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말머리

장인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기는 하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부터 막히는 사람이 태반에 기존 강의들은 다 묻히거나 잡담판 여기저기에 파편화되어 있어서 그냥 부족한 글재주로나마 내가 쓴다. 사실 장인이 된다는 건 진짜 어지간한 의지나 흥미, 혹은 애정 없이는 못 한다.

안 그래도 마이너한 업계인데 그냥 aa를 사용하거나 개변하는 것도 아니고 불친절하고 익숙치 않은 과정을 감내해서까지 aa를 제작한다는 건 단순 취미임을 감안하면 참 고된 일이다. 어느정도 재능이 있다면 모를까 보통 입문자들은 1장 만드는데도 3-4시간은 걸리는데 이렇게 시간을 투자해 만들어낸 aa가 10여장은 있어야 aa 연재에 겨우 기용될락말락 하다. 나도 나름 오래 해온 장인으로서 신입 장인 좀 늘었으면 하고 종종 보는 사람마다 장인하라고 외치고 다니긴 하지만 솔직히 진지하게 권하기는 조금 저어된다.

그렇기에 이걸 쓴다고 장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 거라는 기대는 안 하지만 그래도 한두명 정도는 이 글을 읽고 진지하게 장인의 길을 걷게 되거나 최소한 기존 장인들의 도움이 되면 좋겠다 하는 희망을 걸어본다. 최대한 처음 시작하는 사람 기준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중이지만 이해 안 가는 은어나 전문용어가 글 중간중간 섞여있을 수도 있으니 잘 모르겠으면 댓글로 질문 달아주면 최대한 답변해보겠다.

1. 장인이 뭔데?

위에 나와있는 사진처럼 문자를 이용해 만든 그림, 아스키 아트를 만드는 사람을 장인이라 칭한다.

aa 그거 프로그램 돌려서 만드는 거 아니냐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몇몇 aa들은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지만 여러분이 aa물에서 보는 aa들의 절대다수는 사람들이 일일이 문자 짜맞춰서 만들어낸 것들이다. 경의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혹시 장인 보면 칭찬 한마디씩 해주자. 동기 면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

2. 오린린 설치

그림쟁이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클립 스튜디오나 포토샵 등의 프로그램을 쓰는 것처럼 장인들도 aa 제작을 위해 쓰는 프로그램이 따로 있다. 그게 바로 오린린이다. 오린린 말고도 aa 제작용 프로그램이 몇 있다곤 하는데 이 글 쓰고 있는 나는 참치어장 배포 유니코드 오린린만 쓰는 틀딱이라 다른 프로그램을 모르니 오린린만 설명하겠다.

오린린에는 일반적인 오린린과 참치어장에서 배포하는 유니코드 오린린의 두 종류가 있는데 대부분의 기능은 같지만 각자 다음과 같은 장단점이 있다.

◇일반 오린린

장점

- 업계 표준. 대다수의 장인이 이 프로그램을 쓰기에 질문 및 답변 등이 원활하다.

단점

- 컴퓨터 운영체제를 일본어로 바꾸거나 어플로케일 등의 에뮬레이터가 있어야 프로그램을 구동할 수 있다.

- 프로그램이 한글 파일명을 인식하지 못 하거나 오류가 발생함. 파일 이름에 한글을 못 쓴다.

◇유니코드 오린린

장점

- 일반 오린린과 달리 딱히 다른 프로그램을 깔 필요가 없다.

- 어느정도 한글로 번역되어있어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다.

단점

- 업데이트가 끊겼다. 아래에 있는 링크가 최신본이다.

- 사용가능한 문자도 환경의존문자(후술)로 표기되는 버그가 있다.

- 몇몇 기능이 버그로 인해 작동하지 않는다.(미리보기 등)

일반 오린린 설치, 구동, 입문 가이드: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anchor/1460627984/1/64

-이 어장의 강의는 입문용이라고는 하나 사실상 중급 이상 실력자는 돼야 이해하기 수월해지니 참고만 하자.

유니코드 오린린 설치 루트: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anchor/1463548430/55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우선 필요한 파일들을 다운받는다. 유니코드 오린린의 경우 imgctl.dll 파일까지 확실하게 받아서 오린린 에디터 폴더에 넣어야 한다. 안 그러면 트레이스 모드(후술)이 작동하지 않는다.

