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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성인이 된 아다치와 시마무라 단편글

에쏘에샷추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22 13:31:21
조회 191 추천 7 댓글 4
														



아다시마갤이 따로있었단걸 이제 알아서 예전에 백갤 아다시마 대회에 참여용으로 쓴 단편글 여기다도 한번 올려봄


거기 올렸을때에서 퇴고 한번 더 해서 아주 미세하게 글 첨가됨. 성인이 되고 둘이 살게 된 아다치와 시마무라에 대한 내용이야


시놉썼다 파기하기를 여러번해서 쓰는데 한 일주일걸렸어... 예쁘게 봐줘





반복재생해놓고 쓰면서 들었던 노래







[아다치와 시마무라]


부제 -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





-






다치와 싸웠다. 싸웠다고 하는 게 맞는 걸까? 사실 아다치가 화를 내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항상 모든 것을 나에게 맞추려고 하는 아다치였으니 학생 때야 당연할 정도로 부딪힐만한 일이란 게 없다시피 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지만 저변이 넓어졌다고나 할까 생활의 반경이 넓어진 만큼 이전처럼 모든 것을 간단하게 풀어가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이전과 똑같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지금 아다치와 함께 살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느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NO다.


싸웠다고는 해도 남들처럼 화를 내며 싸운 것도 아니었다. 아다치가 속에 있는 불안감을 쏟아냈고 내가 그것을 주워 담을만한 마음의 여유를 내 주지 못했을 뿐이다. 고작 그게 다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애인의 눈물을 보는 것은 언제나 마음을 구멍을 내는 일이다.


아다치의 사랑은 내게 굉장히 무거웠다. 가끔은 그 사랑에 내가 짓눌려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감당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조금쯤은 그 무게를 분산시켜 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말도 자주 했지만 그건 아다치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다치는 실은 굉장히 유능하다. 본인에게 이런 말을 해주면 고개를 갸웃하며 아니라고 하지만 여자친구의 시선이 아닌 객관적인 시선으로도 아다치는 굉장히 훌륭한 사원이었다. 성실하고 묵묵했으며 어떤 업무를 맡게 되어도 불평하는 일이 없었다. 가끔은 그런 면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해내고 마는 아다치가 대견했기에 굳이 참견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그런 유능한 면모와는 상관없이 아다치의 사회성 때문에 아다치의 주변은 늘 비어 있었다. 정작 아다치 본인은 '시마무라만 있으면 충분해'라며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학교와 회사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아다치의 '너만 있으면 충분해'를 나에게도 적용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아다치가 내 주변 관계를 망치려고 들진 않는다. 그럼에도 상응하는 마음을 줄 수 없다는 건 언제나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하- 하는 짧은 한숨과 함께 이마를 짚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가끔은 내가 아다치에게 모든 것을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건 결국 내가 아니다. 과연 내가 아닌 내가 되었을 때 아다치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내가 엄청나게 돈이 많은 부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아다치가 집에만 있어도 될 정도로 돈을 엄청나게 벌어오는 가장이 되고 아다치에게는 내 아이를 가지게 하면…


" ..아니아니, 아무리 그래도 역시 이건 너무 갔지. "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손사래를 쳤다. 평범한 결혼 생활이란 것에 대해 로망이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가끔씩 아다치와 함께라면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버린다. 이런걸 보면 나는 확실히 아다치를 사랑하고 있다. 아다치에게는 충분하지 않을지라도 내게는 아다치를 향한 이 마음이 충분히 크고 무겁고 동시에 더없이 소중했다.


마음이 조금 정리되자 주변의 사물과 소리가 눈과 귀를 통해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울며 뛰쳐나갔던 아다치에 대한 걱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다치와의 마찰의 끝은 대부분 이랬다. 나와 부딪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아다치는 눈물을 흘리며 집에서 뛰쳐나가 버렸고, 눈물이 그치면 내 눈치를 살피며 슬며시 돌아와 내 주변에서 맴돈다.


