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어....????"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었다. 분명 모든 증거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막론하고 오늘이 지니어스 시즌2 6화 촬영일이라는걸 증명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휴대폰으로 PD님께 전화를 걸었다.
"저... PD님..."
"아, 두희씨. 오늘 6회전 촬영하는 날이란거 알고 계시죠? 옷 멋지게 입고 와주세요! ㅎㅎㅎ 이따 뵈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새로운 기회가 생긴 것이다. 내가 예전의 6회전 때 당했었던 수모를 차근차근 떠올려보았다. 신분증을 놓고 갔다가 도둑맞은 것, 진호의 신분증을 대신 들고 가서 내 신분증을 찾았다고 했다가 비웃음을 당한 것, 상민이 형에게 가짜 불멸의 징표를 받은 것, 지원이 형을 정말 믿었는데 그 형이 빨간색 버튼을 누른 것, 지원이 형이 끝나고 나서 만취 드립을 쳤던 것...
"후우...."
그 때를 다시 생각해보니까 여전히 화난다. 그렇지만 이제 모든 것이 새롭다. 다시 시작이다. 나는 앞으로 나올 모든 메인매치와 데스매치를 알고 있고, 불멸의 징표 금고가 어디 있는지와 비밀번호까지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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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다. 이 얼굴들을 다시 보게 됐다. 감회가 새롭구나.
"지... 진호 형, 요환이 형, 좀 떨어져 있죠."
"응? 떨어져 있자고?"
"왜.. 왜? 우리가 실응거야?"
"그게 아니라...."
또 이 형들이랑 붙어서 들어가면 상민이 형이 오프닝부터 비연예인 연합이 자기들을 죽이려 한다고 정치질을 해댈거다. 난 이미 모든 수를 계산해놓았고 모든 위기상황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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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징... 불징...!"
[띠리릭]
"열렸다!! 좋아 내거다...! 됐어... 신분증도 잘 보관해두고 있고.... 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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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매치 우승자는 이두희씨입니다. 탈락후보는 이상민씨입니다."
"상민이 형! 이거 불징인데, 받고... 지원이 형을 찍어요!"
"와... 우리 두희가... 와... 진짜 고맙다..."
"이상민씨 데스매치 상대를 선택해주십시오."
".....저는 진호를 찍고... 이 불멸의 징표로 임요환을...!"
"이상민씨가 제시하신 불멸의 징표는 가짜입니다."
"두희 너 이 새끼!!!"
"으흐흨ㅎㅋㅎ 이럴 줄 알았어 흐흐크흐흐흐 형 예전에 원래 6회전 때 형이 하신 거 기억 안 나요?? 안 나시겠죠? 킇흥읗ㅎ흐 아 재밌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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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전 최종 탈락자는 이상민씨로 결정되었습니다."
"아... 이게, 제가 지니어스를 또 하면서... 배운게 많이 있어요. 시즌1 때보다 더 잘해보자! 이번에는 기필코 진호를 이겨보자! 했는데... 이렇게 또 데스매치에서 진호한테 지고..."
"형님 죄송한데, 형님보다 학창시절에 공부도 잘했고 학벌도 좋은 사람으로서 말씀 드리자면, 저도 인생의 쓴 맛 많이 봤거든요. 뭐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있다고 생각하고... 고생하셨어요."
"그래 두희야 고맙다... (부들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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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전! 신의 판결! 6회전을 통과하면 제일 기대되는게 이 7회전을 플레이하는 것이었다. 난 이미 이 게임의 필승법을 알고 있으니까. 주사위를 받자마자 반으로 쪼갤 수 있다는 거를 알아내고 조합하기 시작하면... 확실히 우승인데.... 흐흐흐... 아 진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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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흣! 촤아~!!!!"
"네 노홍철씨 6점. 다음은 이두희 씨입니다."
"하... 이거 5점도 안 나오면 어쩌나..."
능청을 살짝 떨어주고 확실하게 10점을 딸 수 있는 주사위를 한 번, 두 번 던지기 시작했다.
"와...! 두희 9번 던져서 9번 다 성공이네..."
"언제부터 트릭을 알아내고 조합을 한 거야 너??"
"마지막 열 번째 던져주십시오."
마지막, 단독우승이 확정되는 열 번째 주사위를 던졌다.
[데구르르르르-]
"어....??"
[데구르르르....떼굴...떼굴...데구르르르르......]
"...!"
잠깐 정신이 흐릿해졌다. 그리고 다시 또렷하게 의식이 돌아왔다.
"아... 누워있었더니 정신이.... 흐릿하네.."
세트장 바닥이 생각보다 진짜 딱딱하고 차가웠다는걸 느꼈다. 말라붙은 눈물 자국이 볼에 선명히 남아있다.
"두희야~ 왜~ 여기 누워있고 그래~ 불쌍하게~"
"하아..."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약간의 가넷이 느껴지는 주머니 말고는 아무 것도 만져지지 않았다. 지미짚 카메라가 점점 내 얼굴을 향해 가까이 다가왔다.
"아... 내 신분증...."
살짝 고개를 틀어 옆을 봤을때 상민이 형이 존나 쪼개면서 날 내려다 보며 지나가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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