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기 파리에는 25개 이상의 공중목욕탕이 있었고,

런던에는 심지어 목욕탕길(Bathestereslane)이라는 지명도 있었다.

목욕탕을 이용할 형편이 못 되는 도시 빈민이나 농촌 사람들은 호수, 강, 개울에서 목욕했다.

이것은 물가에서 목욕하는 도중에 일어난 익사 사고를 기록한 검시관(coroner)들의 기록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9세기 성 갈(Saint Gall) 수도원 건축도면에는 '병자, 수련수사, 수사, 수도원장을 위한 별도의 목욕탕들'이 명시돼 있다.

즉 수도원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목욕을 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는 목욕 보조원(bath attendant)이 고용되어 있었다.

잉글랜드의 존 왕(1166-1216)에게는 왕의 욕조를 특별히 담당했던 윌리엄이라는 이름의 하인이 있었다.

백 년 후, 에드워드 3세(1312-1377)는 웨스트민스터 궁전의 개인 욕실에 온수 수도관을 설치했다.

9세기 아헨의 종교 회의에서 합의된 바에 의하면, 모든 수도사들에게 '충분한 양의 비누'를 공급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었다.

12세기 잉글랜드의 수도사 디바이지스의 리처드는 프랑스(노르만)인들이 비누를 지나치게 좋아해서 도시에 비누 공방이 너무 많이 생겼다고 불평했다.

동물성 지방과 나무 재로 만든 '잿물 비누'는 모직물을 세탁하는 데는 이상적이었지만 몸을 씻을 때는 알칼리성 때문에 피부를 상하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이탈리아, 남프랑스, 이베리아에서 만들어진 부드러운 올리브유 비누인 '하얀 비누'를 사용했다.

12세기에 쓰여진 여성용 의학서 트로툴라(Trotula)에서도 여성들에게 세수할 때 부드러운 '프랑스 비누'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서는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정향 향이 나는' 비누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이는 서로 다른 향을 가진 여러 종류의 비누가 생산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매일 공들여서 치아를 관리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많은 증거들이 중세 사람들은 의학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미적인 이유로 깨끗하고 하얀 치아를 가지기를 열망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12세기 스코틀랜드의 기사문학 갤러웨이의 퍼거스(Fergus of Galloway)에서 주인공 퍼거스의 연인인 갈리엔(Galiene)은 즐거운 빛을 띤 눈동자, 자그마한 눈썹, 홍조를 띤 백합빛의 창백한 얼굴, 장미꽃처럼 예쁜 입, 그리고 작고 고른 치열과 '상아나 유리보다 새하얀 치아'를 가지고 있다.

중세시대에 양치질을 한다는 것은 보통 가루 형태의 치약을 바른 손가락이나 천으로 치아를 문지르는 것을 의미했다.

치약의 재료로는 소금과 후추, 또는 세이지 잎 같이 좋은 냄새가 나는 약초를 사용했다.

웨일스에는 다음과 같은 치약 제조법이 전해져왔다:

'세이지 잎을 빻아서, 같은 양의 소금과 섞어 공 모양으로 뭉친 다음 바싹 마를 때까지 불에 구워라. 그리고 그것으로 자주 이를 문질러라. 치아를 깨끗하고, 하얗고, 향기나게 만들어줄 것이다.'

13세기 의사 길베르투스 앙리쿠스는 식사 후 이를 닦은 다음, 우슬초, 계피, 감송유, 후추를 넣은 와인으로 입을 헹구는 것을 권했다.

트로툴라에서는 와인으로 입을 헹군 다음 깨끗한 천으로 꼼꼼히 닦고, 회향이나 러비지나 파슬리를 씹을 것을 권장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치태를 제거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충치 예방에는 효과적이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중세 음식은 상대적으로 설탕이 적게 들어갔고, 이는 당시 사람들이 현대인들에 비해 충치가 생길 위험이 훨씬 적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