그리고 내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아다치를 내 쪽으로 끌어주면 그제야 만족한 듯 줄곧 긴장하던 입꼬리를 내렸다. 정말 여자친구에게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커다란 개를 키우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시계가 째깍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시간을 보았다. 시간은 벌써 오후 1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개.. 라고 표현해버렸지만, 아다치와 같은 미인이 밖을 돌아다닐 만한 시간은 아니었다. 나는 또 한 번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한 번쯤은 내 쪽에서 아다치를 찾아 나서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무작정 아다치를 찾으러 나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나와보니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몰라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다치랑 다퉜다는 말을 털어놓는 건 좀 부끄러웠지만 아다치를 찾아 나섰다고 하니 생각보다 훨씬 진지하게 고민해 주었다.


" 어쩌면 게임센터? "

" 이 시간에는 영업 안 해. "

" 아마도 만화방? "

" 가출 청소년이냐고. "

" 그럼 료칸. "

" 그렇게 사치 부릴 돈 없거든? "

" 혹시 아다치 엄마네 집일지도. "

" 그건 확실하게 아니야. "


취소. 정말 대충대충인 사람이다.


" 그건 그렇겠네. 아다치쨩에 관해서는 호게츠가 가장 잘 알잖니. "

" 그거야... 뭐... "


부정하기는 힘들지만 확실하게 긍정할 수도 없었다. 아다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 그리고 가장 마음을 열어주는 사람이 나라는 것은 맞지만, 내가 아다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려웠다. 항상 내 곁을 맴도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샌가 도망치듯 곁을 떠나버릴 때가 있다.


내게는 강아지 같이 굴면서도 주변 사람에게는 서툰 것 이상으로 굉장히 쿨하다. 내 인간관계가 그렇게 넓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다치는 그야말로 다른 별 사람과 같았다. 이렇게 느끼는 건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다.


무의미한 말을 주고받을 뿐이었지만 그래도 거리를 무작정 걷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아다치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떠돌았을 뿐이지만 기억을 더듬어가는 것과 동시에 엄마의 그 쓸모없는 어드바이스를 소거법으로 지워나가자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낸 아다치의 뒷모습은 조그만 놀이터에 있었다.


" 아. 찾았다. 전혀 쓸데없는 조언 고마웠어. "

" 그러니?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 "

" 네네~ "


내 말 어디에서 도움이 되었다는 뜻으로 해석이 되는 걸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반론하기 귀찮았으므로 적당히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다. 아다치가 있는 그 조그만 놀이터의 시설은 정말 소박했다. 미끄럼틀 하나, 그네 두 개, 시소 하나 음, 있어야 할건 다 있긴 하지만. 그런 것보다 다행인 건 다소 구석진 곳에 위치하다 보니 주변에 통행이 많아 보이진 않는다는 거였다.


그래도 그런 조그마한 놀이터인 만큼 아다치의 존재감은 당연히 눈에 띄었다. 아다치 같은 성인 여자가 한밤중에 혼자 그네에 앉아 훌쩍이고 있는 모습은 누가 본다면 상당히 애처로워 보일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보니 아다치를 울린 데 대한 책임을 다소 통감하게 된다. 앞으로는 아다치를 최대한 덜 울릴 수 있도록 반성, 반성.


나는 아다치가 또다시 도망치지 못하도록 살금살금 다가가 아다치의 양 어깨를 콱 쥐었다.


" 찾았다. 아다치 성인(星人). "

" 흐겍! "


그러자 아다치 성인(星人)이 괴상한 소리와 함께 앉아있던 자세 그대로 폴짝 뛰어올랐다가 내려앉았다. 물리적으로 조금 어려워 보이는데. 어떻게 한 걸까?


" 여친한테 그 반응은 좀 상처받는데. "

" 미, 미안 시마무라. "


과연. 반박할 만도 했을텐데 순순히 사과하는 게 아다치답다. 사과한다고 나를 돌아본 아다치의 눈가는 꽤나 부어 있었다. 콧물 자국이라도 있으면 놀려주려고 했는데 아쉽지만 그건 없었다. 나는 안절부절못하는 아다치의 어깨를 잡은 채 아다치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다리를 달싹거리는 아다치에게 물었다.


