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훈련소 수료하면서 다음에 입영할 영혼들을 위해 관물함에 숨겨놨던 팀 생각나는 대로 적어줄게

새벽이고 나도 복귀라 시간이 없는데 입대하는 칭구들의 슬픔이 더욱 클거같아서 급하게 써봄

1. 복장은 편하게 입고 속옷만 챙겨간뒤 일주일만 조금 찝찝해도 참아. 운동화 츄리닝 모자 + 추울수 있으니 방한도구 조금

어차피 입단식하고 죄다 상자에 봉인이지만 그전까진 살아야할꺼아냐

2. 준비물은 진단서있는 개인 약이랑 선크림 정도 빼곤 쓸 필요도 없고 쓸 수도 없고 쓸 일도 없다. 그냥 보급품주는거 대로만 살아

3. 수첩같은거 챙겨가서 일기쓰는걸 추천한다. 가입교 기간때 니네 진짜 할거없어서 미쳐 돌아버릴거다 차라리 훈련시켜달라는 말이 나올꺼임.

시간 좀 지나면 공군노트 주긴 하는데 그전까진 수첩에 일기쓰면서 시간 때워. 옆사람이랑 친해져서 노는것도 좋은데 글쓰는게 시간도 잘가고 좋음.

4. 다른거 기억하지말고 훈련병끼리 근무 뽑는거는 급양근무(넘사벽 꿀, 간식나오는거 받아오는게 끝), 의무근무(자기 소대 환자 조사) > 시설근무(변기뚫기), 비품근무(그냥 비품조사) > 중대근무(중대 대표인데 아침점호때 인원보고하고 인솔하고 이러는건데 좀 귀찮지만 소대 대대 보단 낫고 밥도 되게 일찍먹음 혼자서)

그 외엔 안하는게 나음 엄청 힘들고 얻는건 거의 없음. 저거만 기억하셈 나머진 하지마 제발 가산점에 혹하지말고.

5. 사람들한테 편지가 오길 바라지말고 먼저 많이 써 여기저기. 평소에 어색했던 친척들이나 친구들한테. 거기가면 감성적이 되니까 오그리토그리 돋는 말도 잘 쓸수있게되고 당연히 받는사람도 기뻐한다. 설마 먼저 썼는데 답장을 안하겠냐. 훈련소를 버틸수 있는 가장 큰 힘이 있다면 동기다음으로 편지다. 매일 저녁 편지 나눠주는 시간에 자기 이름이 호명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

6. 평소에 자습하라고 시간주는데 자기가 메가톤 빠가가 아닌 이상 초반에 열내지말고 그냥 병영생활평가는 눈으로 5번만 쓱 반복해서 읽어도 거의 다맞는다. 과락하면 가문의 수치임;; 자기가 읽어보고 공부를 얼마나 할ㅈㅣ판단하셈. 나머지는 걍 긴장풀고 좀 쉬어. 엎드려 자다 걸리지말고.. 책상에 씌어있는 낙서들 읽는것도 쏠쏠한 재미. 그리고 종평(종합평가)은 꽤나 반복해서 여러번 열심히 읽어야 할꺼야. 교재를.. 물론 학교처럼 수업도 있기 때문에 수업자체에서도 필기를 열심히 해야하고 책에 없는거 낼때도 있으니까 잘 들어야해. 당연한 말이지. 근데 그게 말처럼 안될꺼야 맨날 몸으로 구르다가 성격좋은 교관님께서 수업하시면 자도 뭐라 안해서 긴장풀고 태반은 퍼질러 자니까.. 근데 거기서 안자는 친구가 좋은 자대를 간다.

7. 아침이든 저녁이든 매일 뜀걸음을 하는데 그때 페이스 조절하면서 열심히 체력단력해라. 나중에 체력검정때 과락은 하면 안돼.

가라치고 이딴거 없으니까 오직 니 힘으로 통과해야됨. 그래서 더 고통스럽고. 그러니까 대비하자 미리미리.

8. 갖은 훈련 중 행군 유격 화생방같이 큼지막한 훈련은 왠만하면 열외하지말고 다 해. 점수의 문제도 있지만 공군은 훈련소때밖에 안하는건데 열외하면 나중에 전역하고 무슨소리할래. 공익취급받을지도 모름. 짜잘한건 몸상태 안좋으면 본인 판단하에 빠져. 그거갖고 자대가 뒤바끼고 그런일은 없음

9. 최우수 소대 우수 소대 훈련소 끝날쯔음 대대별로 하나씩 뽑는데 이건 그닥 기대하지마. 물론 점수 좋은 소대중에서 좀 가려내지만 기본적으로 니네를 담당하는 소대장님의 짬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같은경우 2등이었는데 소대장님이 짬이 밀려서 우수소대 못하고 그냥 제식경연대회 우승소대로 대체받음. 왜 대체로 받은걸 아냐고? 우리 엄청 못했는데 우승이라고 해서 다들 어안이 벙벙했었음ㅋㅋㅋ

10. 가끔가다 간식 나눠주는데 꽁쳐놓지말고 그냥 줄때 다 먹어 괜히 아껴놨다 걸리면 죠나 털리고(꽁치지못하게 하는 이유가 상할까봐야) 진짜로 상한거 먹고 탈나면 답이없으니까.. 유급은 피해라 진짜. 가족 전화시간엔 부모님께 먼저좀 하고!!

유급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말이 군생활은 줄지 않더라도 훈련소 한달 더하는거라서 애들이 실감이 안날텐데 도중에 유급판정 받으면 집갔다가 다시 오는게 아니고 아무것도 안하는 상태로 훈련소에 3~4주를 갇혀있는 거야. 다음 차수 입과할때 까지.. ㅡㅡ; 얼마나 심심하고 답답하겠냐 그렇다고 핸드폰을 주는것도 아니고 싸지방을 쓸수잇는것도 아니고 ㄷㄷ 식물인간이지 뭐.

여기까지 몸으로 하는 훈련 외에 생활팁을 쓸수있는 만큼 썼다. 물론 훈련소 나온지 좀 되서 더욱 디테일하게 쓰긴 힘들거같아..

다 제쳐놓고 나같은 경우엔 일기쓰기와 편지쓰기로 정신건강을 유지했다. 나중에 자대가서도 훈련소 일기는 읽어보면 피식피식 웃기고 추억에 잠길꺼다.

훈련은 대한민국 남자라면 다 받고 온거니까 안죽어. 다른사람한테 팁을 받든가 해서 요령껏 잘하고 와라~

진ㅉ ㅏ마지막 팁 : 행군때 군장 빼지마라. 넣으라는대로 다 넣고 해. 하나 두개 뺀다고 가벼워지는거 아니다. 오히려 행군 끝나고 나서 느끼는 보람만 깎인다. ( 물 주는거 무겁다고 초반에 버리지말고!! 나중에 없어서 못마신다..)

해주고싶은 말은 산더미같지만 어차피 이시간에 애들 자겠지

나도 복귀준비해야지

시발 ㅜㅠㅜ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