오린린을 성공적으로 구동하면 다음과 같은 창이 뜰 거다.

바에 나와있는 파일들은 내가 만들었던 aa들이니 신경쓸 필요 없다. 아마 처음 열었을 때는 NoName1.txt라는 텅 빈 임시파일만 있을 것이다.

여하튼 구동 성공했다면 제작할 준비는 마친 거다.

3. 기본적인 기능 설명

오린린에는 수많은 기능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기능은 단언컨데 트레이스 모드다. 이 기능을 통해 그림을 배경에 까는 건데 그림을 치면 선따기 전의 러프 스케치 같은 걸 준비하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위 사진에 있는 필름이랑 연필이 같이 놓여져 있는 모양의 아이콘을 누르면 다음과 같은 창이 뜬다.

트레이스 모드를 누르면 나오는 트레이스 창. 기능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그림. 배경에 깔 그림을 선택하는 버튼. 이 버튼을 눌러 파일 탐색기 형식으로 불러올 그림을 선택하면 된다.

2. X좌표와 Y좌표. 그림의 위치를 조정하는 버튼들이다.

3. 콘트라스트(대비). 왼쪽으로 당기면 명암 대비가 떨어지고 오른쪽으로 당기면 명암대비가 뚜렷해진다. 평소엔 제작 중에는 왼쪽으로 땡겨두는 걸 추천.

4. 감마(밝기). 왼쪽으로 당기면 그림이 어두워지고 오른쪽으로 당기면 밝아지다 못해 희멀건 해진다. 평소 제작시 오른쪽으로 땡겨두는 걸 추천.

5. 채도. 3번과 4번 기능을 사용하면 사실상 쓸 일이 없다. 오른쪽 끝으로 당길수록 그림이 흑백으로 변한다.

6. 확대. 그림의 확대 정도. 최저 50%에서 최대 300%까지 배율을 조정할 수 있다. 참고로 제작에 쓰일 그림의 추천 해상도는 가로 픽셀 기준 800픽셀 정도다.

7. 회전. 그림의 회전 정도. 오른쪽으로 당길수록 1도씩 최대 359도까지 틀어진다.

8. 문자색. 글자 입력시의 문자색을 지정할 수 있다. 당연하지만 빨간색으로 지정해 오린린 상에서 빨간 글자로 이루어진 aa를 만들어도 어장이나 스레에 빨간색으로 올라가지는 않는다.

9. 반전여부. 위가 상하반전, 아래가 좌우반전 여부다. 체크하면 해당 방향으로 그림이 반전된다.

10. 표시/리셋. 위가 그림 표시/비표시 버튼, 아래가 리셋 버튼이다. 뒷배경에 띄워둔 그림을 잠시 치우고 자신이 만든 aa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때 주로 쓰인다. 리셋 버튼을 누르면 위에 설명한 2번부터 7번까지의 설정과 9번의 반전여부가 초기화된다. 실수로 제작도중 클릭하는 경우가 잦으니 따로 좌표, 배율, 회전 정도 등을 적어두도록 하는 버릇을 들이자.

기능이 많아서 글로 설명하면 헷갈릴 수도 있는데 직접 깔아서 써보면 바로 이해된다. 복잡한 거 하나 없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오린린 창 우하단을 보면 문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을 볼 수 있을 거다. 장인들 사이에서도 딱히 통일된 명칭은 없고 적당히 있는대로 쓰는 거긴 한데 편의상 문자 템플릿이라고 칭하겠다. 저 창 위에 있는 문자들을 클릭하면 그대로 타자친 것처럼 입력되는 구조인데 위의 회색 슬라이드를 클릭하면 기본 세팅 기준으로 숫자 순서대로 템플릿들이 정리되어 있는데 이중 쓸만한 문자가 있는 항목들은 기본 세팅 기준으로

1 - 수평, 수직 직선용 문자들.

2 - 대각선용 문자들

16 - 각종 선들

21 - 속눈썹 제작용 문자들

22 - 눈동자 제작용 문자들

정도가 있다. 물론 다른 템플릿들이 안 쓰이는 건 아니다. 스스로 둘러보고서 쓸만한 문자를 찾아보고 연구해보는 걸 추천한다.

