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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대왕이 태종 이방원에게 기세가 꺽이고 한양에 눌러 앉은 이래 여러 해가 지났다.
"방원이 이 놈아, 막상 니놈도 겪어보니 골 아프지?"
태종 이방원은 옆에서 낄낄 거리면서 육포나 으적으적 씹고 있는 자신의 아버지를 보며 뒷목을 잡았다.
'미친 노인네는 적당히 나이 좀 먹었으면 릉에 들어갈 것이지...!'
벌써 환갑을 넘어 66세를 바라보는 태조 이성계의 낄낄 거리는 웃음과 함께 정종을 데리고 사냥을 나가는 태조의 뒷 모습을 보며 태종 이방원은 억울한 듯 이빨을 꽉 깨물었다. 그것은 비단 자신의 아버지가 미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이복 형제를 죽였던 것 처럼 자신의 아들을 폐세자 시켜야 한다는 자괴감과 그것을 가장 기꺼운 듯 조롱 하는 뒷방 늙은이의 비웃음은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조롱 하는 늙은이가 자기가 가장 조롱 받기 싫어하는 자신의 아버지, 태조 이성계라는 것이 문제였다.
"아, 그리고 대마도에 원정을 간다던데. 오랜만에 몸 좀 풀겸 여진족 수하들과 가별초들을 이끌고 참여하겠다. 요새 가만히 서서 활을 쏘니 영 사람 쏴죽이던 옛 맛이 안 산단 말이야."
태종 이방원은 이성계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 밖에 없었다. 5년 전, 동북면 안정과 자기가 살아봤자 얼마나 더 살겠냐는 핑계로 함흥에 뺀질나게 드나들다 기어코 가별초를 재창설한 태조 이성계를 보며 태종 이방원은 진절머리가 나는 것을 겨우 참았다.
1419년, 태종도 왕위에서 물러나고 세종이 즉위한 이듬해에 대마도 앞바다에 수 많은 조선의 군선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여자는 겁탈하고 남자는 죽여라!!!"
"휘릭휘릭 끼요오오오옷!!!"
여진족과 동북면에서 날뛰던 가별초들이 다시금 대마도를 불지르고 말을 타고 대마도의 산맥 지형을 달리는 묘기에 가까운 기마술을 보며 태조 이성계는 시무룩하게 자신의 흑각군궁을 내려보았다.
"빌어먹을 내 명마들이 없으니 원, 좀체 젊은 놈들을 따라 잡을 수가 없구만."
"거 아버지가 다치면 밑에 사람들 모가지 여럿 날라가니 좀 쉬엄쉬엄 하시죠."
손주까지 본 정종이 옆에서 핀 잔을 주었지만 이성계는 나이를 먹었음에도 끓어오르는 투지를 참지 않고 내뱉었다.
"고작해야 뱃머리에서 초병으로 있던 왜구 35명 정도를 편전을 재어 떨어트린게 다란 말이다. 이걸로 성에 차느냐? 방과야, 전조시절 말을 몰고 전장을 쏘다니던 시절을 다 잊은게야?"
"그러니까 체통을 좀 지킬 나이도 되신거 아니냔 말입니다. 그게 벌써 몇 십년 전인데."
"에잉 쯧쯧, 몸은 아직도 팔팔한게 심중(心中)은 늙은이나 다름 없구만 기래."
그렇게 대마도 영주가 붙잡혀 일가족이 참살 당하며 대마도는 조선에 복속되었고 탐라도와 같이 관청이 설치되어 경상도에 소속된 군현으로 편입되었다.
".......아버지는 뭘 그렇게 잡숫고 펄펄 하신겝니까?"
"니가 죽인 이복동생들이 니 정기 빨아다 주더구나."
태종 이방원은 점점 몸에서 진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백발이 성성한 아버지를 올려다 보았다. 얼굴에는 슬픔이 있었지만 그 말 속에는 가시가 있던 것이 아들의 마지막에도 참으로 매몰차다 생각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먼저 이복동생들을 죽이고 동복형제들을 숙청한 것이 자신 아니었던가. 이제와서 하소연한다는 것이 우스운 일일 수 밖에 없었다.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참으로 못할 짓 많이 한듯 합니다."
