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수자라고??" 라는 생각이었음

그야 나는 내가 소수자인줄 몰랐음
그냥 너무 당연하게 살은 거임... 퀴어는 나랑 먼 쪽이라고 생각하면서
게다가 그냥 무성애자도 아니고 데미니까... 그냥 첫눈에 반하는 사랑 / 첫눈에 생기는 성적 욕망이나 끌림은 다 픽션이라고 여기고 실제로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거라 믿었음
애초에 그런 쪽으로 뭐가 있는지도 몰랐고
퀴어 쪽으로 뭘 알게 된 건 외국쪽 가보니까 퀴어 관련해서 뭐가 많아서 용어 알아보다 알게 된 거임
근데 그때도 '에이 설마 내가 그쪽이겠어ㅋㅋ'라고 생각함
커뮤니티에서 지인 둘 만났는데 그 지인 둘은 모두 퀴어였고 그때는 '우와 성소수자네 신기하다'란 생각만 들었음

무성애는 지인 중 하나가 에이로에이스여서 알게 되었음
그때는 아직 정체화도 안 됐고 뭐가 뭔지도 몰라서 흔히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말하는 '그럼 성욕 못 느껴?' '결혼 못 해?' 같은 헛소리도 엄청 해댔는데
본인은 하도 많이 들어서 체념했는지 불쾌한 기색 안 내비치고 하나하나 설명해주던 게 기억남
그런 거 들으면서도 그냥 '신기하다'고만 생각했지 설마 내가 그쪽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음

걔가 언젠가 나한테 '무성애는 에이로에이스만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스펙트럼에 대해 설명을 해줬는데
아마 이때부터 슬슬 자각한듯
난 그냥 재미로 찾아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나랑 정확히 들어맞는 설명이 있었음
처음엔 '엥?? 설마?'라고 생각했는데 가만 보면 볼수록 나랑 너무 잘 맞았던 거임
난 연애 횟수도 없고 남한테 로맨틱한 감정이나 성적 끌림을 느낀 경우도 단 한번이고 그마저도 성행위는 왠만해선 하고 싶지는 않았음(이건 내가 아직 학생이고 혼전순결을 원하는 이유도 있지만)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사랑에 빠질 수 있지? 어떻게 모르는 사람 / 이제 막 알게 된 사람한테서 그렇게 성적으로 끌릴 수 있지? 하면서 고민하던 나한테는 아무리 봐도 데미로맨틱 / 데미섹슈얼이 너무 나한테 맞는 설명이 된거임
근데 나는 스스로를 성소수자로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 처음에는 부정하게 되더라고
그냥 내 연애세포가 죽었느니 나는 순애파라느니 하면서 어떻게든 넘기기 일쑤였음
근데 본인 내면으로는 알잖아 내가 '일반적인' 사람들하고는 다르다는 거
결국 지금은 맞다고 생각하게 됐지만...

이제 막 정체화하거나 아직 정체화중인 사람은 본인이 이렇다는 거에 대해서 굉장히 당황하거나 심하면 본인을 부정해버릴 수도 있는데
'아무리 고민해봐도 난 이거다' 싶으면 굳이 본인을 괴롭히지 말고 인정하면 좋겠음
이제껏 당연하게 살아왔으면 앞으로도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가면 됨
'소수자'라는 프레임에 갇힐 필요는 없음
그게 잘못된 건 아니니까
굳이 본인이 소수자라고 놀라거나 우울해하지 말고
만일 그래도 혼란스럽거나 고민된다면 좀 더 찾아보는 것을 추천함
지금은 내가 완벽한 시스라고 생각하지만 예전에는 성적 지향과 더불어 젠더 관해서도 고민 많았음
그치만 결국 본인이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면 왠만해서는 그게 맞을 거임
결국 성다수자 쪽으로 남든 새로 정체화를 하든 퀘스쳐닝으로 남든 본인 판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