" 안 도망갈 거지? "

" 어? 아... 응..


정곡을 찔렸는지 잠시 고민하던 아다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제서야 아다치의 어깨를 놓고 바로 옆에 있는 그네에 걸터앉았다. 아다치가 조금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다행히 도망가지는 않았다.


" 늘 여기로 와? "

" 뭐... 대부분은. 갈 곳이 없어서. "

" 낮에도? "

" 으, 응.. "

" 사람 없어? "

" 있을 때도 있지만... 곧 없어져. "


아다치의 대답에 다시 한번 가책을 느낀다. 이거 이러다가 '흐느껴 우는 미인' 같은 동네 명물로 자리 잡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졌다.


" 미안. 아다치. "

" 시, 시마무라 잘못이 아냐! "


아다치가 오늘 중 가장 커다란 목소리로 황급하게 소리친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다치의 얼굴을 보자 금세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 시..시마무라는 잘못 없어. "

" 그래? 그러면 누구 잘못인데? "

" 그건... 나. "


아다치는 언제나 이렇게 혼자 울면서 모든 것을 스스로 자책하고 있었던 걸까. 나는 조금 화가 났다.


" 왜 그렇게 생각해? "

" 왜냐니... 내가 시마무라를 화나게 했으니까..? "

" 그게 이유가 돼? "


아다치는 숙인 고개를 더 푹 숙이며 대답했다.


" ...돼. 나한테는. "

" ...하아. "


나는 긴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자 안 그래도 찌그러진 아다치가 더욱더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용케 도망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은 나랑 한 약속 때문일까. 이런 얘기를 할 때의 아다치는 굉장히 성가시다. 나라면 결코 하지 않을 생각을 하는 아다치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꽤나 큰 결심을 필요로 한다. 결심을 한다고 거기서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 채 하는 대화는 언제나 평행선을 달릴 뿐이다.


같이 살게 된 지금까지도 그 생각을 이해하지는 못 했지만 우선 나는 찌그러진 아다치를 펼치기 위해 손을 뻗어 아다치의 양손을 잡았다. 꽤 장시간 밖에 있었기 때문인지 차갑게 굳어있는 아다치의 손은 움찔거리면서도 끌어오는 내 손에 그대로 끌려왔다. 차가운 아다치의 손등을 내 얼굴에 대자 손은 금방 따뜻해진다. 조용한 놀이터이기 때문일까. 아다치의 심장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 아다치. "

" 응..? "

" 난 네가 원하는걸 다 해줄 수는 없어. "

" ..응. "

" 하지만 그게 다른 것들을 너보다 좋아해서는 아니야. "

" 응.. 알고 있어. "

" 정말? "


아다치는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내가 아다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아다치는 곧 입을 열었다.


" 시마무라는 그대로가 좋아. "

" 내가 아다치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 못하는데도? "

" 응.. 응. 그렇다고 해도. "

" 내가 이렇게 널 상처입혔는데도? "

" 상처입지 않았..진 않았지만 "


아다치는 말끝을 흐리더니 심호흡을 한 뒤 새빨간 얼굴로 덧붙였다.


" 내가 좋아하게 된 시마무라는 시마무라니까. "


나는 너무나도 아다치다운 그 말에 웃음이 나와 버렸다.


" 지,진지한 얘기야. "

" 알아. "


알고 있어. 나는 내가 아다치를 좋아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아다치가 미인이라서 좋아했던 게 아니었다. 아다치가 불량 학생이어서 좋아했던 것이 아니었다. 아다치가 나를 소유하고 싶어 해서 좋아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냥 아다치였기 때문에, 아다치의 모든 것이 눈부셨기 때문에 아다치의 모든 것을 좋아할 수 있었다. 설령 내가 상처입히고 내가 상처 입는다고 해도 나는 지금 이대로의 아다치를 좋아한다. 눈을 감고 아다치의 양손에 내 얼굴을 묻었다.


