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씨 제시금액 1억.... 장동민씨 제시금액 1억입니다."
"!!!!!!"
"오현민씨가 메인매치의 우승자가 되었습니다. 오현민씨는 결승전에 진출하게 되셨습니다."

결국 또 준결승에서도 데스매치를 가게 됐다. 지니어스 역사상 유례 없는 단일 시즌 데스매치 5회 진출의 대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또, 곧 단일 시즌 데스매치 5회 승리라는 대기록도 세우게 될 거다.

"장동민씨와 김경훈씨가 자동으로 11회전 데스매치에 진출하셨습니다. 데스매치 종목은 <십이장기>입니다."

동민이형이 무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화면을 쳐다본다. 저 형도 결합처럼 십이장기도 연습 많이 해왔겠지? 내가 저 형을 이길 수 있을까?

그래. 난 십이장기 고수들한테 특훈도 받았어. 못 이길 것도 없다.

"형, 잘해봐요."
"경훈아!"
"네? 왜.. 왜 그러세요?"

동민이형이 웃으면서 말했다.

"난 너랑 꼭 십이장기로 붙어보고 싶었다. 데스매치 초이스를 내가 한 거야!"

당황스럽다. 시작도 하기 전에 분위기가 저 형한테 넘어가는건 진짜 안 좋다. 마찬가지로 웃으면서 응수했다.

"절 초이스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지막에는 의미심장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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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동민이형이 무표정으로 말을 뒀다. 저 형 표정관리 진짜 잘한다니까.

"김경훈씨 차례입니다."

시간이 계속 흐른다.
체크메이트인가?
둘 곳이 없다. 어디에다 말을 놓든 내 왕이 잡아먹힌다.
아닌가? 조급한 마음에 잘못 본건가?

"김경훈씨 30초 남았습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한데.... 판을 또 보고, 보고, 둘러본다.

"김경훈씨 10초 남았습니다."

수가 없다. 이미 이 데스매치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났다. TOP3 탈락 인터뷰 멘트를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만 맴돈다.
....!

'그래,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지 않나?'

[쾅!!! 와르르르]

발로 테이블 밑둥을 힘껏 걷어차자 십이장기 판과 말들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
"경훈아 니 뭐하냐~ 진짜.... 푸흐흐..."

동민이형이 어이가 없는지 웃음을 터뜨린다. 홍딜러가 당황한듯 pd와 눈빛을 주고 받는다.

"실수했네요. ㅎㅎㅎㅎㅎㅎ"
"친구야!! 이건 솔직히 얘 이거 탈락처리 해야되는거 아니냐?? 말 좀 해봐! 친구야!!! 후흐흐흐크흐흐하하"

남자딜러들이 십이장기 판과 말을 주섬주섬 줍는다.

"푸...흐흐.. 마..말을.. 복기해주십시오.."

"아니 지금 저 형이....뭐하는거야....??하하하하 이게 뭔 상황이에요.."

오현민이 방에서 관전하면서 혼자 어이없이 웃는다.

"경훈아 너 니쪽에 그거 기억하지? 원래대로 해놔라~"
"기억이 안나는데요??"
"아이 뭐 이런!!! 아니 뭐 이런 애랑 내가 십이장기를 해야 되냐??"
"형이 초이스하셨잖아요.. 저를...ㅋㅋ"

"복기해드리겠습니다."

홍딜러가 직접 팔을 뻗어서 다시 이전의 위치로 말을 다 놓았다.

"(인터뷰) 이런걸 제재하는 룰은 제가 알기론 없더라고요. '아, 실수했어요' 트롤!"

다시 화면상에서 시간이 흘러간다.
사실 원래 목적은 판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더 벌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몇 번을 더 봐도 도저히 내가 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경훈아. 이 상황에서 내 생각에는 더 방법이 없는거 같은데?"
"네. 그런 것 같네요... 형."

동민이형이 미소를 띠고 있다. 눈빛으로 '좋은 게임이었다' 라고 말하는듯한 너그러운 미소.

"아니 경훈아 ㅋㅋㅋ 진짜 나는 아까 웃겨서 쓰러질뻔했어, 아니 이게 십이장기지 무슨 축구냐~ 왜 애꿎은 책상을 발로 차?"
"ㅋㅋㅋㅋㅋㅋㅋ"

"김경훈씨 10초 남았습니다."

"이젠? 말을 집어던질거야??ㅋㅋㅋㅋ 어디로 던질거냐? 내가 잡아줄게, 말해 내 머리 위? 테이블 아래?"

손에 들고 있던 '자'를 움켜쥐었다.

"위도 아래도 아니고, 중간이다!!!!!!"

[팍! 팍! 팍! 휙! 휙! 팍, 팍]

"으악!!"

십이장기 말을 계속 집어들어 동민이형 얼굴에 연신 집어던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