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갤러들이 쓴 글을 보니, 무성애적 지향도 부모님의 성향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쉽게 말해 물려받는다는 거지. 만약 그 가설이 사실이라면, 정확히는 갤러들의 이러한 경험이 믿을 만한 증언이라면, 나도 예외는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날 낳아기르신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 "역시 혼자가 좋더라"는 식의 말씀이 떠오른다. 우리 부모님은 선봐서 결혼한 케이스인데 정황상 진심으로, 순수하게 좋아했다기보단 시대상 때문에 결혼하신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특히 어머니는 한때 수녀가 되고자 하는 꿈도 가지고 계셨으니까. 그러므로 연애도 어쨌든 한 번 쯤은 경험해보았을 것이고, 선도 보고 그 결과 결혼하신 분이 역시나 혼자가 좋았다고 한 그 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거다.

물론 다르게 해석할 여지도 있다. 어머니의 성향상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이 맡은 특유의 성역할에 (은근히)만족하지 못하시는데, 그걸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일 수도 있다. 특히나 어머니의 말씀도 연애나 결혼에 이런저런 제약이 따라서 혼자가 좋더라, 그런 맥락이 있기에 이 해석도 타당해 보인다. 사실 누구라도 수십년 간 누군가의 남편, 두 아이의 어머니로 살아오면 그러느라 억눌렀던, 억눌러야야만 했던 면이 적잖이 있을 것이다. 어머니의 말씀은 그런 맥락에 덧붙여 연애나 결혼 등의 관계 속에서 이런저런 구속을 받거나, 여성이란 이유로 (가부장적) 남성에게 끌려다니고 싶지 않다는 심정의 발로였을 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께서 수도성소를 지망하신 적이 있다는 게 왠지 마음에 걸린다. 젊거나 어렸을 시절, 소위 말하는 '한창때'에 남성은 필요 없다, 신앙으로 충분하다는 느낌이나 확신이 있으셨던 것 아닌가? 나도 10대 초반에 수도성소의 존재를 알고 나서는 혼자서 사는 삶도 좋다며 독신생활에 동경을 가졌다. 남들이라면 한창 성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할 시기일 텐데 말이다. 이게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어머니의 영향으로 성향이 비슷한 거라고 하면? 그런 가능성을 아예 배재할 수는 없다.

사실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놔 봐야 부모님 신상털이에 불과할 뿐이고, 나도 어머니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한다. 어머니의 태중에서 나온 지도 벌써 25년 조금 넘게 흐르지 않았던가. 함께 살았더라도 한 몸은 아니기에, 당사자가 아니기에 머리 굴려서 추정만 할 수밖에는 없다. 그래도 어머니랑 연애나 성적 지향 등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더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