하지만 오린린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문자들 정도로는 제작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장인들은 보통 따로 문자 팔레트라고 자기가 자주 쓰거나 사용하기 좋은 문자들을 따로 모아서 정리해두고는 한다. 아래 링크는 내가 쓰면서 모아둔 팔레트니까 적당히 긁어다가 메모장에 복붙해두고 쓰도록 하자.

문자 팔레트 링크: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test/1596248398/4

이 외에도 참치어장 잡담판 아무곳이나 들어가서 장인이 되고 싶으니 문자 팔레트를 달라고 하면 거기 있는 장인들이 향긋한 뉴비 냄새에 취해서 팔레트는 물론이고 팁에 노하우에 간쓸개까지 내주려 할 거다. 적당히 받아두고 본인 스타일에 맞는 문자나 기법 등을 연구해보면 실력이 금방 는다.

참고로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이, 장인활동을 하다보면 유니코드 공백 혹은 유니코드 문자라는 단어를 듣게 될 거다. 이것들은 환경의존문자라는 것들로, 한마디로 말해 일본 웹 환경이나 우리가 야루요미에서 긁어올 때 ?나 이상한 코드로 깨져나오는 문자다. emoji 등으로 대표되는 특수기호, 이모티콘, 그리고 잘 안 쓰이는 해괴한 고댓적 한자 같은 거들이 주로 해당된다. 국내에서만 사용할 거면 딱히 문제는 없지만 수출이나 야루요미 등록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런 문자들을 사용하면 안 된다. 오린린에서 이런 문자들을 사용하면 기본세팅 기준 하늘색 바탕으로 표기되니 참고하자.

참고로 유니코드 오린린에서는 상술했다시피 멀쩡하게 쓸 수 있는 문자라도 환경의존문자라 표기되는 경우가 있으니 이런 게 싫으면 좀 복잡한 절차를 감수하더라도 일반 오린린을 쓰거나 어느게 쓸 수 있는 문자고 어느게 못 쓰는 문자인지 숙지해두는 게 좋다.

대략적인 기능도 숙지했고 쓸만한 문자들도 확보해뒀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aa를 만들어볼 시간이다.

4. 제작 개시

똑같은 짤로 연습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링크: https://i.pinimg.com/564x/4f/7f/8d/4f7f8d6d00b7d97136fc7170a1a52a80.jpg

트레이스 모드를 키고 적당한 짤 하나를 불러온다. 지금은 예시로 쓸 거라서 적당히 쉬운 짤로 골라왔다.

남캐를 늘리고 싶은 사람이나 몬스터나 로봇 같은 걸 늘리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은 여캐를 늘리고 싶어하니까 여캐를 기준으로 잡겠다.

초보 기준 쉬운 짤의 기준은

1. 머리가 얌전할 것

2. 두 눈의 각도가 수평일 것/서로 대칭될 것

3. 장식이 없을 것, 의상이 밋밋할 것

4. 눈이 클 것

5. 얼굴 부분만 나와있을 것

정도가 있다. 쉽게 말해 여권사진 구도다. 위 사진은 2번 빼고는 대체로 충족하는 편이니 그대로 진행하겠다.

참고로 이런 사항들 알 바 아니고 "나는 곧바로 복잡하게 생긴 애캐를 늘리고 싶다."같은 경우는... 말리지는 않겠지만 어지간한 애정 없이는 지옥을 맛보게 될 거다. 나는 경고했다.

각설하고, 첫번쨰로 할 것은 눈부터 만드는 것이다. aa, 특히 여캐 aa의 절반 이상은 눈이 차지한다고 봐도 좋다. 견적을 잴 때도 눈 위주로 해라.

위에 올려둔 문자 팔레트와 기존 문자 템플릿 등을 잘 사용해 눈부터 보기좋게 뽑아내는 걸 목표로 한다.

해당 스크린샷에 로마숫자 6이 환경의존문자라 뜨긴 했지만 유니코드 오린린이라 그렇다. 무시하고 계속 만들자.

