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돌갤 문학] 카드 깎던 노움

휭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1.31 12:57:29
조회 13405 추천 61 댓글 20
														


viewimage.php?id=25b8d134f1da2bb261b1d3&no=29bcc427b08177a16fb3dab004c86b6f2c2b90e38319c396fe06df11d1bbd0587b20f4904530e4a574b45801afa9e904d2c643b57733f088ee152083ae


벌써 일주일 전이다. 노양심들에 명치 터지며 나도 양심을 버리기로 마음먹은 지 얼마 안 돼서 놈리건에 내려가 살 때다.


스톰윈드 왔다 가는 길에, 아이언포지로 가기 위해 깊은굴 지하철에서 일단 전차를 내려야 했다. 깊은굴 지하철 맞은편 길가에 앉아서 카드를 만들어 파는 노움이 있었다.


노양심 카드를 한 장 사 가지고 가려고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가루를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카드 한 장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움이었다.


가루를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제작해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만들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제작하고 있었다.



인제 그 정도면 충분히 노루년 머가리는 쪼갤 수 있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시즌 말이라 전설 달기엔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만들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제대로 막을 수 없어야 노양심이라 할 수 있지, 무턱대고 명치 때린다고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만든단 말이오? 외고집이시구먼. 빨리 전설 달아야한다니까요.”


노움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사우. 난 안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이번 시즌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만들어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쉽게 막히고 손패에도 늦게 들어온다니까. 카드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제작하다 놓아버리면 쓰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만들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곰방대에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카드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카드다.




차를 놓치고 다음 차로 가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가루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노움이다.’ 생각할수록 짜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노움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탁자 위에 놓인 스패너를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노움다워 보였다. 똘망똘망한 눈망울과 짜리몽땅한 팔다리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움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집에 와서 장의사 카드를 내놨더니 렉사르는 잘 만들어왔다고 야단이다.


나는 그물거미나 오염된 노움이랑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렉사르의 설명을 들어 보니, 1코스트에 칼같이 나와서 2/2만 버프 먹여도 제거가 힘들고 다른 죽메 하수인과 함께 명치만 디립다 패면 6~7턴만에 머가리를 터뜨린단다. 요렇게 노양심인 것은 좀체로 없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움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베타부터 내려오는 노양심은 필드정리는 뒷전이요 하수인 교환은 남의 일이니, 툭 툭 머가리만 때리다 보면 너덜너덜해진 명치에 후달려 알아서 먼저 하수인 교환을 하게 만든다.


위니 흑마들은 닥치는 대로 손패 털어서 죄다 명치에다 꼴아박다보면 적은 막다 지쳐 끝내 머가리가 터지던가 알아서 진즉에 항복친다.


그러다 재수 좋아서 겨우겨우 막아내고 필드장악해서 역전각을 만들면 그냥 항복치고 다음 게임 신나게 명치 후리면 되니 이만큼 고민 없이 신나게 일방적으로 때릴 수 있는게 얼마나 있단 말인가.



냥꾼만 해도 그렇다. 죄다 명치 때려 박고 적 하수인은 빙덫으로 다시 쑤셔넣고 도발 뜨면 징표나 치사로 싸게싸게 뚫어버리고 명치 너덜너덜하게 만들고 나면 고정사격으로 냐금냐금 마무리 하면 되는 터였다.




나는 그 노움을 찾아가서 만능스패너라도 하나 사드리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등급전 하러 가는 길로 그 노움을 찾았다. 그러나 그 노움이 앉았던 자리에 노움은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노움이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 혼자 머가리 부술 꿀같은 카드 몇장 더 구하지 못함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한참 멍하니 서 있다가 옆에 있던 드워프에게 물어보았다.


“여기 있었던 카드팔던 노움 어디로 가셨는지 모르오?”


“아, 그 노움... 그제 죽었어요.”


“아니, 죽다니? 왜?”


“그 노움 고집도 고집이지만 가루도 무지 밝히잖수. 장의사가 최고 노양심 카드라고 비싼가루에 팔아먹었는데 그제 장의사 너프먹고 꾼들에게 머가리가 반쪽나서 골로 갔소이다.”


“....”




오늘 여관에 도착해 등급전을 돌리니 필드 뺏긴 렉사르가 흐느끼면서 열심히 고정사격만 날리고 있었다.


요새는 필드 점령은 뒷전하고 머가리 비우고 명치만 칠 수 있는 좋은 카드를 못찾겠다.


문뜩 일주일 전에 나에게 장의사 팔아먹던 그 노움의 모습이 떠오른다.



