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그래도 우리는 대항한다 - 104

우라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30 00:56:53
조회 924 추천 16 댓글 8
														

"군부의 보고는 명확합니다. 원자탄을 쓰지 않는 한 프랑스의 핵시설만을 외과수술적으로 타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빌어먹을."



다소 유연한 태도를 취할 수 있었던 영국과는 다르게, 미국은 상당히 골치아픈 처지에 몰려 있었다.



우선, 현재 미국 내에서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소련의 팽창주의적 정책은 원 역사와 다르게 폴란드와 체코를 품에서 놓아주어야 했지만 베를린을 소련에게 넘겨주면서 미국 내의 반공 정서가 재점화된 것.



한국의 경우는 사실 존재감이 별로 없었다.


공식적으로 세계 2번째 핵보유국(핵실험 일자 기준)이자 유엔 상임이사국이며 소련 정부가 인증한 원시-빨갱이이기는 했지만 반공 열풍에서 상당히 존재감이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한국은 확장의 야욕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문자 그대로 아시아에서 완충지대를 확보한 뒤로는 그냥 쥐죽은 듯이 극동에서 짱박혀 있는 것.



되려 미국에서 유명한 한국의 행적은 '니들 자본주의 국가냐?'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우선 한국 정부는 어차피 중국이나 일본이 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해줄 처지가 못 된다는 걸 파악했다. 애초에 유럽 국가들도 나치에게서 배상 받는 건 현지에서 바로 뜯어가는 게 가능한 전리품 말고는 GG쳤다.


더 정확하게는 생산설비와 동산에 의한 현물 배상만 챙겨갔다. 단 국가 단위의 배상만 그렇고 민간 단위의 배상은 따로 계산한다.



뭐 이탈리아, 핀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태국 등등은 배상금을 토해내야 했지만 나라가 쪼개진 케이스는 누가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지가 골치아팠던 것도 있었다.



이에 한국은 아주 간단한 요구를 했다.


우선 중국 정부와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억 소리 나는 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금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 배상금은 중국 정부와 일본 정부에 대해 걸린 것, 정확히는 중국 정부와 일본 정부의 계승국이 받는 거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와 일본 정부를 계승 안 하면 된다.



즉 쪼개진 각국들 가운데 분할된 타국과 통일하거나 고토를 요구할 경우 '아 니들 중국/일본 정부 계승국이라는 거 인정하는 거지? 자 그럼 그간 채권 추심 들어가겠습니다?' 라는 식이다.


당연하지만 이자는 거의 사채 수준으로 매겨졌다.



물론 중국의 경우 중국의 후신이라 불릴 한족 국가가 하나밖에 안 남긴 했는데 고토 운운하면서 쓰촨성 바깥으로 한 발짝이라도 기어나올 경우 배상금을 청구하겠다는 게 한국의 입장. 일본의 경우 소련에게 넘어간 영토 빼고도 3분할된 상황이니 이 3개국 중 타세력을 합병하는 국가가 있으면 즉각 배상금을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꼬우면 통일하지 말고 고토 요구를 안 하면 되는 거다.


배째? 물리적으로 외과수술을 들어갈 수 있는 게 한국이다.



덕분에 공식적으로 당시 중국/일본 정부를 계승했다 선언하는 국가는 없었다. 다들 '독립'이라 주장하지. 계승국 선언이 나오는 순간 한국이 지금 이 순간에도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는 배상금을 가져올 테니까.


참고로 한국 정부는 매년 중국/일본 정부가 갚아야 할 배상금의 현재 금액을 공시하며, 누구든 와서 볼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승전국 자격으로 요구한 배상금의 연이율은 30% 복리이며, 금 기준으로 매겼기에 초인플레이션이나 화폐개혁 등으로 휴짓조각이 된다거나 하는 건 기대할 수 없다.