그리고 당부하건데, 절대 절대 절대 그냥 스페이스바를 꾸욱 눌러서 공백을 채우지 마라. 우리가 흔히 쓰는 스페이스바로 입력하는 공백은 반각 공백이라 해서 이것만 2개 이상 연속으로 쓰면 실제 어장 등에서 입력할 때는 해당 공백이 삭제되서 나온다. 오린린에서도 반각 공백이 연속 입력되어있는 구간이 있으면 해당 줄이 빨갛게 물든다. ㄱ+한자+1 키로 생성할 수 있는【　】←전각 공백을 사용하도록 하자. 참고로 [반각 공백/전간 공백/반각 공백] 하는 식으로 중간에 전각 공백을 끼워넣는 건 괜찮다.

추가 팁으로, alt+(← or →)를 통해 공백을 1도트씩 조절할 수 있다. 적당히 써보도록 하자. 반각 공백이 5도트, 전각 공백이 11도트인 걸 이용한 도트 조절법인 너무 남용하거나 오용하면 유니코드 공백이 생성될 수 있으니 적당히 주의해서 사용하자.

아무튼 눈을 만들었으면 차근차근 문자 팔레트와 템플릿에 있는 문자들을 이용해 제작해나간다. 나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쭈욱 프린터처럼 뽑아내는 스타일이지만 좌반신부터 만드는 사람도 있고 눈에 더해 턱라인까지 미리 만들어두고 나머지를 제작하는 사람도 있고 스타일은 천차만별이니 편한 쪽으로 해라.

초보로서 제작하는 와중에 주의해야할 게 두가지 정도가 있는데

1. 너무 외곽선을 잇거나 원본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에 집착하지 말 것

2. 눈썹 등의 감정이 드러나는 구간은 머리카락 등과 겹쳐도 우선 순위를 둬서 제작할 것

정도가 있다. 1번은 생략 기법이라고 중급자 이상 강의에서 연결되는 요소인데, aa의 환경 한계 상 완전한 곡선 등을 재현하는 건 무지 힘들다. 우리 눈은 생각보다 고성능이라서 살짝 빈 구간이 있어도 알아서 이어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착시효과를 이용해 이어서 너무 어색한 구간을 만드는 것보다는 살짝 비워서 자연스러운 여백의 미를 살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어차피 aa를 보는 사람들은 aa만 보지 aa의 원본짤을 겹쳐두고 재현도가 얼마나 뛰어나네 같은 거 평가하지 않는다.

2번은 너무 머리카락 재현 등에 신경쓰다가 눈썹을 그대로 밀어버려서 모나리자가 나오는 사례가 왕왕 발생해서 적어놓은 것이다. 눈썹이 없으면 캐릭터의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눈썹, 눈, 입 등은 최대한 신경써서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계속 제작을 해나가다보면 얼굴 윤곽을 만들어야하는 순간이 오는데, 여캐 aa의 완성도 지분을 10으로 나눈다면 눈이 5정도 먹고 턱선이 3 정도 먹으므로 위에서 언급한 1번 사항을 어기더라도 턱선은 좀 신경써서 이어주는 게 좋다.

이런 식으로 차분하게 팔레트와 템플릿에 있는 문자들을 사용, 대조해가면서 작업을 이어나가면 aa가 완성된다.

아마 처음에는 자그마한 aa라도 만들면서 수 시간은 걸릴 거다. 하지만 낙심하지 마라. 원래 누구나 시작부터 능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스스로 어떻게든 1장을 완성했다면 자랑스러워해도 좋을 일이다. 자력으로 완성한 순간 스스로 장인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조언을 하자면 제작을 하면서 참고자료로 삼을만한 aa들을 관찰하면서 제작할 것. 제작하려는 캐릭터나 그 비슷하게 생긴 캐릭터의 aa들을 찬찬히 뜯어보면서 아, 이곳은 이런 식으로 작업했구나, 이곳은 이런 문자를 쓰는구나 하면서 하나하나 뜯어보면 제작 실력도 속도도 금방 늘어난다.

그리고 참치어장 잡담판이라던지 장인들이 상주하는 곳에 찾아가서 질문하면 보통은 다들 뉴비에 목말라있어서 잘 모르는 분야라도 어느정도는 답이 돌아온다. 최소한 참고할만한 aa 추천 정도는 해줄 거다.

나는 제작 입문부터 주먹구구식으로 어떻게든 맨땅 헤딩해가며 익힌데다 감각적으로 익힌 것들이 많아서 이론적으로 설명은 힘들지만 이 강의가 조금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다음 강의 쓸지말지는 나도 모른다. 아마 쓰더라도 수개월은 걸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