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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정화] 피터 와츠. 하드SF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유동유동(178.62) 2016.02.23 02:49:07
조회 2663 추천 14 댓글 7
														



미안, 그냥 자야 하는데 잠이 안와서 잠시 글 남깁니다.


어떤 분들은 열 받아하실 글을 남긴 것도 같아서. 특히 알트가 읽고 있다면 좀 화가 날 수도 있겠다 싶네요.


그래서 정화 좀 하시라고, (혹은 잠시 초심이 뭐였나 생각하는 시간을 저는 가졌는데)

문득 생각나서

하드 SF 르네상스 1권에 실린 피터 와츠의 짤막한 글 옮깁니다.

다 치려고 했는데, 누가 인터넷에 올려둔게 있어서 업어 왔어요.

문제시 삭제 후 제가 다시 쳐서 올릴께요.

(...음, 행복한 책읽기에서 저작권 걸어오는 건 아니겠지?)


아무튼 전,

하드 SF가 진짜 SF! 이런 태도는 저는 별로이긴 합니다만, 작가 스스로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주장한다면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노파심에 말하자면 ... 혹시 또 이걸 누가 도그마로 삼아 휘두르는 꼴은 보고 싶지 않네요. 


여튼 정화글입니다.

피터 와츠의 출사표 같은 글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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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다. 하드 SF란 무엇인가?

이제까지의 설명은 여러 차례 에둘러 오기만 했다. 정의라는 것은 그걸 보았을때 무슨 말인지 한눈에 들어와야 하는 것이다.


질문을 바꿔 보면, 하드 SF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SF는 앞으로의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초콜릿이 든 상자처럼 가능한 미래들이 나열된 배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해석은 물론 실세계의 신뢰성이라는 기준을 근저에 깔고 있다. 만일 진짜 미래를 쇼핑하러 간다면 유니콘 트리플을 사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하드 SF는 엄밀한, 또는 최소한 그럴듯한 과학에 대한 천착이라는 미덕 덕분에 더 부드럽고 조악한 동류의 소설들과 구분된다.


그럴듯함, 그런가? 좋다 그렇다면, 니븐이여 안녕. 허버트와 빈지도 안녕. 행운을 가져오는 유전자와 초능력자가 조종하는 우주선과 은하계의 슬로우 존과 함께 썩 물러가라. 브린이여 안녕. 박사라면 초광속에 의존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위 기준을 만족할 만큼 그럴 듯하지 못하다.


하지만 물론 여기서 내가 공격한 내용은 결코 중요한 부분들은 아니다.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중요한 것은 숫자가 난무하는 수학이 아니라 태도인 것이다. 저 사람들은 엘프와 마법사를 동원하는 뉴에이지의 전도사이며, 비이성적인 것을 미화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신앙을 가지고 마법을 믿으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장막 뒤에 있는 사람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린 합리주의의 전도사다. 허황된 이야기는 절대 거부한다. 워프 엔진의 설계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지라도, 미래의 기술이 테플론과 화학 치료 요법을 개발한 현재의 경험적인 과학에서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의 소설은 과학의 자구는 아니어도 그 정신과 함께 한다. 


톨킨과 같이, 우리와 공유하는 언어는 없지만 탄탄하고 엄밀한 가상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은 잠시 잊자. 궤도를 벗어나 우리의 논쟁이 시작되는 더 심각한 포인트가 있다.. 과학 소설에서 과학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학 소설은 인간과 기술 변화의 접점을 탐색한다. 이것이 장르를 근본적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그 인간적인 측면으로 기술적인 글들과 구별되고, 기술적인 측면으로 다른 종류의 소설들과 구별된다. 하지만 이 균형은 아주 (그리고 불가피하게) 고르지 못하다. 불사가 사회적으로 끼칠 영향을 살펴보고 싶은가? 만일 작가가 소설의 절반을 염색체 말단소립과 미토콘드리아 막을 설명하는 데 낭비한다면 좋은 작가라 할 수 없다. 이런 세부 사항은 적당히 얼버무리고, 결과를 가정한 후에 인간 사회에서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요컨데 과학 소설의 '하드함'과 탐색적 도구로써의 가치 간에는 상관 관계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반대론자들의 말이 맞다는 것인가? 이 모든 것이 결국 사람보다 장난감에 관심이 많은 괴짜 현실도피자들의 오락에 불과하다는 것인가? 기술에 관한 것이 아닌 정치에 관한 것인가? ( 그리고 당신도 나만큼이나 '차가운 방정식'이 무지의 대가에 관한 가슴 아픈 교훈인지, 아니면 그저 크롬 도금된 여성 기피자가 건방진 계집을 에어락 밖으로 던져 버리는 이야기에 불과한지에 대한 끝없는 논쟁에 지쳤는가?) 


하드 SF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정도만을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건틀렛이다. 생물학자 와츠가 그럴듯한 과학을, 인간형 외계인과 초광속이 넘쳐나는 장르에서 과학이 중요치 않은 것으로 보일지라도,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자진해서 나서는 도전이다. 작가 와츠가 과학자의 규범을 어기지 않고 이야기를 하기 위한 도전이다. 


이건 단장 5보격의 운율에 맞춰 구약을 다시 쓰는 것과 약간 비슷하다. 이것은 자의적인 목표일 뿐이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는 더 쉬운 방법이 있다. 여러 제약 조건들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평범한 이야기가 훨씬 간단할 것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성공한다고 해도, 최종 결과물은 품위 없고 보기 싫은 것이 될 수 있다. 이야기인 척하는 에세이와, 해설로 가득 차서 터질 것만 같고 빈약한 캐릭터로 허술하게 치장된 핵심 아이디어 같이 말이다. 이러한 실패에는 우리 몫도 있다. 


하지만 만일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성공했을 뿐 아니라, 이런 제약이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면 어떨까? 최종 결과가 기적적으로 부자연스럽고 억지로 꾸며 낸 것이 아닌 걸작이 나왔다면? 이건 마치 한 손을 등 뒤에 묶은 채로 전쟁터를 헤매었는데도 살아남은 것과 같다. 승리한 것이다. 


이게 내가 하드 SF를 쓰는 이유다. 내가 얼마나 목표에 다다랐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그리고 내겐 시간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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