추천 비추천

61

고정닉 1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운전대만 잡으면 다른 사람이 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15 - -
이슈 [디시人터뷰] 집념닥터, ‘내가 사랑하는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운영자 24/04/16 - -
공지 하스스톤 입문하는 뉴비를 위한 개념글 통합 공지 2015 ver. [122] ㅓ오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1.05 366370 165
공지 하스스톤 갤러리 이용 안내 [233] 운영자 13.12.24 171949 34
2678353 뉴비인데 돈 어케 벌어요?? 하갤러(125.141) 04:37 17 0
2678352 아니 뭔 30명 보는 방송에서도 저격이래 ㅇㅇ(218.156) 02:02 17 0
2678350 돌갤 <<<<< 여기로 와라 [2] ㅇㅇ(39.125) 04.17 306 1
2678349 아 이거 휴면 계정 푸는방법없냐? 하갤러(121.131) 04.16 25 0
2678348 복귀유저 질문 하갤러(175.215) 04.16 46 0
2678347 하스 뉴비 다이아5 달성!! 하갤러(59.23) 04.16 56 0
2678344 복귀유전데 대여덱 추천점 [1] 하갤러(119.193) 04.16 106 0
2678343 악사 너프전에도 악사 개패는 자작! 번술사 10연승 기념 (장문) [1] 프로스트갓스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6 79 0
2678342 하스 처음해보는데 하갤러(121.158) 04.16 48 0
2678341 국산 카드게임도 나오는구나 ㅇㅇ(118.235) 04.16 101 3
2678340 투기장 월 정액제 안만드냐? 하갤러(58.29) 04.15 59 0
2678338 프렌체스카 대 하부하부 (스포잇음) 역대급 프로스트갓스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5 36 0
2678337 시챔 준결승 프랜체스카 대 하부하부 개끌잼 프로스트갓스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5 31 0
2678336 볼프렘실드 시발련아 포돌이(125.135) 04.15 58 1
2678335 하스 망겜 다 됐네 사람 많은 커뮤니티가 하나도 없네 [2] 하갤러(49.142) 04.15 134 0
2678334 복커유저 대여덱 뭐 받는게 좋음? [1] 하갤러(180.67) 04.15 103 0
2678333 눈요기악사가진짜말도안된다 ㅇㅇ(219.241) 04.14 111 0
2678332 밧줄 태우는건 중국인 종특이냐? 하갤러(222.98) 04.14 45 0
2678329 하스 다시시작 할만함?? 하갤러(223.39) 04.14 57 0
2678328 형님들 뉴비인데 저번에 무료덱 주고 하갤러(118.235) 04.14 64 0
2678327 투기장 역사상 최고의 멀리건 하갤러(76.21) 04.14 422 0
2678326 전사 오딘 없는데 갑자기 공격력 30까지 올라가는거 핵임? 하갤러(49.142) 04.14 55 0
2678325 어디까지 올라가야 매크로 안만나냐 하갤러(112.150) 04.14 43 0
2678324 죽기도 버그있네 ㅋㅋ 하갤러(119.67) 04.13 78 0
2678323 하스스톤 재밌나요 [3] 코깎는노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3 136 0
2678322 이 게임 시작할만 해?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3 51 0
2678321 이거 시작덱 뭐가 제일 좋냐 사람(223.39) 04.13 50 0
2678319 역병 넣는 헬리아? 어디서 찾아요?ㅜ 자닝(182.226) 04.13 74 1
2678318 묘수풀이 못깸?? 블리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2 62 0
2678316 블리자드 시스템 @ㅐ미없는거 여전하네 하갤러(223.39) 04.12 113 0
2678315 제페토 퀘 좀 도와줘 하갤러(182.212) 04.12 57 0
2678314 자리미 원툴로만 방금 전설찍었는데 칭찬해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2 61 0
2678312 인증 ㅇㅇ(59.14) 04.12 148 1
2678311 나 하스 한번도 안해봤는데 하갤러(61.73) 04.12 61 0
2678310 하스 백만년만에 복귀했는데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2 78 0
2678309 제페토 퀘 도와줄사람?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2 76 0
2678307 뉴비 역전승 개짜릿하네 LBEO73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1 55 0
2678306 용병단 이거 버그임?? [1] 하갤러(220.65) 04.11 96 0
2678305 하스스톤 카드팩 시즌이 어케되는거임? 하갤러(121.128) 04.11 53 0
2678304 하스입문 일주일차인데 저 재능있는건가요? [1] ㅇㅇ(14.33) 04.11 138 0
2678302 돌갤 <<<<<<<<<<< 여기로 와라 [2] ㅇㅇ(39.125) 04.11 224 0
2678301 환불팩 막히니까 복귀도 못하겠노 ㅇㅇ(118.32) 04.11 94 0
2678299 간만에 돌겜켰는데 뭐가뭔지 모르겠네 ㅇㅇ(122.46) 04.11 53 0
2678297 오물통 씨발 체력같으면 누구한테 꽂히는지 어케 쳐 알라고 해놓은거냐 하갤러(121.184) 04.11 72 0
2678296 상점닫힘, 투기장 다안되는데 뭐임?? 하갤러(14.40) 04.10 94 0
2678295 하스간만에복귀해서 등반중인데 ㅇㅇ(211.234) 04.10 84 0
2678294 ㅋㅋ 꼬시다 십련 하갤러(124.56) 04.10 117 0
2678293 하스 고수님들 질문드려요 하갤러(222.233) 04.10 58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