" 나도 그래. "


아다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있던 아다치의 양 손은 어느새 따뜻하고 부드러워졌다. 아다치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아다치에게서 전해져 오는 온기를 느끼고 싶었다.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시간을 보내고 있노라니 이번엔 아다치 쪽에서 먼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 그, 그, 그만 갈까? "

" 지루해? "

" 아니, 심장에 안 좋아. "


나는 하하 웃으며 아다치의 양 손을 놓아 주었다. 확실히, 아다치의 말은 그냥 한 말이 아니었는지 본인의 가슴을 움켜쥐고는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먼저 그네에서 일어나 숨을 고르고 있는 아다치를 기다렸다. 이윽고 아다치가 진정된 듯 고개를 들자 나는 손을 내밀었다.


" 그럼 갈까? 우리 집에. "


더 이상 울지 않는 아다치는 기쁘게 내 손을 잡았다.







#







시마무라가 먼저 씻으라고 했기 때문에 먼저 목욕을 마치고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왠지 어색하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시마무라가 나를 찾으러 나와 준 것은 처음이었다. 굉장히 기쁘긴 했지만, 동시에 죄책감이 들었다. 시마무라는 잘못하지 않았다. 언제나 잘못한 것은 나였다.


예전의 시마무라는 떠다니는 구름 같았다. 무언가에 부딪혀도 부드럽게 흘러나가고 손을 뻗어서 잡아도 제대로 잡히지 않으며, 바람이 불면 금세 날아가 버린다. 그래서 나는 조급해질 때가 많았다. 잡지 않으면 날아가 버릴까 봐, 한눈을 팔면 사라져 버릴까 봐. 하지만 잡았다고 생각한 시마무라 구름은 금방 신기루처럼 손안에서 사라져 버렸다.


지금의 시마무라는 그때와는 많이 달랐다.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시마무라를 이제는 확실하게 손에 잡을 수 있었다. 그게 너무나도 달콤하고 푹신한 솜사탕과 같아서 어리석게도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늘 한 번 더 손을 뻗어 그 형태를 망가뜨려 버리곤 했다. 시마무라가 노력하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시마무라를 믿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잠시라도 시마무라를 손에서 놓는 순간 간신히 잡은 솜사탕이 물에 녹아 사라질 듯한 불안감에 휩싸여 버린다.


" 그게 믿지 못하는 것 같잖아.. "


자조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머리를 감싸 쥔다. 분명 남들이 보기에, 그리고 시마무라가 보기에는 내가 믿음이 없어서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과는 달랐다. 나는 시마무라의 한 조각도 놓치고 싶지 않았고, 한 조각도 남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이 세상 무엇보다도 너무나 달콤하고 푹신해서 그것을 남들도 알게 될까 두려웠다.


이것이 집착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는 것과 생각하는 것, 그리고 참는 것은 모두 별개의 이야기다. 머리는 시마무라를 편안하게 해 주고 싶지만, 가슴은 늘 그걸 흐리게 했고, 흐려진 마음은 나도 모르게 쌓인 말을 흘러내리게 만들었다. 시마무라가 화를 내는 것은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시마무라의 한숨은 그 어떤 것보다도 무서웠다. 혹시라도 시마무라가 나를 포기 해 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면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도망쳐버리곤 했다.


밀려오는 죄책감에 머리를 꾹꾹 누르며 시마무라의 기색을 살폈다. 물소리가 나는 것을 보면 슬슬 욕조에서 나온 것 같다. 이런 기분, 이런 상황에서조차 문득 시마무라의 몸을 상상해버리고 마는 것에 또 한 번 죄책감을 느꼈다. 언제쯤이면 시마무라의 알몸을 봐도 아무렇지 않게 반응할 수 있을까? 아직도 직접 볼 때는커녕 상상만으로도 얼굴이 달아올라 버린다. 아마 상상할 수 없을만큼 먼 미래의 일이거나, 영영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확실히 긴장이 풀렸던 건지 한참 동안 그런 상상을 하는 사이 목욕 가운을 걸친 시마무라가 욕실 밖으로 나왔다. 아직 상상을 채 마무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정좌를 하고 침실 쪽을 바라보았다.


" 어째서 정좌? "


방금 목욕을 끝내고 나와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시마무라가 말을 걸었다.


