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아르헨티나와 페론주의

ㅇㅇ(220.90) 2024.04.14 03:10:17
조회 187 추천 0 댓글 4
														

70년 포퓰리즘에 취해 있는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는 2차 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력을 보유한 강대국이었다. 자연자원이 풍부하고 비옥한 땅덩어리에 스페인과 독일계 이민자들은 쉽게 잘사는 나라를 건설할수 있었다. 그러나 이 유럽풍의 아름다운 나라를 망친 것이 바로 페론주의, 즉 무산대중을 위한 포퓰리즘이었다.

아르헨티나는 페론과 에바(에비타의 애칭)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페론 장군과 그의 둘째 부인 에바의 이야기는 혁명과 야망으로 점철된 1940년대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페론 부부는 남미식 사회주의를 주창해 민간기업을 국유화하고 노동단체에 막강한 권력을 심어주었다.

페론주의는 오랫동안 아르헨티나를 지배했다. 페론주의를 신봉하는 노조는 곳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근로자들에게 직장을 철밥그릇처럼 보장해 주었기 때문에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었고,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산업은 경쟁력을 잃었다.

아르헨티나는 2002년에 국가파산을 선언한 적이 있다. 오랫동안 아르헨티나를 집권한 페론당이 노조를 등에 업고 사사건건 정부의 개혁안을 반대하는 바람에 외국 자본이 대거 탈출했고, 이에 경제가 벼랑 끝에 몰리다 결국은 파산을 선고한 것이다.

나라가 파산된 상태에서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좌파 정권을 선택했다.

 
#네스토르 키르치네르와 부인 크리스티나
페론주의를 표방한 페르난데스 대통령 부부는 12년간 집권했다.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Néstor Carlos Kirchner)가 먼저 6년간 대통령을 하고, 이번에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크리스티나가 남편이 건네준 배턴을 이어받아 6년을 더했다. 부부 대통령은 페론과 에바 부부를 답습했다. 부부 정권은 노동자와 서민층을 기반으로 대중인기 영합주의적인 경제정책(포퓰리즘)을 운영했다. 이들 부부의 경제정책을 '키르치네르주의'고 했다.

12년간 번갈아 집권한 페르난데스 부부 대통령의 페론주의 정당은 미국 달러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자본통제(capital control) 조치를 취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전기를 무료로 공급했다. 경제는 엉망이 되었다.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물가는 폭등했다.

경제가 악화되자, 2015년말 대선에서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보수 우파의 마크리를 선택했다.

마크리는 당선된후 페론주의의 포퓰리즘을 단절하고 경제 체질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경제개혁을 단행했다. 외환규제를 풀고 관세율을 낮추고 외국인 투자자들을 유치했다. 덕분에 가라앉던 아르헨티나 경제는 플러스 영역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국민들의 고통은 심했다. 전기와 에너지 산업에 주는 국가보조금을 감축하다 보니 에너지 가격이 두배 가량 뛰었고, 재정을 줄이니 복지혜택이 줄었다. 포퓰리즘에 젖어있던 아르헨티나인들에게 금단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집권 2년 되는 지난해 말부터 마크리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개혁은 고통스러운 것이다. 재정적자를 줄이면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고, 물가를 잡기 위해 돈줄을 죄면 빚에 쩌들어 있는 가난한 대중이 고통스러워진다.


“양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경제개혁에 딱들어 맞는 말이다. 경제개혁은 아르헨티나 경제를 살리는 원동력이었지만, 국민들의 불만을 키우고, 개혁을 추진한 정치인의 입지는 좁아들게 했다.

지난해 1월 마크리 정부와 중앙은행은 슬그머니 금리를 0.75% 포인트 내렸다. 12%였던 올해 물가목표도 15%로 변경해 물가 억제를 위한 국민고통을 덜어주려는 제스추어를 썼다. 게다가 세수확보를 위해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소득세를 신설하려고 법안을 준비했다.

마크리 정부가 이처럼 경제 개혁 속도를 다소 늦춘 것은 두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는 자만감이다. 지금껏 개혁조치로 해외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고, 경제성장을 이루었으니 조금 천천히 가도 될 것이라고 믿었다. 마크리 대통령은 점진주의(gradualizm)을 표방했다.

둘째는 지지율 하락이다. 지난해 11월 여론조사에서 마크리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52%였지만, 올들어 지난 4월 조사에선 43%로 뚝 떨어졌다.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에너지산업에 대한 정부보조금을 줄이니 에너지 가격과 대중요금이 폭등했고, 결국은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난 것이다. 국민들은 경제개혁이니 하는 거시적 원칙엔 찬성하지만, 자신에게 돌아오는 혜택을 줄이거나 요금이 인상되면 표를 주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지지율에 민감하다. 대선을 1년 앞두고 마크리 정부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결국은 개혁속도를 늦추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마크리 정부의 개혁지연 사인이 나타나자, 이번엔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르헨티나 땅을 떠나기 시작했다. 불에 한번 데인 사람은 솥두껑보고도 놀란다고 한다. 앞서 페론주의자들이 집권할 때 투자한 돈을 떼먹은 적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조급하게 탈출을 시도했다.