사실 그 금액 뒤에 0이 얼마나 붙든 간에 3개국으로 나뉜 일본 정부 중 하나나 둘이 무너져서 흡수합병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거나 한족들이 미쳐서 대륙 통일과 고토수복을 노리기 전에는 전혀 의미 없는 설정놀음이며, 이를 지시한 총통도 이를 인정했다. 애초에 받을 생각도 없는 돈인 셈이니까.


소련이나 미국 등 주요 승전국들도 한국이 이런 식으로 배상금을 요구하는 것에 동의했는데, 한국의 안보불안이 그럴 만 한 데다 전쟁기여도 자체가 어마어마했기에 UN에서도 이를 승인하고 향후 결코 변동할 수 없도록 보증했다.


나중에 그 채권이 무슨 목성 사이즈의 금을 가져다줘야 상환이 가능해지는 상황이 된다 한들 무슨 상관인가? 영원히 나눠져 있으면 종이 위에 무의미하게 0을 늘어놓는 것과 다를 게 없는데.



하지만 통일이 이룩되는 순간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애초에 한국 정부는 배상금의 지급기한을 '중국/일본의 신정부가 들어서고 1년 이내'로 잡아두었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통일을 하거나 고토 수복을 시도하는 순간 한국 정부는 배상금 총액을 1년 이내로 갚으라고 선언할 것이며, 이를 거부하고 디폴트를 시도할 경우 한국군이 침공해서 모든 것을 불태워버릴 것이다. 아니면 간편하게 핵부터 쏘든가.


한국은 이를 딱히 숨기지도 않고 있기에, 결국 이 채권은 전쟁명분용이다.



상대가 고개를 드는 순간 대가리를 으깨주겠다는 의지의 표명.


하지만 그 채권의 액수가 워낙 어마어마하다 보니 미국 내에서도 많은 농담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나서.


베를린,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아시아 등에서 사방팔방에서 충돌을 일으킨 소련과는 다르게 한국은 자국 영토와 인접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이상하리만치 침묵했다.


이는 우리가 가진 거나 잘 챙기라는 총통의 의지가 반영된 일이었지만, 솔직히 적색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상대에 한국은 들어 있지 않았다.


자기 나와바리만 안 건드리면 조용한 한국은 뭐 언론 보도도 거의 되지 않았고, 미국인들은 한국이 공산국가인지 아닌지도 잘 모른다.



문자 그대로 서로가 뭘 하든 신경쓰지 않는 관계.


그나마 '인류 역사상 가장 불가해한 인간'이라고 평가받는 전직 총통 정도나 유명할까. 



소련은 이야기가 달랐다. 전혀 달랐다.



베를린 봉쇄, 동유럽과 남유럽의 공산화, 총파업.


자유 진영을 위협하는 선봉장은 누가 봐도 소련이었고, 누구보다도 유엔에서 목청을 키우는 것도 소련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빨갱이'들에 대한 긴장은 날로 더해갔고.



마침내 혼란의 신호탄이 터졌다.



미국 각지에서 대대적인 파업이 벌어진 것이었다.



이는 2차대전의 종결과 각국의 복구작업이 슬슬 종료되면서 벌어진 전쟁특수의 종결로 인해 미국인들의 일감이 극적으로 감소한 것에서 기인했다.


무수한 공장들이 문을 닫고 무수한 근로자들이 실직자가 되자 이들은 정부에게 어떻게든 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 정계와 군부는 기절초풍했다.



"총파업?"


"대규모 시위라고?"


"빨갱이다! 빨갱이들이 기어이 미국을 적화시키려고 작정했어!"



거기에 한 가지가 더 터졌다.



"뭐라고?"


"루즈벨트 측근이.... 간첩?"


"호외요! 호외! 맨해튼 프로젝트에 침투해서 핵무기 설계도를 소련에 넘긴 간첩이 붙들렸습니다!"



그 시기에 마침 베를린 봉쇄가 벌어지면서 미국과 소련의 대립은 더욱 첨예해졌고, 마침내 1951년, 조지프 매카시 미 상원의원이 '베를린을 뺏긴 건 미국 내부의 공산주의자들 때문'이라고 선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52년에 재선에 성공한 매카시는 사방에서 깽판을 치고 다니는 상황.



