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시점

난 시점 문제를 존나 크게 봐. 1인칭 시점은 원래 어렵다.

더구나 사건이 길어지고 커질수록, 시야가 제한되기 때문에 더 어렵다.

그래서 대체역사란 장르와 1인칭 주인공 시점은 상성이 잘 안 맞아.

그런데 1인칭 시점이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 데에는 가장 편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든 왜국이든 웹소설계에서는 1인칭 시점이 범람하지.

띵군은 재석이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다가

내용상 재석이 시야를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으면

갑자기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전환해.

이렇게 필요에 따라 1인칭 주인공 <==>전지작 작가를 왔다 갔다 하는

웹소설들이 꽤 많이 보이긴 하는데 이거 안 좋음.

기본적으로 시점은 일관되어야 하고,

그래서 어지간한 종이책 장편소설들 거의 대부분이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지.

만약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만 사용했다면

재석이 주변만이 아니라 신하들이나 조선의 다른 상황,

또는 일본의 정황 등을 좀 더 쉽게 전해줄 수 있었어.

혹시 재석이가 빙의를 하되 왕이 아니라 조선의 잔반, 또는 중인 나부랭이 정도였다면,

1인칭 주인공 시점도 그럭저럭 괜찮았을 거야.

하지만 재석이는 임금으로 빙의했거든?

그게 문제임.

왕으로서 다뤄야 할 국정이 존나 많은데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묘사하기가 하나같이 빡센 주제들임.

그리고 이게 작가의 또다른 문제랑도 연결이 되는데....

둘째. 심리묘사 표현력의 전무함.

갤주가 대체역사물로 소설을 시작했기 때문인지

고증 같은 것, 전투에는 집착을 하는데

막상 캐릭터-캐릭터 간의 상호관계, 심리묘사는 빵점임.

아마 갤주의 첫 생각으로는

뜬금없이 조선의 왕이 되어 속마음을 드러내놓고 살 수도 없는 재석이에게

똑같이 현대인 출신인 상희를 붙여주어

유일한 이해자가 되게 하겠단 거였겠지.

계산만 놓고 보면 이해가 되는데,

작중에서 상희는 전혀 그런 역할을 못했음.

왜?

작가가 재석이와 상희간의 심리묘사를 전혀 못했으니까.

연애감정의 알콩달콩함?

영혼의 이해자?

결국 한의학 셔틀/ 이과지식 셔틀밖에 안 됐지.

갤주가 쓴 다른 소설들도 마찬가지였지.

안 그래도 심리묘사 못하는 사람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썼다. 어떻게 되겠냐?

내 보기엔 갤주는 한번 로판을 꼼꼼히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심리묘사가 중요한 장르라 그쪽 판에서 잘 쓰는 사람들이 심리묘사는 잘 하거든.

셋째. 소설의 '캐릭터'를 도구로서만 사용

캐릭터의 마음을 어떻게 드러내야 하겠다는 고민이 전무해.

재석이가 갑자기 우디르처럼 신립을 충신이라고 하던 화 봐라.

갤주가 재석이가 신립에 대한 평가를 바꾸었다고 말하고 싶었다면

자연스럽게 드러내야 했는데, 전혀 자연스럽지 않음.

그리고 비슷한 게...

곽재우가 선전관 앞에서 재석이를 칭송하는 장면이 있지.

감자와 호박을 전해주시고, 온갖 둑과 보를 세우게 하셔서 가뭄도 견딜 수 있고,

전가사변 당할 만한 짓을 안 한다면 지금처럼 좋은 분이 없다....

곽재우가 입으로 말하는 부분은 작가가 다른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야 했어.

그런데 작가는 '조선이 이렇게나 변했다.' 하고

곽재우 입으로 주절주절 서술을 시킴.

........................

보는 독자로선 전혀 안 와닿아.

갤주의 소설에서 캐릭터는 살아있는 인물이 아니라

갤주의 손에 들린 꼭두각시, 망석중이야.

고증을 신경 쓰기 전에,

먼저 캐릭터를 어떻게 살려야겠다는 고민,

그리고 장르와 표현에 적절한 시점을 선택하는 고민부터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