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 시즌4를 연달아 우승했다. 이제 누구도 내가 역대 더 지니어스 출연자 36명 중 최강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와 장동민씨 시즌5도 나온거에요??"
"이거 무서워서 어떻게 게임하겠어~"
"'장동민을 이겨라'인가?? ㅎㅎㅎ"
그에 힘입어 시즌5도 출연할 수 있었다. 기분이 좋았다. 처음에 시즌3에 섭외될 때는 나는 그냥 예능이나 하라고 집어넣어진, 지니어스들 사이에 꼽사리 낀 이디엇의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지니어스란 세계 안의 왕 중의 왕! 황제다.
'현민이가 없어서 좀 느낌이 다르네. 연승이도 없고... 유현이도 없고... 경훈이도 없네.'
나 빼고 모두가 뉴페이스였다. 시즌4에 모두가 올드페이스(?)였던 영향이 강했던듯 한데, 문제는 PD마저도 뉴페이스다.
"친구야!!!! 여기 시즌5에서 유일하게 봤던 사람을 또 보는건 너밖에 없구나! 친구야!! 그래! 너는 계속 여기 있을줄 알았어!!"
"ㅋㅋㅋ 장동민씨 너무 좋아하셔"
"진짜 재밌는분이라니깐"
모두가, 전 시즌과 전전 시즌의 우승자인 나를 띄워준다. 그러나 말투에서 묻어나오는 어색함과 거리감은 어찌 숨길 수가 없는가보다. 괜찮아. 분명히 게임만 시작하면 모두가 나보고 연합하자고 찾아올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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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민이 형 저 버스(?) 태워주시면 좋겠는데 ㅎㅎㅎㅎ"
"아이 뭔 버스는 버스야~ 동료지 동료! 연맹! 자 자 앉어"
"형만 믿을게요!!"
"동민이형 잠깐만요 저도 같이"
"뭘 또 이렇게 많이들 와??? 이렇게 많이는 필요없고 오히려 독이야 독"
"아 아 그럼 저를 끼워줘요 제발요"
"안되지 안되지 내가 동민이형이랑 연합할거야."
"가위바위보해~"
[콰당탕탕!!!]
"아으.... 아... 진짜 아프네...."
꿈이었다. 팔자 좋게 의자에 앉아서 자다가 굴러떨어진 것이다. 꿈과는 전혀 다르게, 아무도 나를 찾아오지도 않고 이 방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상하네, 왜 다들 안 오지? 그래도 한 명쯤은 나랑 하려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직접 찾아가야지..."
사람들이 많이 있는것 같은 방에 귀를 대고 대화를 엿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이렇게 하면..."
"좋네요 이대로 가는게 맞을 것 같은데"
"이렇게 가다가 이제 동민이형이 ㄷ"
(벌컥)
"뭔 대화들을 그리 재밌게 나누고 있어~"
"ㅎㅎ 동민이형 오셨네요..."
"ㅎㅎㅎ.."
"그러니깐.... 이거를... 이제..."
"...."
"..."
"..."
내가 들어오기 전에는 그렇게 활발하던 대화가 내가 들어오니깐 싹 멈췄다. 모두가 침묵한 채로 노트만 열심히 쳐다보는척 하고 있다. 눈치를 못 챌래야 못 챌수가 없게 만든다. 날 고의적으로 게임에서 배제하고, 시즌2에서 상민이형님이 진호를 견제했듯이 날 어떻게든 조기탈락 시키려고 날 왕따시키고 있다.
"..."
조용히 방 밖으로 나가 문을 쾅 닫았다. 몇 초간 여전히 방 안에서 정적이 흐르다가 다시 활발하게 대화가 시작된다.
"아하하하... 진짜..."
별자리게임 때는 현민이라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내 곁에 아무도 없다. 나를 뺀 12명 모두가 저 방에서 나를 죽일 계획을 짜고 있다.
"이 넓은 홀이 다 내 거구나! 하하하하하하"
그래, 데스매치에서 이기면 되지. 내가 누구야? 경란이누나를 10연속 결로 이기고, 오현민을 십이장기에서 2:0으로 이기고, 대학원 다니는 김경훈을 미스터리 사인으로 이겼던 나 장동민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메인매치 탈락후보는 장동민씨입니다. 데스매치 상대를 선택해주십시오."
"...데스매치 상대는... XXX씨로 하겠습니다."
홀에 혼자 앉아있는 동안 줄곧 데스매치 상대로 누구를 찍을까만 생각했다.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한 끝에 제일 얄밉게 나를 배척한 놈을 찍었다. 데스매치에서 이 새끼를 압살해서 장동민을 적으로 만들면 이렇게 처절한 패배만이 있다는걸 똑똑히 보여주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차있다.
"1회전 데스매치는... XXXX입니다."
"...!!!!!!"
나를 뺀 모두가 대놓고 환호한다. 나한테 지목당한 놈이 야비한 웃음을 짓는다.
"됐다! 연승게임!!"
'됐다'라니, 나를 떨어뜨리는게 그렇게 즐겁고, 꼭 지니어스에서 해야만 할 목표였던건가?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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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민씨 3연승, XXX씨 11연승으로 1회전 최종 탈락자는 장동민씨로 결정되었습니다."
역시 그냥 순수한 가위바위보 눈치싸움으로는 3연승 정도가 한계였다. 명찰과 가넷주머니를 내려놓고, 카메라 쪽을 바라보았다. 새 PD가 존나 쪼개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PD새끼는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나를 섭외한거였다.
[더 지니어스의 패권을 쥐고 있었던 장동민씨가 탈락했습니다. 이제 그가 지배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더 지니어스에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빡침을 주체할 수가 없다. 왕따에 좆목게임으로 광탈한거를 잘도 포장해놨다. 문득 슬픈 기분이 들어 익숙한 전화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종연아...."
"어 동민이형 웬일이세요?? 저 이제 지니어스 pd 아닌데? 아 맞다 형 오늘 1회전 촬영날이었지. ㅎㅎ 잘 하고 오셨죠? 제가 후임 pd한테 시즌5에 절대 장동민 뽑지 말라고, 또 장동민이 휩쓸고 다녀서 재미가 없을거라고 그렇게 충고를 했는데 결국 말을 안듣더라 ㅎㅎ 걔도 지금 후회가 막심할거에요~"
"종연아......."
전화를 끊고 나니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냥 갑자기 세트장이 폭파돼서 방송 나가기 전에 시즌5가 백지화됐으면 좋겠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 캔 꺼내서 꿀꺽꿀꺽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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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지니어스 갤러리 글 목록
야 시즌5에 갓갓갓 섭외됐다는거 ㄹㅇ??? [4]
와 갓동민 유례없는 3시즌 연속 우승 각이네 [2]
짓5 나왔다
지니어스5 만드느라 고역이었겠네
언제가 1회 방영일이냐? 갓갓갓이 친구야 하는거 너무 보고싶다 [1]
플레이어들 아마 장동민이랑 실제로 같이 게임해보고 질질 쌀듯ㅋㅋㅋㅋㅋ [5]
아마 사람들이 갓갓갓 좀 견제할텐데 운 안좋으면 장동민 top4 정도에서 떨어질듯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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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아하하하.."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씨........씨발....!!!!! 내가 왕이야!!! 내가!! 내가!!!! 안 그래 친구야!!!!!!! 어???!!!!! 으흐흐흑....."
그저 어디선가 상무와 세윤이가 나를 비웃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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