심지어 1953년에는 NKVD의 시스템이 베리야의 죽음으로 흔들리면서 간첩이 추가로 드러났다.


"하원의원이며 반미활동조사위원회 소속이던 새뮤얼 딕스턴이 소련 간첩이었습니다! 소련 간첩의 미국 침투를 적극 지원한 증거가 발각되었습니다!"


새뮤얼 딕스턴은 신념형 공산주의자는 아니었고 NKVD의 돈에 눈이 멀어서 오스트리아-미국행 비자를 발급하는 걸 도우면서 소련 간첩이 미국에 침입하는 걸 도왔던 것이지만, 아무튼 현직 하원의원과 소련의 연결고리가 드러나고 사실상의 매국 행위를 벌였다는 것은 미국 정계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가져왔다.



얼 워런 대통령은 이를 명분으로 행해지는 조리돌림은 굉장히 좋지 않게 보고 있었지만 의회, 그것도 상원 상임위원회는 대통령과 행정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삼권분립의 원칙이 그렇다.


게다가 이 상황 자체도 애초에 국민들이 원하기 때문에 일어난 것.



그렇기에 미국 정부는 소련과 직접 협력을 못하고 미국이 영국과 연계하면 영국이 한국에 연락하고 한국이 소련대사관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복잡다난하게 수행되는 상황.


거기에 화룡점정으로 프랑스 문제에 관해서는 미국은 영국에게 정보 공유를 꺼렸다. 신뢰가 안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한국은 영국에게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하노버 등을 프랑스의 팩션에서 흩어버릴 방법이 있다고만 말했지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에 확실하게 붙어야 하는 영국은 한국이 해주는 공작을 자기들 공로랍시고 미국에 어필할 예정이었다. 물론 공작을 실제로 수행해야 하는 한국에게 넉넉한 떡값을 쥐어주고..



즉 영국 정부는 외교적 수사를 통해 '미국님 미국님 제가 네덜란드 하노버 이탈리아 쓰리쿠션 쓰리강냉이 할 수 있는데 자세한 방법은 설명 못해드리지만 그놈들이 미국님한테 굴복하게 만들어드리면 저희 넘버 투라도 보장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자기들도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면서 일단 지르고 봐야 했다.


사실 이렇게라도 해야 할 정도로 영국이 절박했기도 하고.



영국은 1943년에 체결된 BRUSA 협정을 복원하고 미국과 영연방 간의 안보동맹을 확고하게 형성해준다면 미국에 대가리를 박겠으며 이를 프랑스를 숙청하는 데 한 몫 끼면서 증명하겠다고 했고, 미국 정부는 불감청일지언정 고소원.


그러나 이마저도 통수일 가능성에 대비는 하고 있었다.


'일단 그 쓰리쿠션이라는 것부터 보여주면 1949년부터 추진해오던 북미안보협정에 캐나다만이 아니라 영국, 호주 등 영연방 국가들도 합류시켜주겠음.'



애틀리와 워런의 15분짜리 대담에서 어지간한 건 합의가 되었고, 애틀리는 즉시 한국 측과 접촉했다.


이에 총통 자문을 받아 애틀리에게서 받아낼 건 전부 받아낸 한국은 빠르게 소련과 접촉, 이탈리아 공산당과의 연결고리에 접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영국은 그제서야 한국이 이야기한 '프랑스의 우호 세력들의 공중분해'가 정확히 뭘 뜻하는 건지를 알 수 있었다.



#



"웃기기 그지없어."


미국 내 매카시즘은 미국 내 아시아 전문가들도 궤멸시켜버렸다. 당연하지만 미국이 보유한 대한국 정보망도 완전히 와해되었다.



그리고 할리우드도 문제였다.


수백 명의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매카시즘의 광풍에 휘말려서 커리어가 끊겼고, 이들 중 적잖은 수가 본진을 영국으로 옮긴 것.



