서는 하나꺼내어 입에 털어넣었다.


"그래, 이런곳까지 와서 한다는게 책읽기 시키는거요?"

"하도 지지리 궁상을 떨기에 데려온거 뿐인디. 아참 마지막 남은 군밤들은 내가 가져왔소. 돈은 여기."

"허이고 이미 가져가놓고서는."


노신사에게 돈을 받는 노인은 시선을 돌려 서북공심돈을 쳐다본다. 노인의 복장은 어제국방색으로 불리우는, 진작에 개구리색에 디지털로 대체되어 박물관에서나 볼수있는 군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가슴팍에는 [김귀남] 이름 석자가 쓰여져 있었다.


"그래, 마음은 좀 풀리었는가?"

"뭘 말하고 싶은거요?"

"금번의 사태는 임자의 탓이 아니라는걸 말하고 싶은거요. 오히려 임자를 칭송했으면 했지 누가 당신을 탓하는걸 봤소?"

"그걸 말하는게 아니잖소."


어찌된 영문인지 왕노릇이 끝나고 나서 다시 태어난 귀남옹은 부모님을 두분다 모시고 형님들도 잘있는 삶을 살았더랬다. 거기에 아내를 만나 아들 둘에 딸 하나를 낳고 셋 모두 장성하여 결혼에 손자손녀까지 봐 전전생의 삶의 비통함을 털어내는듯 싶었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아귀떼는 그러한 평화를 잿빛으로 물들였다. 기적적이게도 귀남옹의 가족들 대부분이 북부에 거주중이라 아귀가 된 이가 없었다지만 전생을 기억하는 귀남옹에게는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혹여나 자기가 나라를 바꾸고 역사를 바꾼거때문에 이렇게 된것일까. 그냥 나라가 망하는걸 보고만 있었으면 그 비극의 역사를 다시 겪었을지언정 아귀들이 안나타나지는 않았을까.

심지어 이곳 서북공심돈에서 그의 손자(물론 전생 기준)가 전사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무언가에 홀린듯 군대에 다시 들어가려고까지 했으나 결단코 최전방에는 보내주지 않았으니 그는 그저 내탓이오를 외치며 한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있었던 것이었다.


"그건 아니지. 내가 첫번째로 준 책 안읽었소? 거기 대한민국 부분 안읽어봤어라?"

"..읽었지."

"그치. 만약 임자가 그냥 흘러가는대로 두었으면 지금쯤 2000만 아귀가 머리위에서 도사리는 곳에서 살았을것이오. 근데 지금 현실을 보시오. 어떻소?"

"..."

"당신이 만든 미래의 결실이 바로 이거요. 비록 아귀들로부터 피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국토는 멀쩡하고 제일먼저 국난을 극복한 나라. 그게 당신이 재위중에 만든 것들을 바탕으로 한것이오"

"내가 한게 뭐가 있다고."

"남들한데 폐끼치지 말고 살자라는 생각이 청과 러시아, 구주 여러 국가들의 지원을 받게되는 원동력이 되었고, 항시 전쟁을 대비하자는 생각이 각 읍성과 산성에서 버틸수있는 자원과 사상이 되었지. 그 원본책에 그런게 있었소?"

"..."


저 멀리 아래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근처에서 술을 먹은 일행들인지 기분 좋게 취하며 2차를 가는듯보였다. 근육을 잔뜩 키운 트레이너와 자신의 전생과 비슷해보이지만 좀더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 다부지게 생긴 청년과 외국인 흑발의 부부, 어딘가 일에 찌든거처럼 보이는 이들까지.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저들이 날아올라 이 나라를 구할수 있었던건 임자가 열심히 해준덕이지. 고생많았소. 그리고 내 개인적으로도 고맙고. 덕분에 북악산까지 아귀들이 들이닥치는 일은 없었으니 말이오."

"거 마음에도 없는 흰소리하기는."

"에잉 노친네 괜히 멋쩍어서는."


말은 그렇게해도 노인과 노신사의 입에 작게 미소가 걸려있었다. 마음의 짐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자책하지 않을 정도로 덜었으리라.


"이제 뭐할거요? 보니까 밤 다떨어졌던데."

"떨어졌으면 주으러 가야지. 간만에 산이나 탈까 생각중이오."

"잘됐구려. 안그래도 지리산 산신령 볼일이 있는데 같이 가지 않겠소? 아귀놈들 나와도 이래뵈도 신령인데 못지켜주까."

"도박판이면 낄생각 없소이다."

"이런 시팔 들켰네. 하지만 들어보시오-"


두 노인이 떠난 자리에는 책상과 의자, 그리고 [세계대전Z-조선편]만이 놓여져 있었다.

------

이거로 진짜 끝임. 원래는 이전편으로 끝내려했는데 누군가가 귀남옹이 있다면 이 사태를 보고 자기탓이라고 할거같다는 글을 썼길래 귀남옹 한번은 나와야겠다 생각하고 쓴거임.

지금까지 봐준 대붕이들에게 진짜 고맙다. 뇌절의 뇌절을 달렸는데도 끝까지 응원해줘서 고마워.

다음 창작도 곧 들고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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