중앙은행이 지난해 1월에 단행한 금리인하 조치, 마크리 정부의 물가목표 상향조정, 해외투자자들에 대한 과세조치 등 일련의 조치들이 외국인 탈출의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 외국인들은 현지 페소화를 팔고 달러를 사재기 시작했다.

결국 아르헨티나의 정책당국자들은 극약처방을 썼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금리를 40%까지 올렸다. 금리 40%는 1억원을 빌리면 이자만 연간 4,000만원을 내는 폭리의 구조다. 이런 금리를 주고라도 달아나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잡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IMF에 구제금융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마크리 정부는 구제금융을 준 IMF의 요구에 따라 금리인상에 이어 느슨했던 개혁조치를 다시 바짝 조이겠다고 선언했다. 재정적자 목표치를 낮추고, 물가 목표치도 하향조정했다. 재정적자를 줄이고, 물가를 낮추는 것은 세금을 덜 걷고, 지출을 줄이는 방법 이외에 없다. 결국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돌아갈 복지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015년 마우리시오 마크리의 대통령 선거 유세
알베르토 후보는 지난 5월 페론주의자 크리스티나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중인 크리스티나의 입장에서는 권력을 쥐는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자신이 대통령일 때 장관이었던 사람 밑에 들어가는 것을 받아들였던 것 같다.

복지금단 현상에 정신줄을 놓고 있던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크리스티나의 등장에 환호했고, 이번 대선 예비선거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는 것이 구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아르헨티나는 우리나라에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다. 그 나라는 지난 50년 동안 숱하게 금융위기를 겪었다. 가깝게는 2001년 현지 통화인 페소화 폭락사태를 겪었다. 이 나라에 다시 금융위기 조짐이 일고 있다. .