뭐 아무튼 미국이 무슨 삽질을 하든 간에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하면 된다.



"각하, 이탈리아의 주요 노조들이 총파업을 선언했습니다. 이탈리아 공산당은 어떤 타협도 거부하겠다는 성명문을 발표했습니다."

표면상으로는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휴일 보장이 명분이지만.



이는 그저 마에스트로의 전주곡에 불과할 뿐.



"하나 양, 정면승부가 항상 상책은 아니라는 건 내가 이미 가르쳐줬을 거다. 이 방법은..... 그래."



증오와 경멸, 분노와 혐오. 거짓과 기만을 이용한 전술.


단순하지만 전통 있는 확고한 방법.



"진실을 왜곡하고, 사실을 은폐하고, 진심을 곡해하고, 혐오를 부추기고 증오를 조장하고 불신을 퍼트린다."



내 손가락이 건반을 두드린다.


검은 장갑을 낀 손가락이 흰 건반을 차례차례 두드린다.



끔찍한 불협화음이 연주되도록.



"나는 구원자가 아니다. 세상의 고통을 없앨 수 없지, 나는 절대자가 아니다. 모든 죄를 사해줄 수 없다."


그 끔찍하고 기괴한 교향곡이 몸을 일으킨다.



한국 정부는 엑스포 테러 사건과 관련해 이에 협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탈리아 내 국가 파시스트당 잔당들에 대한 국제공조 수사를 의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승인된 이 강제적 수사는 이탈리아 정부 내에서 여러 요인들이 체포되고, 현직 총리가 파시스트였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인터폴에 체포되는 사태로 번졌다.



"낙원을 만들고자 한 의지가 만들어낸 것은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고 착취하여 포식하는, 누군가에게는 안락한 낙원일지언정 누군가에게는 지옥인 그러한 세계."


"그러니, 부디 똑똑히 보거라, 그것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나를 배우겠다 했으니, 어떻게 이런 죄악이 저질러지는지, 그리고 왜 네가 나보다 나아져야 하는지, 이러한 수법에 당하지 않게, 이러한 수법이 저질러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똑똑히 봐둬라. 기억하거라."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이탈리아의 정치 균형은 파국을 맞이했다. 정상적인 개회와 안건 처리가 불가능해진 의회에서 쿠데타에 가까운 방식으로 집권한 공산당에 전 유럽과 미국이 경악했다.


이탈리아가 시뻘겋게 물든다는 생각에 극렬 반공주의자인 비오 12세가 다급하게 회칙을 발표해 자기방어에 들어가려 했으나, 이는 보수적 성향을 지닌 남부 이탈리아와 시칠리아를 심각하게 자극했다.



곳곳에서 자경단이 조직하고, 자경단은 민병대로 변했다.



"이런 수를 쓰는 이들을 경멸하되 주의하고 경계하라."


"잠들지 말고 깨어 있으라, 너를 해치러 오는 이들은 대낮에 당당하게 오지 않고, 도적처럼 올 테니까."



하지만 아직 극도의 정국불안 상태일지언정 내전이 확실해진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모두가 이탈리아에 눈과 귀가 쏠린 순간.



두 번째 말이 움직였다.



"국왕 폐하 만세!"


"불경한 빨갱이 놈들! 썩 꺼지지 못해?"


벨기에가 뒤흔들렸다.



유럽이라고 적색 공포가 덮치지 않은 것은 아니었고, 이탈리아의 공산화 위기 앞에 사회주의자들의 영향력이 높은 왈롱과 보수파인 플랑드르의 갈등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


그 와중에 보두앵 국왕의 언행이 문제가 되었다.



"콩고를 벨기에가 지배한 것은 축복이었으며, 콩고는 앞으로 대대로 레오폴드 2세의 천재성과 용기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이미 레오폴트 2세가 저지른 짓이 오래 전부터 전 세계에 알려진 상황에서 당연히 난리가 났고, 자기들이 직접 엮인 거 아니면 가급적 입 다무는 걸 선호하는 한국 정부조차 유엔 대사를 통해 벨기에의 반성 없는 태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하고 해외의 각계에서의 비판이 쏟아지자 보두앵은 경솔한 발언에 대해 마지못해 사과해야 했다.


