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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모르고 있다고 알고 있음

나저씨청률2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4.16 23:31:32
조회 3294 추천 120 댓글 24
														

요즘 드라마 작가들이 글을 쓰기 힘든 이유는 오해가 쌓이기 힘들기 때문이란다.

엇갈림, 오해만큼 작품을 써내려가기 좋은 클리셰는 없다. 

스마트폰이(스마트 이전에 핸드폰이) 존재하기 이전에는 그런 클리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다.

A와 B가 엇갈린다. 간발의 차이로. 그렇게 해서 둘은 만나지 못한다.

줄리엣이 눈을 감았다. 로미오는 줄리엣이 죽은 줄 알고 죽는다. 눈을 뜬 줄리엣은 로미오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따라 죽는다.

스마트폰이 있는 시대라면 어땠을까. 이런 간발의 차같은 오해 때문에 죽을 수 있었을까.

나의 아저씨의 가장 큰 클리셰 비틀기라면 서로가 모르고 있다고 알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은 알고 있음에도 말하지 않고 있기에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간극에서 드라마는 나온다.


◇ 모르는 척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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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초입에서 박동훈은 도준영에게 "헤어져라. 나에게 걸렸다는 말은 하지 말고"라고 신신당부한다.

박동훈은 자신의 부인이 외도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 눈을 감는다. 

이후로 준영은 윤희를 피하기 시작한다.

윤희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윤희에게 회장과의 약속 때문에 먼저 나가야한다는 말을 쌀쌀맞게 한다.

동훈은 윤희와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윤희가 준영과의 만남 때문에 집을 비우면 알면서도 인내한다.

준영은 지금까지 이뤄낸 것들이 무너지면 안되기 때문에 행동하고

동훈은 지금까지 지켜온 '가족'이란 것들이 무너지면 안되기 때문에 행동한다.

이것은 특이하게도 윤희가 알고 있음에도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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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훈과 준영의 대화를 들어서 둘의 목적에 대해서 알고 있음에도 지안은 움직인다.

박동훈의 가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애처로워서일 수도, 그것이 아니면 준영이 내뱉은 말에 격분해서 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답은 '박동훈이 무너질 때까지 무너지는 그 순간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일 것이다.

지안이 녹음했던 "유부녀는 남자에게 가장 안전하다"는 역겨운 대화내용을 들은 윤희는 바로 충격에 휩싸인다.

그녀는 바로 캠핑장을 가고, 지금까지 준영이 자신을 기만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제 이 위태로운 세명의 관계는 모두의 패를 다 알게 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자신의 패를 알고 있다는 것을 숨기고 있다는 것.

동훈은 윤희와 준영의 관계를 알지만 모른채 하며, 준영은 동훈이 윤희와 자신의 관계를 알고 있지만 모른채하고 있다는 사실을 윤희에게 모른채 하며,

윤희는 준영이 자신을 기만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모른채하고 있다. 

서로의 패를 알고 있기 때문에, 셋의 관계는 적의와 동정을 오간다. 그리고 서로에게 말하지 못한다. 

오해가 쌓여있음에도 풀어내지 못하는 서로간의 족쇄 때문에 셋의 관계는 순식간에 온전치 못하게 됐다.

준영 때문에 깊은 상처를 받은 윤희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동훈에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관계는 쉬이 돌아오지 못한다.

동훈은 윤희가 준영과 헤어져서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준영은 동훈에게 여전히 가해자이다.

준영은 윤희가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동훈에 대한 적의만을 가진다. 

이 기만의 연결고리는 결국 모두를 무너뜨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안의 노력은 셋의 관계를 모두 온전히 무너뜨리는데 가속화를 시킨다.


◇ 알고 있음에도 애써 숨기려 했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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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와 기훈의 관계는 풋풋한 20대의 감정과는 또 다른 30대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재미있게도 이 둘의 관계는 마치 첫사랑을 하고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준 후 어느날 횡단보도에서 다시 만난 옛 연인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과거에 대한 원망, 그러나 그냥 등돌리고 돌아설 수 없는 애착.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쉽사리 좋은말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기훈은 유라의 진심을 여전히 오해하고 있고, 유라는 기훈의 진심을 똑같이 오해하고 있다.

서로에게 깊은 스크래치를 주고 다시 몇년 만에 바닥에서 만나게 된 둘은 이제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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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가 자신은 밝은 것을 연기하려고 했다. 그러나 기훈이 그것을 무너뜨렸다.

기훈은 자신이 망한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지닌다. 그러나 유라는 그것을 펼쳐보였다.

둘은 서로때문에 가장 망가졌지만, 긴 세월을 지나고 그 망가진 모습들을 가장 먼저 보게된 이들이다.

조연출로 개고생하던 놈은 포르셰를 끌고 다니는 세상이 왔지만, 그 왕년에 잘나가던 이들은 이제 바닥에서 맨발로 재회했다.

구겨진 것을 펴달라는 것은, 서로가 서로 때문에 망가뜨린 자신을 원상태로 만들어달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밑바닥에서 다시 재회한 이들의 사랑은 다시 말해 완전히 밑바닥이기 때문에 또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완전히 밑바닥이기 때문에 또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이든, 영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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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훈과 애련의 관계는 더 심플할 수도 더 복잡할 수도 있다.

둘의 애정은 그리고 서로가 아직까지 사랑한다는 진심은 그대로일 것이다.

그러나 오랜 갈등은 그들을 마른 비누처럼 딱딱한 관계로 만들었다.

서로간의 좋은 말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상훈이 애련에게 돈을 건냈을 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을 확인한 애련은 처음으로 좋은 말을 했다.

"진즉에 줬으면 말 곱게 나갔지"

아직 풀린 것이 없지만, 둘의 진심은 그대로다. 마른 비누도 물칠을 하면 언제든지 거품은 나온다.


◇ 모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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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훈에 대한 정보를 '과잉정보'급으로 알게 된 지안이 정작 자신과 관련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도 재미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같은 정보를 모르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문제는 동훈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너무 빨리 어른이 된 만큼, 아직 완전히 굳지 못한 것들도 많다.

소년원에 있던 만큼, 폭력에 무방비 했던 만큼, 사회의 냉대에 마주친 만큼, 지안은 사람에 대해 서투르다.

그런 지안이가 처음으로 동경할만한 남성을 만났을 때 이것이 사랑인지, 아니면 동경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

다음편부터는 그런 지안이의 정보에 대해서 알게 될 시간이 올 것이다.

지금까지 지안은 동훈의 등을 보았다.

그의 등뒤는 월 500만원 버는 남자치고는 너무나 쓸쓸하다.

이제 동훈이 지안의 등을 본다.

그녀의 등뒤에는 어떤 쓸쓸한 그림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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