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1. 수요일.

아침에 키수무에 도착했어

문제는 아는 정보도 없고 론리플래닛에 지도도 없는거야

론리 플래닛에 보이는 거라곤 여기가 큰 호수 근처라 먹을거리로 생선 튀김구이가 있다는 것 뿐이었어

새벽에 도착했었는데 지도가 없으니 길을 물어물어 1시간 정도 걸어서 호수로 도착했어

론리플래닛에도 소개되 있는터라 호수 근처에 생선구이집이 많을거라 생각했는데

이건 뭐 나무로 엮어놓은 가게 너댓개만 듬성듬성 있는데 생선들 상태가 너무 안 좋은거야

가격도 생각보다 비쌌고

나도 그런데 성훈이형은 훨씬 더 까다로웠어

진짜 보이는 가게 다 둘러보면서 한시간 정도를 가게마다 흥정하고 다니는거야

가격 깍고 깍고 가게 정했다가도 우리한테 구워줄 생선 가져와 보라고 해서 상태 보고 이건 안되겠다고 취소하고 나가고

전에 형이 음식장사를 했었다고 며칠 놔 놓은 저런 생선들을 파는게 용서가 안 된대

그렇게 거의 11시가 될때까지 돌아다니다가 결국 포기하고 잠깐 호수를 보면서 삐댔어

호수라고 해도 너무 커서 해변 같은 느낌이야

내가 몇일간 계속 식욕이 없었잖아 거의 안 먹고 다니고

근데 형은 엄청 잘 먹는거야, 같이 댕기면서 먹고 다니다가 속 완전 탈 나서 한 3~4일 계속 고생했었어

11시 다 되가니까 형이 배고프다고 다시 시내로 돌아가서 뭐라도 좀 먹쟤, 

그리고 형이 여행자 수표 가지고 있는데 달러로 바꿔야 된다고 하고

시내 돌아가서 마트 가서 이것저것 군것질 거리 사서 먹구

밖에서 은행 찾아 다시 한참을 돌아다녔었는데 중간중간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나네..

형 배낭 맡아놓고 30분 넘게 한 자리에서 기다리는 동안 옆에 홈리스들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거 같은대

아 절대 기억 안 나.. 일기도 안 써놨어..

어쨌든 그러다 오후쯤 되서 마을 다른 방향으로 가면 호수 전망이 더 좋은 곳이 있다고 그쪽으로 걷기 시작했어

버스나 다른 교통편으로 가는 방법 있었던거 같은데 제대로 몰라서 그냥 걸었었어

가는데만 1시간 반 정도 걸었었을거야

한참 물어물어 호수쪽으로 걸어가고 보니 바위들이 있고 그 밑으로 호수가 있는거야

호수 때문인지 여기도 덥고 '습했어'

바위에 짐 풀어놓고 피곤해서 쉬고 있는데 저쪽에서 물 놀이하던 애들이 이쪽으로 오더라

특별히 우리한테 온건 아니고 바위 쪽에서 지들도 쉬면서 우릴 힐끔힐끔 보는 정도였어

어떻게 시작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4명 정도였는데 얘들 한명씩 그려줬었어, 애들이 참 순하고 착하더라

그러고 있는데 20~30대 되보이는 흑형 두명이 오는거야

역시 이놈들은 담배 달라 돈 달라 거지짓이야

한명은 빨래를 하러 온 거였는데 자기한테 빨래 할거 있으면 달래, 잘 한다고

그게 직업이래

거지짓도 처음이야 그냥 받아줬지 이것들이 2시간 정도를 계속 맴도는 거야

말 상대 해주니까 이런가보다해서 씹기 시작했는데 

한 15분 딴데 있다가 또 슬슬 다가와서 치근덕거려 열라 짜증났어

대충 해도 지고 있고 이놈들 어정거리는게 짜증나서 형이 시내로 돌아가자고 했어

왔던길 한시간 반정도 다시 걸어서 시내로 돌아와서 버스표를 끊고 기다리는 동안 형이 저녁 먹쟤

와 난 정말 배 안 고팠는데 생선구이 하나 사서 둘이 나눠먹었어, 억지로 먹다보니 이때부터 제대로 체했던거 같어

버스 한참을 기다렸는데 기다리는동안 Charity한테 전화했었어

배낭 못 찾았다고, 지금 키수무라고, 내일 탄자니아로 간다고 얘기했어

나보고 안 됬다고 여행 조심히 잘 하래

기다리는 동안 어떤 돼지 흑형이랑도 얘기했는데

한국에서 왔다니까 Korea가 어딘지를 모르는거야

핸드폰 삼성거 들고 있길래 삼성이 한국 회사라고 해줬지

여기 애들이 코리아는 몰라도 삼성은 알어

오늘 얘기는 이게 다야 재미 없었겠다

중간중간에 언뜻 기억나는 것들이 있는데 일기에 안 써놔서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 그땐 다 생각날 줄 알았는데 ㅡㅜ

밤 버스 타서 다시 나이로비로 돌아갔어, 숙박비 이틀치 아껴서 돈 많이 굳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