벨기에 정부가 이를 종용했는데, 코앞으로 다가온 유엔 비상임이사국 선거에서 비상임이사국 선출을 목표로 하고 있던 벨기에에게는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의 어그로를 끄는 건 외교 참사라고 말하기에도 부족할 초대형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두앵은 굉장히 아니꼬워하면서, 정말 마지못해서 사과한다는 티를 팍팍 냈고, 결국 이는 벨기에 정국 내부의 문제로 확대되었다.



"아니, 그 흑인놈들을 제놈들답게 다뤄줬는데 뭐가 문제지?"



물론 보두앵의 발언이 문제가 되었다고 여긴 벨기에인들은 거의 없었지만, 문제는 이거였다.



"일단 잘못을 했든 안 했든 간에 상임이사국이 공개적으로 비난한 이상 일단 뭐라도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국익에 막대한 손실이 날 상황 아니었는가."


"그렇다고 정부가 국왕 폐하를 감히 압박해서 사과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어? 너 이 불경한 새끼가!"



남부 왈롱과 북부 플랑드르의 여론이 극과 극으로 갈리고, 마침내 몇 가지 유언비어가 터져나왔다.



"벨기에 정부가 국왕의 권한을 빼앗고 바지사장으로 남기려고 한다더라!"


"뭐? 이 역적 새끼들이?"


"누구 짓이야!"


"남부 왈롱 놈들이겠지! 그놈들밖에 없어!"


"빨갱이다! 빨갱이들이 남부에 득시글거려!"


"빨갱이들이 우리를 죽이러 온다! 선하신 국왕 폐하를 단두대에 걸어 목을 칠 거다! 총을 들어라!"



당장 유언비어에 선동된 플랑드르의 대도시 여러 곳에서 반정부시위가 발생했다.


이에 벨기에 정부는 사실무근이라 주장하면서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했는데.



"군대다!"


"군대가 우리를 죽이러 온다!"



그리고.



-콰아아아앙!



대국민 연설을 위해 왕궁에서 방송국으로 가려던 보두앵에게 수류탄이 날아들었다.


보두앵은 가벼운 부상만 입는 데 그쳤지만, 프랑스어로 터져나온 외침은 막지 못했다.



"혁명 만세!"



그 직후, 테러범은 마차에 달려들어 기어이 자폭했다.


경호원 한 명과 범인이 즉사하고, 보두엥 국왕과 주요 인사 여럿이 부상당해 실려나갔다.



이는 즉시라고 해도 모자랄 속도로 플랑드르에 퍼져나갔고, 마침내 남부 왈롱에서 대대적인 사회주의 폭도가 들고일어나 왕궁을 포위하고 왕가를 처형하려 들고 있다는 소문으로까지 번졌다.



실제로 거의 비슷한 상황은 이탈리아에서 진짜로 벌어진 데다 국왕의 생사도 알 길이 없어지고, 거기에 다소의 선동이 섞이자 플랑드르인들은 무기를 들었다.


거기에 계속된 서로 혼선되고 상반되며 충돌되는 정보들에 벨기에 정부기관과 군 병력도 대혼란. 거기에 그 좁은 나라에서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통신이 원활하지 않았고, 교통망과 통신망이 모조리 마비되었으며 현장의 실전 심리는 부풀어올라 있었다. 이건 결코 자연스러운 상황이 아니었다.



시위대를 진정시키기 위해 나와 있던 북부의 군부대 중 하나가 시위대에 우발적으로 발포한 순간, 도저히 사태는 수습 불가능한 상황으로 번졌다.