영화 ‘에비타’에서 마돈나는 페론의 아내 에바 역을 맡아 ‘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 울지 마라 (Don’t cry for me, Argentina)'를 노래했다. 하지만 에바의 나라는 그녀의 남편이었던 페론의 좌파 철학으로 무너졌다. 오랫동안 아르헨티나를 지배해온 국가사회주의 정치 이데올로기를 단절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던 현직 마크리 정부는 아르헨티나의 역사에 70년간 뿌리내린 페론주의에 좌초될 위기에 처해있다. 포퓰리즘의 독성이 이처럼 무서운 것은 남미의 베네수엘라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3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2245117 공지 국민의힘 갤러리 신고게시판 ㅇㅇ(118.235) 24.02.10 60419 137
716302 공지 국민의힘 당원가입 안내 [70] ㅇㅇ(118.235) 21.12.01 58220 1424
1973321 공지 정보글 모음 (가짜뉴스 신고, 제보방법 정리 등) ㅇㅇ(223.39) 23.06.23 23035 233
2485571 일반 지금 해병대전우회라고 나온 애들이 진짜 해병대겠냐 라는 [2] ㅇㅇ(14.39) 11:33 59 0
2485569 일반 직구규제 말고 통관개혁으로 합시다 dd(220.95) 11:28 31 1
2485567 📰뉴스 윤증현 “경제에 공짜 점심 없다… ‘여소야대’ 선택한 대가 치를 것” [3] ㅇㅇㅇ(61.35) 10:56 146 9
2485565 일반 걍 국민들이 존나 멍청함 [1] ㅇㅇ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53 127 6
2485564 일반 해병대 예비역 연대 할배들 존나 웃기네ㅋㅋ [3] ㅇㅇ(119.195) 10:46 161 4
2485563 일반 남상국 사장 사건이 별일 아니라고 말하는 좌빨 쓰레기 새끼들. ㅇㅇ(114.207) 10:33 49 3
2485562 일반 윤석열 개인번호 3번 통화한 기록나왔다고 뉴스 나오네 [15] ㅇㅇ(61.83) 10:28 368 5
2485560 일반 미국이 분석 한 중국의 전쟁없는 대만 지배 4단계.jpg [2] 211.6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130 6
2485559 일반 검찰, 편법대출 의혹 양문석 조사한다…딸은 소환 통보 [1] ㅇㅇㅇ(61.35) 10:04 83 6
2485557 일반 속보] 정부, '세월호피해지원특별법' 공포하기로 ㅇㅇㅇ(61.35) 09:52 271 5
2485556 일반 軍, 북한 '대남전단' 추정 풍선 10여개 식별…오물 포착(종합) [4] ㅇㅇㅇ(61.35) 09:50 152 4
2485555 일반 4050 가장 큰 특징이 조상들의 빅데이터 틀렸다고하는거 ㅇㅇ(59.9) 09:41 99 0
2485553 일반 개혁은 지지율 좋은정권에서 해야하는건데 ㅇㅇ(211.32) 09:29 94 4
2485552 일반 민생관련법안. 빼고는 대통령 거부권 써야합니다 [8] usb11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0 193 2
2485551 일반 당원100퍼센트해도 한동훈 당대표 되자나 usb11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07 78 2
2485550 일반 이명박은 그냥 가만히 있어서 총선 승리했지 usb11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05 77 2
2485549 일반 민주당이 채상병특검 강행할이유는??국힘 분열시키려고 usb11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03 80 1
2485546 일반 총선이라도 이겼으면 대통령거부권 사용안하지. 2년동안은 거부권쓸수밖에 tnb111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33 112 0
2485545 일반 반윤이 윤석열대통령 비판하더라도 국힘 내부분탕을 하지않음 [1] tnb111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23 129 0
2485542 일반 근데 진짜 이종섭을 왜 호주로 보낸거임? [7] 콘푸로스트(112.148) 07:32 490 10
2485541 📰뉴스 육군 훈련병 '얼차려 사망' 사건도 軍 아닌 경찰이 수사한다 [2] 1.344(1.233) 07:31 281 3
2485540 일반 찢이 대통령되면 집값 엄청오르지? [1] ㅇㅇ(172.59) 07:23 149 0
2485539 일반 지금 동네에서 똥냄새 엄청남 [2] ㅇㅇㅇ(211.114) 07:02 267 0
2485538 일반 남은 3년 특검 거부권 싸움 할거야 존나 웃김 [1] AAE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49 188 3
2485536 일반 윤석열은 거부권 사용 중단하라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55 299 6
2485535 일반 우리나라 이러다가 법 한법 갈아엎는 날 올듯 파스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3 130 4
2485534 일반 좋았쓰ㅋㅋ 채상병 특검 나가리 오예~ ㅇㅇ(221.139) 03:04 198 1
2485533 일반 국민의힘은 서해공무원특검법을 매일 발의하고 매일 본회의 시도해라 파스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32 152 9
2485532 일반 그냥 이제 민주당이 발의하는 모든 법으 다 거부하자 파스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6 125 1
2485530 일반 다음 대선 누가나와야 이재명 이기냐? [7] ㅇㅇ(219.240) 01:25 434 0
2485529 일반 광주 봉선동은 뭔데 유일하게 국힘 지지가40%넘냐 [4] ㅇㅇ(1.240) 01:19 369 1
2485526 일반 근데 나경원 윤상현은 5선달자마자 [1] ㅇㅇ(175.203) 00:43 361 6
2485522 일반 와 민주당 시장인 동네에 다산연구소라는데가 강연 존나하길래 [1] 파스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251 2
2485521 일반 방시혁, UAE 대통령 비공개 회담. 211.6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288 2
2485518 일반 UAE 대통령 국빈 방문 호위하는 공군.GIF [5] 211.6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466 9
2485513 일반 다음 정권은 누가되든 군부대 대규모해체 들어갈듯 [1] ㅇㅇ(221.153) 05.28 364 3
2485510 일반 당장 눈앞의 불은 껐으니 이제 윤-한 두분도. [3] 211.6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322 4
2485508 📰뉴스 이재명 지지자들 "김호중 팬들, 선 넘었다" 분노 [10] ㅇㅇ(210.183) 05.28 793 12
2485507 📰뉴스 윤상현도 갈데까지 가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6] 애국보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957 18
2485504 일반 좌파들 격분하는거 보니 ㅋㅋㅋ 화승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489 7
2485503 일반 민주당이 종부세 완화 한다고 하잖아? AAE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161 6
2485501 일반 대형마트 규제는 ㄹㅇ 풀었어야 했음 [1] ㅇㅇ(1.248) 05.28 292 6
2485499 일반 좌파가 격분하며 찾는뽕 ㅋㅋㅋ 화승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327 3
2485497 일반 좌파 격분하셨다 ㅋㅋㅋ 화승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493 6
2485496 일반 서초구의 대형마트 규제 완화를 환영하며... [1] ACADEMIA(119.196) 05.28 210 2
2485494 일반 특검법을 왤케 좋아하는거임?? ㅇㅇ(118.38) 05.28 177 0
2485489 일반 채상병 특검이 어이없는 이유 [1] 아휴(116.126) 05.28 528 8
2485487 일반 경북대병원 "비상경영 체제 전환…진료 공백으로 재정난 지속" [2] ㅇㅇ(121.154) 05.28 293 5
2485482 일반 군입대 이런거 보면 여동생 보내기 싫다는건 이해가 가는데 ㅇㅇ(59.21) 05.28 168 0
2485481 일반 민주당 오늘 세월호 새로운 법 또 통과시켰냐 [2] 파스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403 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