" 그, 그게.. 무심코? "

" 음~ 잘은 모르겠지만 아닷칫치는 예의 바르네. "


칭찬받을 만한 일을 하진 않았는데. …아니, 오히려 혼날만한 상상을 하고 있었는데 칭찬을 받았다. 양심이 콕콕 찔리는 듯한 기분에 시마무라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자 시마무라가 다시 말을 걸었다.


" 더워? "

" 아, 아닙니다.. "

" 어째서 존댓말? "

" 그.. 그것도 무심코? "


아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어색한 변명을 하자 시마무라는 고개를 한번 갸웃하더니 '평소의 아다치네' 라고 중얼거리곤 옷방으로 들어갔다. 평소의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 걸까. 시마무라의 머릿속의 내 이미지가 굉장히 궁금했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여전히 시마무라 앞에서의 나는 굉장히 이상한 행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굳이 시마무라의 입을 통해 듣고 싶진 않았다.


시마무라가 들어간 옷방에서는 가운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옷가지가 스치는 상상하고 싶지 않아도 상상하게 되는 소리에 또 한 번 눈을 질끈 감았다. 안타깝게도 애초에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 눈을 감는다고 해결될 리는 없었고, 시야가 차단되자 오히려 상상력은 날개를 달아 버렸다. 황급하게 머릿속으로 '착한 생각'을 되뇌이며 심호흡을 시도한다.


" 뭐 하고 있어? "

" 착한 생각.. 착한 생각.. "

" 착한 생각? "

" 착한생그읏..?! "


나는 정자세에서 화들짝 놀라 뒤로 자빠져버렸다. 어느새 옷을 다 갈아입고 나온 시마무라가 눈앞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역시 그 반응은 상처받는걸. "

" 미, 미안 시마무라. "


솔직하게 사과했다. 하지만 시마무라의 얼굴은 언제 봐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시마무라는 못마땅하다는 듯 내 얼굴이 놀랄 정도인가- 라고 불평하며 말을 이었다.


" 무슨 생각 하고 있었어? "

" ...시마무라 생각. "

" 착한 생각이? "

" 그것도 포함해서. "


딱히 거짓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뭐 그러면 그걸로 좋지만. "


시마무라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추궁하기를 포기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침실로 들어간 시마무라는 먼저 침대 위에 앉았다. 내가 그 시마무라의 행동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눈을 마주친 시마무라가 말했다.



" 안 잘거야? "

" 어? 아, 응 자야지. "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 보니 까먹고 있었지만, 벌써 굉장히 늦은 시간이었다. 나는 거실의 불을 끄고 얼른 침실로 들어갔다. 시마무라가 손짓하는 대로 침실의 불을 끄고 시마무라와 같은 침대로 기어들어 갔다. 시마무라의 냄새가 났다. 같은 샴푸, 같은 바디워시, 같은 클렌징을 쓰지만, 그 안에서도 시마무라 냄새는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시마무라와 같이 살게 된 이후 가장 행복한 일 중 하나였다. 당연하게 시마무라와 한 침대에 누울 수 있다는 것. 물론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매일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고, 지금도 때때로 그럴 때가 있다. 물론 아무리 그런 문제가 있다고 해도 시마무라와 한 침대에 누울 기회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잠시 그렇게 시마무라의 냄새를 만끽하며 행복감에 잠겨 있을 때 시마무라가 말을 걸어왔다.


" 아다치. "

" 응. "


시마무라는 내 쪽으로 돌아누운 채 내 눈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 아다치는 내 어떤 점이 좋아? "


너무 많은 것들이 떠올라 대답을 고르기 힘들었다.


" 너무 많은데. "

" 요약해보자면? "

" 전부다. "


응, 이게 정답이다.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시마무라에게는 만족스러운 대답이 아니었는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물었다.


" 그러면, 싫은 점은? "

" 없는데. "

" 정말? 하나도? "

" 응. "


즉답했다. 시마무라에게 싫은 점이 있을 리가 없다. 정 찾아보자면, 너무 매력적이어서 날 불안하게 만든다는 점 정도려나. 이런 생각을 입 밖에 내기에는 너무 부끄러웠기에 말로 하진 않았다.