자기들을 탄압하던 군대가 기어이 빨갱이들에게 가담했다 확신한 시민들은 군대를 머릿수로 족치고 무기들을 대량으로 탈취, 민병대를 조직했다. 몇몇 군부대는 자기들이 뭘 하는지도 모르고 브뤼셀과의 통신이 끊겼는데 폭도들이 '브뤼셀이 빨갱이들에게 점령당했는데 니들이 빨갱이가 아니라면 우리와 함께하자!'고 외치며 압박하자 어어하는 사이에 앞장서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혼란에 빠진 군대와 시민군이 남으로 내려오자, 플랑드르의 총체적 반란 상황이라는 정보를 받은 벨기에 정부는 패닉에 빠져 즉시 군을 소집했다.



누가 먼저 쏘았는지 알 수 없는 발포가 이루어져 곳곳에서 사상자가 발생하는 교전이 벌어지고 얼마 가지 않아서 플랑드르 측은 벨기에 정부가 멀쩡하게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나 이미 호랑이 등 위에 탄 상황. 이대로 멈추면 이들은 최소한 내란죄가 되어 끝장난다.



결국 '저들은 정통정부를 자처하는 반란군이고 빨갱이들이 정부를 장악해 왕실을 감금하고 협박하고 있다!'는 인지부조화에 빠져버린 플랑드르 수뇌부는 왈롱에서 소집된 벨기에 정규군을 공격했다.



이탈리아 내전보다도 먼저 격발한 벨기에 내전에 전 세계가 또 다시 경악했지만, 3일도 안 되어 이탈리아도 내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이미 피가 흘러내린 이상 누구도 뒤로 물러날 수 없었다.


거기에 플람스파와 왈롱파가 양측의 온건파를 성공적으로 실각시키고 수뇌부에 자리하자 국왕이고 나발이고 죄다 한구석으로 밀려났고, 남은 건 누적된 지역갈등을 일제히 폭발시키는 전면전뿐이었다.



이탈리아에서도 마찬가지, 공산당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비오 12세가 급하게 움직인 것은 되려 악수가 되었다.


교황의 발언이 왜곡되고 와전되어서 로마가 빨갱이 폭도들에게 포위되어 말라죽어가고 있다는 수준으로 선동이 이루어졌던 것.



거기에 시칠리아 마피아가 연루된 살인사건이 터졌고, 이로 인해 지주가 불법적으로 소작농을 린치한 사건이 터지자 불만이 증폭, 마침내 격발했다.


교황을 구하러 가는 반공 십자군을 결성한다는 명분 하에 모인 주민들은 빨갱이랑 싸우러 북쪽으로 가는......게 아니라 자기 '패밀리'를 두들겨 팬 지주부터 족쳤다.



그러자 당연히 양극화 속에서 자기들끼리 엮여 있던 지주와 소작농들이 서로를 향해 벤데타에 벤데타를 가하기 시작하면서 남이탈리아는 급속하게 개판화.


지주들은 농민들을, 농민들과 마피아는 지주들을 빨갱이라 외치면서 서로를 후드려패기 시작했고, 그 사이에 유고슬라비아를 통해 유입된 무기들로 민병대들을 무장시키고 북이탈리아에서 지위를 굳힌 공산당은 이탈리아군과 맞서기 시작했다.



상식적이라면 이탈리아군에게 공산당이 급속도로 좆되어야 하겠지만 이탈리아군의 재무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탈리아군은 볼트액션 소총이나 들고 있는 상황, 당장 급한 무기들의 대부분이 프랑스와 하노버 쪽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이탈리아군은 아직도 오합지졸이었던 데다 공산주의 동조자들도 빼곡하게 박혀 있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게 파르티잔의 대다수가 공산당원이었고 무솔리니를 잡아죽인 것도 공산당 아니었는가.



그 파르티잔이 이탈리아 신정부군이 되었으니 당연히 공산주의 동조자가 많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내부와 외부에서 적을 맞은 이탈리아군은 대패하고 와해, 잔존 병력들은 미군의 지원을 받아 남부에서 재정비하고 싸우려 했으나.