"오죽하겠느냐. 니 놈은 다음 생에 축생으로 태어나면 다행으로 알거라."
한 마디도 안 지는 이성계의 말에 태종 이방원은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사십쇼. 다음 생에는 명마로 태어나 늙은 아버지를 등에 엎고 뫼실테니."
태조 이성계는 그 말에 무어라 말을 더 하려다 말고는 짧게 답했다.
"......그러거라. 이 몸이 아주 고생시킬테니."
태종 이방원은 그제야 안심이 든듯 농을 건넸다.
"노망이 드셔서 안장에 똥오줌만 지리지 마십시오."
태조 이성계도 그제서야 피식 웃으며 얼굴 표정을 풀었다.
"고얀 놈이 끝까지 아비와 맞먹으려 드는구나."
그렇게 태종 이방원은 남은 자식들에게도 유훈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1422년 5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래, 사민 정책을 추진한단 말이렸다?"
태조 이성계는 태종 이방원의 삼남이자 자신의 손주, 현재의 주상인 세종 이도를 바라보며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예, 원래라면 더 이후에 진행할 요량이었으나 태상왕 께오서 조금이라도 정정하실 때 시작하는 것이 합당하다 사료되어..."
태조 이성계는 손을 들어 제지를 하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단은 알겠느니라. 내 한번 야인 여진의 추장들을 한양으로 불러 땅을 두고 생길 분란을 미리 조정코자 할 것이니 앞으로 있을 여진족을 다스리기 위한 수업이라 생각하고 참여하거라."
태조 이성계의 말에 세종 이도는 기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태조 이성계는 그런 세종 이도를 뒤로 하고 두 손을 허리 뒤에 얹은 채 궁궐을 거닐기 시작했다.
자신이 오래도록 죽지 않고 살아 여진족들의 충성을 이끌어 냈기에 명나라는 조선의 야인 여진들의 영토에 대한 점유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태조 이성계가 시골 무사로서 무시 받을 지언정 정무적 감각이나 보이지 않는 권력의 흐름을 읽는 눈은 있었기에 자신의 손자가 지닌 의도를 읽어낼 수 있었다.
"명나라는 건주 여진을, 북원은 해서 여진을, 조선은 야인 여진을 장기말로 쓴다라...."
태조 이성계는 앞으로 여진족들의 땅이자 고래적에 조선의 땅이었던 고토를 생가하며 허연 수염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이거 일이 재밌게 흘러가겠구먼."
태조 이성계, 그는 비록 육신이 노쇠하였을 지언정 두 눈과 정신은 점점 더 또렷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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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이성계가 걍 장수왕 처럼 오래사는 대역 옛날에 끄적인 걸 찾아서 손 풀겸 써봤음
댓글 영역
오래오래 사세요 태상왕님
생각해보니 단순히 이성계가 살아있기만 해도 역사 많이 꼬을 수 있겠네 - dc App
대충 문종이 역사대로 일찍죽거나 병이나 사고로 움직이지 못할때 수양이 수양하려는데...
골골대던 태조대왕님이 분노폭발하여 수양을 ㅅㅜㅇㅑㅇ 해버리고 제발 골육상쟁 역모 하지 말라며 유언남기고 상위복 ㅎ
계산해 보니깐 딱 만으로 120세까지 살아계시면 그런 것 가능할 것 같네요
태조 : 수양이 너 이 새끼 없드려. 내가 살아있는데 감히 조카 왕위를 넘봐! 뒤질라고 아주! - dc App
의기양양하게 궁에 들어오자마자 태조의 화살맞고 저승간 수양 - dc App
엎고가 아니라 업고 아닌가요? 재밌게 봤습니다.
재밌네>
이거 이대로 쭉 나가면
만주가 명몽조 삼국의 각축장이
돼서 다이나믹 해지겠다.
150살까지 사시죠?
120세도 괜찮을거에요
성계가 180세까지 살면 용궁에서 떠돌던 왕씨들도 아. 천명이 진짜 있구만. 하고 성불할 것 - dc App
왕자의 난 트라우마 있는데 계유정난 ?! ㅋㅋ
아예 대놓고 200살 넘어도 300살 넘어도 왠지 안죽고 현대까지 가는 건 어떠려나?
대붕이는 갤러리에서 권장하는 비회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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