" 시마무라는 있어? "

" 응? "

" 내 싫은 점. "

" 음~ 일단 아다치가 사회성이 없다는 점이려나. "

" 윽.. "


반쯤 장난으로 되물었는데 예상외로 즉답이 돌아왔다. 나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 시마무라는.. 내가 남들과 더 어울렸으면 좋겠어? "

"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쯤은. "


확실히 시마무라의 말은 정론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렇게까지 남들과 교류를 피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남들과 어울린다는 게 어떤 것일지 잘 모르겠다. 내가 그들에게 관심이 없다고 해도 평범하게 어울릴 수 있을까? 내가 그런 고민을 하는 사이 시마무라가 이어 물었다.


" 아다치는 내가 바뀌라고 한다면 바뀔 수 있어? "

" 모르겠어. "


잠시 생각하고는 덧붙였다.


" 하지만 시마무라가 원한다면 노력할 거야. "


생각 해 봐도 평범하게 어울릴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어울려야 할지 그 방법은 알 수 없지만, 시마무라가 원한다면 못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시마무라는 내게 있어 절대적이었다.



" 시마무라는 내가 바뀌었으면 좋겠어? "

" 음~ 역시 아니. "

" 엑. "


나름대로 큰마음을 먹고 한 얘기였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 마음에 안 드는 거 아냐? "

" 응. 아다치의 별로인 점이라고 생각해. "

" 그러면 왜..? "

" 그래도 그게 아다치잖아? "


역시 시마무라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 웃는 시마무라를 보자 왠지 마음이 놓였다. 시마무라는 시마무라대로 나를 굉장히 이해해 주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시마무라가 원한다면 그게 무엇이든 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를 인정받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기쁜 일이다.


언제부터 시마무라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정말 모르겠다. 세상에는 확신할 수 없는 일투성이지만 이건 더더욱 모르겠다. 어느새 내 눈은 항상 시마무라를 좇고 있었고 나도 모르는 채 내가 보고 있던 세상이 시마무라의 색으로 칠해졌다.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들은 앞으로 내 인생에는 시마무라로 가득 차리라는 것, 그리고 정말 확실한 건 분명히, 앞으로도 시마무라를 계속 좋아할 거라는 거다.


" 그런데 아다치. "

" 응? "

" 조금 전에 내 알몸 생각하고 있었어? "


갑작스러운 시마무라의 폭탄 발언에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침대 밑으로 굴러떨어져 버렸다. 시마무라는 흥미로운 얼굴로 지켜보더니 이어 말했다.


" 모를 거라고 생각했었어? 표정에 다 드러났는걸. "

" 죄, 죄송합니다... "


시마무라는 가끔 굉장히 눈치가 빠르다. 너무 정곡을 찌르는 시마무라의 말에 나는 반박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 죄송할 필요가 있어? "

" 어? "

" 그걸 보고 싶다고 말해도 괜찮은 사람은 전 세계에서 아다치가 유일한걸. "


그 순간 머릿속에서 천사와 악마가 나타나 맹렬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시마무라의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진 못 했지만, 기회가 아닌가 라는 생각에 본능적인 대답이 먼저 튀어나와 버렸다.


" 그, 그럼 보고 싶습니다! "


정답이었던걸까? 시마무라가 생긋 웃더니 침대에 걸터앉아 말했다.


" 어떻게 할까나- 보기만 하고 싶어? "


시마무라의 유혹하는듯한 그 말에 나는 그만 이성의 끈이 끊어져 버렸다. 바닥을 박차고 일어나 시마무라에게 다가가 시마무라의 어깨를 잡았다. 조금 놀란 듯했지만 시마무라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내가 하는 행동을 기다렸다.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들이 뒤죽박죽되어 떠올랐다. 시마무라와의 흔치 않은 기회를 망치고 싶지는 않았기에 거칠어진 숨을 다듬으며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하고자 노력했다.