문제는 남부도 남부대로 개판이 되어서 이 지주와 농민들 간의 쌈박질 양상을 어떻게든 해야 했다.



그리고 미군이 보기에는 벤데타라는 명목으로 지주를 족치고 그 재산을 나눠갖고 있는 농민들이 더 빨갱이 같아 보였다.



졸지에 믿고 있던 군대에게 쳐맞은 농민들은 마피아와 연합했고, 결국 이탈리아군은 그대로 양면전선을 맞아야 했다.


한-영 협상이 타결되고 불과 한 달만에 터진 일이었다.



유럽 전역에 빼곡히 박힌 공산주의자들과 소련과의 공조, 한국 대외정보국들의 역량.


그리고 이 거대한 관현악단을 이용해 거대한 합주곡을 성공적으로 연주한 한 마에스트로의 역량이 그야말로 한계까지 발휘된.



훗날 이 모든 게 한국의 비정규전 역량이었다는 걸 알게되는 모든 이들이 '첩보전의 신화'라고 부를 하나의 거대한 공연이었다.



#


TMI : 벨기에 국왕 보두앵의 콩고 관련 개소리는 '고증'임. 이건 쥔공이 조절한 게 아니라 그놈이 '진짜 그냥' 한 소리임, 원 역사에서도 콩고인들에게 레오폴드 2세의 용기와 지혜에 감사하라고 콩고 정치인들(막 독립한 시점이었으니 당연히 콩고 독립운동가 출신자들) 면전에서 공개연설했음.


당연히 당시 콩고 총리가 개빡쳐서 레오폴드 2세의 제국주의와 벨기에의 탄압에 콩고가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고 고통당했는지 조목조목 따졌는데 보두앵은 표정이 썩어들어가서 퇴장하고는, 얼마 안 가서 벨기에 정부를 사주해 콩고 총리를 잔혹하게 암살함, 시체를 화학물질로 녹여버려서 시체에서 제대로 남은 게 금니밖에 없었다나.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16