조급하고 싶진 않았기에 우선은 시마무라의 입술을 향해 천천히 얼굴을 가져갔다. 내 의도를 간파한 것인지 시마무라는 눈을 감았다. 예쁜 속눈썹이다. 내 여친이라서가 아니라 시마무라는 정말 예쁘다. 나는 몸을 밀착시킨 채 시마무라의 입술과 내 입술을 포갰다. 부드럽고 촉촉한 감각, 그리고 시마무라가 쓰는 립밤의 옅은 과일 향이 났다. 그러고 보니 나는 립밤을 발랐었던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이미 지나버린 일이다. 나는 입술의 감각에 집중하며 눈을 감았다.


꽤 긴 시간이 지나고 입술이 떨어지자 시마무라의 얼굴도 꽤 상기되어 있었다. 잡고 있던 시마무라를 잡은 어깨를 베개 쪽을 향해 부드럽게 밀치자 그리 어렵지 않게 풀썩 쓰러졌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시마무라의 위에 올라타듯 엎드렸다. 머리카락이 길지 않다는 건 이럴 때 꽤나 유용했다. 만약 시마무라만큼이나 머리카락이 길었다면 이런 자세에서는 머리카락이 시마무라의 얼굴로 흘러내렸을지 모른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흐트러진 잠옷 사이 선정적으로 드러나 있는 시마무라의 쇄골로 손을 뻗는다. 시마무라의 잠옷을 풀기 위해서 부드럽고 고운 시마무라의 목선에 시야를 고정한 채 잠옷과 시마무라의 목 사이로 손을 넣었다. 그때 시마무라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 물었다.


" 아 참. 아다치. "

" 응? "

" 내일 출근하는날 아냐? "


…이 상황에 출근 얘기를 하다니. 나는 그대로 얼어붙은 채 미묘한 표정으로 시마무라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시마무라는 아무런 자각도 없는지 눈을 깜빡이며 내게 대답을 요구했다. 짧은 고민 후 한숨을 한번 쉬고 말했다.


" 시마무라의 단점을 하나 찾았어. "

" 어? 뭔데? "

" 무드가 부족해. "


시마무라는 깨달았다는 듯 손뼉을 치더니 그건 아니라고 할 수가 없네- 라며 하하 웃었다.







#







아침에 눈을 뜨자 아다치가 먼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자는 얼굴을 계속 보고 있던 주제에 막상 눈이 마주치자 아다치는 눈을 슬쩍 피해버렸다. 나는 길게 하품을 하고서는 아다치를 향해 말했다.


" 뭐야, 아다치 벌써 일어나 있었어? "

" 시, 시마무라를 깨워야 하니까. "


아다치는 그런 변명을 하고서는 몸을 일으켜 침대맡에 앉았다. 아침에 침대에서 바로 몸을 일으킬 수 있다니, 대단한데?


" 그럼 아다치는 날 깨우기 위해 일찍 일어나는 거야? "

" 시마무라네 엄마가 엉덩이를 걷어차서라도 깨우라고 했거든. "


아다치 건방져. 장난스럽게 한 말이긴 했지만 아마도 엄마라면 아다치에게 진짜로 한 얘기였을 것 같아서 뭔가 더 열받는다. 나는 간밤에 있던 일을 약점 삼아 아다치를 공격했다.


" 사랑해- 호게츠- 하더니 먼저 뻗어버린 주제에. "

" 윽, 그, 그런 적 없거든? "

" 내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다고 말한 거? 아니면 먼저 뻗어버린 거? "

" 두, 둘 다 없어. "

" 아-아- 어젯밤의 솔직한 아다치는 정말 귀여웠는데~ "


아다치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나는 묘한 승리감에 젖은 채 누운 그대로 선심 쓰는 척 아다치에게 두 손가락을 내밀었다.


" 그럼 둘 중 하나만 없던 거로 해 줄게. 어떤 걸 없던 거로 해 줄까? "


아다치는 꽤나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고르기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니, 그 전에 꼭 골라야 하는 문제였던가? 잠시 더 기다리자 아다치가 더욱더 새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 ...없던 거로 해준다는 얘기를 없던거로 해주세요. "


나는 그 대답에 참을 수 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다치가 이상한 부분에서 항상 진지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아다치를 오래 봐온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그렇지만 새삼스럽게 정말 아다치다운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우,웃지마 시마무라. "


내가 너무 웃어버리자 울상이 된 아다치가 말했다. 나는 그 이후로도 한참을 더 웃고는 너무 웃어 나온 눈물을 잠옷 소매로 닦으며 아다치에게 물었다.


" 그치만 부끄러워하던 거 아니었어? "


아다치는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부끄러운 듯 아예 창문을 보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 그래도 시마무라와 있었던 일은 단 하나도 없던 거로 하기 싫어. "


아다치는 묘한 부분에서 정말 진지하다. 그렇게 말한다고 한들 잊어버릴 리는 없지만, 그것조차도 아다치에게는 용납이 안 되는 부분인가보다. 여자친구로써는 굉장히 기쁜 부분이지만 말이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아다치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아다치에 볼에 가볍게 키스해 주었다.


" 아다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잊어버리지 않을게. "


볼에 닿은 입술이 뜨거웠다. 아마도 지금 아다치의 볼은 방금 보다도 더 뜨거울 것 같다. 아다치는 어-어- 하는 언어라고는 부르기 힘든 이상한 소리만을 반복하더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고 황급히 일어나 먼저 출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김이 날 정도의 날씨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괜찮은 걸까, 아다치.






손을 뻗으면 닿을만한 거리에 아다치가 있다. 물론 그건 평소에도 그랬지만 지금과는 조금 다르다.


본래의 나는 인간관계라는 건 톱니바퀴처럼 굴러갈 수 있기를 원했다.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맞물리는 선에서 돌아가면 그뿐인 관계. 혹시나 맞지 않더라도 높이가 다르거나 영역이 달라 부딪힐 필요가 없는 그런 관계를 선호했다.


그게 아다치를 만나기 전까지 시마무라 호게츠의 인간관계였다. 하지만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다치였다. 어째서 이런 관계를 선택했는지 스스로도 의아했지만, 그전까지의 나와는 다르게 맞물리지 않는 톱니바퀴일지라도 그것을 맞춰나가는 아다치와의 관계를 선택했다.


때로는 억지로 끼워 맞추고 때로는 양보를 통해 공간을 만들어낸다. 아무리 노력하고 맞춰나간다고 해도 처음부터 맞지 않은 톱니는 금세 삐걱대며 틀어지고 말기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렇게 자연스럽지 않은 관계는 앞으로도 분명 많은 상처를 주고, 상처를 입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관계를 지속할 수 있고, 꼭 해내고 싶어지는 건 분명 그 상대가 아다치이기 때문이다.


아다치의 시선은 오래전부터 항상 나를 향해 있었다. 내가 그것을 알 수 있었던 이유는 나 역시 항상 아다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서로를 바라보았기에 나는 서로가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고 착각했다.



그러나 아다치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아다치와 마주 보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내가 깨닫지 못했을 뿐, 나 역시 아다치가 보고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전의 아다치는 내게 비현실이었다. 아주 먼 거리에 있는 다른 별에 사는 사람. 나와 가까워질래야 가까워질 수도 없고 소설 속 이야기처럼 나와는 관계없고 흘러 지나쳐 가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아다치는 내게 현실이 되었다. 내가 어디에 있든 아다치는 나를 찾아왔고, 내가 움직일 힘이 없어도 아다치는 늘 내가 모르는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다치가 생각하는 미래와 내가 생각하는 미래는 모두 우리가 함께 걸어갈 미래가 되어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우리는 이미 같은 곳에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 아. 아다치. "


나는 먼저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 밖을 나서려고 하는 아다치를 불러세웠다. 진작부터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어느샌가 나를 그곳에 데려다 놓았음에도 한 번도 내게 알려준 적 없는 아다치에게 괜히 심술이 나서 그녀의 귓가에 입을 대고 짓궂게 속삭였다.


" 사랑해. 조심히 다녀와. "


간신히 진정 되었던 아다치는 다시 사쿠라(벚꽃)만큼이나 밝은 분홍색 얼굴이 되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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