고정닉 1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3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960637 공지 신문고 [1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1.02 32895 61
1017257 공지 대체역사 마이너 갤러리 갱신차단 목록 [6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6.01 414 11
881318 공지 대체역사 마이너 갤러리 공지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8 14927 28
728432 공지 대체역사 마이너 갤러리 시트(23.08.04) [6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5.20 16306 31
675324 공지 대체역사 마이너 갤러리 소설/축약어 모음 [2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27 36691 20
675327 공지 대체역사 마이너 갤러리 정보 모음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27 27799 17
1017306 일반 효도여포,1588) 아편전쟁이 일어날만도 하지 [1] 두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24 20 1
1017305 일반 띵군) 이 동네는 국제 표준어 지위를 프랑스어가 유지하는 거?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19 43 0
1017304 창작 gemini) 1170년 안티오키아로 트립된 김대붕 [1] ㅇㅇ(220.124) 16:17 28 2
1017303 일반 농업 기술 잘쓴 대역 추천좀 ㅇㅇ(211.238) 16:15 18 0
1017302 일반 이집트가 태양광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한 대역 NEWBNEW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15 26 0
1017301 일반 경제연산) 근데 비교우위도 시장왜곡 부재를 전제한거라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13 62 0
1017300 일반 관심 가지는 분야가 너무 한정되어있어서 떡밥도 한정되는거임 [3] 뢰흐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11 48 1
1017299 일반 대역갤 자체 떡밥은 구황작물 같은거야 [5] NEWBNEW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 107 1
1017298 일반 폴프메) 백년빠른 사탕무 설탕가공? 그럼 수익이?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5 48 0
1017297 일반 경제연산) 비교우위라는 게 이렇게 이해하면 맞냐? [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3 104 1
1017296 일반 한글이 기울여 풀어쓰기로 만들어진다면 [2] ㅇㅇ(183.96) 16:00 52 0
1017295 일반 경제연산?) 사막에서도 도시가 생긴다 보고 메카 떠오름 [2] 헤트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0 74 0
1017294 일반 띵군 청 남부지방 생각보다 더 개판인듯 [4] 알룰로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56 68 1
1017293 일반 요즘따라 갤 자체 떡밥이 팍 죽은게 느껴짐 [5] 대붕이(211.214) 15:55 92 0
1017292 일반 경제연산) 극단 환경결정론도 반박되네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54 123 1
1017291 일반 근데 오늘 휴일 맞냐? [2] 대붕이(211.214) 15:49 63 0
1017290 일반 엘라배마 딕시 미스터 스티븐을 어디에 떨구면 재밌을까 고나리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47 24 0
1017289 일반 다들 대역에서 화폐 도입 기준점을 너무 높게만 잡는듯 [11] ace147836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44 140 2
1017288 일반 폴프메)쥔공이 왕정국가 세운다 치면 대붕이23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44 53 0
1016225 대회 트립대전, 버섯재벌, 트립사학도 대회를 개최합니다. [12] 정신세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652 13
1017287 창작 타르코프)대한독립사단 조직도(변경본) 대붕이(211.214) 15:43 34 0
1017286 일반 사실 빙환트 최적화는 21세기 미국인이 아닐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39 99 6
1017285 일반 경제연산)근데 경식이 할머님 말씀이 공감이 가는게 다리우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35 112 2
1017284 일반 경제연산)그러니까 주인공이 돈을 푼 만큼 [4] 다리우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29 167 3
1017283 일반 갑자기 생각난 대역: 애산전투의 10만 송군이 같은시기 미국감 [1] 뢰흐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28 73 1
1017282 일반 띵군) 지금 대한 판도는 중국 통일되면 유지 못 함 [3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20 337 10
1017281 일반 어느날 세종께서 말하시길 오도자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7 70 0
1017279 일반 "송나라의 고토를 회복시켜 역사를 바꾸고 싶어!" [4] 淸皇父攝政王.. ■x■x(121.167) 15:12 191 2
1017278 일반 념글 시대가 다른 빙의자 둘 보고 생각난 거 [3] ㅇㅇㅇ(1.250) 15:08 130 3
1017277 일반 탐태창인가 그거 잼나 [1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4 146 1
1017276 일반 폴프메) 나중에 정훈네 자식들이 폴리투 왕위 세습받으면 왕가 명이 뭐임?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3 110 0
1017275 일반 여태껏 대역들 중 가장 학력 높은게 누구더라 [1] Hevi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3 100 0
1017274 일반 1588)네모는 좋겠다 몰라도 되서 [1] 이엠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59 389 15
1017273 일반 1588) 네모는 좀 틀려도 상관없는 게 ㅅㅌㅊ임 나방의엄마는맘모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46 360 12
1017271 일반 한글을 창제하려는 세종머왕에게 아브자드 문자를 보여줬던 머역 [10] 지나가는햏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32 271 0
1017270 일반 띵군) 중국은 여러개가 될 수 없지 않음? [1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30 248 4
1017269 일반 여포효도) 여포의 증명으로 생길 풍습과 여파 [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29 713 22
1017267 일반 여포효도 보면서 ts드립 자주 나오는거 보고 생각한건데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28 174 4
1017266 일반 경제연산) 자주 언급되는 화폐수량방정식에 대한 간단하고 쉬운 설명 [7] 건전여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23 228 13
1017265 일반 여포효도) 별꽃라떼팀 싹 여포효도에 들이박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1] 대붕이(125.142) 14:21 161 6
1017264 일반 여포효도)동탁이 여포를 어케 타락시키려고 할까 [4] 마스타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20 188 1
1017263 일반 여포효도)여포가 서량의 여자한테도 인기가 좋겠네요. [4] 노스아스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19 238 7
1017262 일반 설탕왕 최신화까지 본사람 질문좀 [1] ㅇㅇ(1.240) 14:05 69 0
1017261 일반 ㄱㅇㄷ) 연산군 시대 할만한 정책이? [4] 대붕이(125.177) 14:03 11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